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과 쓴물
야고보서 3:1-12
지난주간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쓴 이는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폴리테크닉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뉴욕에 있는 공립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승운씨 입니다. 그는 책 속에서 미국 교육의 실태, 교사로 일하며 겪었던 일들, 교민들과 미국교육에 얽힌 이야기들을 수필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 온지 6개월 밖에 안된 제프리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부모는 돈도 많고 영어도 잘하는 사람들이어서 뉴저지 지역에 집을 정하고, 제프리는 동네 가까이에 있는 태권도 도장에 등록을 했습니다. 이유는 미국 아이들은 힘있는 아이는 깔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제프리는 이미 한국에서 검은 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학교 다니기 시작한지 한달 후 장기자랑(talent show)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은 노래, 춤, 악기연주로 장기를 자랑했습니다. 제프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는 도장에 다니는 학생들을 인솔하고 무대로 올라와 옆발차기, 벽돌깨기 등 시범을 보였습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한 학생의 등을 밟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송판을 발로 격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이후 제프리는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 후 어느 날 식당에서 친구들과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프리가 뽀빠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한 친구들이 비웃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화가 난 제프리가 가장 크게 웃고 놀려대는 마이클에게 주먹을 쥐고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한마디했습니다. "넌 죽었어!"(Iwill kill you!) 라고. 그러자 마이클은 조용하게 식탁에 앉았고 그것으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마이클은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고 대신 엄마와 변호사가 교장을 찾아와 한국에서 온 검은 띠가 마이클을 죽인다고 협박했기 때문에 겁이나서 학교에 나올 수 없다며 듣고 보았다는 다른 학생들의 이름을 증인으로 교장에게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제프리를 퇴학시키고 안전이 보장되어야 마이클을 다시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학교와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습니다.
흔한 농담 “넌 죽었어"라는 말 한마디가 문제를 일으킨 것입니다. 다행히 제프리 엄마가 영어를 잘해 마이클 네 집을 꽃바구니와 선물을 사들고 찾아가 백배 사죄를 하고 문제를 풀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한국사람은 홧김에 "죽이겠다"는 말 한마디했다가 체포돼 보석금 5만 달러를 내고 석방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학교에서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너 이자식, 한번만 더 담배 피우다 걸리면 죽을 줄 알아!" "안 피면 되잖아요."로 끝나지만 미국의 경우는 "피터 담배는 몸에 해롭단다. 그러나 정 피우고 싶으면 학교 밖에서 피우렴"이라고 말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만일 미국에서 "너 이자식 죽어"라고 했다간 당장 고소당하고 끌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본문은 우리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가? 왜 말 조심을 해야하는가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1. 누구나 말에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2절을 보면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실수가 없는 자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손이나 발보다 말의 속도가 빠릅니다. 그래서 손이나 발이 나가기 전 불쑥 말이 나가는 것입니다. 총소리가 "탕"하고 난 뒤에 총알이 총구를 떠나 날아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총알이 목표물을 맞춘 뒤 총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10㎞ 떨어진 목표물이라면 총알은 2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말의 속도도 총알과 비슷합니다. 총알이 잘못 맞으면 오발이 되고, 말이 실수하면 전쟁과 다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말이 빠르고 급해서 실수가 많은 사람들에게 3절은 말씀합니다. "입에 재갈 먹여 온몸을 어거하라"고, 타고 다니는 말을 어거하는 방법은 입에 재갈을 먹이고 재갈에 고삐를 매 말의 행동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고삐를 잡고 잡아당기고 늦추면 재갈 때문에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야생마도 재갈만 먹이면 꼼짝 못합니다. 큰 배도 키 하나로 방향을 조정합니다. 내가 내 입을 신앙과 인격과 덕으로 재갈 먹이면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2. 혀는 불과 같다는 것입니다.
5절을 보면 "혀는 작은 지체"라고 했습니다. 흔히 혀의 길이를"세 치"라고 합니다. 세 치 밖에 안되는 작은 지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하는 일은 큽니다.
혀는 말하는 기능과 맛보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혀가 어눌해지면 말을 더듬고, 혀가 굳어지거나 짤리면 말을 못하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혀로 쓴맛, 단맛, 짠맛, 신맛을 구분합니다. 그런데 색맹이 있듯이 미맹(味盲, tasteblind)이 있습니다. 맛을 구분 못하는 것이 미맹입니다. 혀에 병이 생긴 것입니다.
의사들은 혀를 들여다 보고 질병유무를 진단합니다. 혀에 흰색이나 황색 설태가 짙게 끼어 있으면 소화기에 이상이 있고, 혓바닥 색깔이 다색이나 흙갈색으로 변하고 구취가 심하게 나면 티부스 증상이 있는 것이고, 혀 표면에 딸기 증세가 형성돼있으면 성홍열이 있는 것이고, 혀를 내밀었을 때 혀가 떨리고 고정이 되지 않으면 파킨스병이나 신경질환증세가 있는 것이고, 혀가 둔해지면 뇌졸중이나 뇌빈혈 증세가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건강유무 증세가 혀로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혀가 건강해야 온몸이 건강합니다.
6절을 보면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의 지체 중에서 온몸을 더럽히고 생의 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불에서 나느니라"고 했습니다.
