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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퍼의 계시현상의 실체적 해석학(2)

by 【고동엽】 2022. 10. 20.

김 재 진 (연세대학교 교수)

II. 말씀하고 계시는 하나님

본회퍼에 의하면 하나님은 영원히 자기 자신 곁에 머물러 있는(Beisichselbstbleiben) 분이 아니라, 즉 독자적으로 현존해 계신(Aseität) 분이 아니라, 자기출현(Aussichheraustreten)을 하시는 분이다. 따라서 하나님이 현존한다는 것(Gott ist da)은, 하나님께서 영원히 인간의 "비대상성(Nichtgegenständlichkeit)"으로, 즉 인간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존재로 계신다는 뜻이 아니라, "교회(Kirch) 안에 있는 당신의 말씀 안에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faßbar)" 분으로 계신다는 것을 뜻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하나님은 교회 안에 있는 "말씀과 성만찬"을 통하여, 그리고 인간과 스스로 맺어진 "계약(Bund)"을 통하여 자기를 인간에게 계시하신다. 이렇듯 하나님께서 교회 안에서 말씀을 통하여 자신을 계시하신다는 것은, 하나님은 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말씀의 선포행위 가운데 현존해 계시다는 것을 뜻한다. 바꾸어 말하면 하나님은 교회 안에서 성서와 설교와 성만찬을 통한 사귐을 통하여 말씀하고 계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하나님의 계시는 하나님의 자유 속에서, 곧 "역사적인 인간에 자기 자신을 스스로 얽어매는 그러한 자유(in dem Frei-sich-gebundenhaben) 속에서 그리고 인간의 처분에 내어 맡겨진 자신(in dem Sich-dem Menschen-zur-Verfügung-geben) 속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본회퍼는 바르트(Barth)의 다음과 같은 하나님의 주체성 개념을 수용한다:

"하나님은 항상 주님(Herr)으로, 항상 주체로 머물러 계신다. 그래서 누구든지 하나님을 대상으로 갖고자 하는 자는 결코 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그 분은 항상 '오고 계시는(kommende)' 분이시지, 결코 '현존하시는(daseiende)' 하나님이 아니다"

이에 상응하게 하나님의 말씀도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본회퍼는 하나님 말씀의 자유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하나님 말씀의 자유는 명백한 신학적 진술들로 인하여 구속되지 않는다. 하나님 말씀의 자유는 오히려 그러한 진술들은 두 가지로 쪼갠다. 그래서 신학적 진술들은 단지 '비판적 유보' 아래 있을 뿐이다." 이러한 바르트(K. Barth)의 하나님 말씀의 자유 개념에 덧붙여 본회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르트의 모든 신학적 명제들은 필연성, 곧 내가 하나님에 관하여 언설(reden)하는 곳에서는 (왜냐하면 내가 그 분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아닌 분을(Nicht-Gott)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내가 신앙하고 있는 나(Ich)에 관하여 언설하는 곳에서는 내가 아닌 나를(Nicht-Ich) 이야기하고 있다는 필연성에 기초해 있다." 이 말은, 인간은 하나님을 객관적 대상으로 증언할 수 없으며, 하나님을 인식과 증언의 객체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하나님의 스스로 자유롭게 우리들에게 말씀을 걸어오고, 하나님이 우리로 하여금 말하게 하심에 따라서 인간은 하나님에 관하여 증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제기된다: 기록된 말씀이나 교회에서 선포되고 있는 설교의 말씀은 무엇인가? 본회퍼에 의하면 교회 안에서 선포된 말씀을 통하여 하나님을 인식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유로운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자유의 말씀"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즉 "설교자가 '말씀들' 그리고 성서의 '문장들'을 '순수한 가르침(reine Lehre! recte docetur)'으로 정확히 설명되는 곳에서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인격(Christusperson)이 그 말씀 속에서 증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에서 선포되는 모든 말씀이나 성서에 기록된 말씀의 주체는 언제든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상의 분석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은, 본회퍼는 말씀을 통한 하나님의 순수한 계시행동으로부터 존재개념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본회퍼는 자신의 기독론 강의에서 "기독론의 대상은, 그리스도가 인격이라는 것 속에서 그 대상의 초월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되는 로고스(Logos)는 하나의 인격이다. 그래서 이 사람은(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킴: 역주) 초월하신 분이다." 이제 여기서 더 없이 분명해진 것은, 본회퍼는 해석학적 대상이 되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나 "선포"를 "문자" 혹은 "문장"이나 "말씀"으로된 객관적인 말씀으로 이해하지 않고, 주관적 내지는 주체적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로 존재론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회퍼의 해석학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구체적인 인격을 취하는 실체적인 의미(hypostatischen Sinn)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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