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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산, 예배와 삶의 기준 제시하다
유대인 자녀 성경교육의 출발점 … 선택된 백성이 지켜야 할 제사와 율법 담아
▲ 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
레위기는 흔히 구약의 수면제라 부른다. 다양한 제사들과 복잡한 제사의 절차, 용어들, 그리고 아무런 구체적인 의미와 교훈이 설명되지 않은 여러 가지 따분한 법들과 규정들로 가득 차 있다. 그로인해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레위기는 마치 넘기 어려운 높은 담이나 거대한 산과 같이 느껴진다. 필자는 오늘부터 20회에 걸쳐 여러분과 레위기라는 높은 산을 오를 예정이다. 여러분은 이 등반 과정에서 레위기의 산은 기막힌 장관을 연출하는 형언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산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레위기는 독자 여러분에게 수면제가 아닌 시원한 청량제이자 영혼을 강건케 하는 영양제로 다가갈 것이다.
레위기는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이 다섯 살 즈음 자녀에게 가르치기 시작하는 오경(토라)의 첫 번째 책이다. 성경의 첫 책인 창세기가 아닌 레위기로 자녀의 성경 교육을 시작했다는 것은 레위기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실제로 레위기는 어떻게 예배할 것인가, 그리고 예배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교육하는 교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위기는 오래도록 교회로부터 홀대를 받아왔고 혹은 잘못된 풍유적 해석으로 설교되고 교육되어왔다. 레위기는 이제 재평가되고 본래의 위상을 되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레위기는 그야말로 복음의 진수를 담고 있으며, 설교의 보물창고이자 마르지 않는 신학적 샘물이다. 특히 신약을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위기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국내에 좋은 레위기 주석들이 있지만 레위기 전공자인 필자는 마침 지난 5월 말에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새물결플러스)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지면을 통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많은 내용들과 다양한 도표와 도식, 그리고 그림들이 사용된 상세한 주해는 그 책을 참고하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레위기가 기록된 정황과 목적
레위기의 히브리어 제목은 ‘봐이크라’(wayyiqra ar”q.YIw:)로 뜻은 “그가 부르셨다”이다. 이것은 레위기의 첫 번째 단어인데, 히브리어 성경의 각 책들은 첫 번째 단어를 제목으로 삼는다. 그래서 레위기는 하나님께서 “회막에서” 모세를 부르셔서 레위기 말씀을 주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레 1:1). 여기서 “회막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레위기 앞의 책인 출애굽기는 성막(회막) 완성에 대한 보고와 더불어 마무리된다(출 40:33~38). 이때 성막에는 여호와의 구름 기둥이 강림하고 성막 전체가 그분의 영광으로 가득 찬다. 하나님의 구름은 그 전에는 시내산 꼭대기에 내려와 있었다. 이것은 시내산 자체가 하나님의 임재의 장소, 예배의 장소, 곧 성전이었음을 말해준다. 시내산 자체가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암시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시내산에 백성들이 모일 때, 삼중으로 배치된다(출 24장): 산 정상 가까이(모세); 산중턱(백성의 대표); 산기슭(백성들). 이것은 성막의 삼중 배치와 동일하다: 지성소(대제사장); 내성소(제사장); 마당(백성들). 그 시내산 성전 위에 임한 구름이 이제 회막으로 이동해 왔다. 쉽게 말해 성막이 완성된 후, 여호와께서는 그곳을 자신의 거처로 삼고자 이동해 오신 것이다. 그래서 레위기에서 신탁의 장소가 바뀌었다. 이제 시내산 정상이 아닌 “회막에서” 모세를 통해 백성들에게 선포될 레위기의 율법이 주어진다.
