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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세상(사 11:6-9) / 이수영 목사

by 【고동엽】 2021. 12. 27.

<평화로운 세상> 사11:6-9

새문안교회 주일예배

 

설교 이수영 목사

 

오늘은 대강절(Advent) 또는 대림절의 첫째 주일입니다. 성탄절 4주전부터 시작되는 대강절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기 위한 절기입니다. 대강절은 단지 2000년 전 세상에 오셨던 그리스도의 탄생을 회상하며 축하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오실 주님을 우리 각자의 마음에 영접하기 위한 자신의 준비를 점검하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대강절이 시작되는 12월초가 되면 거리마다 교회마다 가정마다 벌써 성탄절장식들이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탄목장식이 주된 성탄절장식이지만 서구에서는 성탄목을 세우고 장식하는 것뿐 아니라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베들레헴의 말구유를 축소형으로든 실물크기로든 재연하여 집안에나 집밖의 현관문 옆에나 교회마당에 설치하기를 좋아합니다. 해마다 대강절이 되면 곧 닥아올 성탄절과 함께 새롭게 우리의 마음 속에 찾아오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과 감사, 그리고 그로 인한 우리의 기쁨을 담아 말구유에서 나신 아기 예수님을 그림이나 공작품이나 연극으로 재연해보곤 하는 것은 아주 의미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작년 대강절 첫 주에는 바른 성탄목장식에 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먼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그린 그림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묘사한 그림은 많습니다. 그리고 그림마다 그 나름대로 특징이 있으며, 그 속에는 예수님과 그의 탄생에 대하여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들이 사실적으로든지 상징적으로든지 표현되어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그린 그림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이런 것입니다. 우선 그림의 중심에 강보에 싸여 어머니 마리아의 품에 안긴 아기 예수님이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이 세상의 주인이시고 우리의 삶의 중심에 계셔야 함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예수님의 얼굴은 해같이 빛나고 그 예수님의 얼굴의 광채로 인해서 말구유 안이 환합니다. 이것은 어둡고 절망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시고 희망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중에도 이 그림에는 아기 예수님의 얼굴 말고도 환한 부분이 또 한 군데 있습니다. 그림 상단 어두운 하늘 부분의 한 쪽이 눈부시게 밝고 그 환한 빛 가운데 찬미하며 환호하는 허다한 천사들의 무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기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나라의 영광 중에 계셨던 분이심을 말하는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이 세상 즉 우리 인간들과의 화해가 이루어짐을 뜻하는 것이고,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라고 한 말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그림 속에서 예수님 주위에는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이 있고,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드리며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는 동방의 박사들이 있고, 또 한 밤에 양을 치다가 천사들이 전해주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목자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 사이의 화해도 이루시고자 오셨음, 즉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멀리 떨어져 살며 서로 알지도 못하고 언어도 습관도 옷차림새도 다른 사람들이 만난 것입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이 만난 것입니다. 박사들과 목자들이 만난 것입니다. 그리고 다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뿐이 아닙니다. 이 그림 속에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짐승들도 있습니다. 말구유의 주인인 말들도 있고 목자들이 데리고 온 양들도 있으며 동방박사들이 타고 온 낙타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인간과 온 피조세계가 또한 화해를 이룰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가리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말씀은 무엇을 그리고 있습니까?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내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라" 하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 땅 위에 완성될 "평화로운 세상"의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이 그림은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물론 순수한 제 자신의 독창적인 그림은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이 그림 저 그림을 모방하기도 하고 종합하기도 하며 거기에다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미한 그림입니다. 그 그림이 어디 있는가 하면 제 머리 속에 있습니다. 머리 속의 그림은 참 좋습니다. 왜냐하면 잘 그렸니 못 그렸니 평을 들을 필요가 없고 또 앞으로 얼마든지 계속해서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하나씩 머릿속 그림을 그려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온 피조물들 사이의 화해와 평화를 상징적으로 그린 이 그림이기에 그 제목을 붙이자면 "평화의 주 그리스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한 달도 채 안 남은 2001년 역시 다사다난했던 해이지만 이 해는 그 무엇보다도 미국의 정치·경제·군사의 심장부에 대한 전대미문의 테러사태 때문에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 테러는 미국 안에 살던 수많은 생명들을 일순간에 앗아갔고, 필연적으로 전쟁을 불러왔으며, 그 전쟁으로 인해 지금은 다른 쪽 땅 위에서 또 무수한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평화의 회복과 그 노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입니다. 평화의 주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생각하게 하며 그의 오심을 간절히 기다리게 만드는 때입니다.

 

 

 

