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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해를 선포하시는 주님(눅4:14-23) / 이수영 목사

by 【고동엽】 2021. 12. 2.

은혜의 해를 선포하시는 주님 (눅4:14-23) 2005-07-03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초기복음전도사역과정에 있었던 일 하나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에 관한 소문이 이미 사방에 퍼졌고 뭇 사람에게 칭송을 받기 시작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이 자라나신 고향 갈릴리 나사렛에 돌아오신 어느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셔서 말씀을 전하게 되셨습니다. 예배 중 예언서를 읽을 차례가 되었을 때에 이사야서를 받아 드신 예수님께서는 그 중 61:1-2의 말씀을 찾아 읽으셨습니다. 본문 18-19절은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대충 전하고 있습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읽기를 마치신 후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일제히 주목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선언하셨습니다: "이 글이 오늘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21절).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스라엘이 그토록 고대하던 바로 그 메시야이심을 분명하게 밝히신 말씀입니다. 이스라엘과 온 세상을 향하신 하나님의 약속이 드디어 성취되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위로 받고 포로 된 이들이 풀려나며 눈 먼 이들이 세상을 보게 되고, 눌린 이들이 자유로워지는 날이 예수님 자신과 함께 이제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그 구원을 이루시려고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로 하시고 포로 된 이들을 풀어주시며 눈 먼 이들을 보게 하시고 눌린 이들을 자유하게 하신다고 해서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주님을 단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메시야나 혁명가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먹을 것이 없는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기도 하셨고 보지 못하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말 못하는 사람, 일어서서 걷지 못하는 사람, 손 마른 사람, 간질병환자, 나병환자, 열병 걸린 사람 등 온갖 병자들을 다 고쳐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신 일은 영적인 치유였고 전인적 구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무엇보다도 마음이 가난한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가르치셨고 영적으로 눈 먼 이들이 하나님의 나라와 구원을 보기를 원하셨으며 죄의 노예가 된 이들을 죄와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키려 하셨고 탐욕과 성취욕과 헛된 망상과 무지와 교만과 미움과 원한에 눌린 이들을 자유하게 하시려 하신 주님이셨음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물질적 구원뿐 아니라 영적 구원을, 개인적 구원뿐 아니라 공동체적 구원을, 사회의 구원뿐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완성을 위하여 우리 앞에 찾아와 계신 주님이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와 위기의 해결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그를 믿는 믿음 안에 있음을 재확인하며 위로와 소망과 기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은혜의 해를 선포하러 오셨다 했습니다. 은혜의 해란 희년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희년이란 50년마다 있는 것으로 모든 빚이 탕감되고 모든 노예가 자유의 몸으로 풀려나는 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통해서,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 안에서 모든 사람이 영원히 희년을 맞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는 우리의 모든 날이 은혜의 해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우리의 유일하신 구원자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에 의해 선포된 은혜의 해가 우리의 것이 되게 하는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가 선포하신 이 은혜의 해를 훗날 십자가 위에서 성취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성찬예식을 거행하겠지만 떡과 포도주를 받아 먹고 마시는 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우리의 유일하신 구원자이심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신앙의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은혜의 해를 영원히 누리게 하는 구원의 사건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그 은혜롭고 놀라운 말씀 앞에서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회당에 모여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던 모든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은혜로운 말씀에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의 진위를 확인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과 오래전부터 같이 지냈고 어릴 적부터 보아온 청년 예수가 느닷없이 스스로를 메시야라고 사실상 자칭하고 나서는데 도대체 그것을 믿어야 할지 어떨지를 몰라 서로 말하기를 "이 사람이 요셉의 아들이 아니냐" 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참됨을 믿게 할 만한 어떤 놀라운 이적기사를 행해보라고 요구할 참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버나움을 비롯한 갈릴리 지방의 다른 마을들에서는 그가 무슨 놀라운 일들을 행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렇다면 여기 고향에서도 한 번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이러한 속마음을 이미 꿰뚫어보신 예수님께서는 그들보다 한 발 앞서서 그들의 생각을 이렇게 털어놓으셨습니다. 본문 마지막 절 말씀입니다: "너희가 반드시 "의사야 너 자신을 고치라" 하는 속담을 인용하여 내게 말하기를 "우리가 들은 바 가버나움에서 행한 일을 네 고향 여기서도 행하라" 하리라."

