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총회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교단 총회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국교회에서는 대개 가을이 되면 교단들마다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는 노회와 달리 회의를 하기 위해 조직된 기구이다. 대다수 교단은 일년에 한 차례씩 정기총회를 개최하게 되며 총회가 끝나면 파회하게 된다. 물론 상비부가 있어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들에 대처한다. 그러나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회의를 위해서 있는 직책이므로 상시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굴하고 한국교회에서는 총회장이 되고 임원이 되는 것이 교권과 더불어 상당한 명예를 가지는 직책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다. 그런 직책을 맡거나 그 자리를 한번 거치게 되면 개인적 위상이 달리지는 듯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총회장을 지낸 사람의 이름에는 항상 ‘증경 총회장’이란 그럴듯한 명칭이 따라다니게 된다.

 

그러나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어떤 형태의 사소한 교권이나 명예도 가지지 못한다. 총회의 직책은 그런 것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로 인해 권력을 행사하거나 명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자가 있다면 신앙이 어린 미숙한 자일 따름이다. 그런 모든 직책들은 교회를 위한 일시적인 봉사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건전한 교회들은 총회장을 비롯한 직책이 교권적인 힘을 가지거나 명예를 얻는 자리가 아님을 잘 인식하고 있다. 과거 한국교회에서도 일부 그런 정신을 가진 교단들이 없잖아 있었다. 총회가 맡긴 직책이 벅찬 수고를 감당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아는 목회자들은 그것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그러므로 총회의 힘든 일을 맡아 수고하는 형제들에게 고마워하며 도리어 미안하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경우에는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마치 교권과 명예를 가지게 되는 양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총회의 임원이 되기 위해서 불신자들보다 못한 갖가지 부정을 저지르게 된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정한 금품을 뿌리는가 하면 정치적 파당을 만든다. 총회장 혹은 부총회장이 되기 위해 정치적 계파에 속하여 거액의 돈을 뿌리고 향응을 제공했다는 말을 우리는 심심찮게 듣는다.

나아가 총회의 임원 후보자가 나오면 ‘누구는 무슨 계파’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는 세속 정치에서 양당 혹은 다당 구도에서 정권획득을 위해 자기편의 입후보자를 내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러한 행태는 정치적 권력이나 정책대결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정책대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각각 특정 계파에서 후보자를 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우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가운데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런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오랫동안의 관행이 되다보니 그것을 마치 당연한 듯이 생각하는 자들마저 없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대해서는 신학적 보수주의와 개혁주의를 내세우는 교단에서 더욱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교권주의와 명예주의를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 특히 교단의 지도자들이라 일컬어지는 자들이 그에 앞장서야 한다. 목회자들과 장로들이 잘못된 교권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있다면 교단산하의 신앙이 어린 일반 성도들은 그것을 그대로 배우며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

 

해마다 교단 총회가 열리는 것은 교권의 향방을 가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총회는 교단 산하의 교회와 성도들의 올바른 신앙 유지를 염두에 두고 개최되어야 한다. 어느 계파에서 총회장과 임원이 되는가에 지나친 의미를 두는 분위기가 위험한 독성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거기에 불필요한 의미를 부여하다보니 잘못된 교권주의와 명예주의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총회가 진정으로 신경써야 할 것은 일반적인 사안들과 더불어 교회 안으로 끊임없이 침투해 들어오는 세속적 사상에 대한 경계이며 그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정리하는 일이다. 진리를 보존하고 교회와 성도들을 보호하는 본분을 등한시한다면 올바른 총회라 할 수 없다. 이번 가을에 열리는 교단총회는 교회가 맡긴 사역에 충실한 총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광호, 교회연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