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바울 서신에 대한 새로운 문학적 접근:
갈라디아서의 구조에 대한 수사학적, 서신적 분석1)
1. 들어가는 말
바울의 갈라디아서는 6장밖에 안 되는 짧은 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라디아서는 단순히 그 자체의 내용 때문만이 아니라, 사도 바울의 생애 및 그의 신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최근의 여러 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갈라디아서의 문학적 구조는 최근의 갈라디아서 연구의 가장 관심 있는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2) 이 글의 주된 목적은 갈라디아서에 대한 새로운 수사학적-서신적 구조 분석을 통해서 갈라디아서의 구조와 갈디아서의 주제가 서로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제5장 바울 서신에 대한 새로운 문학적 접근 2
Luther의 종교개혁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국내외 학자들은 갈라디아서의 핵심적인 주제를 ‘이신칭의’, 곧 사람은 율법의 행위(인간의 공로)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구원 교리로 보고 있다.3) 비록 1980년 이후 E. P. Sanders 등 새로운 바울 전망 연구가들이4) 갈라디아서의 주제를 개인 구원 교리가 아니라 이방인이 모세의 율법과 관계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유대인과 동등한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된다는 교리로 보고는 있지만,5) 이것 역시 전통적인 입장을 근본적으로 떠난 것은 아니었다. 즉 전자(전통적 입장)나 후자(새로운 입장)나 모두 갈라디아서의 중심 주제를 신자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 것인가 하는 ‘삶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인가 하는 ‘신분의 문제’로 보고 있다.6) 갈라디아서의 중심 주제가 ‘신분의 문제’라는 양자의 입장은, 그들의 주장의 결정적 근거를 갈라디아서의 문학 구조에 대한 전통적인 3중적 구조 이해에서 찾는다. 즉 양자는 다같이 갈라디아서를 1) 1-2장의 바울의 자서전, 2) 3-4장의 신학적 논증, 3) 5-6장의 실천적 교훈 등으로 3등분하고, 중앙에 위치한 3-4장의 신학적 논증을 갈라디아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한다.
갈라디아서의 문학적 구조에 대한 이와 같은 3중적인 구분은 오늘날 표준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3중적인 구분은 사실상 5-6장의 윤리/(삶)를 3-4장의 신학/(교리)과 분리함으로써 갈라디아서 자체는 물론 바울 신학 전반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7) 이 글에서 우리는 갈라디아서에 대한 새로운 문학적 구조로서 ‘I’(1-2장의 바울의 ‘에도스’)/‘You’(3-6장의 갈라디아 교인들의 ‘페도스’)라는 2중 구조를 제시함으로써, 갈라디아서의 주제는, 전통적으로 생각되어 온 것처럼, 신분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삶의 문제이며, 그 핵심적인 주제도 3-4장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3-6장의 결론에 해당되는 5-6장에서 찾아야 하며, 따라서 바울에게 있어서 신학(신분)과 윤리(삶)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자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일 것이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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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갈라디아서의 구조 분석에 대한 기존 연구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갈라디아서가 특정한 문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종류의 문학적 구조를 갖고 있느냐에 관해서는 서로 의견을 달리한다. 갈라디아서의 문학적 구조에 관한 H. D. Betz의 선구자적인 수사학적 분석 이후9) , 갈라디아서의 수사학적 구조는 최근의 갈라디아서 연구에 있어서 가장 열띤 쟁점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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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ans D. Betz의 변증적-수사학적 분석
(Apologetic-Rhetorical Analysis)
Betz에 따르면, “갈라디아서는 구조적으로 볼 때, 고대 헬라-로마의 수사학과 서신 양식에 따라 나누어질 수 있다.”11)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갈라디아서의 서언 부분(1:1-5)과 결어 부분(6:11-18)12) 은 근본적으로 서신 양식 범주에 해당되는 반면에, 서신의 본론 부분은 고전 수사학적 범주 중 하나인 ‘변증적 스피치’(apologetic speech)에 해당된다. 따라서 Betz는 갈라디아서를 일종의 서신 양식과 변증적 스피치를 함께 갖고 있는 ‘변증적 서신’(apologetic letter)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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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디아서에 해당되는 변증적 서신은 배심원, 고소인, 피고인이 있는 실제적 혹은 가상적 법정 상황을 전제한다. 갈라디아서의 경우, 수신자들은 배심원에 해당되고, 바울은 피고인에, 그리고 그의 반대자들은 고소인에 해당된다. 이러한 상황이 바울로 하여금 일종의 자기 변호로 갈라디아서를 쓰게 했다.13)
Betz는 갈라디아서를 전체적으로 “변증적 서신”으로 규정하면서, 갈라디아서 구조를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1) 서언 (Epistolary Prescript) (1:1-5)
2) 이유 (Exordium or Prooemium) (1:6-9)
3) 설화 (Narratio) (1:11-2:14)
4) 논제 (Propositio) (2:15-21)
5) 증명 (Probatio or Confirmatio) (3:1-4:31)
6) 권면 (Exhortatio or Paraenesis) (5:1-6:10)
7) 결언 (Epistolary Postscript or Peroratio) (6:11-18)14)