담뱃불 하나가 산을 태우고 공장을 태우는 것처럼 실수한 말 한마디가 자신의 인격을 망치고 공동체를 망치게 되는 것입니다. 혀를 어거하고 혀를 조심하지 않으면 큰불이 나서 나도 타죽고 다른 사람도 타 죽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느 날 독일의 시성이라 부르는 괴테 집에 정치가, 문학가, 군인, 실업가 등 괴테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길어지고 얘기가 오가다 보니 자연 음담패설도 나오고, 남의 흉을 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때 괴테가 정색을 하며 "여러분, 종이부스러기나 음식부스러기를 흘리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남의 흉이나 음담패설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 더러운 말들은 모두 주워 가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그 더러운 것들을 제 집에 가져오지 마십시오. 남의 흉을 보는 것은 공기를 더럽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제임스 고든은 "가장 위대한 말은 하나님이다. 가장 심오한 말은 영혼이다. 가장 부드러운 말은 사랑이다. 가장 어두운 말은 죄다. 가장 더러운 말은 위선이다."라고 했습니다.
유고의 작은 시골마을 성당에서 신부가 미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곁에서 수종들던 아이가 실수로 포도주 병을 떨어뜨려 병이 깨지고 포도주가 쏟아졌습니다. 화가 난 신부가 그 아이의 뺨을 때리면서 "다시는 제단 앞에 나타나지 말라"며 내쫓았습니다. 훗날 그 아이가 유고의 대통령 티토가 된 것입니다. 티토는 다시는 제단에 나타나지 않은 채 대통령직을 수행했습니다.
신부를 수종들던 아이가 병을 깨뜨렸습니다. 그러나 신부는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야 걱정 말아라. 너는 이다음에 커서 신부가 되겠구나."라고 말했습니다. 훗날 그 아이는 "그리스도의 삶" (The Life of Christ)이라는 유명한 책을 쓴 풀던 쉰 신부가 되었습니다.
혀로 내뱉는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합니다. 희망을 주기도 하고 절망을 주기도 합니다.
3. 혀는 두 기능이 있습니다.
8절을 보면 "혀는 쉬지 않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속병이 있으면 혀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속이 병든 사람, 믿음이 병들고 영혼이 병든 사람의 혀는 독이 밴 말을 뱉어내게 되는 것입니다. 10절을 보면 "한 입으로 찬송과 저주가 나는 도다"라고 했고, 11절을 보면 "한 구멍으로 단물과 쓴물을 내겠느냐"고 했습니다. 이것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것을 지적하고 경고한 말씀인 것입니다.
축복하고 찬송하고 기도하는 것은 깨끗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주하고 비난하고 비판하고 헐뜯는 말은 더러운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천연덕스럽게 기도도 잘하고 찬송도 잘하고 아멘도 잘하면서 욕도 잘하고 비난도 잘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과 신앙이 이중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로버트 란츠는 "우리가 날마다 뱉은 말들이 책으로 출판되지 않을지라도 말세에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내가 한 말들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덴마크의 저술가 데어도어 라인킹(Theodore Reinking)이라는 저술가는 자신이 쓴 책 속에서 당시 덴마크 국왕 크리스쳔 4세를 헐뜯었다는 이유로 1646년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최종 결심에서 국왕은 그에게 "네가 쓴 책을 씹어 삼키든가 사형을 당하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라인킹은 하는 수없이 자신의 책을 갈기갈기 찢어 스프에 넣어 꿇인 다음 모조리 씹어먹었다고 합니다.
혀는 자신을 망칠 수도 있고, 흥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이나 교회를 파괴할 수도 있고, 세울 수도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말로 신앙을 고백할 수도 있고, 예수를 부인할 수도 있습니다.
4. 좋은 말을 골라 합시다.
부목사 시절 담임목사님을 지지하는 그룹과 반대하는 그룹이 있는 교회에서 사역한 일이 있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저를 번갈아 가며 만나자고 찾아오기도 하고 불러냅니다. 와이셔츠를 사주기도 하고, 양말을 사주기도 하고, 불고기를 사주기도 하면서 담임목사님을 흉보고, 사모님을 흉보고, 당시 대학교와 고등학교 다니는 자녀들까지 흉을 봅니다. 그러면서 "박목사님, 조금만 참고 계세요. 목사님 같은 분이 저희 교회 담임목사가 되셔야 해요. 어짜피 당회장 목사는 오래 못가요."라며 저에게 접근을 합니다.
그 말을 다 듣고 난 후 정색을 하고 제가 물었습니다. "집사님 이 얘기 담임목사님한테 다해도 될까요?"
그가 펄쩍 뛰며 "절대 안되지요. 박목사님만 알고 계셔야죠."
"집사님, 절대하면 안될 말을 왜 저한테 하십니까? 절대로 해도 될 말씀만 하시지요. 저는 목사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일하는 부목사입니다. 저는 목사님 편입니다."
만일 그 때 제가 그들과 짝짝궁되어 주절거리고 혀를 놀렸더라면 오늘의 내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때 모시고 있었던 담임목사님에게 목사님을 헐뜯고 비난하던 그 사람들의 얘기나 말을 단 한번도 전한 일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입으로 천 마디 만 마디 좋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입으로 천만마디 나쁜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말을 골라합시다. 나쁜 말은 하지 맙시다. 좋은 말, 단말, 맛있는 말, 유익한 말, 은혜로운 말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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