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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설교[1,404편]〓/성탄절 설교

첫 열매로! (민 15:17-21)

by 【고동엽】 2022. 4. 8.

첫 열매로! (민 15:17-21)

 


벌써 추수 감사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니까 금년 한 해도 거의 다 지나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월이 이렇게 빠를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평화롭게 한 해를 보내게 됨을 하나님께 감사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추수 감사 주일은 총체적인 감사의 날입니다. 우리가 추수를 했기 때문에 감사를 드리는 것이 아니고, 일년 전체를 놓고 볼 때 은혜롭게 살아온 것을 하나님께 감사 드리는 날입니다.
본문 말씀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분부하신 말씀이고, 앞으로 백성들이 대대로 지킬 규례였습니다. 이제 이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 추수를 하게 될텐데 그때 첫 열며를 거두거든 그것을 가지고 떡을 만들어 하나님께 드리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첫 열매를 거우어 그것을 하나님께 드리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첫 열매'입니다. 매년 농사를 지어서 곡식을 거둘 때는 그 첫 열매를 하나님께 바치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자손 대대로 지키라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뜻이 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일 좋은 것을 드리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제물을 드릴 때는 가장 좋은 것을 들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닏. 이것이 봉헌의 정신입니다. 신앙 생활의 내용은 한마디로 말하면 '봉헌 생활'입니다. 나의 순전한 마음을 드림으로써 봉헌하고, 나의 소중한 시간을 드림으로써 예배하고, 나의 소중한 것을 드리고, 봉한하되 가장 좋은 것을 드려야 합니다. 이것이 봉헌의 정신입니다.
'너희는 가나안에 들어가거든 농사를 지어 거둔 첫 열매를 내게 바치라.' 이 말씀은 바로 제일 좋고 가장 뜻이 있는 것을 드리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은 제일 좋은 것이 생기면 누구에게 먼저 주고 싶습니까? 아마 제일 어른이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일 것입니다. 옛날에는 첫 곡식을 거두게 되면 먼저 임금님에게 드렸습니다. 백성들은 그것을 백성된 도리로 알았습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애굽에서 430년 동안이나 노예 생활을 하다가 해방이 되어 천신 만고 끝에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농사를 지어 첫 추수를 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귀한 것입니까? 하나님은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그 첫 이삭으로 떡을 빚어 여호와께 드리라.' 이 말은 하나님께 최상의 것을 드리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첫 열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돈은 모두 소중한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첫 월급은 더 중요한 뜻을 지닌 돈입니다. 사람이 성장하여 처음으로 직장에 가서 받은 월급, 이것이 얼마나 뜻이 있고 귀한 돈입니까? 그러니까 그 돈은 뜻 있게 사용해야 합니다.
자식도 모두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첫 자식은 더 소중합니다. 온갖 정성을 다 쏟아서 기르고, 사랑을 쏟아서 기른 자식이 첫 자식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첫 아이는 어딘지 모르게 의젓하고, 책임감이 있고, 생각하는 것이나 마음 쓰는 것이 다른 아이와는 다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첫 자식도 내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의미에서 모세에게 백성들이 영원히 지킬 규례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첫 열매를 드리는 심정으로 하나님게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라는 말씀입니다.

 

