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께 묻는다 ③ 마리아 숭배
로마가톨릭교회는 마리아를 구원의 중보자로 믿는다. 로마가톨릭교회 신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은총을 받는 두 길이 존재한다. 예수와 마리아이다.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에 버금가는 지위에 올라 있다. ‘성사위일체(聖四位一體)’라 불릴 정도이다. 마리아는 신앙과 숭배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로마가톨릭교회는 마리아가 평생 동정녀로 살았고 원죄가 없으며, 자범죄도 범하지 않았고, 죽자마자 육체를 가지고 승천했다고 믿는다.
마리아 교리는 구원자-중보자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역할을 격하시키는 이단 사상이다. 마리아 숭배 행위는 우상숭배이다. 성경 어느 부분도 로마가톨릭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성모 숭배’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마리아 숭배는 지중해 세계에 만연한 이교의 여신숭배 사상 및 행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1. 일평생 동정녀 교리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마리아가 일평생 동정녀로 살았다는 교리를 로마가톨릭교회의 진리로 확정했다(교회헌장 제52항,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499조). 공의회 ‘교회헌장’은 약 4분의 1 분량을 마리아 교리 서술에 할당한다(제52-69항).
마리아가 평생 동정녀로 살았다면, 예수 그리스도와 “예수의 형제들이라는 야고보와 요셉(마 13:55)”은 어떤 관계인가? 로마가톨릭교회는 그들이 “예수의 한 제자인 다른 한 마리아의 아들들(마 28:1)”이라고 한다. 동명이인(同名異人)의 자식들이라는 것이다. ‘형제들’이란 구약시대의 표현 방법이며, “예수의 가까운 친척을 일컫는 말(가톨릭교회 교리서 제500조)”이라고 풀이한다.
마리아가 일평생 동정녀로 살았다는 교리의 배후에는 이원론적 헬라주의 사상과, 고행주의를 미덕으로 여기는 세속 사상이 자리잡고 있다. 성(性)을 경멸하는 이방 세계의 시각이 로마가톨릭교회를 통제한다. 교회는 플라톤주의 이원론과 고행주의 관점으로 성경을 해석하여 마리아를 신격화하는 교리를 발전시켜 왔다.
성경은 요셉과 마리아가 여러 명의 자녀들 두었다고 증언한다. 요셉이 마리아와 정혼했으나,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그와 같이 자지 않았으며 아들을 낳자 이름을 예수라고 불렀다(마 1:25)”고 한다. 성령으로 잉태된 첫 아들을 낳은 뒤, 다른 자녀들을 낳았음을 시사한다. “저 사람은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리고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 저런 모든 지혜와 능력이 어디서 생겼을까(마 13:55-56)”. “이 일이 있은 후에 예수께서는 어머니와 형제들,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에 내려갔으나 거기에 여러 날 머물러 계시지는 않았다(요 2:12)”. 이 구절들은 마리아가 성생활과 무관하지 않으며, 여러 자녀들을 낳았음을 시사한다.
예수께는 최소한 두 명 이상의 ‘누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 저런 모든 지혜와 능력이 어디서 생겼을까(마 13:56)”. 위 번역문은 평양판 <성경전서(2010)>에서 옮겨왔다.
2. 원죄 없음 교리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마리아에게 불멸의 영혼이 주입된 후, 그녀는 윈죄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은혜를 입을 수 있었고, 또 은혜를 입었다. 마리아는 원죄 없이 태어났다”고 했다(John Trigilio Jr, Catholicism for Dummies, 2003, 265). 마리아에게 원죄가 없다는 교리는 19세기에 이르러 공식 교리로 등장했다. 교황 비오 9세는 1854년 마리아가 원죄의 오염 없이 아이를 잉태했다고 선포했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전능하신 하나님의 유일무이한 은총의 특전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보전되었다(The Catholic Encyclopedia, VII, 674)”고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마리아의 평생 무죄설을 확정했다. 평생 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신 분이라고 한다(교회헌장 제56항). 로마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말미암아 그녀의 전(全) 지상 생애 동안 어떠한 종류의 죄도 범하지 않았다. … 일평생 모든 자기 죄(자범죄)에 물들지 않았다(가톨릭교회 교리서 제411조, 제508조)”고 한다.
마리아에게 원죄가 없는가? 자범죄와 무관한가? 이 교리는 마리아가 아담과 하와의 후손이 아닐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3. 중보자 마리아 교리
교황 베네딕트 15세(1914-1922)는 마리아의 ‘구원 협력설’, 곧 중보자 마리아 교리를 선언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를 확정했다. “복된 동정녀께서 사람들에게 미치는 모든 구원의 영향은 사물의 어떤 필연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호의에서 기인하고, 또 그리스도의 넘치는 공로에서 흘러나온다(교회헌장 제60항)”고 한다.
