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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 개혁교회의 신앙교육

by 【고동엽】 2021. 10. 20.

화란 개혁교회의 신앙교육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개혁교육연구소’(Reformed Pedagogic Center) 소장인 한스 메설링크(Hans Messelink)를 만나 화란 개혁교회의 교육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글에서 화란 개혁교회의 학교 교육 상황은 메설링크의 자문을 받았으며, 그 외의 것은 그의 견해와 필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것이다. 메설링크는 화란 개혁교회 교육의 장을 크게 ‘가정’, ‘교회’, ‘학교’, ‘그룹활동’으로 나누었다. 필자도 이 범위 내에서 화란 개혁교회 신앙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기술해 보고자 한다.

가 정

화란 개혁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앙교육의 장을 말하라고 한다면 ‘가정’이라고 하겠다. 신앙의 기본 틀은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그리고 형제와 자매의 관계로 이루어진 가정에서 자리잡힌다. 이들의 삶은 철저하게 가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일 예배 시간에는 온 가족이 한 줄에 나란히 앉으며, 명절과 성탄 등의 축제가 있을 때에도 가족끼리 함께 보낸다. 아버지는 남전도회, 어머니는 여전도회, 형은 청년회, 동생은 학생회로 흩어지는 일은 이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목사도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 교회 일을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화란 개혁교회의 가정 중심의 삶은 가정에서의 철저한 자녀 신앙교육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먼저 이들의 ‘자녀관’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자녀관’, 곧 자녀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과 ‘교육’, 곧 그들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하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화란 개혁교회 교인들은 자녀를 많이 낳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인들의 정확한 출산 통계는 모르지만 한 예로서 필자가 속한 신학대학교의 교수님들의 자녀 수를 소개하려 한다. 필자의 지도교수님은 7명의 자녀를 두었고, 고대교회사 교수님 7명, 교의학 교수님 6명, 실천신학 교수님 6명, 신약학 교수님 7명 등이다. 화란 일반 사회의 출산율이 결혼한 여성당 1.5명인 것에 비한다면 이는 반사회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 서구 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저출산인데 그 속에 살고 있는 이 개혁교회 교인들이 자녀를 많이 낳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그것은 그들의 신앙에서 오는 것이다. 자녀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며, 동시에 우리에게 주신 명령임을 믿는 신앙 안에서 가능한 것이다.

필자는 화란 자유개혁교회의 한 여자 교인과 이에 관련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는 “한국 사람은 왜 자녀를 적게 낳는가?”라고 질문했다. 필자는 사회, 문화적 요인 때문이라고 열심히 설명했다. 필자의 설명을 다 들은 그녀는 다시 질문했다. “그러면 기독교인도 그런 이유로 자녀를 적게 낳는가?” 필자는 이 질문을 받고 자문해 보았다. ‘한국 교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 성경적인 논의를 해 본 적이 있는가?’ 한국 교회에는 ‘자녀’와 ‘생명’에 대한 시각에 있어서 비신앙인이든 신앙인이든 차이가 없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화란 개혁교회 교인들은 이 점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상이 아이를 적게 낳지만, 교인들은 자녀를 하나님의 명령인 줄 믿고 많이 낳는다. 이들의 신앙의 한 면을 보여주는 예이다.

화란 개혁교회 가정에서는 임신을 알리는 그 순간부터 축하를 받는다. 힘든 임신 기간이 끝나고 아기가 태어나면 이 또한 경사이다. 아기가 태어난 후 산모의 몸이 회복되는 대로(보통 출산 후 2~3주일 내) 온 성도의 축하를 받으며 세례를 받는다. 이 때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할 때까지 (입교) 힘껏 신앙으로 양육하며, 교육받도록 하겠다고 서약을 한다. 교회에서 유아세례가 베풀어 질 때마다 성도들은 (유아세례 예식문을 들으며, 또 그 서약에 ‘예’라고 대답하는 부모의 대답을 들으며) 부모로서 어떤 의무를 지게 되었는지를 거듭 확인하게 된다. 자녀로 말미암는 ‘기쁨’을 누림과 동시에 자녀를 신앙으로 양육해야하는 ‘의무’가 부모에게 주어진다. 이 의무를 행함에 있어 부모는 하나님으로부터 권위를 부여받는다. 부모는 바로 이 권위로 자녀를 엄하게 교육한다. 이는 가정에서 아이가 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왕 되심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의 인격은 충분히 존중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신앙교육의 의무가 가정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화란 개혁교회 가정은 매 식사 전 함께 기도를 하고, 식사 후에는 성경을 읽는다. 주로 아버지가 성경을 읽고, 필요하면 설명을 덧붙이고 질문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 이렇게 부모는 육신의 성장을 위하여 ‘음식’을 제공하고 영적인 성장을 위하여 ‘말씀’을 자녀들에게 가르친다. 주일 같은 날은 특별히 찬송을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매일 행해지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인데, 그로 인하여 이 시간이 습관화되고 형식화되는 부정적인 면이 있기도 하지만, 이 시간이 부모가 자녀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시간이며 기회임은 틀림이 없다.

