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예수와 나뿐(마가복음 9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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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예수와 나뿐(마가복음 9 : 1-8)

 

또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기 섰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 하시니라.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저희 앞에서 변형되사 그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만큼 심히 희어졌더라. 이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저희에게 나타나 예수로 더불어 말씀하거늘 베드로가 예수께 고하되 "랍비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하니 이는 저희가 심히 무서워하므로 저가 무슨 말을 할는지 알지 못함이더라. 마침 구름이 와서 저희를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 하는지라. 문득 둘러보니 아무도 보이지 아니하고 오직 예수와 자기들 뿐이었더라.

 

이 세상은 무슨 말로 변명을 하여도 괴로운 세상임이 사실입니다. 전쟁의 공포는 항상 우리 주위에 있고 좋은 소식이란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거니와 현재도 그렇고 미래는 더욱 암담하기만 합니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그 옛날 말하기를 아무리 어두운 밤하늘이라도 자세히 보면 별 하나는 보인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별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암담한 세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람마다, 그리고, 세계도 계속 진통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세상에는 이렇게 문제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조금은 좁은 소견같이 보입니다만 이것 역시 자기 자신의 문제로 돌려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이는 왜냐하면 내 마음이 편하고 보면 내 앞에 펼쳐지는 세계도 아름답게 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예컨대 새가 소리를 내는 것을 들으면서도 자기 마음이 기쁠 때에는 새가 노래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기 마음이 슬플 때에는 새가 운다고 합니다. 진정, 새가 우는 것인지 노래하는 것인지를 분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표현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기 마음의 처지대로 사물을 보고, 세계를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그 세계관과 자기관이 하나로 통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마음에 고통이 있다면 그것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일반적 상식으로 말하기를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일단 욕심을 줄이라, 혹은 욕망을 줄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인데 그러나 그것도 근본적인 해결일 것 같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가 생각해 보고 우리의 이성, 우리의 논리, 우리의 과거 경험들에 비추어 추리해 볼 때 이 정도로, 이렇게 되면 망하고 끝난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느끼며 공포에 쫓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더욱 깊이 생각해 보면 이 모든 문제가 소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한 절망의 문제입니다. 비록 현재는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확실한 미래만 보장된다면 야 지금의 어려움은 참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래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니 결국은 소망의 문제입니다. 다시 한번 깊이 들어가 생각해 보면, 이 소망의 문제도 주관적으로 볼 때는 결국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입니다. 그 때문에 현재 내가 기쁜 일을 당하고 있으면 앞으로도 기쁜 일이 있을 듯이 전망할 수 있고, 그렇지를 못하여 현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이제는 앞도 보이지를 않고 뒤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현재가 행복하면 지난 날의 고통을 정당화 하고 미화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 날의 그 숱한 고생을 오늘의 이 기쁨을 위해 있었던 것으로 좋게 해석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에 기쁘면 저 미래도 아름답고 푸르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제 결론을 지어 한마디로 묶어 이야기하자면 첫째는 나 자신의 문제요, 둘째는 현재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말씀은 이런 모든 문제와는 달리 전혀 차원이 다른 행복의 절정을 말해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느 날 제자 셋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셔서는 그들 앞에서 자기의 모습을 변형시키셨습니다. 그래서 그 얼굴과 몸의 광채는 물론이요, 그 옷까지 광채가 나는 흰 옷을 입으시고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시게 됩니다. 그럴 때에 본문에 보면 제자들이 너무도 황홀하여 놀랍고 두려워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중에서 엉겁결에 하는 말이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라고 말합니다. 이대로가 좋고 이대로 오래 오래 있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대로 끝내도 좋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응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극치입니다. 진정한 행복의 극치는 뭐라고 앞 뒤 가릴 것 없이 이대로가 좋다 하는 그 순간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본문에서의 이 말도 앞으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여기가 좋다는 베드로의 고백입니다. 