마리아는 십자가에서 운명하는 아들과 함께 수난을 겪었다. “영혼들의 초자연적 생명을 회복시키고자 온전히 독특한 방법으로 구세주의 활동에 협력했다(제61항)”. 마리아는 예수와 함께 인류 구속 역사에 참여했다. 구원사역에 협력했다. 마리아는 승천한 뒤에도 구원사역 임무를 계속한다. “이 구원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하시어 …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얻어주신다. … 그 때문에 복된 동정녀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중보자)라는 칭호로 불린다”고 한다. “하나님의 유일한 신성이 피조물들 안에서 실제로 갖가지 모양으로 퍼져 나가듯이, 구세주의 유일한 중개도 피조물들 가운데에서 그 유일한 원천에 참여하는 다양한 협력을 가로막지 않고 오히려 불러일으킨다(제62항)”고 한다.
중보자 마리아 교리는 하나님이 마련한 구원의 길 밖에 또 다른 길, 다른 중보자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유일한 중보자(중재자)이신 그리스도의 존엄과 능력을 침해한다. 유일한 구원자-중재자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역할을 모독하고 격하시킨다. 로마가톨릭교회 신자들에게 실제로 구원의 길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이러한 이유로 신자들은 마리아에게 직접적으로 기도한다.
4. 마리아 승천교리
교황 비오 12세는 마리아가 죽는 순간에 승천했다는 교리를 선포(1950)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녀였던 하나님의 모친 마리아가 지상의 생애를 마친 뒤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의 영광에 들어 올림을 받았다는 것은 하나님에게서 계시된 신앙의 진리이다(The Catholic Encyclopedia, XIII, 185)”고 믿는다. 성경은 마리아의 죽음에 관해 침묵하지만, 교회의 ‘전통―성전(聖傳)’은 그가 천국으로 들리어 올라갔다고 가르친다고 한다(Catholicism for Dummies, 265-266). “마리아가 지상 생애의 여정을 마쳤을 때 몸과 영혼은 하늘 영광으로 올림을 받아 주님에 의하여 만물 위에 여왕(Queen)으로 존귀하게 되었다.” 마리아가 “주님께로부터 만물의 여왕으로 추대받았다(교회헌장 제59항,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966조)”고 한다.
성경 어디에도 마리아가 지상 생애를 마치고 영혼과 육신이 함께 승천했다고 하지 않는다. 만물 위에 여왕으로 등극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한 가능성을 떠올리는 ‘힌트’조차 주지 않는다. 로마가톨릭교회가 마리아에게 부여한 ‘하늘의 여왕’이라는 칭호는, 원래 바벨론 신전의 여신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이교 명칭을 마리아에게 부여하여, 만왕의 왕 만유의 주이신 그리스도의 왕권을 찬탈하는 불경죄를 범하는 격이 되게 했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하늘의 여왕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왕권 일부를 찬탈한 범죄자이다. 대역죄인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종래의 마리아 교리와 교황 비오 12세의 선언들을 고스란히 추인했다. 마리아는 “마침내,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티 없이 깨끗한 동정녀는 지상 생활의 여정을 마치고 육신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고, 주님께 천지의 모후로 들어 높여져, 주님들의 주님이며,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인 당신 아드님과 더욱 완전히 동화되셨다(교회헌장 제59항)”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마리아를 향한 기도를 장려한다. 마리아는 하늘에서도 우리의 ‘변호자’로서 구원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한다. 그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중보자)라는 칭호로 불린다(제62항). 모성애로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 그리스도는 효성이 지극하기 때문에 어머니 마리아의 청을 거절하지 않는다(제62항). 그래서 신자들은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님! … 이제와 저의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하고 기도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신도들에게 현실적으로 은총을 받는 길은 둘이다. 신자들은 중보자(중재자, 중개자) 마리아 조형물 앞에 촛불을 켜놓고, 그 상을 향하여 손으로 십자가 표시를 하고 합장으로 예를 올리며, 절을 한다. “상을 만들지 말고 절하지 말라”는 성경의 계명에 역행하는 종교 행위를 한다.
5. 우상숭배
마리아는 가장 복 있는 여인이다(눅 1:42). 참으로 존경을 받아 마땅한 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성육신 과정에 자발적으로 수종을 들었다. 구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나님의 귀한 쓰임을 받은 역사적 인물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인간이다. 예배, 기도,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원죄가 없다거나, 자범죄가 없다거나, 승천했다거나, 인류 구원의 중보자, 중개자라는 교리는 성경적 근거가 없다. 미신과 이교신앙과 광신과 교회 권력의지의 결과이다.