'농사를 지어 첫 열매를 거두거든 내게 바치라.'이 말씀은 하나님의 은혜를 알라는 말씀입니다. 이를테면 첫 열매를 얻기까지 그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를 실감하면서 살아가려면 농사를 지어 보아야 합니다. 농사를 지어 봐야 하늘의 고마움을 알게 되고,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고, 하나님의 은혜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곡식단 하나로서 하나님의 실재를 알 수가 있고,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하늘을 무서워할 줄 알고, 하늘을 거역하는 경거 망동을 하지 않습니다. 농부들은 하늘의 힘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심은 천심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처음 백성을 선택하실 때 도시 국가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시에도 애굽이나 소돔, 고모라 같은 도시 국가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시골의 조그만 동네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을 선택하여 이끌어 내십니다. 그리고 그 후예들도 도시 국가를 이루어 살기를 원치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넓은 땅을 주시기로 약속하시고는 그 땅에서 양을 치고 농사를 짓고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인들의 의식은 땅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그곳에서 하나님에 대해서 더 깊이 알고, 더 깊이 이해하고, 더 깊이 체험하고, 더 깊이 감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감사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감사는 먹고 마시는 일에 대한 감사입니다. 음식 한 그릇을 앞에 놓고 감사하는 데서부터 감사 의식이 시작되고 감사하는 정신이 싹틉니다. 음식 한 그릇을 앞에 놓고 머리 숙여 정말 감사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것도 못하는 사람은 그 어떤 것이 주어져도 진정한 감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어떤 분이 자신은 무신론자임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것이 지성인의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아주 경건한 청교도 한 분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를 초청해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초대를 받은 이 경건한 청교도는 식사 전에 정중하게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자고 했습니다. 그때 이 무신론자가 말합니다. '그것은 18세기 사람들이나 하는 낡은 유물 아닙니까? 나는 무신론자입니다.
이 청교도가 혼자서 기도하고 나더니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집에도 당신 같은 식구가 하나 있습니다.' 이 경우 없는 집 주인은 그 말에 반색을 하면서 '누군가요?' 대학에 다니는 당신 아들인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 집에서 지성인은 대학에 다니는 아들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때 이 청교도가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우리집 돼지입니다.'
음식 한 그릇을 앞에 놓고서도 감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입니다. 그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생활은 여타의 감사 생활로 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감사의 원리인 것입니다. '너희는 농사를 지어 첫 열매를 거두거든 여호와께 드리라.' 이 말씀은 이 같은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 살라는 뜻입니다.

 

세 번째는 땅을 잘 가꾸라는 말씀입니다.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라." 여기서 말하는 첫 열매는 벌레 먹고 쭈그러지고 보잘것없는 그런 열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빛깔 좋고 탐스럽고 먹음직한, 실한 열매를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열매가 맺힙니까? 그것은 땅을 잘 가꾸고, 잘 다스리고, 잘 관리할 때 좋은 열매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여기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라는 교훈을 주고 계십니다. 가나안에 들어가거든 그 땅에 있는 우상을 버리고, 우상의 제단도 헐어버리고, 그 땅을 깨끗이 가꾸어 좋은 열매를 맺게하여 그 열매를 바치라는 말씀입니다.
성경은 새 하늘과 새 땅을 강조합니다. 이 말은 하늘도 맑고, 땅도 맑고 사람도 맑아야 된다는 말씀입니다. 지옥이 왜 지옥입니까? 거기는 더러운 하늘과 더러운 땅에 더러운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지옥인 것입니다. 그래서 천국을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중국의 학자 순자는 천지자 생지본이라고 했습니다. 맑은 땅과 맑은 자연이 삶의 근본이라는 뜻입니다. 땅을 잘 가꾸고 잘 다스려야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루소 같은 이는 학예론을 주장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땅, 자연 그대로의 세상을 가꾸어야만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잘 가꾸고 잘 관리할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좋은 열매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강산은 참으로 한심할 정도로 죽어 가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오염투성이고, 숲이 죽어 가고 있고, 물이 죽어 가고 있고, 공기가 죽어 가고 있습니다. 땅도 죽어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나오는 물도 죽고, 그곳에서 나오는 열매들도 이제는 오염이 되어서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저주입니다. 자연을 잘 가꾸지 못해서 오는 보복입니다.
오늘 서울의 생활을 보십시오. 삭막하기 그지 없습니다. 오염죈 공기 속에서 숨을 쉬어야 하고, 더러워진 땅 속에서 나오는 물을 마셔야 하고, 삭막한 시멘트 바닥 위에서 날마다 살아가고 있으니 거기에서 무슨 인간다운 삶이 이루어지겠습니까?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태어나고, 그런 곳에서 숨을 쉬고 살고, 그런 곳에서 성장을 했으니, 그 생활 속에서 무슨 은혜를 알겠으며 무슨 감사의 마음인들 우러나오겠습니까?
앞으로가 더 큰일입니다. 지금 한창 자라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내 고향이 어디냐'하고 물으면 '예, 제 고향은 졸로 3가입니다.' 이럴테니 이 젊은이들이 장차 커서 이 나라의 집권자들이 될 때 어떻게 그들의 가슴 속에서 정서가 깃든, 건전하고 인간을 위하는 정신이 나오겠으며 정책이 나오겠습니까?
그래서 옛부터 위인은 시골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곡식이 어떻게 자라는가를 알고, 그 곡식이 어떻게 여물고 어떻게 해서 먹을 수 있게되는가를 아는 사람이라야 위인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그 사람이 하나님을 알고, 하늘을 두려워하여,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권세를 쥐게 되어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윗이 성군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시골에서 목동 생활을 하는 동안 양떼들을 이끌고 다니며 풀을 뜯기고 물을 마시우고, 잔잔한 시냇가로 인도해서 쉬게 하며, 양을 맹수로부터 보호하는 생활을 해보았기 때문에, 백성을 귀한 줄 알고 치리를 잘했다는 것입니다. 또 그가 그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오, 나를 푸른 초장으로, 잔잔한 물가으로 인도하신다'는 그 유명한 목자적인 시를 지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한 나라의 치리자가 되었으니 얼마나 그 백성을 책임 있게 잘 다스렸겠습니까?