게다가 몹시 당황하고 두려워서 한 말이니 그야말로 정신없이 한 말이라는 것입니다. 프로이드(Freud)의 말에 의하면 의식을 가지고 한 말과 의식 없이 한 말을 비교하면 의식을 가지고 한 말은 대체로 거짓말이고 정신없이 한 말이 진짜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 여기에서 정신없이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한 그것이 진짜란 말입니다. 정말로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욕망이 이루어진 것입니까? 특별한 것을 소유라도 했습니까? 출세를 했어요? 앞날이 보이기라도 한 것입니까? 그 어느 것 하나,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오직 예수! 예수님을 만나는 그 순간 저들은 이렇게 기뻤습니다. 예수님의 본체를 아는 순간 이렇게 기뻤습니다. 이것은 종합적 인식입니다. 여기엔 긴 설명이 없습니다. 철학도 논리도 필요가 없습니다. 보았습니다. 만났습니다.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좋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험이요, 행복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오늘 본문의 말씀대로 예수님께서 이제 변형되셨다고 하였는데 이 "변형"이라는 말은, 뜻 그대로 모습, 모양이 변화된 것입니다. 그러나 신학적으로 깊이 생각해 보면 이는 변화시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본래 하나님이십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이십니다. 그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본래 영화로운 몸입니다. 태초부터 영화로우신 분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잠시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여기에서 그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나아가 앞으로 있을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다음에 영광스럽게 나타나실 그 모습을 미리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것은 종말적이요 본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선생으로 모시고 있는 그 예수가 이런 분이란 말입니다. 이제 그 본체를 아는 순간 그는 다른 아무 소원이 없었습니다. 그저 엄청난 행복만이 쌓이게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가 아닙니까? 이제 그 영광스러운 분이 육체를 입어서 우리 가운데 거했다는 말입니다. 그런 분임을 아는 순간 여기가 좋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짜증이 나며,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가? 사실은 많을 것 같아도 많을 것도 없습니다.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본체를 뵙는, 얼굴과 얼굴로 대하는 체험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 또한 같은 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어느 처지에 있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지 간에 주님의 본체를 대했다면 주여 이대로, 여기가 좋습니다. 혹 어떤 분은 이대로 죽어도 좋습니다 라고 말하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고로 문제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입니다. 사도 요한은 요한복음 1장 14절에 유명한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그는 예수님을 만난 체험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말씀되신 그 예수를 알고, 그 다음에 병 고치는 것, 수고하시는 것, 십자가에 죽으시는 것 등, 모두 다 그 빛에 의해서, 그 거룩한 고백에 의해서 해석하게 되는 것이 요한복음의 주제입니다. 우리가 보니, 곧 내가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더라! 참으로 굉장한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우리가 성화 되어서 중생 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중생하고 성화 되어지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장면을 특별히 누가복음 9장에 기록된 것에서 찾아볼 것 같으면 32절 말씀에 "베드로와 및 함께 있는 자들이 곤하여 졸다가 아주 깨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곤히 졸다가 눈을 떠보니 예수님의 이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 말씀이 그렇게도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진정 대단한 휴머니즘(humanism)이 있습니다. 여러분! 그와는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고행을 하고, 선행을 베풀며, 금식을 하고, 깨끗이 살면서, 열심히 기도하더니 예수님의 본체를 보았다는 것하고는 전혀 이야기가 다른 것입니다. 인간 경건의 경지나, 그 절정에서 주님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 명상에서도 아니고, 극기에서도 아니며, 고행에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졸다가 말입니다. 저들은 예수님과 함께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 외에 아무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다. 졸다가 눈을 떠보니, 어휴! 이런 영광스런 장면을 보게 된단 말입니다. 어느 사이에 내가 주님의 그 영광 속에 들어가 있단 말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내가 주님의 품안에 있고 주님의 영광 중에 함께 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처럼 놀라운 고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다시 말합니다.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주목하고 우리 손으로 만진 바라!" 이것은 헬라 철학을 완전히 무시하는 이야기입니다. 복음을 오로지 살아있는 생생한 사건으로 말하며, 또 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주님을 만나는 사건이 먼저 있고야 중생 되어지고, 중생하고야 거룩해지며 그리고 승리의 생활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영원한 현재성에 그리스도인의 삶의 의미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자세히 보면 계속하여 재미있는 말씀이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 이 사람 베드로는 자기의 자기 됨을 잊어 버렸습니다.

