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상한 것(빌3장 7절～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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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상한 것(빌3장 7절～9절)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 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보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서 난 의라.

 

앞 장에서는 그리스도인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문제를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 중심적인 가치관의 변화 또는 가치 인식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영어로 'value orienta-tion in Christ'라고 합니다. 여기에 대단한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아직도 가치관이 예수님 중심으로 바꾸어지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중생한 사람이 아닙니다. 언제든지 가치관이 그 중심에서부터 그리스도적으로 바꾸어질 때에 비로소 그가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나 스스로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내 성향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습니까? 내 취미가 어느 쪽으로 향하고있습니까?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 내 마음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참으로 마음이 붕 뜬 것처럼 자유로울 때에 내 관심이 어디로 기울어지고 있습니까? 거기에 나의 나됨이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입맛과도 같습니다. 그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 된장 찌개를 좋아하면 한국사람이요, 카레라이스를 좋아하면 인도사람입니다. 그 입맛을 누가 말리겠습니까? 남의 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냄새가 고약하다, 맵다' 해도 내가 좋다는데야 어쩌겠습니까? 입맛에 무슨 절대적 가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이처럼 한국인에게는 한국사람의 입맛이 있고 미국인에게는 미국인의입맛이 따로 있듯 그리스도인한테는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입맛이 있습니다. 예수님께로 초점을 맞추고, 항상 그 마음과 모든 가치관이 그 분께로만 향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입맛이 바뀔 때, 옛 생활에 속한 것, 옛사람에 속한 것은 다 사라지고 그리스도적인 것들이 나를 새롭게 끌고 갑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자기가 좋아하던 것을 다 버렸다고 우리가 앞에서 이미 공부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본문과 연결하여 사도 바울이 어떻게 버리는가를 보겠습니다.

그는 세 단계로 버리고 있습니다.

첫째,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이것은 능동적인 표현입니다. 일반적으로 '잃어버렸다'고 하면 도둑맞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일부러 잃어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잠을 자는 것도 졸려서 잘 때가 있고 일부러 잘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졸려서 자는 사람은 시원찮은 사람입니다. 자겠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잘 수 있는 사람, 이렇게 길들여진 사람이야말로 건강한 사람입니다. 밤이고 낮이고 일단 이 시간에 잔다 하면 척 자고, 깬다 하면 척 깨지는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혹 해외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시차(時差)에 구애받음 없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에 가서 낮에는 졸고 밤에는 눈이 말똥말똥해 지는 것 아닙니까? 또 생각하는 것도 잊어버려야겠다고 하는 것은 깨끗이 잊어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자꾸 생각이 나고 생각나야 할 것은 다 잊어버리니 이것이 바로 못된 건망증입니다. 어쨌든 사도 바울은 좋지 않은 것들, 옛 생활에 속한 것을 다 잃어버리기로 결심하고 뚝 잘라버렸습니다. 이제 그런 것들은 사도 바울의 관심 밖에 있습니다. 이제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이러한 경지에와 있습니까? 혹은 아직도 멀었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되어야 그리스도인이 되는 단계에 들어선 것입니다.

