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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정경 - 구약성서 : 천주교(46권), 개신교(39권)

by 【고동엽】 2006. 7. 18.
 
 

 

서로 다른 정경

구약성서는 몇 권일까? 천주교(46권)와 개신교(39권) 사이에 차이가 있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이주해 살던 유대인들은 히브리어보다도 당시 국제어인 그리스(희랍)어가 더 익숙했다. 그래서 기원 전 3세기 중엽에 그리스어에 정통한 72인 유대인 학자들이 히브리어 성서를 그리스어로 번역하였는데, 100여 년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를 '칠십인역'(셉튜어진트 희랍어판)이라 하며, '알렉산드리아 정경'(Alexandrian Canon)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는 유대인들의 '히브리어 구약성서'의 정경 39권(제1경전) 외에도 토비트서, 유딧서,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마카베오 상,하권 일곱권과 다니엘서 일부(3,24~90;13~14장), 에스델서 일부(10,4~16,24)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제2경전 혹은, 외경이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얌니야 회의'에서 유대인 랍비들이 결정한 것은 결국 이들 제2경전들은 정경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천명하고, 이들을 정경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따라서 '히브리어 구약성서'전통의 입장에서는 제2경전들은 정경 밖의 책, 즉 외경이 되는 것이다.

 

'얌니야 회의' 이후부터 구약성경의 정경은 두 가지 전승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즉 본래 히브리어로 쓰여진 성서만을 정경으로 인정하고 외경들을 제외시키는 '히브리어 구약성서' 전승과 외경들을 포함시키는 '희랍어 구약성서' 전승이다. 초기 기독교회에서는 희랍어로 번역된 '희랍어 구약성서'를 읽었다.

 

 즉 기독교회는 구약성서에 있어서 '희랍어 구약성서' 전통을 채택한 것이고, 이것은 로마 카톨릭교회(Roman Catholic Church)에 의해 계속해서 유지되어 내려왔다. 즉 로마 카톨릭교회는 '희랍어 구약성서' 전승을 받아들여 온 것이다.

 

이러한 기독교의 정경전승은 마틴 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에 의해서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루터는 정경문제에 관해서 히브리어 구약성서 전승을 취하였다. 그리하여 제2경전들을 외경으로서 정경의 범위에서 제외시켰다. 그리하여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Protestant Church)에서는 외경을 제외한 39권의 책만을 구약의 정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루터의 종교개혁 운동으로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는 트렌트 종교회의(Trent Council, 1545-1563)가 소집되었고, 정경문제에 대해 제2경전들 중에서 몇 권을 정경에서 제외한 외에는 종래의 '희랍어 구약성서'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 로마 카톨릭교회에서 사용하는 구약성서는 개신교회보다 7권의 책이 더 많은 구약성경을 사용해 오고 있다.

 

개신교는 외경을 일체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 반해 천주교는 구약외경들 중에서 7권을 정경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신교의 성서는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으로 도합 66권이나 천주교의 성서는 구약 46권과 신약 27권으로 도합 73권인 것이다.

 

외경을 넣느냐 빼느냐의 차이는 결국 교리의 차이로까지 이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이단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천주교에서는 지금 기독교인들이 공통적으로 쓰고 있는 한글개역판 성경, 공동번역판 등의 신약성서에 인용된 거의 대부분의 인용문은 '70인역'이라고 주(注)가 달려 있어 70인역에서 인용되었음을 알 수 있고, 70인역에는 외경이 포함되어 있으니 개신교에서 외경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본다.

 

그리고 초기 기독교는 언제라도 외경을 빠뜨린 적도 없으며 더구나 집회서 같은 것은 교회의 전도에 아주 널리 쓰인 경전이라는 것이다. 개신교의 구약성경(39권)은 유대인의 전통을 따라서 정한 것일 뿐이고 기독교 전통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천주교회에서는 예수시대, 사도시대, 교부시대를 통해서 지금까지 그리스어(희랍어)로 된 칠십인역[제1경전(정경 39권)과 제2경전(외경 7권과 다니엘서 일부, 에스델서 일부)]의 46권을 모두 성서로 인정해 왔다.

 

특히 가장 오래된 성서 사본인 쿰란동굴의 구약성서 사본도 칠십인역과 일치하며, 예수님과 사도들이 구약성서를 인용할 때 칠십인역에서 300구절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다음의 구절들을 제시하고 있다.

 

마태 6,14 / 집회 28,2 마르코 6,15 / 집회 48,9~10

루가 13,27 / 1마카 3,6 루가 24,4 / 2마카 3,26

요한 3,12 / 지혜 9,16  로마 1,20~32 / 지혜 13,10~19  1베드 1,6~7 / 지혜 3,5~7

반면에 개신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일체의 외경을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1) 외경의 어느 책도 스스로 영감 받았음을 주장하지 않는다

2) 유다인들이 정경으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3) 외경의 많은 책들이 역사적, 지리적, 연대기적 실수들을 포함하고 있다.

4) 외경의 많은 책이 성경 말씀과 모순이 된다 등등이다.

 

이러한 외경들로 인해 개신교와 다른 교리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① 연옥: 마카베오하서 12장 39-45절

② 구제(즉 자선 행위)에 의한 구원: 집회서 3장 30절

이외에도 자살을 인정한다든지(마카베오하서 14장 43-46절), 비참한 노예제도를 인정한다든지 (집회서 33장 24-28절), 윤회(솔로몬의 지혜서 8장 19,20절)를 인정하는 구절들이 있으며,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몰래 죽이거나 마술을 통해 신비주의를 행하는 것 등을 인정하는 구절들이 있어, 우리 개신교인들이 믿는 성경과 상치된다고 한다.

 

에라스무스(Erasmus)는 히브리서, 야고보서, 베드로 후서, 요한2,3서, 유다서, 계시록 등이 옛날부터 계속 의심을 받아왔다고 지적하였으나 그는 충성된 로마 카톨릭교회 교인으로서 자기 주장을 고집하려고는 하지 않았다고 하며, 루터는 에라스무스가 상기시킨 7권의 이의서(異議書) 중에서 넷만을 문제 삼았다.

 

히브리서에 대해서는 배교자(背敎者)들에게 두 번째 사죄를 허락지 않는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야고보서에 대해서는 믿음으로 의를 얻는다는 것보다 행위를 더 고조하는 것같이 보인다고 비난하였고, 유다서는 베드로 후서에서부터 생겨난 것으로 보이고 그리스도에 대한 확실한 증언이 조금도 없다는 것을 지적하였으며, 계시록은 애매하여 그리스도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고 비난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 책들을 자기의 번역에서 신약성서의 맨 끝에 두었다. 먼저 그가 완전히 수락한 23권을 열거하고 그 번호를 적어 넣었으며, 다음에 약간 여백을 남겨 놓았다. 그리하여 그 다음에 오는 책들은 질적으로 낮은 수준의 것임을 나타내려고 하였다. 그 열등함을 나타내는 의미에서 번호도 붙여놓지 않았으니 결국 일군(一群)의 신약 외경과도 같은 취급을 한 셈이다.

 

정경과 외경의 구분은 여호와신이 한 것도, 예수가 한 것도 아니다.사람들,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천주교는 구약에 7권의 정경을 추가한 데 반해 동방수리아 교회는 오히려 신약에서 5권을 줄여서 정경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경을 다르게 사용하는 이들은 서로를 각각 이단시하고 있다. 정경은 과연 몇 권이 되야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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