내가 감히 이렇게 영광스러운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자기 자격에 대한 살핌도 다 잊어 버렸습니다. 그것 또한 중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순간에 자기 모습이 보인다면 이건 도망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추한 모습, 그 더러운 인간성이 보인다면 감히 어떻게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겠습니까? 좀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만약 천당에 가서도 세상에서 지은 죄가 계속 생각난다면 차라리 지옥을 가는 것이 낫지 어떻게 그 상태로 그 속에서 살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변화산에서의 장면을 보면 베드로는 자기 모습에는 전혀 관계치를 않습니다. 내가 얼마나 무자격하고, 얼마나 추한 죄인이며, 얼마나 못된 인간인가 하는 문제가 전혀 생각나지를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를 미워할 생각도 없고 자기 자신을 저주할 마음도 없어요. 오직 하나의 마음, 하나의 기분으로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여기가 좋습니다일 뿐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입니까? 미래에 할 일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부끄러움도 개념치 않았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즐기는 행복을 누릴 수 없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어린애들은 보면 꾸중을 듣고 한참 울다가도 좋은 일이 새기면 금방 웃고 즐거워합니다. 그것을 보고 금방 울다가 웃기는 왜 웃냐며 변덕스럽다고 하지만 실은 어른들은 그렇지를 못하기에 행복이 없는 것입니다. 슬프다가 기쁘면 기뻐할 것이지 무슨 체면 때문에 못할 것이더란 말입니까?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오늘 이 시간에 베드로는 아무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그대로 주님과 함께 기뻐합니다. 사실 베드로는 처자식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집안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자기 직업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지금 산아래 동네에서는 다른 제자들이 곤경에 처하여 핀잔을 받고 있습니다만 그 어떤 문제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나! 그러면서 이제 예수님의 영광 속에 들어가 있는 자기 모습을 벌써 보고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감격합니다.

이제 조금 더 나아가면 더욱 재미있는 말씀이 있습니다. 베드로의 말인즉 초막 셋을 짓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예수님을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각각 따로 지어 모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면 최소한 넷은 지어야 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희들은 어떻게 지내려고 세 분을 위해서만 짓겠다는 말입니까? 이 영광스러운 분을 천막에 모신다는 것은 정신나간 소리이지만, 그러나, 좌우간 즐겁고 고마운 마음에서 초막을 짓겠다는 것인데 거기에 자기들을 위한 초막은 없습니다. 자기 걱정이 없어요,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겠는가가 없단 말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모세는 율법의 대표자요 엘리야는 선지자의 대표자입니다. 이들이 예수로 더불어 말씀했다고 하였는데 누가복음 9장 31절에 보면 영광 중에 나타나셔서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의논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깊은 의미가 있는 말씀입니다. 영광 중에서 십자가를 의논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제자들은 천막 셋만 짓겠답니다. 지금은 아무런 불평도 원망도 없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돈 많은 부자로 일생을 거의 다 보내고 이제 나이 많이 할머니가 되어서야 예수를 믿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손녀의 손목을 잡고 시장엘 나가게 되었는데 그날 따라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몇 차례에 걸쳐 얼마씩의 돈을 주곤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어린 손녀가 보고 있다가 하는 말이 "할머니 참 손해 많이 보네" 하더랍니다. 이에 할머니는 그 어린 소녀가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간에 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나는 예수 믿어서 급한 성격도 버렸고, 남 흉보던 말도 잃어버렸으며, 세상 쾌락과 욕심도, 이기심도, 다 잃어버렸다. 이제는 예수뿐이다." 예수 믿어 다 잃어 버렸어요. 그러나 오직 예수로 만족하고, 예수로 행복합니다.

