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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속으로 〓/영성 교회 성장 10대 지침등(가나다순)

제비뽑기의 신학적 검토

by 【고동엽】 2008. 8. 25.
 

제비뽑기의 신학적 검토

 

총신대가 발행하는 〈신학지남〉 2008년 여름호(통권295호)는 ‘제비뽑기의 규범성’을 게재하고 있다. 여기 제비뽑기의 규범성이라 함은 제비뽑기가 과연 교회가 계속,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할 규범이냐 또는 규범이 아니냐를 놓고 한번 따져보자는 뜻이다. 논문작성자인 정훈택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 신약학)는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제비뽑기 사례들을 유의하면서 사도행전 1장 26절 및 그와 관련된 구절들이 총회 임원과 상비부장 그리고 산하기관들의 부서장을 선출하는 제비뽑기 제도의 규범성 여부를 가리는 가장 적절한 성경구절로 판단하고 있다.

 

다음은 그가 제시한 맛디아를 열두 사도 중 하나로 보충했다는 사도행전 1장 26절의 네 가지 해석유형이다. 첫째로 뭉크(J. Munck)는 맛디아 선출이 투표를 통한 선거였기 때문에 제비뽑기 논의가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둘째로 몰간(C. Morgan)은 제비를 뽑아 맛디아를 선정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도들이 성령강림 이전에 하나님의 계획을 알 수 없었고,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할 수도 없었으며, 교회를 조직하기에 무능하여 제비뽑기라는 잘못된 방법으로 맛디아를 선출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셋째로 대부분의 신학자, 주석가, 설교가들은 제비뽑기는 초대교회가 한번 시행했던 사례라고 설명한다. 이런 해석은 멀리 크리소스톰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는 초대교회가 제비뽑기로 맛디아를 뽑은 것은 “아직 성령이 오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존 칼빈은 이 사례가 교회의 직무, 즉 목사나 장로의 선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 설립을 위임받은 사도의 보충을 위한 특별한 경우였음을 지적함으로써 역사적 사건으로써의 가치는 최대한 평가하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이요 단회적인 사실이었음을 강조했다.

 

네 번째는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제비뽑기가 규범이라고 주장하면서 교회의 선거에 직접 적용하려는 이들이다(렌스키·변종길). 그렇지만 정 교수는 “사도들이 주와 함께 있을 때 그들은 제비를 쓰지 않았고 성령께서 오신 후에도 쓰지 않았다. 다만 이 중간기에 있어, 또 이 한 사건에 있어 그들은 이를 적합한 방법으로 사용하였다.”는 벵겔(Bengel)의 견해를 상기시키면서 제비뽑기가 예수님의 승천 이후와 성령강림 이전 사이에 긴급하게 시행되었던 임시방편이라는 말은 성령강림 후에는 이 비상사태가 해소되었다는 것을 전제하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그에 의하면 사도단 보충대상으로 “두 사람이 추천되었을 때, 그리고 추첨에 들어가기 전에 베드로 사도는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시기 때문에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을 이미 뽑아 놓으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당신이 뽑아 놓은 사람을’ 제비뽑기를 통하여 ‘보여 달라’고 기도했다(24절). 그에게 제비뽑기란 하나님께서 미리 선택해 놓으신 사람을 교회에 알려주는 외부적 표시였던 것이다.

 

하나님이 제비를 통하여 한 사람을 선택한다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도행전 6장 1~6절에서 음식봉사자들을 뽑을 때 제비뽑기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집사로 보기에는 곤란하고 ‘봉사자’라고 하는 것이 타당한 교회의 일꾼들을 선출함에 있어, 오순절 성령강림 후인 이 때에 제자들(실은 사도들 것임)은 ‘제비뽑기 방식’이 아니라 ‘합의 방식’으로 현대교회의 지도자들 격인 이 봉사자들을 선발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교회의 전통이요 적합한 각종 봉사자들을 선출방식이라고 간주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찰 아래에서 정 교수는 결론짓기를 “맛디아를 사도로 뽑을 때 제비가 사용되었다는 본문은 현대식 제비뽑기를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직(職)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의미와 목적 그리고 그 정신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의 사례도 현대식 제비뽑기를 지원하지 않는다. 우리 시대에 교회의 어떤 직을 위하여 완전히 무조건적, 무작위성의 제비뽑기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분담하거나 순서를 정하기 위하여 구태여 제비뽑기를 한다면 구약의 정신을 조금 살릴 수는 있겠지만 교회에 가져올 위험이 훨씬 더 커진다. 제비뽑기는 거룩한 하나님의 방식이어서가 아니라 교회에 침입한 부패선거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쓰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편법은 항상 또 다른 문제들을 불러들인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서로 연합하고 조화하며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합의하는 길이 교회의 초석이신 예수님의 일과 가르침을 더 잘 살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우리 총회가 2001년 제86회기부터 제비뽑기 선거방식을 취했으니 어언 7년이 되었다. 본사가 조사한 바로는 총대들 절반 가량이 헌법대로 무기명 비밀투표에 의한 직선제 선거방식으로 회귀할 것을 바라고 있다. 확실한 것은 제비뽑기는 성경적 근거가 확실치 않는 선거방식이요 단지 금권선거 불식을 위한 편법이라는 점이다. 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회의 선거제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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