로마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 통치 이후에 교회 안에 들어온 이교는 서방교회의 미신적 교리를 부추겼고, 마리아 교리와 마리아에 대한 우상숭배 행습을 가져왔다. 에베소공의회(431)는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神母)’라고 규정했다. 이 결정은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에서 정통신앙으로 수용되고 있다. 마리아를 신격화하는 뉘앙스를 지닌 이 칭호는, 본디 마리아를 높이는 표현이 아니라 그가 낳은 예수 그리스도 위격의 특성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마리아에 대한 로마가톨릭교회의 흠숭, 공경, 상경은 실제 교회 생활에서 인간숭배로 자리잡았다. 신자들은 마리아 상을 향하여 절을 하고 공경의 예를 표한다. 십계명의 제2계명에 저촉되는 경배, 예배, 숭배 행위를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십계명에서 우상숭배 금지 계명, 곧 제2계명을 배제한다. 열 번째인 탐심에 관한 계명을 둘로 나누어 열 가지 계명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우상숭배에 대한 계명을 제1계명에 포함시켜 그 명령을 축소, 마비시킨다.
로마는 성상숭배, 성유물숭배, 성인숭배를 하고 있다. 또 일제 말기 정치적 동기로 일본의 신사참배, 중국의 공자숭배, 한국의 조상제사를 허용했다. 여러 해 전 김수환 추기경은 유생 김창숙 선생의 묘소에서 제물을 바치고 몇 차례 큰 절을 하고 술을 따라 바쳤다. 한국 천주교회 사제 문규현 신부는 국토를 남북으로 통과하는 삼보일배 행사의 출범식을 하는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에서, 산신령 화상을 향하여 불교 승려와 함께 큰절(사제서품 때처럼 바닥에 완전히 엎드리는 형식)을 하고 제물과 술잔을 바쳤다.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은 불교 사찰의 템플스테이 행사에 참여하고, 불교의 108 참회기도문을 외우며, 불상을 향하여 절을 하기도 한다. 십계명에서 제2계명을 빼버린 결과는 다양한 형태의 우상숭배 활동으로 나타난다.
6. 이교 배경과 관련성
마리아 교리와 행습의 배후에 있는 이교 배경과 관련성은 성모에 대한 공경, 상경, 흠숭 또는 숭배 행위가 우상숭배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 마리아론이 로마가톨릭교회 안에서 그토록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마리아가 ‘하늘의 여왕’으로까지 숭상되는 까닭은 이교 풍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마리아에 대한 성경의 언급은 사도행전 1장 14절에서 끝난다. 기독교회가 박해를 받고 있는 기간과 그 뒤 얼마 동안, 마리아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없었다. 4-5세기까지도 마리아 축제라는 것이 없었다. 마리아에 대한 기도가 없었다. 마리아를 칭송하는 신학 이론도 없었다.
핍박기가 끝나고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391 AD)되면서, 기독인들 사이에 마리아 숭배 행습이 나타났다. 창검의 힘과 위협에 눌려 형식적으로 기독교로 개종한 이교도들, 중생 체험이 없는 자들, 그리스도의 복음을 바르게 알지 못하는 자들은 옛 종교의 여신들(female deities)을 예배하는 자신들의 풍속을 기독교 안으로 가져왔다. 마리아를 ‘항구적 동정녀’로 생각한 암브로시우스, 제롬, 어거스틴도 마리아에 대한 공경심이 자칫 이교의 모신(母神) 숭배 신앙과 동일시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모신숭배 행위는 고대 근동의 여러 종교들에서 나타난다. 아르테미스(Artemis), 더메터(Demeter), 아프로디테(Aphrodite), 로마와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다이아나(Diana), 세레스(Ceres), 비너스(Venus) 등 여성 신 개념은 바벨론에서 왔다. 바벨론은 이 땅 ‘최초의 왕’의 아내인 이스타르(Istar)를 ‘위대한 어머니’로 숭배했다. 서양 세계에 기독교가 번영하면서 바벨론의 여신 숭배 사상은 마리아 공경과 숭배로 대체되었다. 선지자 예레미야가 경고한 바벨론의 ‘하늘의 여왕(Queen of Heaven, 렘 7:18; 44:17)’이 기독교의 ‘여신 마리아’로 바뀌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신으로 섬기던 여신 아스다롯 숭배(삼상 7:3, 4; 왕상 11:5, 33; 삿 2:13, 10:6)가 기독교 형태로 옷을 갈아입었다.
어느 로마가톨릭교회 학자는 마리아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이 에베소라고 주장한다. 에베소는 마리아에게 아주 특별한 도시이다. 에베소공의회(431)는 예수의 신성과 인성 교리를 다루었고,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규정했다. 이는 신학적인 동시에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에베소는 여신 아데미(행 19:27, 35)에 대한 우상숭배가 성행하던 곳이었다.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예수의 위격(位格) 특성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러나 당시 에베소에 번창하던 헬라주의 여신 개념이 반영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에베소공의회가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을 부여하자마자, 열성적인 이교 출신 기독교 신자들은 당장 “위대한 하나님의 어머니, 찬송받을지어다” 하는 송영을 올렸다. 그들은 정치적 동기 또는 형식상 기독교로 전향한 자들이었다. 송영 형식은 에베소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에 대한 칭송과 같았다. 이스다롯(Ishtar, Ishtarot), 퀴벨레(Cybele) 여신 숭배 개념과 이교 여신숭배 신앙 행습이 곧장 ‘하나님의 어머니’에게 적용되었다.
