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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과 해학

by 【고동엽】 202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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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과 해학

2차 세계 대전 직후 처칠이 의회 화장실에 들어가서 애틀리 총리의 옆자리가 비어있는데도 가장 구석으로 가서 일을 봤습니다. 애틀리 총리가 ‘자신감’에 대해 빈정대자 처칠이 응수했습니다. “총리께선 뭐든 큰 것만 보면 국유화하자고 주장하니….”
 
아브라함 링컨이 의회에서 연설을 하려고 하는데 한 의원이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링컨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되물었습니다. “거참, 내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 같은 중요한 자리에 왜 이 못생긴 얼굴을 갖고 나왔겠습니까?” 의원들은 박장대소했고 그 의원은 슬그머니 자리에 앉아야 했습니다.
 
처칠과 링컨은 모두 ‘유머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늘 즐거웠기 때문에 유머를 한 것은 아닙니다. 둘 다 역사의 격변기에 정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무엇보다 평생 우울증으로 고생했지요. 링컨은 자살충동에 무릎을 꿇지 않으려고 호주머니에 칼이나 총을 넣고 다니지 않았고, 나무에 목매달아 죽고 싶은 충동을 피하려고 혼자 숲속을 산책하는 것도 삼갔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프리드리히 니체가 “세상에서 가장 고통 받는 동물이 웃음을 발명했다”고 한 말이 들어맞는 그런 정치 지도자이지요.
 
우리 역사에서도 해학의 정치인이 적지 않았습니다.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했던 이항복도 그런 분이었습니다. 이항복은 임진왜란 때 동인, 서인이 피란을 가서도 당쟁을 그치지 않자 이렇게 일갈합니다.
 
“제가 참 큰 실수를 했습니다. 이렇게 잘 싸우는 동인들로 동해를 막게 하고 서인들로 서해를 막게 했으면 왜놈들이 어떻게 이 땅에 발을 붙였겠습니까. 뒤늦게 이를 깨닫게 되니 원통합니다.”
출처 : 정용달 관세사
글쓴이 : 정용달관세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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