오늘 이 변화산의 베드로는 오직 예수뿐, 자기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따위엔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다른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그것으로 전부요, 그것으로 끝나고 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죄 지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그것 하나만 있으면 충분한데, 무엇이 그렇게도 문제가 많아서 결국은 불평하며 원망하게 됩니다.

특별히 오늘 본문의 말씀은 십자가를 앞에 놓고 이 사건이 있었다는 데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께는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이 광경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의 9장 1절을 비롯하여, 공관복음서인 세 복음서가 이 사건에 연결하여 반드시 앞서 특별히 강조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여기 섰는 사람 중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엿새 후에 이 사건이 있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이 변화산의 사건은 하나님의 나라의 임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제 일시적으로 저들 앞에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하나님의 나라 안에 있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고 또한 이를 통하여 어떠한 고통, 어떠한 십자가, 어떠한 가시밭길이라도 갈 수 있게 하려는 데에 그 의도가 있는 것이올시다. 십자가의 길도 변화산의 체험이라면 기쁘게 지고 갈 수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니라."(행 14:22) 그렇습니다. 그 날에 있을 사건입니다. 그런고로 우리는 그 날에 있는 영광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십자가를 집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1장에서 말하기를 "우리 주 예수의 날에 너희가 우리의 자랑이 되고 우리가 너희의 자랑이 되는 것이니라." 그 날을 생각하고, 그 날의 영광을 생각하는 이것이 종말론적이요, 본래적이며, 또한 현재적이어야 합니다. 그 때문에 고난을 극복하며 이겨나가는 것입니다.

변화산의 기적은 사건만이 아니라 약속입니다. 이것은 결코 하나의 환상이 아닙니다. 이 약속을 보여주셨기에 그 약속을 믿는 신앙으로 그 모든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올시다.

여기 한 병자의 기도가 있습니다.

"주님! 나는 당신에게 출세의 길을 위해 건강과 힘을 구했으나 당신은 저에게 순종을 배우라고 나약함을 주셨습니다. 주님! 위대한 일을 하고 싶어 건강을 청했으나 당신은 보다 큰 선을 하게 하시려고 병고를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 부귀를 청했으나 당신은 내가 지혜로운 자가 되도록 가난을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만민이 우러러 존경하는 자가 되고 싶어 명예를 청했으나 당신은 비참하게 만드시어 당신만을 필요로 하게 해주셨습니다.

주님! 홀로 있기가 외로워 우정을 청했으나 당신은 세계의 형제들을 사랑하라는 넓은 마음을 주셨습니다. 주님! 당신에게 삶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청했으나 당신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하는 삶의 길을 주셨습니다. 내가 당신께 청한 것은 하나도 받지 못했으나 당신이 내게 바라던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것이 진정 믿는 자의 기도입니다. 오직 예수!

문제가 많은 것 같으나 사실은 아직도 주님을 바로 만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고 그래서 중생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땅으로만 기울어지고 있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영광의 메시아를 바로 보며, 그리스도와 나와의 바른 만남의 관계가 이루어질 때, 그 영광과 그 체험에 살아갈 때, 이 세상의 고통이 문제될 것이 없으며 오늘 당하는 고통 그 자체도 벌써부터 행복의 벅찬 마음으로 이겨 나가게 되는 것이올시다.

여러분! 이제 마지막으로 들려지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십시다.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 이 말을 듣는 자에게 바로 이와 같은 영광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기도

 

은혜로우신 아버지여!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고 살면서도 땅에 매여 헤어나지를 못하고, 주님의 십자가를 믿고 살면서도 항상 원망과 불평에 살아가고 있는 어리석고 가련한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사랑하는 주님! 이 시간에 우리의 마음을 이끄시사 저 변화산의 경험에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주님과 나뿐인 그 아름답고 깨끗한 관계 속에서 모든 문제의 해답을 얻고, 모든 문제의 해결을 보게 하옵소서. 그리고 그 영광의 날과 그 약속을 바라보며 오늘의 고난을 기뻐하게 하시고 주여, 이대로 여기 있는 것이 좋습니다 하는 그 고백으로 승리의 생활을 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오직 예수와 나뿐(마가복음 9 : 1-8)

 

또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기 섰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 하시니라.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저희 앞에서 변형되사 그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만큼 심히 희어졌더라. 이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저희에게 나타나 예수로 더불어 말씀하거늘 베드로가 예수께 고하되 "랍비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하니 이는 저희가 심히 무서워하므로 저가 무슨 말을 할는지 알지 못함이더라. 마침 구름이 와서 저희를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 하는지라. 문득 둘러보니 아무도 보이지 아니하고 오직 예수와 자기들 뿐이었더라.