고대 헬라-로마 수사학 교과서에15) 수록된 이론에 따른 Betz의 신선하고 야심적인 갈라디아서 분석이 갈라디아서의 문학적 연구에 있어서 획기적인 선을 그었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추종자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16) Betz의 분석은 상당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래서 적지 않은 학자들의 강력한 도전을 불러일으켰다.17) 특별히 갈라디아서에 제시되고 있다고 보이는 수사학적 양식이 어떠한 타입인지, 그리고 이것이 변증적 서신 장르와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지 하는 문제가 논쟁의 초점이 되었다. 예를 들어, Betz는 권면적 부분(5:1-6:10)이 고대의 수사학 범주 안에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에 관해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고대의 그 어떤 변증적 스피치도 그와 같은 권면적 부분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Betz 자신도 이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 “권면이-비록 그것이 수사학 자체는 아니라고 할지라도-고대의 수사학 교과서에서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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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Meeks는 Betz의 ‘변증적 서신’ 장르를 문제 삼으면서, “그는 우리에게 갈라디아서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고대의 변증적 서신의 실례를 단 한 건도 제시하지 못한다”19) 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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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obert Hall and Joop Smith의 설득적-수사학적 분석
(Deliberative-Rhetorical)
R. Hall20) 과 J. Smith21) 는, Betz의 분석이 갈라디아서 5-6장에 나타나는 권면 부분에 대한 만족스러운 설명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갈라디아서에 다른 고대의 수사학 범주를 적용시키고자 했다. 즉 고대의 세 가지 수사학 범주인 법정적, 교훈적, 권면적 범주 중에서 권면적 범주를 적용시키고자 했다. Hall과 Smith에 따르면, 갈라디아서는, Betz가 생각한 것처럼, 바울이 법정에서 자기 반대자들의 고소에 맞서서 행하는 자기 변호가 아니다. 오히려 갈라디아서는 갈라디아 교인들에 대한 바울의 권면적이고 설득적인 스피치다:
만일 갈라디아서가 바울의 지난날의 행위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고 있다고 한다면, 편지는 Betz나 Hester가 제안하는 것처럼 법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편지의 후반부(갈 3:1-6:18)를 설명하기가 극히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편지의 후반부에서는 바울의 지난날의 행위가 전혀 논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편지가 단지 갈라다아 사람들의 현재 태도만을 바꿀 것을 시도하고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갈라디아서는 교훈적인 편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독자들에게 자신을 따르고 반대자들을 거부하기만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갈라디아서의 주요 목적은 과거의 어떤 행위를 변호하기 위한 것이거나(법정적), 혹은 어떤 사람을 칭찬하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 위한 것(교훈적)이 아니고, 갈라디아 교인들로 하여금 바울과 자신의 복음에 굳게 서서 반대자들과 그들의 복음을 거부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1:6, cf. 6:1216). … 따라서 갈라디아서는 일종의 권면적 편지로 분류될 수 있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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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과 Smith가 갈라디아서를 권면적 수사학으로 분류했음에도 불구하고, Betz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대 헬라-로마의 수사학 교과서에는 갈라디아서 5-6장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 권면적인 실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Hall은, 다음에 제시하는 그 자신의 갈라디아서 분석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갈라디아서 5-6장의 권면 부분을 전통적인 수사학의 범주로 설명하는 시도를 포기한다:
1) 인사/이유 (1:1-5)
2) 주제 (1:6-9)
3) 증명 (1:10-6:10)
(1) 설화 (1:10-2:21)
(2) 보충적 항목 (3:1-6:10)
4) 결어 (6:11-18)
그 자신의 모호한 제목인 ‘보충적 항목’(3:1-6:10)이 보여 주는 것처럼, Hall은 갈라디아서 5-6장의 권면 부분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비록 3:1-6:10을 전체적으로 증명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고는 있지만, Hall은 왜 5-6장이 증명의 부분에 해당되는가에 관해 설명을 주지 못한다. 최근에 Hall은 아무런 설명 없이 이와 같은 입장을 포기하고, 대신 갈라디아서의 구조를 유대 묵시문학에 남아 있는 몇몇 수사학의 전승에 비추어 설명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즉 갈라디아서는 유대 묵시문학 전승의 사법적 논증 양식을 대변한다는 것이다.23) 반면에 Smith는 다른 전략을 택한다. 그는 갈라디아서 5:13-6:10이 Cicero의 De inventione나 익명으로 된 Rhetorica ad Herennium 등과 같은 수사학 교과서에 제시된 권면적 수사학 범주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바울이 본래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쓴 내용이 아니라고 본다.24) 즉 그는 바울이 나중에 이 부분을 자기 편지에 추가했다고 본다.25) 그래서 그는, 아래에 있는 그의 갈라디아서 구조 분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부분을 생략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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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유 (Exordium) (1:6-12)