이들은 주일을 어떻게 자녀들에게 가르치는가? 주일을 구별하여 지키고 하나님을 예배하며 그를 기뻐하고 즐거워하는데 집중한다는 원칙은 우리의 주일 개념과 다를 바 없다. 주일을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면, 먼저 집안은 토요일 쯤 깨끗이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주일 입을 옷과 신발도 깨끗하게 준비한다. 이들에게는 주일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이 있다. 자신의 옷 중에서 가장 단정한 옷을 정해서 특별한 날에만 입는다. 주일에 그 옷을 입는다는 것은 곧 주일이 중요하고 기쁜 날임을 의미한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케잌이나 과자와 함께 마실 것을 먹는다. 이 시간에 어떤 가정은 목사님의 설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은혜를 나눌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신앙 교육도 한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오후 예배에 온 가족이 다 함께 참석한다. (화란 자유개혁교회는 오전, 오후 예배의 참석 인원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큰 특징이며 한국 교회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또 주일은 평소와는 달리 삶은 달걀이나 샐러드 등 별식이 준비되며, 칩스나 콜라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몇 가지들이 허용되는 날이다. 부모들이 몇 가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주일에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이유는, 그것이 비싸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고 주일을 특별히 기쁜 날, 즐거운 날로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주일을 즐거워하며 기다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화란도 예외 없이 한국과 같이 텔레비전 보는 것이 자녀들에게 큰 문제이다. 화란 자유개혁교회 교인들은 텔레비전은 잘 이용하면 좋은 것이지만, 잘못하면 큰 악을 초래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녀와의 약속 하에 자녀들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과 프로그램을 한정시키고 더 이상의 시청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결론적으로 화란 개혁교회의 가정교육은 400여년의 개신교 역사를 통해 자리잡힌 것으로, 아동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으로 잘 실천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교 회

화란 개혁교회의 교회교육은 주일학교가 없고, 대신에 교리문답 교육이 있다. 즉 하이델베르그 교리문답(Heidelberg Catechimus)이 매 주일 오후예배 시간 설교를 통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교인을 향해 가르쳐진다. 이 전통은 16세기 종교개혁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목사는 주일 오후 설교로 이 교리문답을 설교하도록 교회법에 명시되어 있다. 주옥같은 신앙의 핵심 교리들이 52주로 나누어 설교되는데 이를 통한 성도들의 교리에 대한 지식과 확신은 대단하다. 우리 한국 장로교회도 웨스트민스터 대 ․ 소 교리 문답이 있지만, 교회에서 가르쳐지고 있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여기에 덧붙여 담임목사가 매주 한 번, 평일 저녁에 45분 정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교리문답 공부가 있다. 나이에 따라 반이 나누어지는데, 12세부터 시작하여 입교할 때까지 이 교육을 받게 된다. 여기에서는 교리적 주제들이 자유롭게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내용은 하이델베르그 교리문답이다. 이 때 청소년들을 위하여 특별히 만들어진 부교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방학과 휴일을 제외하고 계속되는 이 교리문답 교육은 화란 개혁교회의 큰 특징이라 하겠다. 이것은 한국의 ‘주일학교 교육’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화란 개혁교회의 교리문답 교육이 주중에 행해지는데 비해서 한국의 주일학교 교육은 주일에 이루어진다거나, 화란 개혁교회의 교리문답 교육에는 대개 믿는 자의 자녀들만 모이는데 비해서, 한국의 주일학교에는 믿지 않는 부모들의 자녀들도 온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곧 화란개혁교회 교리문답 교육이 교회 자녀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한국의 주일학교 교육은 교회 자녀 뿐만 아니라 교회 밖의 아이들을 향한 선교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마무리 하면, 화란 개혁교회의 교리문답 교육은 자녀들에게 선배들의 신앙을 잘 가르침으로 신앙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공유할 수 있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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