 

이 세상은 무슨 말로 변명을 하여도 괴로운 세상임이 사실입니다. 전쟁의 공포는 항상 우리 주위에 있고 좋은 소식이란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거니와 현재도 그렇고 미래는 더욱 암담하기만 합니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그 옛날 말하기를 아무리 어두운 밤하늘이라도 자세히 보면 별 하나는 보인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별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암담한 세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람마다, 그리고, 세계도 계속 진통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세상에는 이렇게 문제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조금은 좁은 소견같이 보입니다만 이것 역시 자기 자신의 문제로 돌려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이는 왜냐하면 내 마음이 편하고 보면 내 앞에 펼쳐지는 세계도 아름답게 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예컨대 새가 소리를 내는 것을 들으면서도 자기 마음이 기쁠 때에는 새가 노래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기 마음이 슬플 때에는 새가 운다고 합니다. 진정, 새가 우는 것인지 노래하는 것인지를 분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표현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기 마음의 처지대로 사물을 보고, 세계를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그 세계관과 자기관이 하나로 통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마음에 고통이 있다면 그것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일반적 상식으로 말하기를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일단 욕심을 줄이라, 혹은 욕망을 줄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인데 그러나 그것도 근본적인 해결일 것 같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가 생각해 보고 우리의 이성, 우리의 논리, 우리의 과거 경험들에 비추어 추리해 볼 때 이 정도로, 이렇게 되면 망하고 끝난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느끼며 공포에 쫓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더욱 깊이 생각해 보면 이 모든 문제가 소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한 절망의 문제입니다. 비록 현재는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확실한 미래만 보장된다면 야 지금의 어려움은 참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래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니 결국은 소망의 문제입니다. 다시 한번 깊이 들어가 생각해 보면, 이 소망의 문제도 주관적으로 볼 때는 결국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입니다. 그 때문에 현재 내가 기쁜 일을 당하고 있으면 앞으로도 기쁜 일이 있을 듯이 전망할 수 있고, 그렇지를 못하여 현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이제는 앞도 보이지를 않고 뒤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현재가 행복하면 지난 날의 고통을 정당화 하고 미화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 날의 그 숱한 고생을 오늘의 이 기쁨을 위해 있었던 것으로 좋게 해석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에 기쁘면 저 미래도 아름답고 푸르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제 결론을 지어 한마디로 묶어 이야기하자면 첫째는 나 자신의 문제요, 둘째는 현재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말씀은 이런 모든 문제와는 달리 전혀 차원이 다른 행복의 절정을 말해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느 날 제자 셋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셔서는 그들 앞에서 자기의 모습을 변형시키셨습니다. 그래서 그 얼굴과 몸의 광채는 물론이요, 그 옷까지 광채가 나는 흰 옷을 입으시고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시게 됩니다. 그럴 때에 본문에 보면 제자들이 너무도 황홀하여 놀랍고 두려워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중에서 엉겁결에 하는 말이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라고 말합니다. 이대로가 좋고 이대로 오래 오래 있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대로 끝내도 좋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응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극치입니다. 진정한 행복의 극치는 뭐라고 앞 뒤 가릴 것 없이 이대로가 좋다 하는 그 순간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본문에서의 이 말도 앞으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여기가 좋다는 베드로의 고백입니다. 게다가 몹시 당황하고 두려워서 한 말이니 그야말로 정신없이 한 말이라는 것입니다. 프로이드(Freud)의 말에 의하면 의식을 가지고 한 말과 의식 없이 한 말을 비교하면 의식을 가지고 한 말은 대체로 거짓말이고 정신없이 한 말이 진짜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 여기에서 정신없이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한 그것이 진짜란 말입니다. 정말로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욕망이 이루어진 것입니까? 특별한 것을 소유라도 했습니까? 출세를 했어요? 앞날이 보이기라도 한 것입니까? 