둘째,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깁니다. 헬라어 '스퀴발라'는 내어버리는 물건을 가리키는데,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무엇을 먹다가 먹기 싫어서 개먹이로 내던지는 것이요, 또 하나는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똥입니다. 배설물이라 하면 좀 고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결국 그 말이 그 말입니다. 하나는 한문이고 하나는 한글일 뿐입니다. '배설물로 여긴다'는 것은 다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주 더럽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힐 테니까, 이것과 가까이 하면 또다시 내 몸이 더러워질 테니까 다시는 가까이서 보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고, 멀리 내어버리는 것입니다. 예전에 그처럼 좋게 여기던 것이 이제는 배설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셋째, 모든 것을 해로 여깁니다. 여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굳이 해로울 것까지야 없는 것들을 사도 바울은 해로 여겼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상관없을지 몰라도 내게는 절대로 해로운 것이다. 이처럼 주관적인 가치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앞 장에서 공부한 것처럼 8일 만에 할례받은 일, 이스라엘 사람의 명예, 선민에 대한 자랑, 베냐민 지파로서의 긍지, 뭐 이러한 것들이 굳이 해될 것이야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것들이 바울에게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전도 여행을 다니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선민 의식이라는 고질(固質)이 복음 전파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가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제가 대구 지방에 부흥회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계명대학 총장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분은 제가 현풍 곽씨라는 것을 알고는 현풍에 함께 가 보자고 합니다. 그 분 말씀이, 곽씨만 모여 사는 현풍에서는 스스로 양반이라는 고집 때문에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열녀문, 충신묘비 등 무슨 기념비만 잔뜩 세워 놓고는 고집불통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현풍 곽씨인 제가 한번 가야만 전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하여튼 이 양반이 문제입니다. 초기 서울 연동교회에는 많은 양반들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그 교인들 중에서 가장 열심히 믿는 사람이 투표를 거쳐 장로가 되었는데 그의 전직이 백정이었습니다.

그러자 양반들은 상놈 중의 상놈이 장로 된 교회에 더 이상 나갈 수 없다며 따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긴 교회가 안국동에 있는 안동교회입니다. 다른 곳도 아닌 교회가 그까짓 양반 타령 때문에 내 편 네편을 가르다니 얼마나 우스운 노릇입니까? 지금도 연동교회 교인들 보고 "당신네들 교회의 족보를 아시우?"하고 물으면 다 웃습니다. 이것이 한국 기독교의 역사입니다. 상놈이 예수님 믿고 장로, 집사 되는 것을 양반들이 참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언제나 양반이 문제입니다. 양반이라는 신분 자체가 해로울 것은 없지만 이 양반의 우월 의식이남아 있는 한은 예수님 믿기 힘듭니다.

이것을 잘 알기에 사도 바울은 이스라엘 족속이고 뭐고 다 내게는 해로운 것들이라고 합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여기 아주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친할 수도 있고, 사랑할 수도 있고, 선한 교제를 나눌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교만한 그 무엇이 있어서 말썽입니다.

학벌이 아주 좋고, 국민학교 다닐 때 우등을 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아주 잘 살았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정말 문제입니다. 이런 선민의 고자세와 교만은 선교에 지장이 많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런 것들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데 절대로 해롭다고 느꼈습니다. 이것을 꺾어 버리고 이 자존심, 이 교만을 꺾는 데 어지간히 힘이 듭니다. 오늘도 보면 명예가 어떻고, 지식이 어떻고, 또 재산과 반반하게 생긴 얼굴 하나 믿고 한없이 기고만장합니다. 심지어 건강한 것, 실패 없이 살아온 생애가 다 교만의 근거입니다. 이런 해로운 것들을 과감하게 찍어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버리기까지는 예수를 믿어도 시원치 않고 성도의 교제를 나누기도 힘이 듭니다. 저는 목회 30년 동안 이러한 일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일류 대학만 안 나왔으면 참 좋을 사람인데, 돈만 없었다면 참 좋을 사람인데, 명예와 권세만 없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것 때문에 평생 자기도 괴롭고 남도 괴롭습니다.

