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들녘교회는 교회 건물을 소유하거나 임차하지 않는다.
주일 예배는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를 전기세 정도만 내고 빌려서 한다.
(사진 제공 새들녘교회)
십일조 없는 교회가 있다. 십일조 뿐 아니라 감사 헌금 외에는 어떤 헌금도 없다. 감사 헌금도 무기명으로 한다. 최헌수 전도사(46), 박태순 목사(40), 강병욱 전도사(37)가 목회하는 새들녘교회다. 교회로 보면 교회 운영을 위해 십일조 등 헌금을 강조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거꾸로 행보하는 거다.
무기명 감사 헌금만 있는 이유를 새들녘교회의 '기본 정신과 의의'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교회는 그 어떤 조직이나 모임보다 더더욱 다른 재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헌금 강요, 불투명한 재정 집행, 무리한 예배당 건축, 교회 내부에만 머무는 재정, 사회 약자에 대한 경제적 무관심은 교회 내외부의 강한 비판을 일으킵니다. 정확하게 드리는 헌금보다 정직히 버는 헌금을 강조하고, 모든 헌금을 감사 헌금으로 단일화하며, 무기명 헌금을 원칙으로 하고, 즐겁고 자율적인 헌금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교회 수입의 60%는 무조건 사회에 환원한다. 환경 운동 단체, 언론사, 사회 복지 단체 등을 열 곳 넘게 후원한다. 어린이를 포함해 교인 13명이 내는 헌금을 여러 단체에 나눠 지원하니 각 단체에 돌아가는 몫이 적다. 하지만 사회 환원은 교회가 사회 문제에 외면하면 안 된다는 교회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기에 액수가 적더라도 여러 곳을 후원하려고 한다. 액수야 교회 재정이 늘어나면 함께 늘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교회 운영이 가능할까. 우선 일반 교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나가지 않는다. 세 명의 목회자는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교회 건물도 소유하거나 임차하지 않는다. 주일 예배는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를 전기세 정도만 내고 빌려서 한다. 예배 후 점심은 각자 도시락을 싸와 나눠 먹는다.
사례비 받지 않는 목회자
최헌수 전도사, 박태순 목사, 강병욱 전도사는 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사례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교회를 개척하기 전 1년 정도 다른 교회를 탐방하며, 목회자가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효과적으로 목회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밥벌이는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다. 최헌수 전도사는 전공을 살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강병욱 전도사는 컴퓨터 수리점을 하다가 얼마 전 테이크아웃 커피숍을 열었다. 박태순 목사는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최근까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돈을 벌며 목회하기는 쉽지 않다. 목회를 더 잘하기 위해 돈을 벌자 했는데, 때로는 주객이 전도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돈을 버니 일주일 내내 열심히 일하고 예배하러 나오는 교인들이 위대해 보이기 시작했다. 교회 출석이나 헌금 등의 일률적인 문제로 교인을 판단하지 않게 됐다. 교인과 같은 고통과 아픔을 느끼며 그들의 삶의 무게를 이해하게 됐다.
집사·장로 직분 없애고, 교인 모두가 운영에 참여
새들녘교회는 헌금, 사례비뿐 아니라 교회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 헐어버렸다. 언뜻 생각하면 박태순 목사가 담임 목사, 최헌수․강병욱 전도사가 부교역자 같지만, 이들은 공동 목회자다. 직분에 따른 차이가 없다. 지금은 최 전도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설교를 하지 않고 있지만, 설교도 돌아가면서 한다.
집사와 장로 같은 직분도 없다. 직분자가 의사 결정 과정을 독점하는 것과 직분자를 세우는 데 발생하는 잡음을 없애고 모든 교인이 자율적으로 교회 운영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다.
전도사와 목사란 호칭은 있지만 목회자의 권위 때문이 아니다. 목회자란 호칭이 없는 교회도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 설교하고 교회 운영을 주도적으로 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호칭을 없애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칭은 놔두고, 그 호칭에 부여된 권위를 거부하기로 했다. 목회자라고 당연히 당회장이 되거나 하지 않는다. 물론 교인들이 목사, 전도사도 없애자 하면 충분히 토론하고 논의해 없앨 수 있다. 사실 박태순 목사는 자신을 '박 목사'라고 부르는 걸 가장 싫어한다.
기존 교회와 다른 길을 걷지만 세 목회자는 하나같이 한국교회를 개혁하겠다는 대의를 가지고 교회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단지 신앙생활을 하며, 사역을 하며 보게 된 교회 안의 비상식적인 모습을 상식적으로 바꿔 보자고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른 교회가 모두 새들녘교회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들녘교회도 개척하며 세운 원칙을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 전임 목회자가 필요해지면 교인들과 논의해 셋 중 한 명이 전임 목회를 할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주일에만 모여 예배하고 성서 공부하는 것도 공동체에 필요하다 생각하면 더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목회자의 생계를 유지하려고 교회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것, 교회와 사회가 분리되면 안 된다는 것, 모든 교인이 평등하고 자율적인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성서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기사위치 ㅡ http://www.newsnjo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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