그 어느 것 하나,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오직 예수! 예수님을 만나는 그 순간 저들은 이렇게 기뻤습니다. 예수님의 본체를 아는 순간 이렇게 기뻤습니다. 이것은 종합적 인식입니다. 여기엔 긴 설명이 없습니다. 철학도 논리도 필요가 없습니다. 보았습니다. 만났습니다.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좋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험이요, 행복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오늘 본문의 말씀대로 예수님께서 이제 변형되셨다고 하였는데 이 "변형"이라는 말은, 뜻 그대로 모습, 모양이 변화된 것입니다. 그러나 신학적으로 깊이 생각해 보면 이는 변화시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본래 하나님이십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이십니다. 그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본래 영화로운 몸입니다. 태초부터 영화로우신 분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잠시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여기에서 그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나아가 앞으로 있을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다음에 영광스럽게 나타나실 그 모습을 미리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것은 종말적이요 본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선생으로 모시고 있는 그 예수가 이런 분이란 말입니다. 이제 그 본체를 아는 순간 그는 다른 아무 소원이 없었습니다. 그저 엄청난 행복만이 쌓이게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가 아닙니까? 이제 그 영광스러운 분이 육체를 입어서 우리 가운데 거했다는 말입니다. 그런 분임을 아는 순간 여기가 좋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짜증이 나며,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가? 사실은 많을 것 같아도 많을 것도 없습니다.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본체를 뵙는, 얼굴과 얼굴로 대하는 체험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 또한 같은 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어느 처지에 있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지 간에 주님의 본체를 대했다면 주여 이대로, 여기가 좋습니다. 혹 어떤 분은 이대로 죽어도 좋습니다 라고 말하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고로 문제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입니다. 사도 요한은 요한복음 1장 14절에 유명한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그는 예수님을 만난 체험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말씀되신 그 예수를 알고, 그 다음에 병 고치는 것, 수고하시는 것, 십자가에 죽으시는 것 등, 모두 다 그 빛에 의해서, 그 거룩한 고백에 의해서 해석하게 되는 것이 요한복음의 주제입니다. 우리가 보니, 곧 내가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더라! 참으로 굉장한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우리가 성화 되어서 중생 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중생하고 성화 되어지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장면을 특별히 누가복음 9장에 기록된 것에서 찾아볼 것 같으면 32절 말씀에 "베드로와 및 함께 있는 자들이 곤하여 졸다가 아주 깨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곤히 졸다가 눈을 떠보니 예수님의 이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 말씀이 그렇게도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진정 대단한 휴머니즘(humanism)이 있습니다. 여러분! 그와는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고행을 하고, 선행을 베풀며, 금식을 하고, 깨끗이 살면서, 열심히 기도하더니 예수님의 본체를 보았다는 것하고는 전혀 이야기가 다른 것입니다. 인간 경건의 경지나, 그 절정에서 주님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 명상에서도 아니고, 극기에서도 아니며, 고행에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졸다가 말입니다. 저들은 예수님과 함께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 외에 아무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다. 졸다가 눈을 떠보니, 어휴! 이런 영광스런 장면을 보게 된단 말입니다. 어느 사이에 내가 주님의 그 영광 속에 들어가 있단 말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내가 주님의 품안에 있고 주님의 영광 중에 함께 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처럼 놀라운 고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다시 말합니다.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주목하고 우리 손으로 만진 바라!" 이것은 헬라 철학을 완전히 무시하는 이야기입니다. 복음을 오로지 살아있는 생생한 사건으로 말하며, 또 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주님을 만나는 사건이 먼저 있고야 중생 되어지고, 중생하고야 거룩해지며 그리고 승리의 생활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영원한 현재성에 그리스도인의 삶의 의미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자세히 보면 계속하여 재미있는 말씀이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 이 사람 베드로는 자기의 자기 됨을 잊어 버렸습니다.

