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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목사가 담임목사보다 월급 더 받는 교회'

by 【고동엽】 2008. 8. 22.
 

'부목사가 담임목사보다 월급 더 받는 교회'

 

가정 교회(셀 목회)를 최초로 목회에 도입시켜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최영기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미국 휴스턴의 서울침례교회에 가서 열흘 정도 머물며 가정 교회에 관한 교육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 교회를 방문하여 보니 이미 휴스턴의 서울침례교회는 가정 교회가 자리를 잡아 일반 교회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예배에 성도들이 감격과 기쁨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교회의 성직자들은 담임목사와 부목사, 전도사 가리지 않고 철저히 생활비 기준으로 사례를 받는 것이었다. 기본급이 똑같고, 가족 수당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담임목사보다 사례를 더 받는 부목사나 전도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담임목사인 최영기 목사보다 학생을 자녀로 둔 부교역자의 사례가 더 많다. 이 전통은 최영기 목사가 부임해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철저하게 수직적인 구조에서 수평적인 구조, 담임목사 중심의 개인 목회에서 팀목회로의 목회 구조 변혁에 대한 결과였다. 대단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예수님보다 담임목사의 말을 더 중요하게 여겨라?’ 오늘날은 교회가 성장하고 사역이 전문화·다양화된 시대이다. 따라서 과거에 한 사람의 능력으로 감당하던 일들이 이제는 여러 전문화된 사역으로 나누어서 사역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과거보다 부목사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그런데 한국 교회 조직에서 담임목사와 부목사 관계는 상당히 미묘하다. 일단 모든 권한이 담임목사에게 일임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부목사는 고유한 목사의 자리를 확보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 교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교회법에도 담임목사가 사임한 경우에는 모든 부목사들이 자동적으로 사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담임목사들도 대개는 부목사를 함께 하나님의 일을 하는 동역자라기보다는 자기의 일을 돕는 사람 정도로 생각한다. 어느 대형 교회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부목사들은 예수님보다 담임목사의 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다. 노골적으로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몹시 혼란스러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소수이겠지만 그 정서만은 대부분의 담임목사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목회철학으로 생기는 갈등은 실제 많지 않아” 담임목사들이 이렇듯 부목사를 자기가 다루어야 할 직원쯤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나름대로 있다. 우선 좋게 보아서 목회의 효율성을 위해서 부목사는 무조건 담임목사의 의견을 따라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종의 목회 철학의 일치를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목회철학의 차원에서 담임목사와 부목사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실제적인 이유는 담임목사가 부목사를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인들이 담임목사인 자신에게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사이에 부목사들이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것은 인간적으로 이해할 만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목사가 교인들을 선동해서 담임목사의 위치를 어렵게 만드는 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교회안의 문제이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뿌리깊이 박힌 의식 구조의 문제이다. 군대에서는 지휘관과 부관과의 관계, 회사에서는 사장과 비서의 관계, 집에서는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에서 보는 것처럼 종속적이고 계급적인 의식이 사회 관습화되어 교회 안에서도 그대로 아무런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오히려 은혜와 사랑으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러니한 모순이 연출되기도 한다.

 

‘담임목사의 의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그러나 이제는 시대를 흐름을 따라 목회자들도 생각의 변화를 가져야 할 때가 왔다.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담임목사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높낮이의 관계가 아니라 협동의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주일예배의 설교도 담임목사가 독점할 게 아니라, 부목사에게도 기회를 준다거나 또는 담임과 부목의 자리를 서로 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담임목사는 단지 외부적으로 교회를 대표하는 정도의 권한만 갖고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모든 교역자들이 공동으로 꾸려가는 길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정확한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톨릭에서는 개신교의 담임목사에 해당되는 본당 신부가 모든 사목을 독점하지 않고 다른 사제들과 거의 똑같은 권한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제도가 효율적이면서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지 나는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담임목사와 부목사 관계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교회의 ‘머리’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이다. ‘목사도 가르치는 장로’일 뿐이다. 그 진실을 잊지 않으려고 담임목사나 부목사가 노력했으면 좋겠다. 서로 종의 모습으로 섬김의 자세가 아쉬운 것이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모습이다. 장내성 / 예사목 공동대표·해병대중앙교회 담임목사 기사위치 /http://www.newsnjoy.us/news/articleView.html?idxno=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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