2) 설화 (Narratio) (1:13-2:21)
3) 확증 (Confirmatio) (3:1-4:11)
4) 결론 1: Conquestio (4:12-20)
5) 결론 2: Enumeratio (4:21-5:6)
6) 결론 3: Indignatio (5:7-12)
7) 후기 (Amplificato) (6:11-18)
이처럼 Betz, Hall, Smith은 다같이 갈라디아서의 구조를 분석함에 있어서, 고대 헬라-로마 수사학 교과서에 나오는 표준적 범주들을 적용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 갈라디아서를 분석함에 있어서 고대 수사학 교과서에만 의존함으로써, 갈라디아서의 전체적인 문학적 구조를 설명하는 데 실패한다. 오히려 그들은 갈라디아서가 변증적/법정적 모델이나(Betz), 권면적 모델(Hall, Smith) 그 어느 것에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고대의 수사학 범주에 따른 분석이 여의치 않게 되자, 다른 학자들은 갈라디아서를 서신의 양식 범주에 따라 분석하려는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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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G. W. Hansen과 R. N. Longenecker의 서신적 분석
(Epistolographical Analysis)
W. Hansen은, 그의 학위 논문인 “Abraham in Galatians: Epistolary and Rhetorical Context”(“갈라디아서에 나타난 아브라함: 서신적 수사학적 문맥”)과26) 최근에 발표한 소논문 “A Paradigm of the Apocalypse: The Gospel in the Light of Epistolary Analysis”(“묵시의 패러다임: 서신적 분석에서 본 복음”)27) 에서, 갈라디아서를 헬라의 서신 장르로 분석하는 시도를 했다. 그는, 갈라디아서는 일종의 헬라 서신에 속하기 때문에 마땅히 헬라의 서신 전승의 관점에서 분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28)
Hansen은, 바울 서신들을 비문학적인 편지로만 보려고 하는 Adolf Deiss-
man을 따라,29) 먼저 갈라디아서가 대중적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규격적으로 쓰여진 서신이 아니라 실제적 목적을 지닌 편지라고 간주한다. 그런 다음, 갈라디아서가 헬라의 편지 중 ‘책망-요청’(rebuke-request)의 유형과 유사하다는 N. Dahl의 제안을 수용해,30) 갈라디아서를 Qaumavzw(“나는 놀랐습니다”) 형식을 갖고 있는 헬라의 책망-요청 편지로 분류했다.31) Hansen은 갈라디아서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로 1:6에 나오는 Qaumavzw 본문과 4:12에 나오는 Givnesqe wJ" ejgw (“여러분은 나처럼 되십시오”) 본문을 실례로 든다. Hansen은 1:6은 책망 부분의 시작을 형성하고, 반면에 4:12은 요청 부분의 시작을 형성한다고 본다. 즉 이 두 본문이 갈라디아서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두 부분 중에서 바울이 책망 부분보다 요청 부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본다: “이 점에서 볼 때, 바울의 주된 목적은 갈라디아 교인들이 복음을 떠난 것에 대한 책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복음의 진리를 따라 살도록 요청하는 데 있다.”32) 이리하여 Hansen은 갈라디아서를 다음과 같이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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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사 1:1-5
2) 책망 부분 1:6-4:11
(1) 복음을 버리는 데 대한 책망 (1:6-21)
① 책망의 표현 (1:6-10)
② 중심 주제 제시 (1:11-12)
③ 바울의 자서전 제시 (1:13-2:21)
(2) 복음에 대한 어리석음 책망 (3:1-4:11)
① 책망의 표현 (3:1-5)
② 성경적 교훈 제시 (3:6-4:7)
③ 책망의 표현 (4:8-11)
3) 요청 부분 4:12-6:10
(1) 개인적 호소 (4:12-20)
① 모방 요청 (4:12)
② 자서전 제시 (4:13-19)
③ 사적 방문 피력 (4:20)
(2) 성경적 호소 (4:21-31)
① 율법에 호소 (4:21-30)
② 율법으로부터 결론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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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권위적 호소 (5:1-12)
① 결단 (5:2)
② 결과 제시 (5:3-9)
③ 신뢰 제시
(4) 윤리적 호소 (5:13-6:10)
4) 자서전적 후기 (6:11-18)33)
R. N. Longenecker 역시 갈라디아서가 특수한 정황에 처한 특수한 사람들에게 보내진 실제 편지라는 Deissmann의 핵심적인 논지를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Longenecker는 바울의 편지가 공적 편지가 아닌 사적 편지라는 Deissmann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울의 편지 중 대부분이 개인이 아닌 신자들의 공동체에 보낸 편지이기 때문이다.34) 또한 Longenecker는 바울 서신들이 문학성과 예술성이 결여된 비문학적인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Deissmann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갈라디아서가 문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Longenecker는 Deissmann이 편지(letter)와 서신(epistle)을 날카롭게 구분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35) 마지막으로, Longe-