내가 감히 이렇게 영광스러운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자기 자격에 대한 살핌도 다 잊어 버렸습니다. 그것 또한 중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순간에 자기 모습이 보인다면 이건 도망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추한 모습, 그 더러운 인간성이 보인다면 감히 어떻게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겠습니까? 좀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만약 천당에 가서도 세상에서 지은 죄가 계속 생각난다면 차라리 지옥을 가는 것이 낫지 어떻게 그 상태로 그 속에서 살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변화산에서의 장면을 보면 베드로는 자기 모습에는 전혀 관계치를 않습니다. 내가 얼마나 무자격하고, 얼마나 추한 죄인이며, 얼마나 못된 인간인가 하는 문제가 전혀 생각나지를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를 미워할 생각도 없고 자기 자신을 저주할 마음도 없어요. 오직 하나의 마음, 하나의 기분으로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여기가 좋습니다일 뿐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입니까? 미래에 할 일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부끄러움도 개념치 않았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즐기는 행복을 누릴 수 없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어린애들은 보면 꾸중을 듣고 한참 울다가도 좋은 일이 새기면 금방 웃고 즐거워합니다. 그것을 보고 금방 울다가 웃기는 왜 웃냐며 변덕스럽다고 하지만 실은 어른들은 그렇지를 못하기에 행복이 없는 것입니다. 슬프다가 기쁘면 기뻐할 것이지 무슨 체면 때문에 못할 것이더란 말입니까?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오늘 이 시간에 베드로는 아무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그대로 주님과 함께 기뻐합니다. 사실 베드로는 처자식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집안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자기 직업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지금 산아래 동네에서는 다른 제자들이 곤경에 처하여 핀잔을 받고 있습니다만 그 어떤 문제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나! 그러면서 이제 예수님의 영광 속에 들어가 있는 자기 모습을 벌써 보고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감격합니다.

이제 조금 더 나아가면 더욱 재미있는 말씀이 있습니다. 베드로의 말인즉 초막 셋을 짓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예수님을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각각 따로 지어 모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면 최소한 넷은 지어야 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희들은 어떻게 지내려고 세 분을 위해서만 짓겠다는 말입니까? 이 영광스러운 분을 천막에 모신다는 것은 정신나간 소리이지만, 그러나, 좌우간 즐겁고 고마운 마음에서 초막을 짓겠다는 것인데 거기에 자기들을 위한 초막은 없습니다. 자기 걱정이 없어요,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겠는가가 없단 말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모세는 율법의 대표자요 엘리야는 선지자의 대표자입니다. 이들이 예수로 더불어 말씀했다고 하였는데 누가복음 9장 31절에 보면 영광 중에 나타나셔서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의논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깊은 의미가 있는 말씀입니다. 영광 중에서 십자가를 의논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제자들은 천막 셋만 짓겠답니다. 지금은 아무런 불평도 원망도 없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돈 많은 부자로 일생을 거의 다 보내고 이제 나이 많이 할머니가 되어서야 예수를 믿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손녀의 손목을 잡고 시장엘 나가게 되었는데 그날 따라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몇 차례에 걸쳐 얼마씩의 돈을 주곤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어린 손녀가 보고 있다가 하는 말이 "할머니 참 손해 많이 보네" 하더랍니다. 이에 할머니는 그 어린 소녀가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간에 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나는 예수 믿어서 급한 성격도 버렸고, 남 흉보던 말도 잃어버렸으며, 세상 쾌락과 욕심도, 이기심도, 다 잃어버렸다. 이제는 예수뿐이다." 예수 믿어 다 잃어 버렸어요. 그러나 오직 예수로 만족하고, 예수로 행복합니다.

