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던 요한 사도의 제자이며, 요한으로부터 서머나 교회의 감독으로 임명받고 사역하였다. 서머나는 소아시아 지역(오늘날 터키 서방지역) 해변에 위치한 곳으로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 중 하나가 있었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요계 3:10)고 칭찬받은 교회였다. 오늘날 에게해의 항구도시 이즈미르(Izmir)이다. 구(舊)서머나, 신시가지가 있는 국제적인 무역항구이다. 인구 350~400만명으로 터키에서 이스탄불(1200만), 앙카라(400만)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폴리갑(AD.80-165)은 본래 안디옥 출신이었다. 구전에 의하면, 서머나의 어느 과부가 안디옥에서 폴리갑을 노예로 샀는데, 그가 너무 똑똑해서 그녀가 죽게 될 즈음에 폴리갑을 자유인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폴리갑은 젊었을 때 사도 요한의 가르침을 직접 받았다., 성격은 직설적이고, 정열적이었다. 20대의 청년 나이에 서머나 교회의 감독이 되었고, 86세 때에(아우텔리우스 황제) 순교했다. 익나티우스가 순교한 후 약 반세기 후에 폴리갑이 순교했다. 폴리갑은 사도 요한의 가르침을 후대에 가르치고, 가르친 대로 삶을 증거했던 인물이다.
서머나에는 일찍부터 기독교 복음이 전파되었고 초대교회가 세워졌다. 2세기 전반, 폴리갑은 서머나 교회의 4대 감독으로 오랫동안 봉사하였다.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 황제 때 박해의 위험에도 조금도 겁내지 않고 서머나를 떠나지 아니하였다. 주위 친구들의 간청에 못 이겨 도회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도 밤낮없이 세계 교회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였다. 그가 체포되기 전날 밤 자신의 베개에 불이 붙어 타버린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깬 그는 친구들에게 자기는 아무래도 그리스도를 위하여 불에 타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군인들이 그를 잡으러 왔을 때 그는 “주의 뜻대로 되어지이다” 하고 기뻐하며 그들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도할 시간을 허락 받고 온 세계의 교회를 위해 다시 한번 간절히 기도했다.
그가 성에 이르자 호민관이 권고했다. ‘그대는 왜 가이사에게 경배하지 않으며 모든 신들에게 제사하지 않는가? 어서 순종하고 생명을 구하라’ 그러자 폴리갑은 호민관의 말에 복종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가 경기장으로 끌려 들어갈 때 돌연히 하늘로부터 “폴리갑이여 담대하라. 용감히 싸우라”는 음성을 들었다. 로마 총독 앞으로 끌려갔다. 총독은 그의 고령을 고려하여 죽음을 면해주려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총독은 ‘내 앞에서 예수를 부인하고 황제에게 충성 맹세하면 당장 살려주겠다’고 회유하자, 이 말을 듣고 그는 대답하기를 ‘주여, 이 믿음 없는 자들을 주장하소서.’ 기도한 후 총독을 노려보면서 ‘지난 86년 동안 나는 예수님을 섬겼소. 그러나 그는 한번도 나를 버린 일이 없었소. 어떻게 그를 모른다고 하여 나를 구원하신 주님을 욕되게 할 수가 있겠소. 총독도 예수를 믿고 구원받으시오’ 하였다.
그 날은 맹수와의 싸움이 이미 끝난 후여서 그를 맹수에게 던질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며 그를 불에 태우라고 했다. 그러자 총독도 하는 수 없이 그를 벌거벗겨서 산같이 쌓아 놓은 장작더미 위에 집어던지게 했다. 이때 그는 기도를 올렸고 동시에 사형 집행자들은 나무에 불을 질렀다. 폴리갑은 타는 불 속에서 “하나님 아버지, 저 같은 것을 순교자의 반열에 서게 해 주시고, 예수님의 고난의 잔에 참여시켜 주시는 이 날을 감사 찬송 드리나이다” 기도하면서 불길과 더불어 순교했다. 이때 이상한 것은 불길이 폴리갑의 몸을 태우지 않고 좌우로 갈려 그의 몸을 보호하는 듯 했다. 놀란 로마병사 한 사람이 창으로 그의 몸을 찌르니 피가 흘러 마치 큰비를 맞은 듯 불이 꺼졌다는 것이다.
오늘날 그를 기념하는 교회가 터키의 이쯔미르 시내 한 복판에 있다. 역사적인 기념교회는 17세기 때 화재로 소실되고 현재교회는 그 직후(1690년, 1898년)에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교회 구내에 수도원도 함께 있는 이 기념교회는 과히 크지 않은 규모로 카톨릭교회에 속한다. 내부에는 성경의 주제뿐만 아니라 폴리갑의 생애와 관계된 성화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이 성화들은 19세기 말 이 교회를 수리할 때 프랑스 화가 레이몽 페레가 그린 것이다. 폴리갑의 순교장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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