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하시는 그리스도> 고후5:17-23
새문안교회 주일예배
설교 이수영 목사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다시 읽은 이 본문 17절 말씀은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의 마음을 새로워지게 하는 말씀입니다. 새롭게 하시는 그리스도를 말하는 이 말씀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이라 했듯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진리입니다. 그러나 그 말씀은 일차적으로는 사도 바울이 자기자신에게 적용시킨 경험적 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든지"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사도 바울이 "나 같은 사람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그리스도를 핍박하고 그의 교회를 박멸하려 했던 나 같은 죄인까지도"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되고 이렇게 하나님의 화목하게 하시는 역사를 전하는 그리스도의 사신이 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이해는 바로 앞에 있는 16절 말씀을 볼 때 더 분명해집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제부터는 어떤 사람도 육신을 따라 알지 아니하노라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도 육신을 따라 알았으나 이제부터는 그같이 알지 아니하노라." 여기서 "육신을 따라" 안다는 것은 "세상적으로" 또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본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 자신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메섹 도상에서 만나기 전에는 그를 그저 세상적이고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를 하나님의 아들이요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았었고 그래서 그와 그의 교회를 핍박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예수님을 그렇게 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예수님을 바로 알았을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의를 알리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화해의 역사를 증언하기 위하여 생명을 바치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그런데 이 놀라운 변화는 어디서 온 것이겠습니까? 사도 바울은 그것이 오직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라고 말합니다. 18절을 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 18절 한 절에서만 하더라도 우리는 세 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첫째는, 우리의 인생이 새로워지는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은혜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그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라는 말 역시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지만, 일차적으로는 사도 바울 자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화목하게 하는 직분"이란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입니까? 뒤따르는 19-20절 속에서 그 설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곧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신이 되어 하나님이 우리를 통하여 너희를 권면하시는 것 같이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간청하노니 너희는 하나님과 화목하라." 즉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사람들에게 그들의 죄값을 치르게 하지 아니하셨다는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나님으로부터 부탁 받았고, 그래서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신 곧 전령이 되어 사람들에게 "하나님과 화목하라"고 권면하고 간청하는 것, 그것이 곧 "화목하게 하는 직분"이라는 말입니다.
본문 마지막 절인 21절은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신 화목의 의미를 조금 더 자세히 밝혀주는 구절입니다: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는 물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셨다"는 것은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희생제물이 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죄가 없으신 예수 그리스도로 하여금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희생제물이 되게 하심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21절 하반절의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셨다"고 하는 말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의"라는 말의 뜻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의"라는 것은 "하나님께 속한 고유한 본성으로서의 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하나님의 의는 우리 인간의 죄를 묵과하심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죄를 심판하심으로써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죄를 심판하시고 그 죄값을 치르게 하시되, 은혜를 베푸셔서 죄인인 우리에게 그 죄값을 치르게 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죄 없으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 대신 치르게 하심으로써 세상의 의와는 전혀 다른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셨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의는 죄지은 사람이 죄값을 치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앞선 19절에서도 이미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셨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먼저, 일방적으로, 즉 은혜로 우리를 자신과 화목하게 하시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의해 자신의 거룩하심을 지키시는 것이 하나님의 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는 하나님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의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그러한 은혜를 베푸셨다는 사실이 곧 하나님의 그러한 의의 증거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
지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의미를 되새기며 그를 바르게 영접하기를 준비하는 절기 가운데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에 관한 중요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누구에게나 새로워짐의 가능성이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이전 것이 지나가고 새 것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로워짐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아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그저 뛰어난 한 인간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요 우리의 유일하신 구원자로 아는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로워지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넷째로,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는 그 무엇이기에 앞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우리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대신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돌리시며 우리를 자신과 화목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새로워지지 않고서는 그 어떤 인생도, 인생의 그 어떤 일도 진정 새로워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로, 이제 우리는 단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의 수혜자로 그칠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보여주신 하나님의 화해의 메시지를 전할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새로워짐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몇 일전 있었던 대통령선거에서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 정치를 만들겠다는 구호를 외친 보다 젊은 세대에 속한 대통령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각자가 어느 후보를 지지했던지 간에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보가 국민을 상대로 한 공약대로 낡은 정치를 청산하며 새 정치를 만들어내도록 협력하고, 그 공약을 성실히 실천하는지를 예의주시하며, 여전히 낡고 부패한 정치세력과 타협하며 적당히 넘어가려 하지 않도록 준엄한 비판과 심판을 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정한 새로움과 바른 변화의 주인은 오직 하나님이시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우리 자신의 변화와 새로움을 통하여 증언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참되게 변화하며 날로 새로워지지 않고 대통령 한 사람이나 정치인들에게 모든 변화의 책임을 떠넘기려 해서는 안됩니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바르게 영접함으로써 새로워지고 이 땅의 교회들이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몸으로서 거듭날 때에 우리는 비로소 낡고 부패한 정치를 비판할 수 있는 힘과 설득력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두 후보간에 극히 근소한 표 차로 승패가 갈렸습니다. 두 후보를 각각 지지한 국민들의 대립이 이토록 현저하기도 드문 일입니다. 지역주의 철폐와 국민통합을 그토록 부르짖었지만 동·서의 대립양상은 다시 한 번 뚜렷해졌습니다. 게다가 세대간의 이념적 차이 또한 더욱 확연해졌습니다. 남·북간뿐만 아니라 동·서간의 화해와 세대간의 화목은 이제 우리 민족, 우리 국가의 가장 절급한 과제로 드러난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이 민족과 지역과 세대간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할 사명감을 통감해야 할 것입니다. 새 대통령이 그의 공약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협조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그가 그 공약을 실천하는 일에 무관심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도록 감시와 채찍의 눈길을 떼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힘은 오직 하나님에게 있고 그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우리 자신의 삶을 통하여 증언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는 하나님과 화목하라" 한 오늘 본문의 말씀대로 먼저 우리가 하나님과 더불어 화목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개개인 그리스도인들이나 한국교회가 바른 신앙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하는 역사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 안에서의 화목을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 각자의 삶의 주변에서, 개교회들 안에서, 한국교회 안에서 화목의 역사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화목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복된 소식을 이 나라 이 민족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화해의 전령이 되고 하나됨의 사도들이 되려고 하지 않으며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갈등과 분열을 해결할 책임을 미루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화목하고, 이 땅의 교회들이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하나될 때에 비로소 민족과 지역과 세대간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화목하게 하는 일을 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번 성탄절은 우리 주님께서 우리들과 이 땅의 교회들과 이 나라 이 민족을 새롭게 하시고 화목하게 하시는 주님으로 임하시는 성탄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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