 

나사렛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예수님께서 어떤 놀라운 이적기사를 행하시면 예수님을 메시야로 믿으려는 것이 아니었음을 예수님께서는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요구하는 일을 행하지 않으시고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선지자가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는 자가 없느니라"(24절) 하는 말씀으로 대답을 대신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엘리야와 엘리사의 예를 들어 예언자들이 막상 자기 백성보다는 이방인들에게 기쁨과 유익이 되곤 했음을 상기시키셨습니다(25-27절). 그러자 회당에 있던 유대인들이 다 크게 화가 나서 일어나 예수님을 동네 밖으로 쫓아내고 그 동네가 건설된 산 낭떠러지까지 끌고 가서 그를 밀쳐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 가운데로 안전히 지나가셨다(28-30절)고 본문을 뒤따르는 24-30절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기다리던 메시야가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배척함으로써 그들의 오랜 염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는 세대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같은 사건을 전하는 마13:58에서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배척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이 믿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거기서 많은 능력을 행하지 아니하시니라" 쓰고 있고, 막6:5-6에서도 "거기서는 아무 권능도 행하실 수 없어 다만 소수의 병자에게 안수하여 고치실 뿐이었고 그들이 믿지 않음을 이상히 여기셨더라"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짐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배척하면 놀라운 일들이 우리를 외면하게 됩니다. 그 어떤 문제도 궁극적인 해결을 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제 7월 1일자 국내 주요 신문들이 일제히 한국경제의 어두운 전망을 기사화하거나 사설의 주제로 다룬 것을 보았습니다. 이들은 한국경제의 심각한 현실을 지적하는 데에 일치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성장의 동력들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경제와 정치의 책임을 맡은 권력자들만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대부분의 경제연구기관들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외국계 증권사와 투자은행들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어서 잇따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7월1일자 모 신문 2면에 발췌 소개된 프랑스의 권위 있는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인 월간 의 편집인의 견해가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그 기사에 따르면 그는 7월호 커버스토리로 쓴 기사의 제목을 "한국에 내려진 경보"라고 달았습니다. 빠리 7대학의 교수이기도 하며 미국의 문화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일에 앞장서온 그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쓴 그 기사의 첫머리에서 "비관주의, 한국의 정계 인사나 노조 책임자들과 얘기를 나눌 때 이런 정서가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썼습니다. 그는 "한국은 수십 년 만에 제3세계 국가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 대열에 올라 선 유일한 나라이지만 한국의 경제 성장은 현재 숨이 가빠진 상황에 처했다"면서 한국경제가 "소비 감소와 수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고용 시장이 크게 불안정해졌다면서 "세계 어느 곳에서도 고용의 불안정 상황이 이 정도까지 이른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분석과 국민들의 일상의 체감 속에 자리 잡은 이 비관주의를 우리 국정의 최고책임자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외국의 전문가들은 감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비관주의. 그러나 그것은 근거 있는 비관이든 졸속한 기우이든 극복되어야 할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극복될 수 있음을 오늘 우리의 본문은 분명히 선언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은혜의 해를 선포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군대, 가정 등 각 분야와 영역에서 문제투성이이고 그래서 비관주의가 팽배해지고 국적포기와 국외로의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때에 우리의 모든 문제의 궁극적 해결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확고하게 붙드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 안에서 우리에게 희년의 해가 선포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는 언제나 해방과 자유와 풍요로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 가서 살아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과 그를 영접하는 믿음이 없으면 우리는 가난한 자, 포로 된 자, 눈 먼 자, 눌린 자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과 그를 영접하는 믿음이 있으면 우리는 이 나라에 살면서도, 아니 이 나라에 살기에 더더욱 은혜가 넘치는 매일 매일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주 안에서 이 은혜의 날들을 소유하고 향유하는 우리 모두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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