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군대로 일어서라 -겔37:1-14

하늘 군대로 일어서라
겔37:1-14
(2013/5/19)

[주님께서 권능으로 나를 사로잡으셨다. 주님의 영이 나를 데리고 나가서, 골짜기의 한가운데 나를 내려 놓으셨다. 그런데 그 곳에는 뼈들이 가득히 있었다. 그가 나를 데리고 그 뼈들이 널려 있는 사방으로 다니게 하셨다. 그 골짜기의 바닥에 뼈가 대단히 많았다. 보니, 그것들은 아주 말라 있었다. 그가 내게 물으셨다.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내가 대답하였다. "주 하나님, 주님께서는 아십니다." 그가 내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뼈들에게 대언하여라. 너는 그것들에게 전하여라. ‘너희 마른 뼈들아, 너희는 나 주의 말을 들어라. 나 주 하나님이 이 뼈들에게 말한다. 내가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내가 너희에게 힘줄이 뻗치게 하고, 또 너희에게 살을 입히고 또 너희를 살갗으로 덮고,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그 때에야 비로소 너희는, 내가 주인 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명을 받은 대로 대언하였다. 내가 대언을 할 때에 무슨 소리가 났다. 보니, 그것은 뼈들이 서로 이어지는 요란한 소리였다. 내가 바라보고 있으니, 그 뼈들 위에 힘줄이 뻗치고, 살이 오르고, 살 위로 살갗이 덮였다. 그러나 그들 속에 생기가 없었다. 그 때에 그가 내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생기에게 대언하여라. 생기에게 대언하여 이렇게 일러라. ‘나 주 하나님이 너에게 말한다. 너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불어와서 이 살해당한 사람들에게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 그래서 내가 명을 받은 대로 대언하였더니, 생기가 그들 속으로 들어갔고, 그래서 그들이 곧 살아나 제 발로 일어나서 서는데, 엄청나게 큰 군대였다. 그 때에 그가 내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이 뼈들이 바로 이스라엘 온 족속이다. 그들이 말하기를 ‘우리의 뼈가 말랐고, 우리의 희망도 사라졌으니, 우리는 망했다’ 한다. 그러므로 너는 대언하여 그들에게 전하여라. ‘나 주 하나님이 말한다. 내 백성아, 내가 너희 무덤을 열고, 무덤 속에서 너희를 이끌어 내고, 너희를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가게 하겠다. 내 백성아, 내가 너희의 무덤을 열고 그 무덤 속에서 너희를 이끌어 낼 그 때에야 비로소 너희는, 내가 주인 줄 알 것이다. 내가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서 너희가 살 수 있게 하고, 너희를 너희의 땅에 데려다가 놓겠으니, 그 때에야 비로소 너희는, 나 주가 말하고 그대로 이룬 줄을 알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 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오늘은 성령강림주일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승천하신 후, 제자들은 끈 떨어진 연과 같은 신세가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한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온 집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불꽃이 그들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들은 성령에 충만하게 되어 각각 방언으로 말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다가 예루살렘에 돌아왔던 경건한 유대인들과, 유대교로 개종한 이방인들은 제자들이 각각 자기네 지방 말로 말하는 것을 듣고 어리둥절해졌습니다. 이 사건을 정밀하게 언어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바벨탑 사건 이후, 언어가 혼잡하게 되어 서로 소통하기 어려웠던 세계가 다시 통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성령은 불통의 세상을 통하게 만듭니다.

성령은 또한 일으켜 세우는 힘입니다. 성령은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무기력하기만 하던 제자들을 생기 있게 바꿔놓았습니다. 성령 충만함을 경험한 제자들은 골방에서 벗어나 광장에 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나사렛 예수가 구원자임을, 하나님께서 그를 다시 살리셨음을 담대하게 선포했습니다. 죽음의 위협도, 고난도 그들의 열정을 잠재울 수 없었습니다. 성령강림절을 맞을 때마다 나는 "고마운 사랑아, 샘솟아 올라라/이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 하고 노래했던 늦봄 문익환 목사님의 마음이 떠오릅니다. 노래는 이렇게 계속됩니다.

"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누더기 인생을 불질러 버려라/바람아 바람아 불어 오너라 난 너울너울 춤추네 이 얼음 녹이며//사랑은 고마워 사랑은 뜨거워 쓰리고 아파라 피멍든 사랑아/살갗이 찢기어 뼈마디 부서져 이 땅을 물들인 물들인 사랑아."

우리는 이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자기 이익에 발밭은 사람들로 인해 이 땅이 보이지 않는 전쟁터로 변하고, 황폐하게 변하고, 음란하게 변하고, 이웃들의 피울음소리가 들려와도, 내 한 몸 간수하기도 어렵다며 나 몰라라 하고 살아갑니다. 영혼을 잃어버린 좀비처럼 세상을 떠돕니다. 행복하기를 구하나 늘 불만족을 수확하며 삽니다.

