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설교〓/설교.자료모음

세상의 선물로 사는 우리 -에베소서 3:2-7

by 【고동엽】 2022. 7. 3.
세상의 선물로 사는 우리


에베소서 3:2-7


(2000/1/2, 새해 감사)

새해 첫주일 아침, 좋으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은총과 평화를 여러분 가운데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2000년이 되면 해가 서쪽에서 뜰 줄 알았더니 동쪽에서 뜨더군요. 새삼스럽게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고마웠습니다.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창8:22)
사람은 신실함이 없을지라도 하나님은 당신의 약속을 어기시는 법이 없습니다. 작년 1월 첫주에 저는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정채봉님의 [첫마음]이라는 시를 소개했습니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어쩌다가 병이 나은 날의,/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하략)

우리가 첫 마음을 잃으면 인생은 습관이 되고, 감격보다는 권태와 짜증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첫 사랑의 마음을 회복하셨습니까? 회복하셨다면 다행입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다시 한번 첫 사랑의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일꾼: 자기를 비운 사람


지난 연말 한 해를 정리하면서 저는 첫 사랑의 마음을 회복한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에베소서 3장 7절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복음을 위하여 그의 능력이 역사하시는 대로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따라 내가 일꾼이 되었노라."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후 삶의 뜻을 찾았습니다. 예수를 만나 그와 사랑에 빠진 후 바울은 자신을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규정했습니다. 마지 못해 일꾼이 된 것이 아닙니다. 기쁜 마음으로 그는 일꾼이 되었습니다. 강요에 의해 일꾼이 된 사람들의 일에는 기쁨이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기쁜 마음으로 일꾼이 된 사람들에게 일은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일꾼이 되기 위해 이전에 즐기던 것을 다 배설물처럼 버렸습니다. 예수라는 보배를 만나고 보니 동년배들보다 학문에 뛰어나다는 세평, 경건하다는 찬탄, 신앙에 열정이 있다는 칭찬, 출세의 탄탄대로를 걷는 자의 자부심…과거 그의 삶을 온통 사로잡았던 이런 것들이 돌연 빛을 잃고 만 겁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것을 버리게 마련이지요. 저도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알록달록한 구슬을 한 가득 모아두었던 구슬통, 딱딱한 종이로 접어 비장의 무기로 간직했던 딱지…지금은 이런 게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도 내가 그런 것을 가지고 논다면 필경 '얼빠진 사람' 소리를 듣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버려야 할 많은 것들을 가슴 속에 저장해두고 살고 있지 않습니까? 남들에 대한 불쾌한 기억과 편견, 자기 자랑과 허영심…우리가 정말 성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것들을 빨리빨리 비워내야 합니다. 그것을 비워내지 않으면 더 소중한 것이 들어올 여백이 없기 때문입니다.



진리 안에 사는 삶


믿음이란 '많은 것'을 팔아 '하나'를 사는 것입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인 그 '한 분' 예수 그리스도와 만났기에 그의 삶을 장식해주던 자랑거리들을 다 청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삶은 단순해졌습니다. 삶이 단순했기에 힘있게 살 수 있었던 거구요. 단순하다는 것은 정신이 이리저리 찢기어있지 않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식인들이 무기력해 보이는 까닭은 그들의 정신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하다는 것은 매인 데가 많다는 말이고, 매인 데가 많으면 자유롭지 못할 수밖에 없겠지요? 자유함이 없는데 삶에 힘이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한다는 말은, 진리 안에서 사는 사람은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기에 처신이 활달해지고 당당해진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진리 안에 사는 사람은 살아있음이 곧 하나님의 선물임을 깨닫고 삽니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살게 하신다는 것을 아는 거지요. 인생의 쓰라린 맛을 많이 본 사람들은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그것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참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지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사는 게 힘들다고 합니다. 저도 아주 힘들 때가 많아요. 저는 하나님께 여쭈어 볼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 내가 좋은 뜻 가지고 살려고 하는 데 생이 왜 이렇게 고달프지요?' 그러면 제 마음 속에서 하나님이 대답하십니다. '네가 좋은 뜻 가지고 산다는 생각하니까 힘들지. 내 뜻이 아니라, 네 뜻대로 살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봐라. 힘만 빠지지.' 참 어리석은 게 사람인가 봅니다. 내 뜻대로 살려다 보니까 결과에 집착하게 되고, 결과에 집착하다 보니 평안이 없어요. 여러분, 올 한 해는 그저 딴 생각 마시고 하나님 뜻대로 살아보십시오. 하나님의 일꾼이 되십시오. 하나님 뜻대로 사는 것은 무엇일까요? 세상의 선물로 사는 것입니다.



선물로 산다는 것


선물로 산다는 것이 뭐 비장한 결심을 하여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목마른 이에게는 물 시원한 물 한 잔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선물입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식은 밥일망정 정성으로 차려주는 밥상이 선물이겠지요.
-외로운 이들에게는 다가가 벗이 되어 주는 것이 선물일 겁니다.
-인정에 굶주린 이들에게는 따뜻한 말 한 마디, 다정한 눈빛조차 좋은 선물이 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의 불편을 덜어주려는 작은 실천도 좋은 선물입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급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언제까지나 변하는 않는 넉넉한 사랑으로 기다려주는 것도 크나큰 선물이 될 겁니다.
-인정받는 일에 마음 쓰는 사람들 틈에서, 묵묵히 몸을 굽혀 섬기는 삶도 또한 세상의 선물로 사는 생이 될 것입니다.
-피조물들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피조물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삶의 길을 택하는 것도 세상의 선물로 살아가는 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 줄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선물이 아니겠습니까?



우 리


세상의 선물로 살아가려는 이들은 외롭지 않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하나님은 그루터기를 남겨두셨기 때문입니다. 이세벨에게 쫓기던 엘리야는 호렙산 동굴에서 하나님과 만났습니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느냐?"는 물음에 엘리야는 자기 처지를 하소연합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고,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는데, 남은 것은 자기 뿐이라는 거지요. 그런데 그들은 자기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새로운 소명을 줍니다. 다메섹에 가거든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왕이 되게 하고,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게 하고,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선지자가 되게 하라는 것입니다. 소명을 주신 후에 뭐라고 하십니까? "내가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않고 입맞추지 않은 선지자를 칠천 명을 남겨두었다." 이 세상에 나 하나만 남았다는 생각은 하나님을 무시하는 거라는 거지요. 그것은 교만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세상에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종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사람이 어찌 다 알겠습니까? 절망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을 가장 무시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선물로 살아가는 '나'와 '너'가 모여 '우리'가 될 때 우리는 쉽게 절망하지 않게 됩니다. 교회는 희망의 알갱이들이 모여 이룬 '희망의 공동체', 곧 '한 우리'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넘어 우리는 서로에게 선물이 되려는 마음으로 일치를 이루어야 합니다. 전도서 기자는 '함께 함'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또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4:9-12)

올 한 해 우리 교회는 [세상의 선물로 사는 우리]라는 목표를 정하고 한 해를 시작합니다. 각 선교회, 각 부서는 이 목표에 접근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의 선물로 살기 위해 땀 흘릴 때, 주님의 얼굴을 한결 환하게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실천의 주체는 평신도들인 여러분들입니다. 이 목표는 내일의 목표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목표임을 잊지 마십시오. 올 한 해 하나님의 능력이 역사하시는대로 복음의 일꾼으로 바로 서는 나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등 록 날 짜 1970년 01월 01일 09시 33분 20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