요컨대, 출애굽기에서 성막이 완성되었다(출 25~40장). 그리고 논리적으로 이제 성막의 운용에 대한 문제와 성막을 중심한 생활 규칙이 주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것은 성막에서의 제사 규범과 진영 (그리고 땅)에서의 생활 규범이다. 그 내용들을 담은 책이 바로 레위기다. 시내산 아래에서 예배와 삶에 대한 규범을 전수받은 후, 백성들은 이제 인구 조사와 더불어 진영을 재정비한 뒤 민수기 10장 11절에서 비로소 시내산을 떠난다. 민수기는 그 후의 광야에서의 기록이다.
앞서 말한대로 레위기의 히브리어 제목은 ‘봐이크라’인데, 영어 제목 ‘Leviticus’와 이를 따른 우리 말 성경 ‘레위기’는 이 책의 내용에 걸 맞는 제목이 아니다. 헬라어 구약성경(70인경)이 이 책의 제목으로 레위띠꼰(leuitikon Leuitikon)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레위기에는 레위인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으므로(레 25:32~34) 다소 엉뚱한 제목이다.
레위기는 제사장들을 위한 지침들로 가득 차 있으며 사실은 제사장들보다는 평민을 위해 쓰인 책이다. 이 책은 곳곳에서 모든 법들이 제사장뿐만 아니라 평신도들도 숙지해야할 중대한 법들임을 말해주고 있으며, 상세한 제의적 절차와 거룩한 삶의 기준을 제시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레위기 법의 준수를 통해 세상 민족들과 구별된 거룩한 삶을 구현해야할 사명을 안고 선택되고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제사법 및 율법을 공부해야 하는가?
예수님 이후 신약 시대에 제사는 폐지되어 더 이상 드리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희생으로 모든 희생 제사가 단번에 영원히 성취되었기 때문이다(히 9:11~12). 그렇다면, 왜 우리는 레위기, 특히 제사를 공부해야 하는가? 레위기의 제사법에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 의미의 핵심이 담겨 있고, 또한 예배의 본질이 담겨 있다. 구약의 율법은 형식과 틀 속에 본질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 형식과 틀 자체도 어떤 중요한 신학적 영적 메시지를 전해준다.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나는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다. 완전하게 하려 함이다”고 말씀하셨다(마 5:17). 혹자는 이것을 오해하여 구약 율법이 폐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예수님의 이 말은 율법의 형식(껍데기)은 폐기되고 율법의 본질(알맹이)이 완성되었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율법의 완성적 폐지라 할 수 있다. 율법의 형식인 제사와 제의, 음식법, 정결법, 제사장 제도, 성전 제도, 이 모든 것들은 폐지되었다. 그러나 제사의 본질인 ‘헌신과 예배,’ 음식법의 본질인 ‘거룩한 구별,’ 정결법의 본질인 ‘도덕적 순결,’ 제사장과 성전의 본질인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었다.
요컨대, 신약과 구약의 관계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다. 형식과 껍데기는 철폐되었기에 신약과 불연속적이고, 그 정신과 본질은 신약에서 완성되어 이어지므로 연속성을 지닌다. 이러한 율법의 완성적 폐지, 즉 형식의 폐기와 본질의 성취는 구약 율법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
깔끔히 정돈해야 할 제사 용어들
레위기 독서를 어렵게 하는 것은 많은 전문적인 용어들과 더불어 여러 가지 제사와 의식들, 그리고 법들에 대한 복잡한 설명이다. 특히 제사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사 용어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제사의 종류: 5대 제사
레위기는 먼저 1~7장에서 다섯 가지 제사를 규정한다. 이것을 소위 ‘오대 제사’라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a. 번제: 전체를 태워 모두 바치는 수직적 헌신의 제사다.
b. 소제: 유일한 곡식의 제사로 주로 감사의 제사다.
c. 화목제: 기본적으로 감사와 찬양, 수평적 나눔을 위한 제사다.
d. 속죄제: 도덕적 죄와 신체적 부정결을 해결하기 위한 제사다.
e. 속건제: 재산상의 피해를 준 죄를 위한 배상의 제사다.