웅장한 교회당 모자이크는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으로 묘사했다. 로마의 산타마리아 마기오레대교회당 벽화는 마리아를 이교 여성 모신(母神) 형태로 표현한다. 마리아상에는 이교 여신들의 옷과 장식이 달렸다. 바벨론 여신과 동일한 모습의 하늘의 여왕으로 묘사되었다. 바벨론 어머니와 아기에 대한 예배 형태가 기독교 안에서도 나타났다. 마리아와 어린 예수를 함께 묘사한 그림들은 모자(母子)를 그린 이시스와 호루스, 퀴벨레와 아티스 그림과 동일한 형태였다(Erich Bruning, Project Einheit, 2004, 40-41). 여신을 숭배하던 종교 건축물들이 우뚝 솟은 것처럼, 큼직큼직한 마리아교회당, 마리아 기념 채플이 건축되었다.
주후 5-6세기에 이르러 서방교회는 마리아에게 특별한 중요성을 부여했다. 마리아를 계시록 12장 1절의 ‘열두 별의 관을 쓴 여자’로 해석했다. 마리아를 성부, 성자, 성령과 동격으로 간주할 정도로 높은 공경을 바쳤다. 마리아에 대한 공경 의식은 5세기에 나타났다. 마리아 축제는 7세기, 마리아 무흠(無欠) 잉태설, 곧 원죄가 없다는 사상은 12세기에 각각 등장했다. 마리아 승천교리는 15세기 신학논쟁의 주제였다. 동정녀 마리아의 우주적 권위는 그가 지상의 생을 마칠 때 몸과 영혼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신앙에서 극대화되었다. 그 무렵 마리아에 대한 기도가 등장했다. 서양 중세인들은 사실상 마리아를 포함한 ‘성사위일체(聖四位一體)’를 믿었다. 마리아는 존경, 흠숭, 공경의 차원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서양 중세인들은 그리스도의 인성(人性)을 강조했다. 십자군 원정을 치를 서방세계의 신앙은 더욱 감정적으로 변하여, 인간 예수의 삶과 죽음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 구원 드라마의 실제 주인공은 예수가 아니라 마리아였다. 어머니와 그 아들의 이야기는 대단한 호소력을 지녔다. 죄인을 위해 마리아가 아들에게 동정적 탄원을 하면, 그 어떤 무서운 죄와 비열한 허물도 모두 용서한다고 믿었다. 아들이 어머니의 청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까닭으로 성직자와 수도사만이 아니라 왕, 기사, 농부도 마리아의 도움을 간청했다. 성모는 낭만적 망상과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웅장한 고딕 양식의 건물들은 그리스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리아를 위한 전승 기념물로 건축되기도 했다. 그 시대 농부들은 그리스도의 피가 섞인 땀방울 뿐 아니라 동정녀 마리아의 유방에서 짜냈다는 젖을 지역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시대와 그 이후, 마리아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19세기에 105차례, 20세기 430차례 나타났는데, 모두 여성의 환영(phantom)으로, 광명―빛 또는 그와 유사한 형태였다고 한다. 성경은 사탄이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고 나타난다고 한다(고후 11:14). 유럽연합 기(旗)에 새겨진 12별의 왕관은 열두 별이 달린 왕관을 쓴 ‘하늘의 여왕(계 12:1)’, 곧 국가와 종교와 세상의 통합을 상징하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다.
유럽연합 기(旗) 초안에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초안이 거절되자, 유럽위원회 문화성 수장 폴 레비가 현재의 것을 만들어 승인을 받았다. 벨기에인 레비는 유태교에서 로마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어느 날, 마리아 상에 비치는 햇빛에 반사된 푸른 하늘에 나타난 장엄한 황금 왕관에서 유럽연합 기 모양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유럽연합이 ‘하나님의 어머니’, ‘하늘 여황’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그녀를 지극히 공경함을 상장한다.
마리아 신앙은 이처럼 이교의 텃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일부 로마가톨릭 신학자들은 로마교회가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Regina coeli)’, ‘공동 구속자(Coredemtrix)’, ‘은총의 중재자(Mediatrix gratiarum)’ 같은 칭호들로 치장하는 행위를, 그릇된 신앙심의 결과이며 궤도를 이탈한 무절제한 짓이라고 본다(Rene Laurentin, Kurzer Traktat der Marianischen Theologie, 1959, 101).
