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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속으로 〓/영성 목회자(가나다순)

설교자가 희생하면 교회위기 사라질것”

by 【고동엽】 2021. 10. 19.
[명설교자에게 듣는다―이재철 100주년기념교회 목사] “설교자가 희생하면 교회위기 사라질것”
국민일보 |




서울 합정동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 담임 이재철(60) 목사는 본질을 추구하는 목회자다. 성도들은 물론 특히 장래의 목회자와 설교자가 될 신학생들이 따르기를 원하는 목회자 가운데 한 명이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이 목사는 이 땅의 성도들이 진짜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면서 크리스천은 예수님의 말씀을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말씀대로 사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었다. 최근 합정동 양화진 홍보관에서 다시 만난 이 목사는 좋은 설교는 사람을 모이게 하는 설교가 아니라, 사람을 진짜 크리스천으로 변화시키는 설교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전하기 위해서는 설교자들이 자신의 목회적 야망을 위해서 복음을 '미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설교란 무엇입니까.
"하나님 측면에서 설교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서 그 하나님의 마음을,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세상의 언어로 전하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 당신의 마음을 전하는 행위가 바로 설교입니다. 설교를 듣는 청중의 측면에서 설교는 청중의 눈의 비늘을 벗겨주는 것입니다. 사울의 눈의 비늘이 벗겨지면서 그는 바울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우리 각자에게는 이기심과 자기 욕망, 그릇된 습관 등 수많은 비늘이 있습니다. 비늘 때문에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합니다. 매일 거듭난다는 것은 그런 비늘들을 벗는 것입니다. 그래야 바르게 볼 수 있으니까요.

또한 설교자의 측면에서 설교는 하나님에 대한 헌신입니다. 헌신은 내 몸을 드리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서는 하나님의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죽어야 합니다. 설교가 선포되는 이 세상은 거짓과 투기, 온갖 기득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사는 청중에게 말씀을 전하고 칭찬받기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바르게 전하기 위해서는 세상은 물론, 심지어는 자신이 목회하는 성도들로부터 욕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가운데 되돌아오는 욕이 있다면 그것까지 감수하는 것이 바른 설교자의 자세입니다. 그래서 설교자에게 설교는 헌신입니다."

-소위 '잘하는 설교' '좋은 설교'는 결코 사람들이 환호하는 설교는 아니겠지요. 좋은 설교, 바른 설교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죠.

"요즘은 사람을 모이게 하는 설교가 좋은 설교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모이게 하는 것보다는 청중을 변화시키는 설교가 좋은 설교입니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에 신사참배를 반대했던 주기철 목사님이 감옥에 갇혀 계실 때에도 예배당에서는 여전히 설교가 외쳐지고 사람들은 좋은 설교가를 좇았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에 외쳐진 설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옥에 계셨던 주 목사님으로 인해 이뤄진 것입니다. 예수님의 설교 역시 사람을 변화시켰습니다."

-한국 교회의 위기는 강단의 위기라는 소리가 많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우리의 강단이 위기입니까.

"고린도후서에 보면 사도 바울 시대에도 강단의 위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복음을 혼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바울은 복음을 자신의 유익을 위한 미끼로 사용하는 것을 경고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야망이나 개인적 목표를 위해서 복음을 미끼로 써서는 안 됩니다. 신자의 수가 감소하는 것이 진짜 위기가 아닙니다. 한국 교회 강단에서 선포되는 복음에 불순물이 들어 있고, 복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화되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위기입니다. 또한 한국 교회 강단에서 사랑과 함께 하나님의 정의가 선포되어야 합니다. 대부분 사람을 모이게 하는 설교에서는 사랑만 외쳐집니다. 그러나 정의가 없이 외쳐지는 사랑은 마약과 같습니다. 물론 사랑 없이 정의만 부르짖으면 폭력이 되지요. 설교자들은 하나님의 정의 속에서 우리가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예수님은 사랑에 기초한 정의를 선포하시다 기득권층인 유대교인들의 욕을 먹고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설교자들이 그런 헌신된 자세로 욕먹을 각오를 갖고 사랑과 정의를 바르게 선포하면 교회의 위기는 사라질 것입니다. 한국 교인들의 헌신은 위대합니다. 그러나 바르게 깨닫지 못해서 잘못 헌신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강단이 살아서 모든 사람들 눈의 비늘을 벗기고 본질을 깨우친다면 우리 사회는 쉽게 바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목사님은 어떻게 설교를 준비하십니까.
"저는 '순서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성경을 순서대로 설교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사도행전을 본문 삼아 설교하고 있습니다. 강해설교는 주로 한 장 전체의 틀을 짜고, 그 틀 안에서 메시지를 전개합니다. 저는 주어진 구절, 혹은 한 단어를 통해서 성경 전체를 봅니다. 주일 설교가 끝나면 자연스레 다음주 설교 본문이 결정됩니다. 저는 일주일 내내 그 본문을 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묵상합니다. 주님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 구절을 창으로 해서 세상을 봅니다. 여러 가지 깨닫는 점을 메모해 둡니다. 토요일 오전 10시쯤부터 메모를 기초로 설교문을 작성합니다. 보통 주일설교는 35분에서 37분 정도를 하는데, 그 설교문을 작성하기 위해서 평균 12시간 걸립니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한 뒤 주일 아침에 나올 때까지 대문 밖을 나가지 않습니다."

-설교문은 모두 외우시나요.
"주일 새벽에 일어나서 모두 외웁니다. 스타일 차이인데요, 저는 원고를 보고 읽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외우는 과정은 힘들지만 모든 설교문을 숙지해서 교인들 얼굴을 대면하고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외우기 위해 A4 용지 절반되는 종이 앞뒤에 작은 글씨로 설교문을 작성합니다. 설교 내용은 검은색으로, 성경구절은 파란색으로, 원어는 빨간색으로, 예화는 초록색으로 하는 등 저만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강단에 서면 이 순서가 마치 실타래가 풀리듯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풀려지면서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전하게 되는 것이지요."(실제로 이 목사가 보여준 설교 메모장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인생은 무엇입니까.
"하나님과 더불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먼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 인생에서 설교자의 성공이란 어떤 것입니까.
"설교자가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자신이 전한 설교로 인해 사람들이 진실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설교자의 성공은 결코 세상에서 판단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성도 한 명을 놓고도 최선을 다해 설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이태형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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