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연세가 얼마뇨? (창 47:7-10)
벌써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년 365일 가운데서 맨 마지막 날 저녁입니다. 이제 불과 얼마 안 되는 시간이 지나면 금년 한 해는 영원히 역사 속으로 지나가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의미 심장한 시간에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난 일 년 동안 어떻게 살아오셨습니까?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볼 때 만족하십니까, 아니면 아쉬움이 많습니까? 누구든지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면 만족한 마음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더 많게 마련입니다. 지금 이 시간이 그런 시간입니다.
사람들이 연말이 되면 망년회라는 것을 합니다. 망년회라는 말은 한 해의 모든 아쉽고 괴로운 마음들을 잊어버리자는 뜻에서 갖는 모임입니다. 그래서 망년회 때에는 으레 술이 따라오게 마련이고, 마셨다 하면 과음을 하게 되고, 또 이어서 한탄의 소리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쉬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모습일까요? 그런 의미를 염두에 두고 오늘 이 시간에는 하나님 앞에서 몇 가질를 생각해 봅시다. 이 시간의 소중함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새해를 맞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이 시간에는 일년을 살면서 서운했던 모든 일들을 떨쳐 버리자는 것입니다.
사람이 한 해를 살다 보면 서운한 일들이 쌓이게 마련입니다. 이것들이 한 둘씩 쌓이면 마음이 어둡고 우울해집니다.
여러분은 한 해를 살아오면서 가족들간에 서운했던 일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웃간에도 서운했던 일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교우들간에도, 또 교회에서도 서운했던 일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또 없기를 바라지만 목회자인 저를 통해서도 본의 아니게 서운했던 일들이 있었다면 모두 이 시간에 잊어버리시기 바랍니다. 다 떨쳐 버리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서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좀 생각을 깊이 해 보면 부질없는 것들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서운한 일들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넓게 생각을 해 보면 별것도 아닙니다. 좀 마음을 열고 크게 생각을 하면 도무지 마음에 묻어둘 일들이 아닙니다 그런 것들로 인해서 괜히 마음 쓰며 살아가면 마음 고생만 될 뿐 아무 소득도 없습니다.
이 시간에는 그런 것들 모두를 시원하게 떨쳐 버리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이 시간에 우리들이 첫째로 생각할 일입니다.
둘째로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간에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해야 합니다. 금년 한 해를 살고 오늘까지 무사히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고백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년 한 해는 그 어느 해에 비해서도 사건 사고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IMF사태가 발생되어 1월부터 험난한 시장경제를 예고 하더니 1월에는 외국에서 돈을 차관해 오고, 2월에는 실업자가 사상 최대로 늘어나면서, 3월에는 집 값이 폭락하여 깡통집이라는 이상한 용어를 들을만큼 심각한 상태로 부동산 경기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온갖 부정과 부패가 속속 들어나며 사람들의 마음에 고통을 주고 ....... 소떼 방북에 이어 6월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이 있었고, 부실 기업퇴출 사건이 있었고,
지난 한 해는 이렇게 숨돌린 사이 없이 크고 작은 사건들로 심하게 얼룩진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나라가 이렇게 가다가 어느 땐가 그냥 폭삭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할 만큼 위태우태한 한 해를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이렇게 건재하고 있고, 또 대체적으로 건강하게 지탱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 이 나라를 지켜 주시는 은혜 때문이라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간에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감사한 것은 이와 같이 숱한 사고들이 우리 곁에서 일어났었지만 우리들은 살아서 오늘 이 자리에서 송구 영신 예배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 사고 말고도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교회에 속해 있는 교우들의 가정에서만도 병으로 고생하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제가 돌아가고, 자녀들을 먼저 이별한 가정들도 많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보고서는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이 같은 사건들이 나에게 주는 교훈이나 감사한 마음이 하나도 없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다사 다난했던 한 해를 이렇게 보내고 오늘 건강한 모습으로 이 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을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이 시간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시간입니다. 이것이 오늘 둘째로 생각할 일입니다.
셋째로 기도해 왔던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도 감사하자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일년 동안 열심히 소망하며 기도했던 제목들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오늘 이 시간 마음이 별로 좋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까지도 감사하자는 것입니다.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어떤 면에서는 복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면에서는 은혜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훗날을 알 수 없으므로 오늘 일들을 너무 속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너무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모두 부정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어떤 아이가 어머니에게 자전거를 사 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머니는 그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 줄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그래서 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고는 그만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이 아이는 자전거를 사 주지 않는 일로 인해서 지금까지 베풀어 주신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모두 부벙해 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좋지 않은 일입니다. 간혹 우리는 신앙 생활을 하면서 이런 우를 범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큰 잘못입니다.