7. 마리아 교리와 교회일치운동
한국 천주교 교의학자 심상태 교수(수원가톨릭대)는 에큐메니칼 운동 맥락에서 마리아 교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마리아 숭배 또는 공경의 타당성을 ‘하나님의 어머니’로서, 온 인류와 세계를 위한 구원사적 기능을 수행한 데서 찾는다. 마리아는 그리스도 성육신 사건에 어머니로 참여했고, 하나님의 구원 사업에 자의적으로 적극 협력했으며, 자유로운 신앙과 순명(順命)으로 인류 구원에 협력했다. 따라서 교회가 만물의 창조주인 하나님께 바치는 공경인 흠숭지례(欽崇之禮)보다 낮으나 일반 성인들에게 바치는 공경지례(恭敬之禮)보다 한층 높은 상경지례(上敬之禮)로 마리아를 각별히 공경함이 지당하다고 주장한다(심상태, 가톨릭의 교회 일치적 마리아론, <사목> 244, 1999.5., 21-55).
심상태는 마리아가 원죄 없이 그리스도를 잉태했으며, 사망 즉시 승천했다고 하는 로마가톨릭교회 교리는 공의회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교황이 ‘특수 교도권’으로 일방적으로 선포했다고 말한다. 이 지적은 마리아 교리에 대한 심상태의 부정적 관점을 암시한다. 그는 마리아에 대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비판적인 아래 글을 자기 주장의 근거로 인용한다.
“하나님의 모친 마리아가 교회를 위해서 전구한다 할지라도 죽음을 물리쳐야 하고, 사탄의 어마어마한 힘과 대항하여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엄청난 일이다. 마리아가 이를 행할 수 있다면 그리스도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마리아는 온갖 최고의 찬미를 받기에 합당한 분이기는 하나 그리스도와 똑같이 간주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그분의 신앙과 겸손의 모범을 따를 것을 원한다. 그런데 마리아에 대한 과장된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가 서야 할 자리에 마리아가 대신 들어서게 된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마리아 교리를 문제 삼지 않은 채 사실상 인정하는 형태로, 로마가톨릭교회와 가시적 교회일치를 추구해 왔다. WCC 역사에서 마리아론이 쟁점으로 전면에 부각된 적이 없다. 마리아론을 부정적으로 다룬 문서도 없다. 더구나 마리아 교리에 우호적이다. WCC의 ‘하나의 신앙고백(1990)’은 에베소공의회(431)가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칭한 것과 관련해 “마리아는 하나님에 대한 그녀의 완전한 의탁, 그녀의 활동적 신앙의 반응, 그리고 그녀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대가 교회의 유형(typos)과 모범으로 여겨져 왔다”고 말한다.
WCC는 개종전도금지주의와 관련하여 회원교회들에게 로마가톨릭교회의 마리아 숭배 행위를 비판하지 말라고 한다. WCC는 로마가톨릭교회의 마리아론을 옹호한다. 고대 교회가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규정했고, 개신교회, 정교회, 로마가톨릭교회가 모두 성육신의 신비에 신앙을 두고 강조하므로 “마리아 숭배가 미신이 아니냐고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다(Rita Turner, Mary in the Ecumenical Movement, 1991, 668)”고 한다.
WCC 관련 문서 ‘에큐메니칼 운동에서의 마리아론’은, 마리아 교리에 대한 이 단체의 우호적인 태도와 신념이 “로마가톨릭교회와 대화를 한 결과”라고 한다.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마리아가 유용한 촉매 역할을 하며”, 이로써 “상호 두려움이 잠재워졌고, 공동의 광장이 움터 나왔다”고 말한다. 동방정교회가 나름의 마리아 전통을 주장하지만, 서방교회 경우처럼 교리적 공방의 대상이 되지 않는 바 마리아론을 특별히 공식적으로 교리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실제로 에큐메니칼 토론에서 제기되는 논쟁점은 마리아론 자체의 내용보다, 오히려 그와 관련된 계시의 정통성 문제, 그리고 교황의 절대 무류성에 관한 교회의 권위 문제”라고 지적한다.