necker는 Deissmann과 달리 바울이 수사학 양식, 설득적 양식 등은 물론 그밖에 여러 다른 문학적 범주들, 즉 교차 대구 구조, 유대적 주석 방법, 초대 기독교 찬송, 신앙고백문, 권면적 자료 등을 폭넓게 사용했다고 본다.36) Longenecker는 갈라디아서를 편지로 보는 점에서 갈라디아서가 근본적으로 수사적 스피치라고 주장하는 Betz에 대해 반대한다. Longenecker는, 비록 갈리디아서가 서신과 수사학적 특성을 다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하나, 갈라디아서를 고대의 수사학의 범주가 아닌 서신적 범주로 분류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이 점에서 그는 갈라디아서에 대한 Betz의 수사학적 분류를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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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z는 (1) 갈라디아서의 모든 부분을 법정적 수사학 모델 혹은 변증적 서신 장르에 예속시킴으로써, (2) 바울에게 다른 서신적, 수사학적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모델과 갈라디아서 사이에 강한 계보적 선을 그음으로써, (3) 바울에게 고전적 수사학이 지나칠 만큼 기계적이고 엄정한 형태로 영향을 미쳤다고 간주함으로써 오류를 범하고 있다.37)
Hansen과 같이 Longenecker도, 헬라의 파피루스 편지에 나타나는 책망-요청의 편지 양식이 갈라디아서의 전체적 구조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면서, 갈라디아서의 서신적 구조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1:1-5 인사
2) 1:6-4:11 책망 부분 (자서전적 내용과 신학적 논증을 포함하여)
3) 4:12-6:10 요청 부분 (개인적, 성경적, 윤리적 호소를 포함하여)
4) 6:11-18 후기38)
Hansen과 Longenecker는, Betz, Hall, Smith와는 달리, Dahl의 제안을 따라 갈라디아서의 구조를 헬라의 파피루스 편지에 나타나는 책망-요청의 범주를 따라 분류했다. 갈라디아서가 근본적으로 헬라-로마 세계에 속한 편지라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39)
그렇다고 해서 헬라의 책망-요청의 편지가 갈라디아서의 구조를 밝히는 최선의 범주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이 갈라디아서와 비교한 편지들도 지금까지 발견된 파피루스 편지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주전 252년부터 주후 4세기까지로 측정되는 43개의 파피루스 편지들이 qaumazw 편지 양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G. N. Stanton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40) Hansen는 그 중 12개의 편지만을 골라서 갈라디아서와 비교했다. 그리고 이 12 파피루스 편지들 중 일부가 갈라디아서와 유사한 점을 갖고 있을지라도, 이들은 연대적으로 후대의 것(주후 2-4세기)이고 갈라디아서보다도 내용이 짧다. 이들은 모두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이나 자기 가족의 일원에게 보낸 사적인 편지들이다.41) 반면에 갈라디아서는 전혀 다른 형태의 편지로 길고 많은 신학적 논증들을 내포하고 있으며, 공동체에게 보내진 편지다. 그러므로 갈라디아서를 책망-요청의 편지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42) 우리가 보기에는, Betz가 고대의 수사학 교과서 중에 있는 법정적 범주를 일종의 기계적 방식으로 갈라디아서에 적용시켰던 것처럼, Hansen과 Longenecker는 헬라의 qaumazw 편지 양식을 역시 기계적 방식으로 갈라디아서에게 적용시키려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둘 다 바울이 갈라디아서에서 헬라의 여러 다른 문학적 범주들을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는 데 실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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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홍인규와 H. Boer의 화법 분석
(Discourse Analysis)
마지막으로 현대의 언어학 이론, 특별히 화법 분석 이론을 갈라디아서에 적용하려고 시도한 홍인규와 Boer를 살펴보도록 하자. 홍인규는 그의 책 The Law in Galatians43) 의 약 3분의 1을 갈라디아서의 문학적 구조분석에 할당하고 있다.44) Longenecker처럼, 홍인규도 갈라디아서가 서신과 수사학적 양면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갈라디아서는 그 구조면에 있어서 수사학과 서신 전승 양면의 영향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갈라디아서의 구조를 분석함에 있어서 서신적 수사학적 구조를 다같이 고려해야만 한다.”45) 그러나 홍인규는 고대의 어떤 서신적 혹은 수사학적 범주를 적용하는 대신 최근의 인기 있는 문학 비평의 도구인 화법 분석을46) 철저히 적용한다. 홍인규는 화법 분석을 적용하는 이유를,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성경 본문을 있는 그대로 보게끔 하기 때문이다”47) 고 말한다. 그는 남아공의 화법 분석의 선구자였던 J. P. Louw를 따라서48) “의미론적으로나 문장구조론적으로 보아 콜론(colon)이 문장 구조의 최소 단위”49) 라고 전제하고, 화법 분석의 진행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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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법 분석의 첫 단계는 본문을 콜론으로 세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콜론들을 몇몇 덩어리로, 몇몇 콜론 덩어리를 다시 구절로, 그리고 구절들을 몇몇 문장 단락으로 구분한다. 이 마지막 문장 단락이 갈라디아서 본문의 전체적인 큰 구조를 보여 준다.50)
홍인규는 이 화법 분석을 사용해 갈라디아서에서 16개의 문장 단락과 172개의 콜론들을 발견한 다음, 갈라디아서를 법정적 서신이 아닌 권면적 서신으로 규정한다.51) 이 점에서 그는 Betz에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Kennedy, Hall, Smith 등과 의견을 같이한다. 화법 분석에 따른 홍인규의 갈라디아서 구조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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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1-5 서언
2) 1:6-10 주제: 그리스도의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은 없다
1:11-2:21 이야기
3) 1:11-12 바울 복음의 신적 기원
4) 1:13-24 바울의 하나님의 아들의 계시 받음과 그 아들을 전파하는 소명과 그의 즉각적인 응답
5) 2:1-10 예루살렘 교회의 바울 복음과 그의 사도직 타당성의 인정
6) 2:11-21 베드로에 대한 바울의 책망