사도 바울은 자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받은 신비한 은혜가 너무 많기 때문에 하나님이 내게 육체의 가시를 주셨다'고 아예 자기 자신에 대하여 제동을 걸어 버렸습니다. 그에게 있어서'육체의 가시'란 교만해지려는 눈치가 보이면 미리 쿡 찌르는 가시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 가시 때문에 '너희 믿음을 시험하는 것이 내 육체에 있으나 너희가 나를 업신여기지 않았다'고 갈라디아 교인들한테 고마워한 적도 있습니다(갈 4:14). 또한 그렇게 해서라도 겸손해질 수만 있다면 육체의 가시조차 큰 복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처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수용적인 자세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옛날에 좋아하던 것들이 이제는 해로운 것이다, 그리스도를 위해 해롭고 내 신앙 생활을 위해 해롭다고 합니다. 그래서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기고, 해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소극적으로 부정만 한 것이 아닙니다. 이어서 아주 긍정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첫째,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을 아는 것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얻고 깨닫고 지켜가기 위해서라면 그 나머지 것은 전부가 쓸데없고, 더럽고, 해로운 것입니다. 여기에 사도 바울의 위대한 점이 있고 기독교의 매력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위험한 칼을 가지고 놀 때 그냥 빼앗으려고 하면 절대로 놓지 않습니다. 이 때 지혜로운 어머니는 어린아이가 훨씬 더 좋아하는 것을 주어서 스스로 버리게 합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알고 깨닫고 보니 이제 나머지 문제는 다 시시합니다.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만 보존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버릴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 은혜를 체험한 사람이라면 사도 바울의 이야기가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너무나 이것이 신비롭고 좋기 때문에 이전 것은 모두 더럽고 해롭게 보입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요 여기서부터 은혜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율법적이 아닌 은혜적인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모두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습니다. 또한 그 지식에 방해되는 것은 다 해롭게 생각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왜 이처럼 중요한 것입니까? 우리가 그리스도를 안다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인격과 만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격과 인격의 관계는 아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고, 손목을 잡고 있다고 해서 인격적인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안다는 데에 있습니다. 아무리 사랑이 귀하다 해도 우리가 사랑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랑은 무효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모의 사랑도 자녀가 그 의미를 알 때에라야 비로소 사랑이 사랑되는 것입니다. 알면서부터 고맙고, 알면서부터 마음과 마음, 인격과 인격이 통하는 것입니다. 안다는 것은 이렇게 중요합니다.

깨닫고, 느끼고, 순종하고, 받아들이는 이 모든 일이 그리스도를 아는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을 알고 나니 내 생활이 달라집니다, 내 영이 중생합니다, 내게 생명이 생깁니다.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은 신비합니다. 이것은 마치 열쇠 하나로 어느 문이든 다 열 수 있는 마스터 키와도 같습니다. 여러분은 참으로 이것을 믿습니까? 진정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 이 지식 하나가 모든 문제의 해결임을 느끼고 있습니까? 이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아는 것은 체험적으로 아는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을 알 때에 바로 나를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예수님만 아는 것이 아니요 그리스도 안에서 나를 알게 됩니다. 탕자가 집으로 돌아올 당시, 그는 자기를 몰랐습니다. 나는 무능한 사람이요 배반자다,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은 용서 못할 죄인이다. 이것이 돌아오는 탕자의 자기인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를 아들로 영접하면서 '반지를 끼워라, 옷을 입혀라, 소를 잡아라' 하고 기뻐합니다. 아마 탕자는 속으로'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돌아올 것을……' 하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는 자기가 쓸모 없는 존재인 줄 알았으나 이제 와서 보니 아버지한테는 참으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랑은 자기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만듭니다. 아직도 사랑한다, 사랑 받는다 하면서 자기를 낮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 안에는 절망도, 낙심도, 한숨 쉬는 일도 없습니다. 사랑하게 될 때에 자기 존재를 높이 평가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사랑하시어 독생자까지 주셨습니다. 이 세상, 우리들의 가치가 얼마나 귀했으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마저 주셨겠습니까? 그런고로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나의 생명, 몸, 생활, 시간, 그리고 내게 주신총명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안다고 하는 문제는 자기 존재와 가치, 그리고 세계를 아는 것입니다.