WCC는 마리아 교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해방신학과 여성신학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숭배는 강렬하다고 말한다. 여관 주인에게 거부당한 임산부 마리아의 모습, 폭력에서 도피하는 장면, 자신의 아들을 조용히 어른으로 키우는 여인, 그의 학대와 고난을 증거하고 그의 승리에 동참하는 모습 등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WCC의 교회 일치 패러다임을 대변하는 위 글은 이밖에 여러 이유들을 제시하면서 “믿음과 일치의 표본인 마리아는 그래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희망”이라고 한다. 마리아론이 WCC가 추구하는 세계교회 일치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교리를 계급화한다. ‘더 중요한 교리’와 ‘덜 중요한 교리’로 나눈다. “가톨릭 교리의 여러 진리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와 이루는 관계는 서로 다르므로, 교리를 비교할 때에는 진리의 서열 또는 ‘위계’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일치교령 제11항;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90조)”고 한다.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는 높고, 연옥설이나 마리아론은 낮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이형기 교수는 로마가톨릭교회와 WCC의 외형적 교회일치를 긍정적으로 본다. 가톨릭대(가톨릭신학회)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쓴 논문(2009)에서 로마가톨릭교회가 말하는 ‘진리들의 위계’를 근거로, 로마가 개신교회와의 일치를 위해 계급이 낮은 일부 교리들을 포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를 가장 높은 꼭지점에 두고, 비(非)로마가톨릭 교회들과 교회 공동체들(개신교회)이 고백하는 교리와 불일치하는 연옥설, 마리아론 같은 위계가 낮은 자리에 있는 교리들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라고 말한다(이형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로마가톨릭교회의 에큐메니즘과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연구: 종교다원주의 맥락에서 WCC의 ‘신앙과 직제운동’에 비추어서, <신학사상> 64, 2009 겨울, 236).
로마가톨릭교회는 개신교회와의 일치를 위해 낮은 계급에 해당하는 교리라도 이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진리들의 위계’에 대하여, “모든 계시된 교의는 같은 신적 신앙으로 믿어야 할 것이다(교회에 대한 오류를 반박하는 가톨릭 교리 선언, <사목> 34, 1974.7., 125)”라고 못 박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일치교령’은 진리들의 위계질서에 대한 배타적 원칙을 담고 있다. 진리들의 “서열은 어떤 교의가 다른 교의에 의거하거나 다른 교의에 의해 설명된다”고 한다(일치교령 제11항; 앞의 글 125). 마리아에 대한 흠숭, 상경, 공경이라는 위계로 구분되는 교리들 가운데 그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로마는 WCC 에큐메니칼 운동과 관련하여,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의 순수성을 손상시키거나 흐리게 하는 ‘거짓 평화주의 일치운동’을 경계하라고 명한다. 에큐메니칼 운동 파트너에게 모든 가톨릭 교리를 명확하게 온전하게 제시하라고 한다. 개신교 신자들에게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를 설득시킬 표현과 방법을 찾으라고 한다. 바티칸은 진리들의 “서열은 어떤 교의가 다른 교의에 의거하거나 다른 교의에 의해 설명한다(앞의 글, 125)”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가 표방하는 교리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장로교 에큐메니스트 이형기와 그가 이끌어 온 자유주의 에큐메니칼 신학의 지나친 순진함과 오판이 드러난다.
맺음말과 질문
마리아는 마리아 교리에 크게 진노하리라. 그 교리는 그리스도의 독보적인 구속사역을 격하시키며, 그러한 오류를 범하는 방식으로 마리아를 모독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신격화하고 숭배하는 행위, 곧 우상숭배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가장 미워하는 죄는 우상숭배이다.
마리아 교리는 성경적 근거가 없다. 마리아 교리와 숭배는 로마가 세속적 권력을 장악하려고 묵인, 수용, 교리화한 이교 사상이며 미신적 행습이다. 화체설, 희생제사 이론, 연옥설, 죽은 자를 위한 기도, 성인숭배 등과 더불어 하나님의 분노를 자아내는 교리이며 종교행위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께 묻는다. 마리아 교리를 폐기하고 그를 숭배하는 종교행위를 금지하노라 선언할 용기가 없는가? 미신적인 이단 사설(邪說) 마리아 교리를 버리고 로마가톨릭교회를 하나님이 기뻐하는 그리스도의 교회로 개혁하지 않겠는가? 성경과 사도들이 가르친 복음에 충실한 역사적 기독교와 일치를 도모하지 않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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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톨릭교회는 마리아를 구원의 중보자로 믿는다. 로마가톨릭교회 신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은총을 받는 두 길이 존재한다. 예수와 마리아이다.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에 버금가는 지위에 올라 있다. ‘성사위일체(聖四位一體)’라 불릴 정도이다. 마리아는 신앙과 숭배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로마가톨릭교회는 마리아가 평생 동정녀로 살았고 원죄가 없으며, 자범죄도 범하지 않았고, 죽자마자 육체를 가지고 승천했다고 믿는다.
마리아 교리는 구원자-중보자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역할을 격하시키는 이단 사상이다. 마리아 숭배 행위는 우상숭배이다. 성경 어느 부분도 로마가톨릭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성모 숭배’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마리아 숭배는 지중해 세계에 만연한 이교의 여신숭배 사상 및 행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1. 일평생 동정녀 교리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마리아가 일평생 동정녀로 살았다는 교리를 로마가톨릭교회의 진리로 확정했다(교회헌장 제52항,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499조). 공의회 ‘교회헌장’은 약 4분의 1 분량을 마리아 교리 서술에 할당한다(제52-69항).
