실패의 축복

 실패의 축복 

 

 어느 날,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상담가인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가 강연의 전문가답지 않게 한 강연에서 횡설수설했다. 너무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 귀가 중에 눈물을 터뜨렸다. 그런데 그 실패한 강연을 계기로 그에게 다가온 한 철학교수와 우정을 쌓고 그를 전도할 수 있었다. 그처럼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의 될 때도 많다.
   
  투르니에에게는 한 덴마크 친구가 있었다. 그가 말했다. “폴! 우리 덴마크는 공평한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성공해 세계에서 가장 사회 보장이 잘 된 나라가 되었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심장은 무관심의 병에 걸려 뛰기를 멈추었네.” 그처럼 성공은 심장을 멎게 하지만 실패는 심장을 뛰게 할 때도 많다.
   
  실패는 심장을 뜨겁게 만든다. 부족하기에 만족을 향해 뛸 수 있고 미완성이기에 완성을 향해 뛸 수 있다. 부족함과 미완성 속에서 진짜 웰빙(well being, 건강한 존재되기)의 기회는 커진다. 남과 같이 되려고 하지 않고 나 자신이 되려는 몸부림이 가슴 속에 살아 있는 한 어떤 실패도 더 이상 실패가 아니다.
   
  ‘성공하는 것’보다 ‘성공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 성공적인 삶이란 ‘남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사는 것’이다. 삶에서 ‘처럼’보다 ‘답게’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펼쳐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답게’의 삶이 자신의 미래를 아름답게 만든다. 악처 크산티페의 행위를 익히 알던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도 참고 사나요?”라고 묻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그런 상황 때문에 내가 나답게 되는 것이네.”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성공적일 수는 있다. ‘성공하는 삶’의 기회는 불평등하게 주어져도 ‘성공적인 삶’의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진다. 실패 중에도 성공적인 삶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패를 통해 사랑과 겸손을 배우고 실패 중에도 꿈과 비전과 평안을 잃지 않고 실패한 날을 자신을 성숙시킨 아름다운 날로 기억하는 삶은 성공적인 삶이다.
   
  1974년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이 부른 “Haven't got time for the pain(고통에 빠질 시간이 없습니다)”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나는 고통에 빠질 시간도 없고(I haven't got time for the pain), 고통에 빠질 여지도 없고(I haven't got room for the pain), 고통에 빠질 필요도 없습니다(I haven't got need for the pain). 고통하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유일한 것이었습니다(Suffering was the only thing made me feel I was alive).”
   
  짧은 인생에서 실패에 연연해 절망하지 말라. ‘절망할 여유’라도 있다는 것은 ‘절망할 이유’가 없다는 뜻도 된다. 누구에게나 실패는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실패의 현실을 자아실현의 현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절망보다 희망을 크게 보고 자신다움을 잃지 않을 때 실패는 축복을 가져오는데 실패하지 않는다.<상처는 인생의 보물지도> 지혜편 중에서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