• 뼈들에게 대언하라
지금 우리의 현실은 에스겔이 보았던 해골의 골짜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풍요를 약속하는 거짓 신들을 따라가느라 하나님을 배신하고, 자기의 사적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마땅히 돌보아야 할 이웃들을 외면했던 이스라엘은 결국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하고 말았습니다. 일부는 포로가 되어 바벨론으로 끌려가고, 일부는 전란을 피해 애굽으로 피신하고, 일부는 옛 땅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들의 가슴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습니다. 멸망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그들은 사분오열되었습니다. 야훼 하나님이 바벨론의 신인 마르둑에게 패배한 것처럼 보였기에 희망도 잃어버렸습니다. 절망이란 전망이 없는 것(신영복)이라지요?

모두가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할 때 예언자 에스겔은 놀라운 비전을 봅니다. 어느 날 주님의 영이 그를 골짜기로 데려갑니다. 그 곳에는 메마른 뼈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참담한 광경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물으십니다.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에스겔은 "주 하나님, 주님께서는 아십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하나님은 뼈들에게 당신의 계획을 전하라고 명하십니다. 그들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에스겔의 가슴에 전율이 흘렀을 겁니다. 이제는 더 이상이 희망이 없다고 자포자기할 뻔 했는데, 하나님이 그 백성을 다시 살리시겠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사로잡힌 그는 목이 터져라 외쳤을 겁니다. 외치고 또 외치다가 울컥해졌을 겁니다. 에스겔의 절박한 외침이 마른 뼈들 위에 이슬처럼 내려앉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다시 한 번 살아보자고, 죽음의 그늘을 떨치고 한 번 살아보자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뼈들이 서로 이어지고, 뼈들 위에 힘줄이 뻗치고, 살이 오르고, 그 위에 살갗이 덮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은 온전히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그 때 하나님이 에스겔에게 생기에게 대언하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는 외칩니다. "너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불어와서 이 살해당한 사람들에게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 에스겔이 생기를 향하여 대언하자, 그들이 살아나 제 발로 일어나서 엄청나게 큰 군대를 이루었습니다. 아담의 코에 불어넣어졌던 그 바람, 낙심했던 제자들을 휘감았던 그 바람이 불어오자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무덤 속에 갇힌 무기력한 시체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꿈에 사로잡힌 하늘 군대였습니다.

• 지금 우리가 할 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마른 뼈의 골짜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남북 간의 적대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체제에 내몰리고 있고, 젊은이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온통 사로잡혀 긴 안목으로 삶을 조망하지 못합니다. 일자리에서 쫓겨난 이들은 삶이 막막하여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노인들은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표정이 어둡습니다. 급속한 기후변화는 우리 몸의 리듬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기후 재앙이 자주 닥쳐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욕망의 질주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지금 내 옆에 앉은 이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이가 천하보다도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삽니다. 여리고 가는 길에서 강도 만난 이웃을 보고 모른 척 지나친 이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사라졌습니다. 저마다 자기 좋을 대로 합니다. 공공장소에서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모릅니다. 어느 부잣집의 21살짜리 아들은 제한속도가 시속 60km인 도로에서 200km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SNS에 올렸습니다. 경찰에 붙들려가서도 그는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기 차가 국내에 3대 밖에 없다고 자랑했습니다. 참 가엾습니다.

가엾은 것은 철없는 젊은이들이나 기득권자들만이 아닙니다. 악행을 준엄하게 꾸짖고 약자들을 보듬어 안으면서, 역사의 올바른 방향을 향도해야 할 종교가 어느덧 기득권자가 되어 강자들을 변호해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기총이 나서서 윤창중 씨를 변호하려는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위선적인 종교인들을 준엄하게 꾸짖으셨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늘 나라의 문을 닫기 때문이다. 너희는 자기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마23:13)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해야 할 이들이 특정한 사람이나 세력을 편든다면 그들은 밥벌이나 하는 종교 상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해골들이 일어나 하늘 군대를 이루는 데 있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에스겔은 해골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했습니다. 뜻이 들어가자 그들은 절망의 자리를 털고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둘째는 하나님의 영입니다. 우리 속에, 우리 문화 속에, 우리 역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깃들 때 우리는 비로소 일어선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절망의 그늘을 박차고 일어나 하나님의 꿈을 실현하는 하늘 군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셋째는 말씀과 생기의 대언자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확고합니다. 하나님은 지금 당신의 뜻을 세상에 전할 사람들을 찾고 계십니다.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울먹이는 목소리로, 해골들을 향해 일어서라고 외치는 이들이 너무도 적습니다. 먼저 눈 뜬 사람들이, 하나님의 마음과 접속된 사람들이 일어서야 합니다.

어제는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난 지 3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항쟁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이들이 많이 있지만, 억압과 불의에 죽음으로 항거했던 이들의 뜨거운 혼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의 민주화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래서 그 날을 4.19 혁명과 더불어 민족의 부활절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마른 뼈와 같은 우리 속에 생기를 불어넣으시면서 ‘생명의 바람, 평화의 물결이 되어 살라’ 명하십니다. 우리가 서 있는 삶의 자리가 어디이든 생기의 대언자가 되십시오. 정치, 경제, 언론, 노동계, 교육, 문화, 예술, 종교 등 모든 부문에 하늘의 뜻을 불어넣는 이들이 되십시오. 푸르름을 더해가는 저 나무들처럼, 오순절기를 살아가는 동안 마른 뼈 같았던 우리가 하늘 군대로 우뚝 일어서기를 기원합니다. 아멘.등 록 날 짜2013년 05월 19일 11시 10분 28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