테러와 전쟁은 이슬람 과격집단과 미국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의 정치권에서도 폭언과 거짓 폭로와 중상모략에 의한 여당과 야당 사이의 테러와 전쟁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안에서도 우리들 사이에 크고 작은 언어의 폭력과 감정의 싸움이 없었는지 돌이켜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과 싸움에 의해 상처받고 다친 심령들이 치유되어야 하겠습니다. 그 상처를 치유해주시기 위해 우리 가운데 주님께서 오시기를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 평화의 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성탄절은 그 성탄절을 준비하는 대강절은 그래서 더욱 의미있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평화는 화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 해가 가기 전에 우리 사이에 얽힌 모든 갈등과 감정의 타래를 푸는 화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이 화해의 노력을 통해 평화를 이루는 이 달이 되기를 바랍니다. 화해와 평화의 노력, 이것이 진정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마음이며 대강절을 바르게 지내는 자세일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림에다 "평화의 주 그리스도"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제 저에게는 그 그림에 붙이고 싶어진 또 하나의 제목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다름 아닌 "새문안교회"입니다. 그 그림에 "새문안교회"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은 뜻이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것은 예수님이 우리 모두의 삶의 중심에 계신 교회, 어둡고 절망으로 가득한 이 세상 속에서도 빛으로 오시고 희망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환하게 밝은 교회, 모두가 하늘에 그 시민권을 두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공동체로서의 교회,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해가 이루어진 교회,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들 사이에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교회, 멀리 떨어져 살며 서로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교회, 박사같은 사람들과 목자같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교회, 그런 사람들이 다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하는 교회, 우리 새문안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입니다. 대강절이 그러한 교회를 준비하는 절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성탄절이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모두가 화해하고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교회를 만드는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이 의미깊은 화해와 평화의 염원은 그림이나 모형물의 설치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으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그 유명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입니다. 헨델이 가장 위대한 교회음악가는 아닐지 몰라도 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분명 가장 위대한 교회음악일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성탄절을 전후해서 각 교회마다 이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에서 최소한 몇 곡이라도 부르지 않고는 지나가지 못하는 전통을 세워왔습니다. 특히 여러 교회들이 연합으로 갖는 메시아 대공연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교회의 연합성가대가 메시아를 연주하고 교파를 초월한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여 그 "메시아"를 감상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2000년 전 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의 그 역사적 만남을 재연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화해,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의 화해, 사람과 온 피조물들 사이에서의 화해를 상징적으로 구현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연주회장에 말이나 양이나 낙타까지는 데려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 주위의 소외되고 우리와 평소에 함께하지 못했던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초청하여 함께 "메시아"를 감상하는 연주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참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넘치는 일일 것입니다.

 

 

 

이 메시아합동연주회를 금년에는 우리 교회가 중심되고 주관해서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차제에 이 메시아합동연주회가 그저 매년 한 차례씩 치르는 귀찮은 연례행사이거나 단지 음악만 감상하고 마는 그런 연주회가 아니라,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찾아오며 양치던 목자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송한 것처럼 함께 모여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와 영광을 돌리며 메시아로 오신 아기 예수를 중심으로 모두가 화해하고 사랑을 나누고 평화를 누리는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저는 21세기 들어 처음 열리는 이 메시아합동연주가 음악적으로도 한국교회 메시아연주의 차원과 격조를 높이 끌어올리는 연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더 나아가 메시아합동연주회라는 이 행사가 분명한 신학적 성격을 띄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누구시며 이 세상에 왜 오셨고 이 세상을 위하여 무엇을 하셨는지를 "메시아" 연주를 듣는 가운데 깊이 묵상하며 깨닫게 되는 의미에서 기독론적인 메시아연주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구원과 그 은혜에 감격하며 기뻐하고 그를 우리 삶의 중심에 주인으로 모시게 되며 우리의 삶이 그로 말미암아 변화되게 되는 의미에서 구원론적인 메시아연주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여 하나됨을 확인하게 되는 의미에서 교회론적인 메시아연주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재림과 하나님나라의 완성에 대한 확신과 소망 가운데서 오늘의 고난을 이기고 이 세상에서의 우리들의 삶을 더욱 더 책임있게 살려는 다짐이 분명해지게 되는 의미에서 종말론적인 메시아연주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 믿는 사람들이 1년에 한 번씩 구름같이 모여드는 메시아연주회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신앙을 만천하에 고백하는 상징적 행위요 운동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마치 이스라엘백성들이 매년 3대 명절 때에는 예루살렘을 향해 순례의 길에 나서서 구름같이 모여들곤 했던 것처럼 이 메시아연주회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 의미심장한 연주회에 우리 모두는 기쁨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가 앞장서서 이 메시아연주회를 그런 신앙적 행사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우리 새문안교회가 21세기에 들어서서 비로소 메시아연주회를 신학적이며 신앙고백적인 한국교회의 축제로 변화시키는 역사를 만들어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문화가 없다고 말들만 하는데 성탄절에 메시아연주회장으로 몰려드는 것, 이 이상 멋진 기독교문화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이 바쁜 연말에 그런 거 공짜로 줘도 갈까 말까 하는 음악회 표를 교회가 1∼2만원씩이나 주고 몇 장씩 사라고 강요한다고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안타깝고 천박한 일입니다. 동방의 박사들이 그 먼 곳에서부터 와서 가장 귀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렸던 그 심정으로 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눅2:8 이하에 보면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고 있었는데 천사들이 나타나서 이르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했습니다. 천사들이 하늘로 사라지자 목자들이 서로 말하기를 "이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께서 우리에게 알리신 바 이 이루어진 일을 보자" 하고는 빨리 달려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인 아기를 찾아서 보고 천사가 자기들에게 이 아기에 대하여 말한 것을 전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새문안의 식구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렇게 아기 예수를 향해 달려가는 목자들 같이, 동방의 박사들 같이 메시아연주회장으로 달려가기를 바랍니다. 12월 28일 저녁입니다. 새문안교회 교인이라면 이 날 이 시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다 만나야 합니다. 그 날 그 시간에 딴 데서 딴 일 보는 사람 없기를 바랍니다. 망년회니 송년모임이니 한답시고 호텔이나 룸살롱에 가있지 마세요. 이미 약속된 모임이 있다 하더라도 웬만하면 취소하세요. 온 식구가 함께 오셔야 합니다. 이것도 기독교문화교육입니다. 입장권이 이미 다 준비되어서 오늘부터 입장권을 미리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기다리고 망설이고 할 것 없어요. 오늘 하루로 매진되기를 바랍니다. 꼭 가고는 싶은데 정말 돈이 없다면 저에게 오세요. 제가 돈 빌려드리겠습니다. 아니 돈 그냥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메시아합동연주회는 그 역사에 새 장을 여는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교회의 신앙을 드높이며 멋진 기독교문화를 창달해가는 역사적 사건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것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로운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한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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