오늘 이 변화산의 베드로는 오직 예수뿐, 자기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따위엔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다른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그것으로 전부요, 그것으로 끝나고 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죄 지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그것 하나만 있으면 충분한데, 무엇이 그렇게도 문제가 많아서 결국은 불평하며 원망하게 됩니다.

특별히 오늘 본문의 말씀은 십자가를 앞에 놓고 이 사건이 있었다는 데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께는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이 광경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의 9장 1절을 비롯하여, 공관복음서인 세 복음서가 이 사건에 연결하여 반드시 앞서 특별히 강조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여기 섰는 사람 중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엿새 후에 이 사건이 있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이 변화산의 사건은 하나님의 나라의 임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제 일시적으로 저들 앞에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하나님의 나라 안에 있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고 또한 이를 통하여 어떠한 고통, 어떠한 십자가, 어떠한 가시밭길이라도 갈 수 있게 하려는 데에 그 의도가 있는 것이올시다. 십자가의 길도 변화산의 체험이라면 기쁘게 지고 갈 수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니라."(행 14:22) 그렇습니다. 그 날에 있을 사건입니다. 그런고로 우리는 그 날에 있는 영광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십자가를 집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1장에서 말하기를 "우리 주 예수의 날에 너희가 우리의 자랑이 되고 우리가 너희의 자랑이 되는 것이니라." 그 날을 생각하고, 그 날의 영광을 생각하는 이것이 종말론적이요, 본래적이며, 또한 현재적이어야 합니다. 그 때문에 고난을 극복하며 이겨나가는 것입니다.

변화산의 기적은 사건만이 아니라 약속입니다. 이것은 결코 하나의 환상이 아닙니다. 이 약속을 보여주셨기에 그 약속을 믿는 신앙으로 그 모든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올시다.

여기 한 병자의 기도가 있습니다.

"주님! 나는 당신에게 출세의 길을 위해 건강과 힘을 구했으나 당신은 저에게 순종을 배우라고 나약함을 주셨습니다. 주님! 위대한 일을 하고 싶어 건강을 청했으나 당신은 보다 큰 선을 하게 하시려고 병고를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 부귀를 청했으나 당신은 내가 지혜로운 자가 되도록 가난을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만민이 우러러 존경하는 자가 되고 싶어 명예를 청했으나 당신은 비참하게 만드시어 당신만을 필요로 하게 해주셨습니다.

주님! 홀로 있기가 외로워 우정을 청했으나 당신은 세계의 형제들을 사랑하라는 넓은 마음을 주셨습니다. 주님! 당신에게 삶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청했으나 당신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하는 삶의 길을 주셨습니다. 내가 당신께 청한 것은 하나도 받지 못했으나 당신이 내게 바라던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것이 진정 믿는 자의 기도입니다. 오직 예수!

문제가 많은 것 같으나 사실은 아직도 주님을 바로 만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고 그래서 중생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땅으로만 기울어지고 있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영광의 메시아를 바로 보며, 그리스도와 나와의 바른 만남의 관계가 이루어질 때, 그 영광과 그 체험에 살아갈 때, 이 세상의 고통이 문제될 것이 없으며 오늘 당하는 고통 그 자체도 벌써부터 행복의 벅찬 마음으로 이겨 나가게 되는 것이올시다.

여러분! 이제 마지막으로 들려지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십시다.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 이 말을 듣는 자에게 바로 이와 같은 영광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기도

 

은혜로우신 아버지여!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고 살면서도 땅에 매여 헤어나지를 못하고, 주님의 십자가를 믿고 살면서도 항상 원망과 불평에 살아가고 있는 어리석고 가련한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사랑하는 주님! 이 시간에 우리의 마음을 이끄시사 저 변화산의 경험에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주님과 나뿐인 그 아름답고 깨끗한 관계 속에서 모든 문제의 해답을 얻고, 모든 문제의 해결을 보게 하옵소서. 그리고 그 영광의 날과 그 약속을 바라보며 오늘의 고난을 기뻐하게 하시고 주여, 이대로 여기 있는 것이 좋습니다 하는 그 고백으로 승리의 생활을 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