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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속으로 〓/영성 교회 성장 10대 지침등(가나다순)

주일 대예배라는 미신

by 【고동엽】 2008. 11. 30.
 

   주일 대예배라는 미신
주일 예배를 대예배라 한다. 수요일 저녁이나 평일 새벽에 하는 예배는 주일 오전 예배와 격이 다르다. 그래서 아무리 평일 날 여러 번 예배를 했어도 주일 대예배를 빠지면, 안 되는 것이다. 목숨 걸고 주일 예배에 참석하려 하는 자는 진정 신앙이 돈독한 자라고 인정받지만, 주일 예배를 심심하면 빼먹고 수요 예배나 새벽 예배로 땜방하려는 사람은 좀 신앙심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예전에 공공기관에서 치르는 자격시험을 주일에 시행함으로써 주일 성수를 못하게 된다고 이를 평일로 바꿔 달라는 항의가 제기된 적이 있다. 물론 목사와 신도들이 주동이 된 사건이다. 주일에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은 일종의 종교 탄압일 수도 있다는 좀 과격한 주장까지도 언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바람에 시험이 평일로 옮겨지고 주일만 쉴 수 있는 사람들은 직장의 눈치 보며 어렵게 시험을 치르러 가야하는 불편을 겪게 되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원성은 기독교를 향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약자로서 공휴일을 다 쉬게 해주는 직장도 아니고 몇 명씩 거느리고 가내 공업 수준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직장이기에 더욱 그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조치였던 것이다. 주일에 시험 보면 맘도 편하고 봉급도 깎이지 않을 것을 평일에 시험을 치르게 함으로써 눈치보이고 봉급도 깎이는 이중고를 겪게 되었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주일에 한꺼번에 예배를 하려다보니 성도 숫자가 늘면 그 수에 맞게 건물을 확장하는 일이 벌어진다. 5천명 교인이라면 5천명이 함께 예배할 건물을 지어야 비로소 주일성수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편법으로 주일 오전 예배를 1부, 2부 하는 식으로 나누어 행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주일, 그것도 가급적 오전 시간에 하는 예배에 참석해야 올바른 주일성수에 이를 수 있다는 식의 논리가 기독교인들 의식 속에 팽배해 있다.

교인 수만 늘어나면 너도나도 대형 예배당을 짓는 풍경도, 결국은 주일에 반드시 예배를 드려야 제대로 신앙 생활하는 것이라는 믿음에 뿌리를 둔 행태라고 볼 수 있다. 교인 수는 느는데 그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니 당연히 더 넓고 큰 예배당을 지어야 할 것 아닌가. 주일 예배가 정식이고 나머지 예배는 약식이라는 구분이 옳다면, 당연히 그리해야 할 것이다. 누구는 정식 예배에 참석하고, 누구는 약발도 없는 약식 예배에 참석하라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식일 다음날 행해지는 예배에 참석해야 올바르게 주일을 성수하는 것이라는 원칙은 누가 정한 것일까. 예수께서 그리 명령 하셨을까. 아니면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것일까. 아니면 사도들이 합의한 사항일까.

안식 후 첫날 제자들이 모인 것이 이 날을 특정하게 규정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그들의 관습대로 안식일(안식일은 안식해야 하니까)다음날 모였을 것이라 보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서 바울도 굳이 안식일 다음날(우리가 주일이라고 부르는 날)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라고 하였다.  

"혹은 이 날을 저 날보다 낫게 여기고 혹은 모든 날을 같게 여기나니 각각 자기 마음에 확정할지니라"(롬 14:5). 바울 자신도 안식일이나 안식 후 첫날이나 구별을 두지 않고 있었음 알 수 있다. "안식일마다 바울이 회당에서 강론하고 유대인과 헬라인을 권면하니라"(행 18:4). "안식 후 첫날에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 바울이 이튿날 떠나고자 하여 저희에게 강론할 새 말을 밤중까지 계속하매"(행 20:7).

사실 어느 날을 정하여 성도들이 모이고, 어느 시간에 예배를 할 것인지는 각자가 알아서 정할 일이다. 어떤 특정한 날, 특정한 시간에 이루어지는 예배 모임만이 하나님께 제대로 인정받을 '정식 예배' 라는 식의 규정은, 다분히 인간의 생활 습관에서 생산된, 편의적 차원의 선택 사항을 신성화함으로써 빠지게 된 독단에 불과하다.

게다가 안식일 다음날을 주일이라 부르는 것도 그 근거가 정확하지 않다. 성경에서 말하는 주의 날 혹은 그리스도의 날 즉 주일은, 예수의 재림이나 심판의 날을 의미하는 것으로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판에 주일에다 성수라는 말까지 덧붙임으로써, 마치 그 날 예배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면 엄청난 신앙적 범죄를 저지르는 듯이 몰아 붙이는 것은, 사소한 행사나 규칙을 신성화(국가의례화)함으로써 백성들을 우민화시키는 독재자의 철권 통치를 연상시킨다.

이제 돌이켜 보자. 만일 주일과 토요일과 평일 모두를 예배 모임의 날로 정하고, 각 날들의 예배가 아무런 차등이 없음을 인정하기만 하면, 너도나도 대형교회를 짓는데 열중함으로써 낭비되는 재산과 공간 활용의 비효율성을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다. 한번에 300명 정도가 함께 예배할 수 있는 예배당을 가진 교회라면 성도 3000명까지도 감당할 수가 있다. 주일 아침에 3부, 토요일 오후에 2부, 평일 저녁 1부씩만 예배모임을 갖더라도 10부 예배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예배까지 포함시키면 그 이상도 가능해진다. 직장인들은 평일 저녁에, 개인 사업자는 평일 낮에 하는 식으로 적절하게 생활 환경에 따라 예배할 수 있는 요일과 시간을 조정하면, 1주일 내내 비워두다 주일에 한번 사용하기 위해 거대한 예배당을 건축해야하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정하지 않은 것을 인간들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정한 규칙들이 많이 있다. 물론 생활의 편의적 판단에 따라 만들어진 관습이라 유용한 점도 있겠지만, 세월이 흘러 생활 패턴이 바뀌고 또 지역에 따라 풍토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집스레 무소불위의 원칙으로 행사하려함으로써 도리어 사람들 억압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주일 성수라는 관습 역시 그런 부류가 아닌가 싶다. 성도가 행하는 예배에 차별이 있겠는가. 토요일 다음 날(주일)에 성사되는 예배 모임만이 절대적 신성하다는 신앙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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