(1) 율법의 행위가 아닌 그리스도의 믿음에 의한 칭의
(2) 율법으로부터의 자유와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삶
3:1-4:31 논증
7) 3:1-14 율법의 행위가 아닌 그리스도의 믿음에 의한 칭의
8) 3:15-22 율법과 약속
9) 3:23-29 이제 율법 아래에 있는 종이 아닌 하나님의 아들이다
10) 4:1-7 이제 세상의 초보 원리 아래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아들 이다
11) 4:8-20 바울의 율법으로부터 자유한 상태의 유지 호소
12) 4:21-31 하갈의 자녀가 아닌 사라의 자녀이다
5:1-6:10 권면
13) 5:1-12 할례가 아닌 믿음
14) 5:13-24 육이 아닌 성령
15) 5:25-6:10 헛된 영광이 아닌 사랑
16) 6:11-18 후기52)
H. Boers도 홍인규와 거의 유사한 방법으로 Louw의 화법 분석에 근거한 본문-언어학적 접근(a text-linguistic approach)을 채택했다. Boers는 “Betz와 그의 비평가들이 갈라디아서가 실제로 서신적 서언과 결언을 가진 일종의 수사학적인 스피치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53) 고 전제한 후, 홍인규처럼, 그의 본문-언어학적 분석이 수사학이나 서신적 방법보다도 더 나은 방법임을 주장한다:
제5장 바울 서신에 대한 새로운 문학적 접근 17
본문-언어학적 분석에 있어서 근본적인 것은 수사학이나 혹은 서지학적 방법에서 제시된 어떤 고정적인 양식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편지 그 자체의 요소로부터 시작하는 점이다. 그것은 화법 구조에 이어서 작가가 어떤 언어 작용의 법칙에 의해 통제를 받는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54)
자신의 갈라디아서 분석에 근거하여 Boers는 갈라디아서의 전체적 구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인사 1:1-5
2) 반어적 책망 1:6-10
3) 사도적 변호 1:11-2:21
4) 중심 부분 3:1-5:12
5) 권면 5:13-6:10
6) 결론 6:11-1855)
홍인규와 Boers는 다같이 갈라디아서의 문학적 구조를 분석함에 있어서 현대의 언어학을 활용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바울이 현대적 개념의 언어학 이론을 알았으며, 그의 편지를 이러한 이론에 따라 배열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갈라디아서가 고대의 문학적인 산물이기 때문에 현대의 언어학 이론을 기계적인 방법으로 갈라디아서에 적용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일 누가 화법 분석과 같은 통시적 방법만을 사용해 갈라디아서에 접근한다면, 그는 성경 본문을 현대화시키는 위험을 벗어나기 힘들다.
물론 Boers는 자신의 분석이 표준적이거나 규범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그는 “어떠한 이야기에 관해서도 유일하고 절대적인 전체적 구조를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이, 갈라디아서에 대해서도 그러하다”56) 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구조가 “갈라디아서 본문 그 자체로부터 발전시킨 최상의 것”57) 이라고 믿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홍인규와 Boers가 다같이 갈라디아서 분석에 있어서 현대의 언어학 이론을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갈라디아서 구조가 갈라디아서의 3-4장을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보는 전통적인 3중적 구분, 즉 1-2장의 바울의 자서전적 설명, 3-4장의 신학적 논증, 5-6장의 윤리적 권면과 대단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홍인규와 Boers의 갈라디아서 분석이 갈라디아서의 문학적 통일성을 보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제5장 바울 서신에 대한 새로운 문학적 접근 18
3. 새로운 분석: ‘I’(에도스)와 ‘You’(페도스) 구조
1) 요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갈라디아서의 구조에 대한 최근의 몇몇 연구들은, 비록 그들이 갈라디아서 구조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렇다면 갈라디아서는 과연 어떠한 문학적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 편지를 썼을 때 바울은 어떠한 문학적인 구조를 염두에 두었던 것일까? 이와 같은 질문은 바울이 갈라디아서를 썼던 이유, 수신자인 갈라디아 사람들의 정체, 바울이 그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의 내용, 바울이 그들에게 편지를 보낼 당시 그들이 처해 있던 역사적 정황 등에 대한 질문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58) 갈라디아서의 구조 문제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갈라디아서의 저자, 수신자, 메시지, 및 바울의 반대자 등의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므로, 바울이 갈라디아서를 쓸 때 그가 특정한 문학적 양식을 염두에 두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바울은 갈라디아서를 쓸 때 어떠한 문학적인 양식을 염두에 두었을까? 당대의 서신적 양식이었을까,59) 수사학적 양식이었을까, 아니면 두 가지 모두였을까? 갈라디아서의 시작 부분(1:1-5)과 마지막 부분(6:11-18)이 서신적 양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바울이 갈라디아서를 쓸 때 자기 당대의 서신적 양식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60) 이것이 사실이라면, 바울이 또한 자기 당대의 수사학도 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61) 왜냐하면 바울 당대에 서신적 양식은 수사학적 양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W. Wuellner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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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로마의 문학 양식에 있어서 수사학은, 그것이 아리스토텔레스 추종자들의 것이든, 키케로 추종자들의 것이든, 어떤 규범적인 수사학파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수사학 교과서 안에서 쉽게 구분될 수 있을 만큼 일종의 획일적이고 닫혀진 ‘제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르네상스와 인문주의의 발달과 유사하게 계속 발전되어가고 있는, 그래서 새롭게 적용되는 제도다.62)