마리아가 평생 동정녀로 살았다면, 예수 그리스도와 “예수의 형제들이라는 야고보와 요셉(마 13:55)”은 어떤 관계인가? 로마가톨릭교회는 그들이 “예수의 한 제자인 다른 한 마리아의 아들들(마 28:1)”이라고 한다. 동명이인(同名異人)의 자식들이라는 것이다. ‘형제들’이란 구약시대의 표현 방법이며, “예수의 가까운 친척을 일컫는 말(가톨릭교회 교리서 제500조)”이라고 풀이한다.
마리아가 일평생 동정녀로 살았다는 교리의 배후에는 이원론적 헬라주의 사상과, 고행주의를 미덕으로 여기는 세속 사상이 자리잡고 있다. 성(性)을 경멸하는 이방 세계의 시각이 로마가톨릭교회를 통제한다. 교회는 플라톤주의 이원론과 고행주의 관점으로 성경을 해석하여 마리아를 신격화하는 교리를 발전시켜 왔다.
성경은 요셉과 마리아가 여러 명의 자녀들 두었다고 증언한다. 요셉이 마리아와 정혼했으나,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그와 같이 자지 않았으며 아들을 낳자 이름을 예수라고 불렀다(마 1:25)”고 한다. 성령으로 잉태된 첫 아들을 낳은 뒤, 다른 자녀들을 낳았음을 시사한다. “저 사람은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리고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 저런 모든 지혜와 능력이 어디서 생겼을까(마 13:55-56)”. “이 일이 있은 후에 예수께서는 어머니와 형제들,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에 내려갔으나 거기에 여러 날 머물러 계시지는 않았다(요 2:12)”. 이 구절들은 마리아가 성생활과 무관하지 않으며, 여러 자녀들을 낳았음을 시사한다.
예수께는 최소한 두 명 이상의 ‘누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 저런 모든 지혜와 능력이 어디서 생겼을까(마 13:56)”. 위 번역문은 평양판 <성경전서(2010)>에서 옮겨왔다.
2. 원죄 없음 교리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마리아에게 불멸의 영혼이 주입된 후, 그녀는 윈죄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은혜를 입을 수 있었고, 또 은혜를 입었다. 마리아는 원죄 없이 태어났다”고 했다(John Trigilio Jr, Catholicism for Dummies, 2003, 265). 마리아에게 원죄가 없다는 교리는 19세기에 이르러 공식 교리로 등장했다. 교황 비오 9세는 1854년 마리아가 원죄의 오염 없이 아이를 잉태했다고 선포했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전능하신 하나님의 유일무이한 은총의 특전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보전되었다(The Catholic Encyclopedia, VII, 674)”고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마리아의 평생 무죄설을 확정했다. 평생 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신 분이라고 한다(교회헌장 제56항). 로마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말미암아 그녀의 전(全) 지상 생애 동안 어떠한 종류의 죄도 범하지 않았다. … 일평생 모든 자기 죄(자범죄)에 물들지 않았다(가톨릭교회 교리서 제411조, 제508조)”고 한다.
마리아에게 원죄가 없는가? 자범죄와 무관한가? 이 교리는 마리아가 아담과 하와의 후손이 아닐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3. 중보자 마리아 교리
교황 베네딕트 15세(1914-1922)는 마리아의 ‘구원 협력설’, 곧 중보자 마리아 교리를 선언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를 확정했다. “복된 동정녀께서 사람들에게 미치는 모든 구원의 영향은 사물의 어떤 필연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호의에서 기인하고, 또 그리스도의 넘치는 공로에서 흘러나온다(교회헌장 제60항)”고 한다.
마리아는 십자가에서 운명하는 아들과 함께 수난을 겪었다. “영혼들의 초자연적 생명을 회복시키고자 온전히 독특한 방법으로 구세주의 활동에 협력했다(제61항)”. 마리아는 예수와 함께 인류 구속 역사에 참여했다. 구원사역에 협력했다. 마리아는 승천한 뒤에도 구원사역 임무를 계속한다. “이 구원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하시어 …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얻어주신다. … 그 때문에 복된 동정녀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중보자)라는 칭호로 불린다”고 한다. “하나님의 유일한 신성이 피조물들 안에서 실제로 갖가지 모양으로 퍼져 나가듯이, 구세주의 유일한 중개도 피조물들 가운데에서 그 유일한 원천에 참여하는 다양한 협력을 가로막지 않고 오히려 불러일으킨다(제62항)”고 한다.
중보자 마리아 교리는 하나님이 마련한 구원의 길 밖에 또 다른 길, 다른 중보자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유일한 중보자(중재자)이신 그리스도의 존엄과 능력을 침해한다. 유일한 구원자-중재자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역할을 모독하고 격하시킨다. 로마가톨릭교회 신자들에게 실제로 구원의 길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이러한 이유로 신자들은 마리아에게 직접적으로 기도한다.
