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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토트의 '제자도'를 읽고

by 【고동엽】 2021. 11. 5.

존 스토트의 제자도를 읽고


존 스토트는 그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훌륭한 교회의 선생이다. 그의 마지막 책이 될 ‘제자도’는 한 세기의 교회를 돌보는 사람으로 하나님께 쓰임받았던 이의 유언 같은 책이다. 사실 스토트는 그가 유언처럼 남긴 다른 책이 있다. 그것은 ‘복음주의의 기본진리’란 책으로 믿음의 후배들에게 복음주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 주고자 했던 그의 열심과 교회를 향한 사랑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그는 예상보다 많이 살았고 88세의 나이에 ‘제자도’를 쓰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책이 스스로가 그렇게 말했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그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이다.


‘마지막’이란 단어가 주는 일종의 안타까움이 이 책을 펼치면서 마음 속에 퍼져갔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 슬픈 일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radical disciple'이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급진적인 제자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모든 책에서처럼 이 책에서도 그의 문체는 결코 격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도 담담하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그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그리스도에 대한 것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급진적으로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의 영광을 옹호하고 선포한다. 그는 결코 그리스도에 대해 변론하지 않는다. 그저 꿇어 엎드리고 다른 이에게도 그러한 것이 마땅하다고 선언할 뿐이다. 나는 그의 그리스도에 대한 겸손하고 확고한 사랑과 헌신에 언제나 깊은 매력과 존경을 느낀다. 그리고 잠자고 있던 나의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을 아주 세련되게 되살리곤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자신이 표현하듯 “모든 예수의 제자에게서 그리고 특히 나 자신에게서 보고 싶”은 여덞가지 자질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것은 불순응, 닮음, 성숙, 창조 세계를 돌봄, 단순한 삶, 균형, 의존, 죽음 등이다. 그는 특히 자신에게서 보고 싶은 자질이 위의 것임을 결론에서 말하고 있다. 나에게 있는 모습이라고 말하지 않고 나에게 보고싶은 모습이라는 표현이 참 가슴에 깊이 남는다. 그는 나아가 이 여덞가지가 결코 전부가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각자가 성경에 입각하여 자신의 문화 가운데서 스스로가 갖춰야 할 자질의 목록을 가져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여덞가지 자질을 개괄하자면 먼저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세상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다른가? 그것은 다름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인데 이는 무늬만 기독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말씀 가운데 성숙하는 삶이다. 이런 이들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창조 세계를 돌보며, 검소하고 이웃을 돌보는 단순한 삶을 산다. 그리고 개인의 신앙과 교회 공동체로서, 하나님을 예배하며 동시에 증거함으로, 마지막으로 순레자인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균형 잡힌 삶을 산다. 그리고 그는 자만하지 않고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의존하는 동시에 우리 주위의 사람에게 짐이 되는 의존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끝으로 참된 제자의 삶에서 죽음이 발견된다. 바울 사도의 증언과 삶이 보여주듯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신학적 견해의 차이가 크다고 여겨지는 이를 긍정적으로 인용함으로 스토트의 약점이자 강점인 연합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는 캔터베리 대주교인 마이클 램지를 지속적으로 긍정적으로 인용한 것이다. 아쉽지만 로이드 존스, 이안 머레이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은 나로서는 이런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바울 사도가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듯 우리는 아볼로나 베드로나 바울을 따르는 이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로서 나는 여전히 스토트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내 작은 머리와 부족한 생각에 아쉬움으로 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그를 향한 내 마음의 극히 작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일 끝에는 그의 마지막 인사가 실려있다. 마지막 인사임에도 결코 감상에 젖지 않는 그를 보며 참 스토트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마지막 인사에서 강조한 내용을 나도 강하게 지지하며 짧게나마 나누고 싶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책을 가까이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영혼에 매우 유익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직접 인용하자면 이렇다. “나는 여러분에게 끊임없이 책을 읽으라고 강권하고 싶다. 여러분도 읽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강권하라 이것이야말로 많이 무시되고 있는 은혜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게 이렇게 말하는데 지난 세기에 성령의 일하심을 통해 집필된 책을 무시하는 것은 곧 성령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여기에 이렇게 말하며 독후감을 마무리 하고 싶은데 이미 존 스토트의 많은 저작들은 우리가 읽어야 할 지난 세대의 성령의 일하심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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