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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에 정치가 필요한 이유

by 【고동엽】 2022. 12. 6.

인간 사회에 정치가 필요한 이유 우리 나라의 정치가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의 하나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강자에게 나눔을 설득하고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눈물을 닦아주는 방법이 의롭고 공평하지 못하면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려다가 또 다른 눈물이 생겨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목적은 좋은 것이지만 그 목적은 반드시 '의와 공평 사랑'을 통해서 달성되어야 합니다. 가끔 자신의 약점을 밝히지 않으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 그 약점을 가지고 비난하려는 경향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약점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것을 단순히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약점을 밝히는 순간 다가오는 편견의 멍에가 그리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그런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대한 인격자의 눈은 '사람의 허물을 덮어주려는 눈'이나, 대개 많은 사람의 눈은 '사람의 허물 보기를 즐거워하는 눈'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편견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을 밝히는 것은 후회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들한테 구걸하러 쪽박차고 갔다가 가진 쪽박마저 깨져 버리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왜 그런 일이 일어납니까? 강자한테는 아부하고 약자한테는 매정한 사람의 본성 때문입니다. 약점 때문에 위축된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그 약점이 얼마나 한이 되겠습니까? 그 한을 누가 제대로 이해하겠습니까? 그런 약점이 없는 사람들이 그 한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는 참으로 위대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인격자는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약점은 그 약점을 가진 사람들이 잘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의 한은 장애인이 가장 잘 이해하고, 구박받는 며느리의 한은 같은 구박받는 며느리가 가장 잘 이해할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뭉치면서 계층감정, 학벌감정, 지역감정, 노사감정, 의약감정 등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사람에게 있는 '맺힌 감정의 표출'을 따스한 시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필요합니까? 맺힌 것을 풀 수 있는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필요합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의 한 사람으로 여겨졌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 장애인이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미국 내에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은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통해 자신들의 응어리진 한을 일부나마 풀었을 것입니다. 옛날에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소설가 박원식 씨가 김영삼 대통령을 배출함으로 거제도 주민들은 유배지라는 오명의 한을 청산하고 새로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멸치 잡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김 대통령은 거제의 자존심을 단숨에 일으켰다. 말하자면 거제 사람들은 소년 때부터 책상머리에 [미래의 대통령 金泳三]이라 써 붙였던 한 당찬 개성의 소원 성취와 더불어 일종의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게 되었다. 그것은 지연적 유대에 앞서는 어떤 본원적 정서에까지 줄이 닿아 있다. 지난 날 거제 사람들은 일쑤 고향을 숨기는 경향이 많았다고 한다. 섬사람에 대한 뭍사람들의 비꼬인 편견과 비하 앞에서 그렇게 처신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처사로 간주되기까지 했다. 그래서 마지못해 고향을 밝히는 경우에도 [글쎄, 거제 태생이지만 워낙 일찍 나와서 고향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라는 식이었다. 섬들의 인상이 대개 그렇듯 거제도 역시 유폐와 피신지로 가늠된 데다가 6.25 때 설치되었던 포로수용소의 역사가 줄기차게 상기되면서 거제 사람들의 고향의식마저 마모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정서적 풍조를 단번에 깨뜨린 효과가 바로 김영삼이라는 이름의 풍운아로부터 터져 나온 것이다. 요즘 거제 사람들은 경향 각지에서 [사실은 거제 사람이오]고 당당히 밝히고 나서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 같은 사실은 김 대통령 탄생 이후 벌어진 가장 특이한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약점으로 한이 맺힌 사람들에게는 사회로부터 주어지는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필요합니다. 그것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 필요성을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인간 사회에 정치가 존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주어지는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불의와 매도와 거짓으로부터 주어지면 그것은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단순한 '한풀이'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그 카타르시스가 의과 공평과 사랑으로부터 주어질 때 그것이야말로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바른 정치'가 될 것입니다. 정치는 한을 풀어주기에 힘써야 하지만 '한풀이'가 되도록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 이한규목사(분당 샛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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