심지어 가장 고전적인 수사학 교과서 중의 하나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마저도 수사학의 세 종류인 권면적, 시위적, 법정적 양식들이 서로 혼용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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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각각은 자신의 ‘시간’을 갖고 있다: 권면적 연설가에게 있어서는 미래가 중요하고(왜냐하면 권면을 하든 설득을 하든 그는 미래의 일에 대해 충고하기 때문이다), 법정에 있는 연설가의 경우에는 과거가 중요하고(왜냐하면 그는 항상 이미 되어진 일에 관해 구형을 내리거나 변호하기 때문이다), 시위적 연설가의 경우에는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왜냐하면 그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일에 관해 칭찬하거나 책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설가들은 종종 청중들에게 과거를 회상하게 하고, 또한 미래를 내다보도록 하기 위해서 이들을 서로 혼용하곤 한다.63)
이리하여 F. W. Hughes는 “아리스토텔레스도 수사학의 주제들이 서로 겹쳐지는 것을 내다보고 있는데, 심지어 그가 칭찬과 찬사를 권면적인 주제로 사용할 경우는 물론 법정적 수사학의 논의에서 정의와 부정의를 주제로 삼을 경우에 도 그러하다”64) 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고대의 어떤 문학적 양식을 갈라디아서의 구조에 억지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65) 그러므로 결국 결정적인 문제는 갈라디아서가 과연 어떠한 문학적 양식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첫째는 갈라디아서가 어떤 문학적 양식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고, 둘째는 바울이 갈라디아서를 쓰면서 어떤 종류의 문학적 범주를 사용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 우리는, 특정한 문학적 양식을 갈라디아서에 적용하기 전에, 먼저 갈라디아서 자체의 문학적 특징들을 찾아내야 한다. 갈라디아서를 바울의 다른 서신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갈라디아서가 갖고 있는 많은 특징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 특히 다음의 사항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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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학적 특징들
(1) 서언(1:1)에 나타나는 바울의 ‘신적 사도성’에 대한 강조
바울의 그 어떤 서신도 갈라디아서의 경우처럼 서언에서부터 바울의 신적인 사도성을 강조하는 경우는 없다:
(나)바울은 사람으로부터도 아니고, 사람을 통해서도 아니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일으키신 아버지 하나님을 통해 사도가 되었습니다(1:1).66)
바울은 무엇 때문에 이 편지의 서문에서 긴 수식어와 함께 신적 사도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일까?67) 바울은 편지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자신의 신분이 자신이 전파하는 복음의 신임성은 물론 갈라디아 교인들이 자신의 편지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68)
(2) 편지의 서두에서 감사 구절이 생략되고 그 대신 책망과 저주 구절이 이례적으로 나타나는 점
나는 여러분이 이처럼 빨리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여러분을 부르신 그분(하나님)을 저버리고 다른 복음을 좇고 있는 일에 대하여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은 다른 복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어떤 사람들이 여러분을 지금 미혹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바꾸려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설령 우리나, 혹은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 할지라도, 우리가 여러분에게 전파했던 것과 다른 복음을 전한다면, 그는 저주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전에 말했던 것과 같이, 지금 내가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만일 누가 여러분이 받았던 것과 다른 복음을 전파한다면, 그는 저주를 받아야 합니다(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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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일반적으로 편지의 서두에서 감사 구절을 삽입하고 그 구절을 통해 편지의 핵심 주제를 제시하곤 한다(예: 롬 1:8; 고전 1:5; 빌 1:3; 살전 1:3).69) 그러나 갈라디아서 서두에는 이것이 생략되어 있다. 그 대신 바울은 서두에 갈라디아 교인들에 대한 책망과 그들에게 다른 복음을 전파하는 자들에 대한 저주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 서두가 갈라디아서 전체의 주제와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70) 바울의 심각한 우려와 관심은 그리스도의 은혜 가운데서 부름 받은 갈라디아 교인들의 고귀한 신분과 지금 다른 복음을 좇고 있는 그들의 행동이 날카롭게 대조를 이루는 것을 통해 잘 드러난다. 바울의 다른 그 어떤 서신에도 서두에 이와 같은 책망과 저주가 나타나지 않는다.71) 고귀한 신분에 일치하지 않는 갈라디아 교인들의 나쁜 행동은 고귀한 신분에 일치하는 바울의 좋은 행동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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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2장에 나타나는 바울의 긴 자서전적 이야기72)
a. ‘나’(I, 바울)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보다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그리스도의 종입니다(1:10).
