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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이력서에 대한 단상

by 【고동엽】 2022. 2. 16.

목사 이력서에 대한 단상

 

상식을 지켜가는 목회자…목사의 이력서는 화려한 데 있지 않아



교회는 일하시던 목사님이 은퇴하시거나 다른 교회로 옮겨가시면 후임목사를 찾게 됩니다. 이를 청빙이라고 합니다. 교회에서 목회자를 청빙할 때, 목회자에게 여러 가지 자료를 보내라고 합니다. 제법 큰 교회에서 원하는 자료는 더욱 많게 됩니다. 그 자료로 교회 사정에 꼭 맞는 목사를 맞이하려는 마음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교회에서 바라는 자료를 준비하는 목사들은, 그 자료를 준비하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 가슴에 멍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준비해야 할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력서, 학교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호적등본, 현재 담임하고 있는 교회주보, 최근 설교 두 편, 설교 녹음한 것 두 개, 목회에 대한 계획서, 신앙체험 이야기, 지방회 추천서 등등입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나이 제한입니다. 대체로 35세에서 45세까지를 선호하는 것이 요즘 추세입니다. 이러한 목사의 청빙자료들을 준비하다보면 웬만한 목사들은 도중에 포기하게 됩니다.

저처럼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목사들은 아예 교회청빙자료를 만족시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되지요. 더욱 아쉬운 것은 교회청빙자료에 관계 없이 교회는 이미 오실 목사님을 내정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목사청빙이라는 광고는 단지 절차일 뿐 아무 의미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 열심히 청빙자료를 준비하려고 하면 "순진하군" 하고 생각하지요. 그러한 준비보다는 줄을 잘 서는 게 더욱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큰 교회 어른들에게 잘 보이면 그러한 기회가 왔을 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러한 일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합니다. 목회를 앞둔 신학생들은 세 가지 반열에 들어갑니다. 첫째는 성골(聖骨)이요, 둘째는 진골(眞骨)이요, 셋째는 사골(四骨)입니다. 원래 성골은 신라 때에 둔 골품(骨品)의 첫째 등급으로 부모가 모두 왕계(王系)인 사람을 뜻합니다.

신학생들에게는 아버지, 또는 장인어른이 현재 목사로 시무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경우, 그들의 장래는 보장되어 있다고 다른 신학생들은 생각하지요. 진골은 골품의 둘째 등급으로 부계와 모계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왕족인 사람을 말합니다. 신학생인 경우에는 아버지가 장로로, 또는 어머니가 권사로 현재 봉직하시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신학생은 졸업 뒤 많은 도움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이 사골인데, 사골은 짐승, 특히 소의 '네 다리 뼈'를 뜻하는 것으로 주로 몸을 보신하는 데 씁니다.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러니 주님의 일을 열심히 해서 사람들로부터 쓸모 있다고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성골인 경우, 요즘 문제가 되는 목회세습이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교회세습을 좋지 않게 보는데, 그 이유는 유전적인 핏줄이 사람의 후천적 배움보다 앞선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진골인 경우에도 부모의 배경을 힘입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의 목회자 이동은 이들 성골과 진골 간의 인간관계에서 많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골의 경우입니다. 배경이 없는 이들은 결국 자기의 능력을 보여주어서 교회나 성도들에게 필요한 사람인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만일 그 방법을 줄서기에 기대려고 한다면 그 출발부터 잘못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좀 똑똑하다고 하는 신학생들은 신학교육을 다 마치고 심각히 고민하게 되는 것은 어느 큰 교회에 가서 그 교회 큰 목사님의 눈도장을 받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후에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데, 또는 교회자리를 찾아가는데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교회개척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하여야 합니다. 저도 교회개척을 두 번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참으로 힘이 드는 경험이었습니다. 물질적인 도움 없이는 교회개척이란 길은 가시밭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뜻에 맞는 사람들과 목회할 수 있는 기쁨이 큽니다.

어느 정도 목회 경험이 있게 되면 자신의 목회 철학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좀더 자신의 뜻이 맞는 교회로, 또는 좀더 큰 교회로 옮기고 싶어집니다. 그럴 때, 목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이력서입니다. 이력서 가운데서도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학력입니다. 그냥 무슨 고등학교 졸업 다음에 신학교 졸업이라고만 쓴다면 왠지 자신이 무능해져 보입니다.