옛말에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 어떤 고을에 지혜로운 영감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집에서 아끼며 기르던 말 한 마리가 도망을 갔습니다. 그때 동네 사람들이 와서 위로를 했습니다. 이 영감님이 위로하는 말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복이 될는지 모릅니다." 그것이 복일지, 화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일어난 일을 가지고 너무 쉽게 속단해 버리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 영감님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도망갔던 말이 다른 말 한 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동네 사람들이 와서 축하를 했습니다. 그러자 이 영감님이 또 지혜 있는 말을 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화가 될지도 모릅니다."
아닌게 아니라 외아들이 새 말을 타가가 그만 떨어져서 자리가 부러졌습니다. 그때 동네 사람들이 와서 크게 상심하면서 위로를 했습니다. 그러자 이 영감님이 또 말을 합니다. "이것이 전화 위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고 나서 그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동네의 청년들이 모두 징발되어서 전쟁에 나갔다가 죽었는데, 이 아들은 다리가 부러져서 마을에 남아 죽음을 모면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이 말의 뜻은 일이 좀 잘 풀렸다고 우쭐댈 것 없고, 일이 좀 안 풀렸다고 너무 서러워하지도 말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한 해를 정리하는 이 시점에서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알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님의깊은 뜻을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넷째로 생각할 것은 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그것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지난 한 해를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까? 지금 이 시간은 결산의 시간입니다. 한 해로 말하자면 이 시간은 종말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 시간을 우리는 지난 시간들을 결산하는 심정으로 맞이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열심히 신앙 생활을 했습니까? 특히 금년에 세례를 받으신 분들, 세례를 받고 나서 얼마나 변화 있는 삶을 사셨습니까? 세례를 받고 나서 기도다운 기도를 몇 번이나 해보셨습니까? 세례를 받은 사람으로서 뭔가 책임 의식을 가지고 신앙 생활을 하려고 얼마나 노력을 해보셨습니까? 이제는 나도 세례를 받은 사람이니 책임 있는 신앙인이 되어야지 하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해보았습니까?
그리고 제직되시는 분들, 여러분들도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기도하셨습니까? 생각지도 못했던 IMF를 맞이해서 대량의 실업자를 보시면서, 기업이 도산하고, 금융권이 무너지는 상황속에서 사람들은 울고 비관하고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또한 청소년들이 가정 주부들이 길거리로 나가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기도를 해보셨습니까?
그리고 지난 한 해 동안 성경을 몇 장이나 읽으셨습니까? 바빠서 읽지 못했습니까? 그렇게 바쁘게 살아서 얼마나 많이 쌓아 놓으셨습니까? 지금 이 시간은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야 다가오는 새해를 또다시 허송하지 않게 됩니다.
이 시간은 심판받는 시간과 똑같은 시간입니다. 심판받는 심정으로 이 시간을 맞이해야 합니다. 이 같은 회고의 시간이 없으면 어느 날 진짜 종말의 시간이 실제 상황으로 내 앞에 다가올 때, 그때는 속수무책으로 그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는 세상을 열심히 살았다는 말로서는 변명이 되질 않습니다.
본문을 보면 야곱이 하무감에 젖은 고백을 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야곱이 노년에 가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요셉이 애굽에서 입신한 것을 알았습니다. 그 아들이 초청해서 가족들을 이끌고 애굽으로 왔습니다.
애굽에 도착해서 야곱은 바로 앞에 섭니다. 그때 바로가 야곱에게 나이를 묻습니다. "네 연세가 얼마뇨?" 바로가 야곱에게 나이를 물은 것은 야곱의 형색이 형편없이 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야곱은 인생을 너무나 고되게 살아서 나이에 비해서 너무 많이 늙었었다고 합니다.
그때 야곱이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 년이니이다.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이 말은 산전 수전을 다 겪었다는 말입니다.
야곱은 바쁘고, 분주하고, 억척스럽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을 위한 것이 아니고 허탄한 것을 위해서 억척을 부렸습니다.
야곱은 한창 일할 젊은 시대를 떳떳하지 못하고, 인생답지 못하게 살았습니다. 그 형색이 아주 초라해질 정도로 고되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한 말이 "험악한 세월을 보냈습니다."였습니다. 이 말은 "내가 130년을 살았지만 내 놓을 것이 없습니다."는 말입니다.
일생을 너무 부질없는 것에 뜻을 두고 살다 보니까 세월만 간 것입니다. 그래서 남은 것이 허무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야곱의 회한의 인생입니다.
이 시간은 금년 한 해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우리는 지금 금년 한 해를 다 보내고 마지막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이 지금 마음이 느긋하고 여유가 있는 것은 내일이면 새해를 맞이한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다가 언젠가는 내일이 없는 정말 마지막 종말의 시간이 우리들 앞에도 다가올 것입니다. 그때 누군가가 "네 연세가 얼마뇨" 하고 묻는 다면 야곱보다는 좀저 떳떳한 마음으로 나이를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다짐이 그렇게 풍부하게 살아가는 삶의 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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