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 693회] - 사후(死後)의 심판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히브리서 9:27)
세상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무신론자들, 공산주의자들, 무종교인들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지, 그 후에 무엇이 있겠느냐는 말을 합니다. 사실 보통 생각하면 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한 범죄인도, 살인강도도 죽은 시체로 발견되면 그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필자는 구약 성경을 읽다가 왕하 23장 15절 16절에서 재밌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유다왕 요시아는 바알 산당을 헐고 그 산당을 불살라 가루를 만들었고, 또 아세라 목상을 불살랐습니다. 요시아는 산에 있는 무덤들을 보고 그 무덤을 파헤쳐 해골을 가져다가 재단 위에서 불살라 그 제단을 더럽게 하라고 명령합니다.
필자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행하던 부관(剖棺:관을 쪼갬 )참시(斬屍:시체 (머리를) 벰)가 생각났습니다. 부관참시는 죽은 후에 그 사람이 역적 모의를 한 것이 밝혀졌을 때,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을 꺼내어 목을 치고 뼈를 도끼로 찍는 형벌입니다. 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나 뼈를 꺼내어 두 번 죽이는 형벌입니다. 대체로 그가 살았을 때는 그의 위세에 눌려 감히 죄를 묻지 못하다, 죽고 나서 시간이 흐른 후에 생전의 죄를 묻는 벌이지요.
조선 왕조에서 부관참시를 당한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연산군 재위 시절 무오사화(戊午士禍)가 일어났을 때 김종직입니다. 김종직은 세조가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 시키고 자기가 왕좌를 차지하고 조카를 죽인 일을 <조의제문(弔義帝文)>에 쓴 것이라고 간신 유자광이 연산군을 부추겨 부관참시를 당하였습니다.
또한 사람은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죽이고, 세조로 등극할 때 1등 공신인 한명회입니다. 그는 영의정에까지 올라 권세가 하늘에 뻗쳤고, 왕 3대를 섬긴 세력가였습니다. 은퇴한 후에는 현재 한국에서 제일 땅값이 비싸다는 강남에 자신의 호인 압구정(鴨鷗亭)이란 별장 겸 정자를 지어 놓고 노년을 보냈습니다.
현재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가 선 자리이지요. 그는 연산군 때, 갑자사화와 연류 되었다 하여 무덤이 파헤쳐져 시체가 토막 났고, 하남 저잣거리에 효수(梟首:죄인의 목을 베어 높은 곳에 메어 달아 놓음) 되었습니다.
서양 사회에서도 부관참시가 있었습니다. 주로 중세 교회에서 교황의 명령에 불복한 자는 이단으로 몰아 화형을 시켜 죽였습니다. 사후에 이단이란 것이 밝혀진 경우에는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끌어내 화형에 처했습니다. 그가 비록 죽었어도, 죄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죄를 불로 태워 정화 시킨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영국의 개혁자 John Wycliff는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교회의 혁신을 부르짖으며 교황청의 부패를 비난했습니다. 그는 Latin어로만 쓰여 있는 성경을 평신도들도 읽게 하기 위해 영어로 번역하였습니다. 그가 죽은 지 31년이 지난 1415년 독일 콘스탄스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되어, 무덤을 파헤치고, 유골을 꺼내 화형에 처했습니다. 재는 Avon강의 지류인 Swift 강변에 뿌렸습니다.
일본에서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風臣秀吉)는 그의 후계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덕천가강:德川家康)에 의해 무덤 자체가 폭파되는 불명예를 얻었습니다.
인간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후에 사람들에 의해 죄의 심판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후에도 죄상이 드러나면 파묘(破墓:묘를 파헤침)하여 뼈를 불태우거나, 도끼로 토막 내는 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가 죽은 후, 하나님 앞에서 마지막 심판을 받는다고 말씀 합니다. 죄는 인간 사회에서도 생전에 또는 사후에 형벌을 받지만, 세상에서 받지 못한 벌은 하나님 앞에서 받게 되어 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죄를 짓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죄를 지었을 경우, 그 때 그 때 하나님 앞에 참회하여 해결을 해야 합니다. 죄는 언젠가 밝혀지고 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십자가의 보혈로 우리의 많은 죄를 씻을 수 있는 은혜의 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정결한 삶으로 하나님 앞에 부끄러움 없이 설 수 있도록, 언제나 경건과 외경(畏敬:두려워 공경함)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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