여기서 처음 등장하는 바울의 자서전적인 ‘나’는 2:21까지 계속되는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다.73) 자신을 불러 사도의 직분을 주신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바울의 충성은 동일하게 갈라디아 교인들을 부르신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그들의 불충성과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이전’(a[rti)과 ‘지금’(e[ti)과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강한 대조도 전체 자서전적 이야기의 중요한 구성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74)
b. ‘나’는 복음을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해 받았습니다
(1:11-12).
c. ‘나’는 한때 유대교에 있을 동안 하나님의 교회를 핍박했습니다(1:13-14). d. ‘나’는 하나님에 의해 부름을 받아 그의 아들의 계시를 받고 그를 이방에 전파 해야 하는 소명을 받았습니다(1:15-16a).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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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나’는 소명을 받은 다음 혈육과 의논하지 않았으며, 사도들을 만나려고 예루살 렘으로 올라가지도 않고, 즉시 아라비아로 갔습니다(1:16b-17).
f. ‘나’는 3년 뒤에 베드로를 만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갔고, 그와 함께 15 일을 함께 지냈습니다(1:18-20).
g. ‘나’는 그후 시리아와 길리기아 지역으로 가서 내가 한때 무너뜨리려고 했던 그 복음을 전파했습니다(1:21-24)
h. ‘나’는 14년 후 예루살렘으로 올라갔고, 거기서 내가 이방인 가운데서 전파하 고 있던 복음을 사도들에게 설명했으며, 복음의 진리를 다른 무엇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2:1-10).
I. ‘나’는 안디옥에서 게바가 복음의 진리를 따라 바르게 행동하지 않는 것을 보 고 그를 책망했습니다(2:11-14).76)
j. ‘나’는 율법의 행위가 아닌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습니다(2:15-17).
k. ‘나’는 율법에 대하여 죽었으며, 하나님의 아들에 대한 믿음으로 하나님에 대하 여 살고 있으며,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여기지 않습니다(2:18-21).77)
갈라디아서 1-2장에서 우리는 편지를 보내는 바울, 곧 ‘나’에 대한 특별한 강조를 보게 된다. 사실상 갈라디아서의 처음 두 장은-저주와 책망의 본문(1:6-9)을 제외하고-바울의 신분(정체성)과 삶, 즉 그가 누구이며, 무엇을 했으며, 그리고 지금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78) 이것은 결국 1-2장에 있는 바울의 자서전적 기록의 주요 기능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많은 학자들은 갈라디아서 1-2장에 나오는 바울의 자서전적 내용의 핵심적인 기능은 바울이 자신의 반대자들에 맞서서 자신의 사도성과 복음을 변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79) 바울의 자서전이 어떤 점에서 변증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주된 목적인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G. Lyons가 지적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고대 자서전인 작품들은 “비난, 책망, 설득, 칭찬 등을 통해 독자들의 행동에 감화를 주기 위한 것들이다.”80) Lyons의 제안은, 갈라디아서에 있는 바울의 자서전의 핵심적인 목적이 바울 자신의 사도성과 복음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독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려하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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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81) 바울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부터 이탈하여 바울의 반대자들과 그들의 복음에 기울고 있는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자신을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신실성의 모델로 제시하기 위해 갈라디아서 1-2장에서 자신의 ‘에도스’(ethos)를 확립하려고 하는 것 같다.82) 바울의 자서전을 지배하고 있는 하나님과 사람들과의 강한 반위적 대조가 이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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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갈라디아서 1:10,11,12,13에 있는 ga;r은 1:6-9의 ‘You’(갈라디아 교인들) 본문이 1:10부터 시작되는 ‘I’(바울) 본문에로의 전환하는 것을 보여 준다.83)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갈라디아서의 기본적인 색조는 변증적이거나 논쟁적인 것이 아니고, 오히려 권면적이고 설득적이다. 그러므로 갈라디아서 1-2장의 목적과 기능도 갈라디아서 전체의 목적과 기능으로부터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관점으로 볼 때, 갈라디아서 1-2장에서 바울이 의도하는 것은 자신을 모델로 제시해 갈라디아 교인들이 자신을 닮게 하려는 데 있다 (4:12, 14; 6:14 참조).84) 바울은 여기서 자신이 회심과 소명을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신분-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극렬한 유대교적 박해자의 신분에서 이방인들의 사도로의 전환(1:13-17)-과 새로운 삶-유대교의 열렬한 헌신적 삶으로부터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열렬한 헌신적 삶으로의 전환-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은 새로운 삶은, 우리가 특별히 바울이 베드로의 표리부동한 유대적 삶을 비판하는 안디옥 사건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2:11-21), 복음의 진리와 부합한다.85) 사실상 안디옥 사건은 갈라디아서 ‘I’ 부분의 결론인 동시에 ‘You’ 부분의 예시로서 편지의 실제적인 이슈를 규명하고 있다.86)