"첫 열매를 자손 대대로 내게 바치라"는 하나님의 의도는 바로 이런데 있습니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삶,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길을 목격하는 삶, 그런 환경 그런 생활, 그런 과정을 아는 사람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사람을 다스릴 줄 알고, 하나님을 사랑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사람을 다스릴 때는 인간을 인간으로 알고 다스리고, 사람을 사람으로 알고 가르치고, 하나님을 섬길 때는 두려운 마음으로 섬길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땅을 잘 가꾸라는 메시지가 여깅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는 너무나 인위적으로 세상을 살아왔고 세상을 너무 인위적으로 가꾸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또 열매들과 식물들도 너무 인위적으로 조작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이 세상이 순수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사람의 손이 너무 많이 가해졌습니다.

얼마 전에 손님을 만나기 위해서 아침 일찍 호텔 식당에 갔습니다. 그 식당에 서양인 한 사람이 혼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특이해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큰 대접에다 음식을 담아 놓고 먹고 있는데 모두 채소만 수북하게 쌓아 놓고 먹습니다. 그곳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퍼런 풀만 갖다 놓고 먹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니까 언뜻 생각나는 것이 저것은 영락없는 소가 먹는 여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가 뭐 따로 있습니까?
금년에 미국에 가서 식당에서 느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몇 년 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달라진 것이 하난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식탁에 시커먼 빵과 거칠은 빵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희고 부드럽고 달콤하던 빵은 없어지고 질기고 뻣뻣하고 껄껄한 옛날 우리들이 시골에서 가난 했을 때 먹던 그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채소도 예쁘게 생기고 부드럽고 빛깔 좋은 채소가 아니고 시퍼렇고 우그러지고 못생긴 그런 채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것은 뭘 말하는 것이냐 하면 그 동안 인간이 너무 인위적으로 만들어 뜯어고치고 개량하다 보니까 좋았고, 빛깔도 좋기는 했는데, 이제와서 보니까 그것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옛날 하나님이 주신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자는 깨달음입니다. 옛날 하나님이 주신 그대로의 삶이 최상의 생활임을 사람들이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첫 열매를 바치라'고 하십니다. 그 열매는 땅을 잘 가꾸어서 얻은 오염되지 않은 열매, 썩지 않은 열매, 하나님이 주신 그대로의 탐스러운 열매를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한 해를 보내면서 가나안에 들어가서 얻은 햇곡식을 하나님께 드리는 심정으로, 오늘 하나님께 추수 감사의 기쁨을 드리고, 또 감사하면서 이 한 해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해야 하겠습니다.

 

출처 : 송수천목사설교카페입니다!
글쓴이 : 송수천목사설교카페입니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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