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 것을 주시는 하나님
사무엘상 1:15-18
엘가나에게는 한나와 브닌나라는 두 아내가 있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결혼윤리는 일부일처입니다. 그런데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일부다처를 취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이나 가정치고 평온한 가정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본처와 후처의 반목과 갈등이 있었고, 배다른 자녀들의 시기 질투로 인해 가정불화가 그치질 않았습니다. 그 당시 통용되던 일부다처제도가 묵인되었을 뿐이지 그것이 정당하다든지 바른제도라고 말한곳은 성경에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엘가나의 가정 역시 가정불화가 심했습니다. 한나는 아이를 낳지 못했고, 브닌나는 아이를 낳았습니다.
요즘 방영되는 TV 드라마를 보면 여러 명의 왕비 가운데 왕자를 낳은 여자가 가장 힘있는 왕비가 됩니다. 그리고 왕자 가운데 세자로 책봉된 왕자와 왕비가 실권자가 됩니다. 이러한 전통은 유대나라 왕실이나 가정에서도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한나의 경우 본부인이긴 하지만 아들을 낳지 못했기 때문에 상속권도 포기 해야했고, 온갖 수모를 동시에 겪어야 했습니다.
사무엘상 1장은 한나가 겪었던 고통과 기도 그리고 그녀가 받은 응답으로 엮어져 있고, 2장은 응답과 축복을 받은 후 하나님께 드린 감사와 찬송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1. 한나의 고통을 살펴보겠습니다
6절을 보면 "그 대적 브닌나가 그를 심히 격동하여 번민케 하더라"고 했습니다. 브닌나는 한나를 적으로 생각하고, 대적하고 멸시했습니다. 그리고 한나의 마음을 견딜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말 한마디, 작은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좋은 사람입니까?
7절을 보면 "브닌나가 그를 격동시키므로 그가 울고 먹지 아니하니"라고 했고, 10절을 보면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라고 했고, 11절을 보면 "여종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나를 생각하시고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사"라고 했습니다. 한나는 이중고로 고통당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을 낳지 못한데서 오는 고통과 브닌나의 의도적 공격으로 오는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마태복음 15:21 이하를 보면 귀신들린 딸을 살려 달라며 예수님을 찾아온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여자가 지녀야 할 마지막 자존심마져 포기한채 길을 가고 계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며 "예수여, 내 딸을 살려주소서. 내 딸이 흉악한 귀신이 들렸나이다 "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체면과 자존심을 버리고 남에게 알릴 수 없는 사랑하는 딸의 절망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예수님을 수행하던 제자들이 "선생님 저 여자가 뒤에서 소리를 지르오니 보내소서"(마 15:23)라고 했습니다. 그때 제자들은 이렇게 말했어야 합니다.
"선생님 그냥 가시면 안됩니다. 저 여자는 불쌍한 사람입니다. 생활은 가난하고 딸은 귀신들렸습니다. 저 여자의 딸을 고쳐 주시지요 "라고.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여자의 말을 가로막고 상처를 주기에 급급했습니다. 제자로서 할짓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목사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 어머님의 기도, 저를 이끌어 주신 스승, 선배들 여러 원인들이 복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제가 받은 상처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제가 다니던 시골교회에 그 당시 한국의 예레미야라고 부르던 김치선 목사님이 오셔서 부흥회를 인도하셨습니다. 매일 낮밤 사람들이 몰려들어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낮에는 학교에 가야 했고 밤이면 교회로 갔습니다. 그러나 교회안은 어른들만으로도 설자리도 없었습니다. 강대상 오른편에 출입구가 있고 작은 준비실이 있었습니다. 강대상은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이었습니다. 이미 그 곳도 10여명이 꽉 차 있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중에 부자 장로님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못 들어가고 서성거리고 있는데 안내 맡은 여자집사님이 그 아이 이름을 부르며 준비실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저도 따라 들어가려고 했더니 "얘는 목사 될 사람이니까 들어오고 너는 집으로 가라 "며 저를 밀쳐냈습니다.
저는 그날 밤 벌벌 떨며 밖을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두고봐라 누가 목사되나 "라는 말을 수십번 반복하며 창밖으로 간간히 들려오는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 여자집사님이 저에게 준 상처가 오히려 선을 이루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한나가 받은 상처와 수모와 고통이 오히려 합력해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된 것을 본문은 밝혀주고 있습니다.
2. 한나의 기도를 살펴보겠습니다.
10절을 보면 "기도하고 통곡하며"라고 했고, 11절을 보면 "서원하여"라고 했습니다. 한나의 기도는 통곡의 기도였습니다.
시편 56:8을 보면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라고 했고, 시편 126:5-6을 보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려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라고 했습니다.
서러워 울고, 원통해 울고, 억울해 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눈물은 별 의미도 가치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기도하고 통회하며 흘리는 눈물은 반드시 응답이 있고, 축복이 있습니다.
한나가 그 대표적인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세계에서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휴대전화에 빨리빨리(8282)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는 없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회심리학자들은 8282(빨리빨리)증후군이라고 말합니다. 서둘고 보채고 그러다가 안되면 절망하고 낙담합니다.
불란서의 사회철학자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가 쓴 책 중에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이 있습니다. 99년 출판되자마자 논픽션 부분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 책이고, 국내에서도 1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책의 요점은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가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현대인의 사색의 골방을 찾자는 것입니다. 먼저 말하지 말고 천천히 남의 말을 듣고, 뛰지 말라고 한가롭게 걷고, 움켜쥐려고 하지 말고 쓰다듬어 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빨리빨리 증후군에 시달려 제 정신을 못차리는 현대인에게 주는 경고이며 메시지인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는 고통과 절망과 멸시와 아픔이 나를 가로 막을 때 한나처럼 기도의 골방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나는 마음이 괴로울 때 하나님께 기도하고 통곡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아픔이 있고, 절망이 있고, 고통이 있고, 실패가 있습니다. 그때 할 일은 기도입니다.