(4)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 있는 갈라디아 교인들의 새로운 신분과 삶에 대한 바울의 논증과 권면(3-6장)
바울은 갈라디아서 1-2장에서 자신의 새로운 신분과 삶을 강조한 후 뒤따라 나오는 3-6장에서 편지의 수신자들인 갈라디아 교인들의 신분과 삶을 논의한다.87) 먼저 3-4장에서 (항목 a-i참조) 바울은 갈라디아 교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신분에 합당한 삶을 살기 위해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주어진 그들의 새로운 신분을 돌아볼 것을 권면한다. 1-2장의 1인칭 단수 대명사 ‘I’와 대조적으로 3-4장에서 바울은 주로 2인칭 복수 대명사 ‘You’를 사용한다. 바울은 여기서 갈라디아 교인들의 새로운 신분과 함께 그 신분에 합당한 생활의 근거에 대한 교훈을 제시한다. 3-4장에서 바울은 갈라디아 교인들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5-6장에서(항목 j-o)는 새로운 이슈인 그들의 삶의 문제를 거론한다. 이슈가 신분으로부터 삶에로 전환하기 때문에 바울의 문장 스타일 역시 달라진다.88) 5-6장에서는 3-4장의 직설법 형태와는 달리 갈라디아 교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신분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권면하기 위해 많은 명령법을 사용한다(5:1bc, 13bc, 15b, 16a, 25b, 26a; 6:1ac, 2, 5, 6, 7,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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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러분’(You)은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율법의 행위가 아닌 여러분이 들은 복음을 믿음으로써 성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인간적인 노력(육)으로 완성에 도달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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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의 이와 같은 시작은 1-2장의 ‘I’(바울)로부터 3-6장의 ‘You’(갈라 디아 교인들)에로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형성한다. 바울은 여기서 먼저 갈 라디아 교인들을 가리켜, “오, 어리석은 갈라디아 사람들아”라는 책망적 인 호칭을 붙인다. 이 책망은 1:6의 책망을 연상시킨다.89) 바울이 갈라디 아서에서 수신자들을 가리켜 ‘갈라디아 사람들’이라고 직접 부르는 경우 는 오직 3:1밖에 없다.90) 그렇게 함으로써 바울은 자신의 ‘에도스’(ethos) 로부터 갈라디아 교인들의 ‘페도스’(pathos)로 이동한다. 이와 같은 이동과 함께 바울은 뒤따라 계속되는 논증과 권면 부분의 핵심적인 모티프인 갈 라디아 교인들의 성령 체험에 호소한다.91)
b.‘여러분’은 (율법의 사람들이 아닌) 믿음의 사람들이 아브라함의 자손들이라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3:6-14).
이 문단에서 바울은 율법의 사람들이 아닌 믿음의 사람들이 바로 성령에 의하여 아브라함의 자녀들이 되고, 아브함의 축복을 받는 자들임을 논증 한다. 3:14에 나타나는 두 병행절은 아브라함의 축복과 성령의 약속을 서 로 연결시킨다. 말하자면, 갈라디아 교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에 의 해 성령을 받았을 때, 그들은 또한 아브라함의 축복의 상속자들이 되었다 는 것이다.92) 왜냐하면 성령이 바로 아브라함의 약속된 축복의 실체이기 때문이다.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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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형제 자매) 여러분’은 기업은 율법이 아닌 약속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아시 기 바랍니다 (3:15-25).
여기서 바울은 갈라디아서 3-6장의 ‘You’ 부분에서 처음으로 갈라디아 교인들을 향하여 ‘형제 자매들’(ajdelfoi)이라고 부른다. 이 문단에서 바울은 율법을 약속과 대조시킴으로써 율법의 진정한 기능을 설명한 다.94)
d. ‘여러분’은 믿음을 통해 모두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었으며(3:26), 그리스도에 게로 세례를 받았으며, 그리스도로 옷을 입었으며(3:27),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가 되었으며(3:28), 약속을 따라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바울은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주어진 갈라디아 교인들의 새로 운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3장에서의 그의 논증을 끝맺는다.95)
e. ‘여러분’은 하나님의 자녀들이며,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마음속에 그의 아들의 영을 보내셨습니다(4:1-7).
이 문단에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주어진 갈라디아 교인 들의 새로운 신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이 문단은 3:1-5 의 문단과 병행한다.96)
f. ‘여러분’은 한때 하나님을 알지 못한 자들이었지만 이제 여러분은 하나님의 아 신 바 된 자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특별한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지 키려고 합니다 (4:8-11).
갈라디아 교인들의 정체성에 관해 말했으므로, 바울은 이제 그들의 현재 적 행위에 관해 언급함으로써 갈라디아 교인들의 문제를 직접 거론한다.
g. ‘(형제 자매) 여러분’은 나의 자녀들(tevkna mou)이니 마땅히 나를 닮으십시 오 (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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