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잘 간직하라 (예레미야애가 3장 22-23절)
1987년 12월 13일 필자는 선교사의 꿈을 품고 미국 신학대학원 유학길에 올랐다. 난생 처음으로 타보는 비행기 안에서 이륙 직후 서울 밤 야경을 보면서 울렁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진실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제 저에게 새로운 생활이 펼쳐집니다. 앞으로는 더욱 신실하게 하나님만 섬기겠습니다. 저 아래 반짝이는 불빛들처럼 어두운 세상에 작은 빛을 비추는 존재가 되게 하소서.”
그때 비행기 안에서 필자의 각오는 대단했다. 새 출발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미국에서는 진실한 성도로서 사랑과 감사와 찬양과 기쁨의 생활만 하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미국에 도착해서 서부의 LA에서 부모와 잠깐 지낸 후 비행기로 다시 5시간을 타고 신학대학원으로 전학 전에 입학했던 대학원으로 가려고 미국 동부 코네티컷의 브리지포트로 갔다. 그때가 88년 1월 5일 화요일이었는데 첫날부터 고독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히면서 어떻게 앞길을 헤쳐 나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브리지포트에서의 첫 주일을 맞이했다. 아침 8시에 기숙사에서 나와 전날에 미리 보아 둔 교회로 갔는데 무슨 연유인지 교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학교 주위를 걸어 2시간 동안 교회를 뒤졌지만 교회를 발견하지 못했다. 터벅터벅 손에 성경을 안고 가슴에는 외로움을 안은 채 기숙사로 돌아오다가 갑자기 뉴욕에 있는 한인교회로 가자고 결심했다. 주일성수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으로 가는데 걸어서 30분, 역에서 암트랙이란 뉴욕행 급행 열차를 기다리는데 20분, 암트랙을 타고 뉴욕 맨하탄까지 가는데 1시간 30분, 뉴욕 맨하탄에서 훌러싱으로 가는 지하철을 묻고 찾아서 타는데 20분, 지하철을 타는 시간 45분, 지하철에서 내려 교회까지 걸어가는데 25분을 걸려서 약 4시간 만에 목표하던 교회에 도착한 시간이 주일 오후 2시 15분쯤이었고 낮 예배는 이미 끝난 시간이었다. 그날 오후 청년회 예배에 참석했는데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그때부터 뉴욕에 있는 신대원에 입학할 때까지 약 3개월 동안 매주일 왕복 7-8시간을 투자하며 그 교회를 다녔다. 그때는 주일이 너무나 기다려졌다. 그리고 주일뿐만이 아니라 6일 간의 기숙사 생활도 기도와 말씀과 찬양이 넘치는 생활이었다.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비행기 안에서의 결심이 그대로 이뤄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람은 과거의 선한 결심을 너무나 잘 잊어버린다.
시간이 지나 미국생활이 서서히 적응되자 비행기 안에서의 결심은 어느덧 잊히고 예전과 별 차이 없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하나님의 도움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줄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사람의 모습이다. 사람은 병들고 배고플 때는 하나님을 열심히 찾다가 병이 낫고 배부르면 하나님을 멀리한다. 사람은 시간과 함께 하나님의 은혜와 하나님 안에서의 감격과 다짐을 과거로 흘려보내는 경향이 있다.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다.
길이 활짝 열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 말라. 그것 때문에 하나님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소유와 성공과 명예를 하나님과 바꾸는 것은 인생의 큰 손해다. 먼저 신앙을 굳게 세우고 길이 열리길 기대하라. 늘 기도하라. “하나님! 물질과 건강은 잃어도 하나님은 잃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만 잃지 않으면 길은 열린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잘 잊어도 하나님의 은혜만은 잊지 말라.
지금이 다시 하나님을 붙들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라. 어려울 때마다 나 자신이 흙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위로를 얻는다. 그 생각을 하면 인간이 허망한 존재임을 실감하면서 역설적으로 현재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를 깨닫고 감사가 나오기도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하나님을 떠나지 말고 하나님의 은혜를 쉽게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말라. 은혜를 잊지 않고 날마다 주안에서 새로운 감격과 다짐이 흘러넘치는 성도가 진실한 성도다. 은혜를 잘 간직하는 것이 진짜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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