제사법을 다루는 레위기 1~7장은 내용과 주제에 의해 대략 1~5장과 6~7장으로 양분된다. 전자는 각각의 다섯 가지 제사의 절차와 방법에 대한 규정이고, 후자는 그 다섯 가지 제사의 추가 규정들로 각 제물들을 태운 뒤의 후속조치, 곧, 재와 잔존물의 처리, 그리고 남은 고기의 분배 및 먹는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2) 제사의 방식
한편, 제사의 방식이나 제물을 바치는 동작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들이 나타난다. 거제, 요제, 그리고 전제(관제)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제사 종류가 아닌 제사 방식에 대한 용어들이다. 거제와 요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a. 거제: 히브리어로 테루마(teruma hm’WrT.)이다. 이것은 흔히 들어 올리는 제사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단순히 여호와를 위해 “성전에 바쳐진 제물”(contribution)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출애굽기 25장에서 백성들이 “자원하여 가져온 것”의 히브리어가 ‘테루마’다(출 25:2). 엄밀히 이것은 제사 드리는 방식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글에서 기존 용어 ‘거제’를 그대로 사용한다.
b. 요제: 히브리어 테누파(tenupa hp’WnT.)에 해당된다. 흔히 이것은 흔들어 바치는 제사의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동사 ‘누프’는 “흔들다”는 의미를 포함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이것은 단순히 제단 앞에서 제물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제사장들을 위임할 때 일단 그들의 손에 많은 제물들을 들어 올린 동작을 한 뒤, 그것들을 제단에 바친다(레 8장). 이때 그 제물의 막대한 양을 고려해 볼 때 손에 쌓은 뒤 흔들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단순히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여러 학자들이 오히려 이것을 ‘거제’(heave offering)로 번역하는데 우리는 혼동을 피하고자 전통적 번역 그대로 ‘요제’(wave offering)를 따른다.
c. 전제(관제): 히브리어로 네세크(neseq %s,n<)라 칭한다. 이것은 ‘붓는 제사’로서 주로 포도주나 독주(아마 맥주), 혹은 기름을 제단에 붓는다(창 35:14; 출 29:40; 레 23:13; 민 28:7 “독주의 전제”). 전제는 구약에서 60여 차례 나타나지만, 어떤 방식으로 제단에 부었는지는 구약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3) 기타 제사 용어
a. 예물(고르반): 짐승의 제물들은 모두 ‘예물’로 불린다(레 1:2). ‘예물’의 히브리어는 코르반(qorban !B’r.q’)으로 ‘가져온 것, 바친 것’이라는 의미이다. 제단에 올리는 희생 제물들 외에도(레 1-7장) 제단에 올리지는 않으나 성전에 바치는 모든 예물(레 27장)은 고르반이라 부른다.
b. 화제: 히브리어로 이쉐(isshe hV,ai)인데, 흔히 불로 태우는 제사로 이해된다(레 1:9; 2:2). 이 단어가 ‘불’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에쉬(esh vae)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은 불과 상관없는 제사 용어로서 ‘봉헌물, 음식 예물’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원으로 따지면 이쉐의 어원은 ‘불’이 아닌 ‘선물, 공물’을 의미하는 우가릿어나 ‘소유물’을 의미하는 아랍어 일 수 있다. 더 중요하게는 문맥에서 “화제”가 어울리지 않은 사례들이 많다. 특히 태우지 않는 제물도 이쉐(isshe hV,ai)라 칭하는데(레 2:10; 6:17) 예를 들어 결코 태우지 않는 진설병 상에 놓은 떡도 이쉐라 칭한다(레 24:6~7, 9). 심지어 붓는 술의 전제도 이쉐로 칭한다(민 15:10). 따라서 이쉐는 ‘화제’라기 보다는 ‘음식 봉헌물’(food offering) 혹은 ‘헌물’(gift offering)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전통적 견해를 따라 그대로 ‘화제’를 사용할 것이다.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97429
출처 : 영적 분별력
글쓴이 : 진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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