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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의 격식 파괴

by 【고동엽】 2009. 6. 25.
 
 
 

한 굴지의 대기업 안에 의미 있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회사가 바로 제일제당이다. 제일제당과 산하 회사에서는 직원들끼리 서로의 직함 대신 '님'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신입직원이 사장에게, 또 사장이 신입직원에게 '사장님', '아무개 씨'라고 부르는 대신 '무슨 무슨 님'으로 통일해 호칭한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그 회사에선 입사 연번, 직위, 서열…이런 것이 이 '호칭 파괴'의 원칙에서는 의미를 상실해간다고 한다.

참 아름다운 문화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호칭의 격식파괴는 회사 구성원간에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바탕이 되고 있다.갈수록 직장문화가 생산성 중심으로 흐르면서 직장 문화가 능력 본위의 구도로 고착화돼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 같은 작은 변화의 노력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호칭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하자, 사장부터 직원까지 전화를 공손하게 받게 되고, 서로를 향해 경칭 어린 말을 택하게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영관련 학자들은 "당장 가시적인 경영 성과는 없지만 의사 소통이 원활해지고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라고 분석하고 있다.필자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 나라의 작은 실천 모형을 본다. 육신의 명예가 반드시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존재 그 자체로서 당신의 피조물 하나 하나를 사랑한다는 내용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위상과 직책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서 상대방의 인격을 고려하는 것은 교회에서 먼저 도입했어야 할 좋은 관행이 아닌가 싶다.

특히 신급이나 직분이 지나치게 명예와 직결되는 우리네 교회의 관행 역시 어느 정도 추스릴 시점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권사나 안수집사가 장로보다 못한 직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던가, 서리집사와 안수집사의 격이 서로 높거나 낮다고 여기 것 등. 이런 어긋난 시각은 언젠가는 지양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에게 '님'을 붙이는 운동을 비단 일개 사업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실례로 이미 일부 교회에서는 장로로부터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형제님' 또는 '자매님' 아니면 '성도님'으로 부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하나님 앞에선 동일한 피조물로서, 서로를 아껴주고 높여야 한다. 고린도후서 13장 11절에 "형제들아 기뻐하라 온전케 되며 위로를 받으며 마음을 같이 하며 평안할찌어다 또 사랑과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라고 기록돼 있다. 우리에게 화평과 평등, 사랑의 미덕을 허락하신 예수님의 뜻은 이처럼 성경 곳곳에 선명하게 배어있다.

그것은 직장이나 교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먼저 부부끼리 경칭을 사용해보면 어떨까. 아마 부부간 해결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서로를 공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칭은 이렇게 놀라운 자제력과 결속력을 수반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호칭은 결국 격식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서로 간에 가로막혀있는 편견과 불화의 벽도 허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본다. 또, 이해다툼과 분열을 막을 수 있는 방호벽도 될 수 있을 것이다.이런 문화, 우리 크리스찬부터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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