좋기로 말하면 신학교 졸업, 대학원 졸업, 유학, 학위취득이라고 쓸 수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일반대 졸업, 신학대학원 졸업, 유학, 박사학위 취득이라는 학력으로 채워지는 이력서는 누구나 꿈꾸는 것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목사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박사학위 때문에 목회학 박사라는 학위에 매달리게 됩니다.

외국에서 주는 목회학 박사학위에 대해 저는 조금도 폄하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노력을 하시는 목사들의 단호한 마음으로 본다면야, 저는 젊은 분들이 받는 Ph.D와 견주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믿습니다. 어느 분의 이야기에 의하면 Ph.D는 'Permanent Head Damage'(영구적 머리 손상- 편집자 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실제로 제가 목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교회에 나오시는 분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학위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목사의 설교와 설교 녹음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요, 심오한 목회 철학을 원하는 것도 아니요, 화려한 이력도 아닙니다. 그들이 바라는 목사는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도 아닙니다.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누구나 옳다고 긍정할 수 있는 상식을 지켜주는 목회자입니다.



설교를 매끄럽고 윤기 있게 못해도, 목소리가 중후하지 못해도, 얼굴에 빛이 나지 않아도, 학력이 화려하지 않아도, 나이가 35세에서 45세 사이에 들지 않아도, 성골이나 진골에 속하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처음에야 그런 것을 보고 좋아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중은 그런 것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목사는 목사다워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목사다워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저는 신학자의 목사론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교우들이 바라는 목사는 한마디로 "교우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고 저는 봅니다. 그 사랑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려주기를 그들은 바랍니다. 그들이 살아왔던 눈물 나는 이야기들을 하나님이 "괜찮아, 그래도 나는 너희들을 사랑해. 너희들 괜찮은 사람들이야. 너희들 인생이 다 의미가 있어"라고 인정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먹는 음식을 목사가 기꺼이 나누어 먹기를 바랍니다. "목사님, 이것 좀 드세요"라는 말에는 자기들 땀의 열매를 나누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 땀을 나누어 먹으면서 "참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칭찬을 듣기를 원합니다. 자식들한테 못들은 "감사합니다"를 목사로부터 듣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기도해 주세요"라는 말에는 자기들이 얼마나 힘에 부치도록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아달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 힘에 부치는 삶의 무게를 목사와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그들이 바라는 목사의 모습은 이게 전부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말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를 몸으로 실천하는 자가 목사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러한 이유로 목사의 이력서는 사랑의 이력서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학력은 신학수업을 마치는 것으로 족하지 않을까요? 참다운 목회 수련은 교회 현장에 있다고 보입니다. 말씀공부, 말씀증거, 기도, 교우방문, 상담, 예식인도, 가정생활 등을 통하여 차츰차츰 성숙한 목사로 거듭나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누가 저보고 교회청빙을 위해 이력서를 내라고 한다면 마음 같아서는 이렇게 쓰고 싶습니다.

학력: 신학수업을 바르게 마쳤습니다(증빙서류 첨가)



경력

1. 부부로서 산 햇수 00년으로 부부간 사랑약속을 지켜간다는 것이 쉽지않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입니다.
2. 자녀를 키운 햇수 00년으로 자식교육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만한 지혜를 가질 나이입니다.
3. 성경은 0번 정독하였고, 여러 번 부분적으로 깊이 공부하였습니다. 그래서 설교를 하되 어리석게 제 말을 하나님의 말인 양 착각하지 않을 정도의 지식을 가졌습니다.
4. 교회개척을 두 번 하였으므로 교회가 이만큼 자라기까지 교우들이 얼마나 수고하였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체험을 하였습니다.
5. 여러 해 어려운 생활을 해 봤으므로 내 돈이 중하면 남의 돈도 중하다는 것을 체험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6. 모든 직업이 하나님 앞에서 성직임을 믿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목사는 교회를 섬기는 전업일꾼임을 믿습니다.
7. 지친 영혼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만큼 하나님으로부터 훈련받은 목회경력이 00년이 되었습니다.
8. 저를 청빙하고자 여러 서류를 요구하신 교우님들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교회와 세상을 섬기시려는 마음을 갖고 계십니까?

황우승 3Dwsh55@yahoo.com">wsh55@yahoo.com

출처 : 창조주가 선물한 세상
글쓴이 : 박종태목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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