둘째, '그리스도를 얻는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소유한다는 뜻입니다. 알고 배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요 예수님의 능력과 역사가 나의능력이 되고 내가 하는 일이 주님께서 하시는 일의 연장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소유하고 통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을 때에 하나님께서 그에게 응답하셨습니다. "내가 네게 무엇을 줄까?"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여러분 같으면 무엇을 달라고 했겠습니까? 재산, 명예, 건강, 아름다움…… 가지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나 토마스 아퀴나스의 소원은 간단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만을 원할 뿐입니다(I want nothing but Christ)."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달라는 것은 그 분의 능력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마음이 그대로 내 마음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마나 굉장한 소원입니까?

셋째,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이야기입니다.

그리스도를 알고, 그리스도를 얻고, 그것도 모자라서 풍덩 뛰어들어가 이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려고 합니다. 내가 없어지고 그리스도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나라는 것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을 보면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에 흰옷을 입습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의의 옷을 입는다는 것입니다. 내 명함으로 가는 것이 아니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가는 것입니다. 내 의로 가는 것이 아니요, 그리스도의 의로 우리 한사람 한사람 이마에 전부 '이 사람은 그리스도인이다, 그리스도의 소유물이다' 하는 표시를 하고 주님 앞에 갈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려 한다'는 것은 또한 자기자신을 생각할 대에도 내 욕심, 내 생각을 버리고 그리스도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거기에 마음을 두고 그리스도로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도 나라는 사람의 명예나 지식이나 과거나 그 어떤 것이든지 다 숨고 예수님만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것은 참 신비하고 오묘한 말씀입니다. 사도 바울이 이렇게까지 그리스도를 소중히 여긴 까닭이 무엇입니까? 그 문제가 본문 마지막 절에 나옵니다.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서 난 의라." '하나님께로서 난 의' 이것은 바울의 전용어(專用語)입니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 이것이 사도 바울이 전하는 복음의 주제가 아닙니까? 본문도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의'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는 의로써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아무리 선을 행해도 죄인의 선은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일을 한들 그것 가지고 하나님 앞에 갈 수는 없습니다. 이런 마당에 의라는 것은 하나님과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channel)입니다. 그런데 내 의가 없습니다. 내 의가 무너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가 정죄자와 죄인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죄인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두려워합니다. 이제는 율법적 관계에 매입니다. 그러나 이 두려운 관계가 예수님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사랑의 관계로 연결됩니다.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wrath)가 변하여 화평(peace)의 관계로 바꾸어졌다는 말씀입니다. 결국 예수님을 알 때에 이 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의가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 나타났으므로 그 분을 믿으면 내 의가 아닌 하나님이 주신 의로써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게 된다는 오묘한 이치를 알게 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알아서 지혜를 얻고 출세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병 고치자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바울이 지금 예수님 안다는 것을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까닭은 거기에 의롭다 함을 얻는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죄인이 의롭다 함을 얻어 생명의 길로 들어가는 방법이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학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결국은 어느 때 가서든지 의에 대하여, 죄에 대하여, 그리고 의롭다 함에 대하여 의식하고 관심을 가지게 될 때에라야 비로소 그리스도를 알게 된다고 합니다. 죄에 대한 의식 없이 바른 신앙에 설 수 없습니다. 의에 대한 깊은 관심 없이 그리스도를 알 수 없습니다. 내가 예수님을 안다는 것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의를 힘입어 죄인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요, 이것만 깨달으면 복잡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만 알면 오늘 죽어도 행복하고, 어떤 시험을 당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관심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려고 한다’ - 이것이 바울의 편지에 나타난 복음의 핵심입니다.

다시 한 번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인을 어떻게 묘사하며, 하나님의 자녀됨과 그 의미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봅시다.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 예수님을 알고,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고, 이것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그 밖의 것은 다 쓸데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이 지식을 알고 지켜 나가고 순종하는 데에 방해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로 여깁니다. 그리고 그 의를 힘입어 하나님의 자녀된 특권을 누리며 그 영광에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희락의 복음의 중심 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기뻐하고 또 기뻐하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