우리가 애창하는 복음 찬송이 있습니다.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릴 때
주님은 우리 연약함을 아시고 사랑으로 인도하시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우리의 마음이 지쳐있을 때에 갈보리 십자가를 기억합니다.
주님은 우리 외로움을 아시고 내 마음에 기쁨 주시리
누군가 널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아멘.
3. 한나가 받은 응답을 살펴보겠습니다.
17절을 보면 "평안히 가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너의 기도하여 구한 것을 허락하시기를 원하노라"고 했고, 20절을 보면 "한나가 잉태하고 때가 이르매 아들을 낳아 사무엘이라 이름하였으니 이는 내가 여호와께 그를 구하였다 함이더라"고 했고, 27절을 보면 "여호와께서 나의 구하여 기도한 바를 허락하셨다"고 했습니다.
브닌나는 한나의 고통을 악용했습니다만 하나님은 한나의 고통과 통곡과 기도를 들으시고 사무엘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구한 것을 반드시 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지난 주간 저에게로 배달된 소포 하나를 받았습니다. 보낸 사람은 김문형이라는 이름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는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궁금해 뜯어보았더니 올리브기름과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그 편지에 담긴 사연을 소개함으로 구한 것을 주시는 하나님의 자상하신 사랑과 섭리를 나누려고 합니다.
3년 전 신설동교회 부흥회를 인도했습니다. 첫날 저녁 성가대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지휘자가 열심히 지휘를 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음악전공인 인가를 물었더니 올리브기름을 파는 사람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기름이 많이 팔릴거라고 칭찬해 주었던 일이 있었는데 바로 그분이 보낸 편지였습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존경하옵는 박종순 목사님께
목사님, 저는 목사님께서 약 3년전 부흥회 강사로 오셨던 신설동교회(당시 우영락 목사님 시무)의 성가대 지휘자였던 김문형집사입니다.
그간 목사님의 소식을 여러 매체를 통해 듣고 있었지만, 한번 찾아뵙고 인사 여쭙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목사님, 기억나시겠지만 저는 본업이 기름장수입니다. 기름으로 돈을 벌어 민간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목사님께서 신설동교회에 부흥강사로 오신 그때는 IMF가 한창이던 때로 저는 그야말로 부도 일보직전의 벼랑 끝에 서있었을 때였습니다. 제가 물건을 납품하던 대규모의 백화점들이 부도로 쓰러져 물품대금으로 받았던 어음은 이미 휴지 조각이 되었고, 환율은 2배로 치솟아 수입한 올리브유의 대금을 2배로 상환하여야 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회사와 창고에 화재까지 일어나 모든 집기와 물품들을 싹 태워버렸습니다. 손해난 금액만 10억원이 넘었고 남은 것이라곤 몸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아이들이 유학관계로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었고, 저는 현지에 송금할 돈도 없어 이제는 빈손으로 미국으로 들어가 노동이라도 하면서 아이들 학비라도 마련해야겠다고 작정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목사님께서 부흥회에 오신 것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설교 시작하시면서 이 교회 지휘자는 어디 음악선생인가 했더니 알고 보니 기름장수였네하고 성도들에게 웃음을 주시고 "올리브유는 성경에도 나오는 좋은 기름이니 많이들 드시오 그리고 이 사업은 번창할 것입니다 아멘 "하셨습니다.
우리교회 성도들은 이미 저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피죽 웃고 아멘을 별로 하지 않자 목사님께서는 "목회자의 말은 무서운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믿습니다 "라고 하여 모두 아멘하였습니다.
목사님, 그 당시 솔직한 저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저는 속으로 "목사님, 늦으셨어요. 아무리 그러셔도 이젠 끝났어요. 나라도 이 모양이고 저는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번창은 무슨 번창입니까? 아무튼 고맙습니다. 위로해 주셔서 "라는 심정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목사님. 그러나 사실이 그러했습니다. 보이는 희망도, 의욕도 상실된 상태에서 목사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 왔겠습니까?
그러나 목사님,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들어가려 준비를 하면서도 왠지 계속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라 정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간다면, 목사님 말씀은 어떻게 되며 정말 하나님께서는 이 사업을 축복하시지 않으시는 것일까?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기적같이 은행에서 도움을 주었고 판매는 다시 일어났으며 급기야는 회사 대지도 구입하여 사옥까지 짓게 되었습니다. 불과 3년여만의 일입니다. 목사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진 것이지요.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님, 수술 받으셨다는 소식 듣고 많이 걱정하였으나 건강을 되찾으셨으니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셔서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포해 주십시오.
참 저는 평양노회장이셨던 원효로의 성광교회 고 김동수목사님의 막내사위입니다.
언제나 목사님의 건강을 기도하겠습니다.
김문형집사 올림.
한나는 사무엘을 낳고 하나님께 드린 찬송과 감사 기도를 통해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2:6을 보면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라고 했고, 2:7을 보면 "여호와는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하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시는도다 "라고 했습니다.
살리기도 하시고 죽이기도 하시는 하나님,
부하게도 하시고 가난하게도 하시는 하나님,
흥하게도 하시고 망하게도 하시는 하나님,
될 수 있게도 하시고 안되게도 하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이 한나의 구한것들 들으시고 주셨습니다.
그 하나님은 오늘도 나의 구한 것을 들으시고 그대로 주십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며 고백이며 간증이 되어야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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