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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없는 사회, 신학 없는 교회

by 【고동엽】 2022. 1. 29.
철학 없는 사회, 신학 없는 교회


이광호 목사(조에성경신학연구원)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후 한국이 비틀거리고 있다.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철학이 존재하지 않은 벌거벗겨진 한국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동안 한국은 실용주의를 추구하며 그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강요되어 왔다. 대학에서 철학교육이 사라지고 실용적인 이익 추구에만 급급해왔으니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일반 시민들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사상적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는 형편에, 설익은 지성인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소위 지성인 중에 지성인이라는 교수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들은 현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민주주의 회복에 힘을 쏟는다며 강도 높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그것은 사실 일반 시민들을 선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성명서에 자기 이름 석자를 넣은 자들은 마치 대단한 애국자라도 되는 듯 의기양양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저들의 언어와 행동이 정당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하기 전에 그와 같은 결연한 자세를 보여주었어야만 했다. 그 동안 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판단했다면, 그 불행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그렇게 행동했어야만 저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정당한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불행한 사건이 있은 후에야, 정의를 들먹이며 목청을 높이는 자들의 행동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다. 그전에는 자신에게 돌아오게 될지 모르는 불이익이 두려워 비굴한 침묵을 지켰던 것인가? 반전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여론을 등에 업고 행동하는 것은 철학을 가진 지성인들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교회에 속한 일부 목사들과 신학교 교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현 정부를 규탄하며 강력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가운데 대단한 정의라도 실천하는 양 부산을 떨고 있다. 그 동안 한국사회에 살면서 모든 것을 똑똑하게 목격해 오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해 오다가 이제 와서 뭘 그렇게 정의로운 듯한 자세를 보이는가?
목사들과 신학자들은 세속국가와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민주화를 촉구할 것이 아니라 교권주의화 되고 타락한 기독교 내부를 향해 지금보다 백배 천배 쓴 소리를 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했으니 조용히 지켜보며 기도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몸된 교회에서 교권을 휘두르는 자들에 대해서는 말씀에 따른 엄중한 경고를 쉬지 말아야 한다.


타락한 교회와 지도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방관하면서, 자기 맘에 덜 차는 세속국가를 향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뒤늦게 큰소리치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라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판단오류에 해당된다. 교회에서 성도들을 가르치며 지도해야 할 교사로서 결코 그래서는 안된다.
한국교회에 성경이 사라지고 종교적 이념만 남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 교인들이 마치 사상적인 좌우를 구분 짓듯이 성향이 분류되는 것은 교회 가운데 성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진보주의자들은 반정부 선전에 열을 올리는 듯하고 보수주의자들은 정부옹호 선전에 힘을 쏟는 듯한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참된 하나님의 몸된 교회 가운데는, 세상에서 말하는 사상적 좌파나 우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며 정치적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목사와 신학자들은 이 땅에 세워진 하나님의 교회가 정결하게 세워져 가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신학자들이 세속국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작 교회의 비리와 오염 앞에서 비굴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교권에 강력하게 저항했다가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지만, 세속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대열에 참여하면 정서적 유익이 따르게 된다는 약삭빠른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기독교 내부의 지성인들은 세속정부를 행해 강력한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 아니라 부패하고 타락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향해 냉철한 성명서를 발표하기 바란다. 정치 사회적인 환경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고 올바른 처신을 하기 위해서는 건실한 철학과 신학이 확립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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