4. 마리아 승천교리
교황 비오 12세는 마리아가 죽는 순간에 승천했다는 교리를 선포(1950)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녀였던 하나님의 모친 마리아가 지상의 생애를 마친 뒤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의 영광에 들어 올림을 받았다는 것은 하나님에게서 계시된 신앙의 진리이다(The Catholic Encyclopedia, XIII, 185)”고 믿는다. 성경은 마리아의 죽음에 관해 침묵하지만, 교회의 ‘전통―성전(聖傳)’은 그가 천국으로 들리어 올라갔다고 가르친다고 한다(Catholicism for Dummies, 265-266). “마리아가 지상 생애의 여정을 마쳤을 때 몸과 영혼은 하늘 영광으로 올림을 받아 주님에 의하여 만물 위에 여왕(Queen)으로 존귀하게 되었다.” 마리아가 “주님께로부터 만물의 여왕으로 추대받았다(교회헌장 제59항,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966조)”고 한다.
성경 어디에도 마리아가 지상 생애를 마치고 영혼과 육신이 함께 승천했다고 하지 않는다. 만물 위에 여왕으로 등극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한 가능성을 떠올리는 ‘힌트’조차 주지 않는다. 로마가톨릭교회가 마리아에게 부여한 ‘하늘의 여왕’이라는 칭호는, 원래 바벨론 신전의 여신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이교 명칭을 마리아에게 부여하여, 만왕의 왕 만유의 주이신 그리스도의 왕권을 찬탈하는 불경죄를 범하는 격이 되게 했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하늘의 여왕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왕권 일부를 찬탈한 범죄자이다. 대역죄인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종래의 마리아 교리와 교황 비오 12세의 선언들을 고스란히 추인했다. 마리아는 “마침내,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티 없이 깨끗한 동정녀는 지상 생활의 여정을 마치고 육신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고, 주님께 천지의 모후로 들어 높여져, 주님들의 주님이며,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인 당신 아드님과 더욱 완전히 동화되셨다(교회헌장 제59항)”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마리아를 향한 기도를 장려한다. 마리아는 하늘에서도 우리의 ‘변호자’로서 구원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한다. 그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중보자)라는 칭호로 불린다(제62항). 모성애로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 그리스도는 효성이 지극하기 때문에 어머니 마리아의 청을 거절하지 않는다(제62항). 그래서 신자들은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님! … 이제와 저의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하고 기도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신도들에게 현실적으로 은총을 받는 길은 둘이다. 신자들은 중보자(중재자, 중개자) 마리아 조형물 앞에 촛불을 켜놓고, 그 상을 향하여 손으로 십자가 표시를 하고 합장으로 예를 올리며, 절을 한다. “상을 만들지 말고 절하지 말라”는 성경의 계명에 역행하는 종교 행위를 한다.
5. 우상숭배
마리아는 가장 복 있는 여인이다(눅 1:42). 참으로 존경을 받아 마땅한 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성육신 과정에 자발적으로 수종을 들었다. 구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나님의 귀한 쓰임을 받은 역사적 인물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인간이다. 예배, 기도,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원죄가 없다거나, 자범죄가 없다거나, 승천했다거나, 인류 구원의 중보자, 중개자라는 교리는 성경적 근거가 없다. 미신과 이교신앙과 광신과 교회 권력의지의 결과이다.
로마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 통치 이후에 교회 안에 들어온 이교는 서방교회의 미신적 교리를 부추겼고, 마리아 교리와 마리아에 대한 우상숭배 행습을 가져왔다. 에베소공의회(431)는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神母)’라고 규정했다. 이 결정은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에서 정통신앙으로 수용되고 있다. 마리아를 신격화하는 뉘앙스를 지닌 이 칭호는, 본디 마리아를 높이는 표현이 아니라 그가 낳은 예수 그리스도 위격의 특성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마리아에 대한 로마가톨릭교회의 흠숭, 공경, 상경은 실제 교회 생활에서 인간숭배로 자리잡았다. 신자들은 마리아 상을 향하여 절을 하고 공경의 예를 표한다. 십계명의 제2계명에 저촉되는 경배, 예배, 숭배 행위를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십계명에서 우상숭배 금지 계명, 곧 제2계명을 배제한다. 열 번째인 탐심에 관한 계명을 둘로 나누어 열 가지 계명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우상숭배에 대한 계명을 제1계명에 포함시켜 그 명령을 축소, 마비시킨다.
로마는 성상숭배, 성유물숭배, 성인숭배를 하고 있다. 또 일제 말기 정치적 동기로 일본의 신사참배, 중국의 공자숭배, 한국의 조상제사를 허용했다. 여러 해 전 김수환 추기경은 유생 김창숙 선생의 묘소에서 제물을 바치고 몇 차례 큰 절을 하고 술을 따라 바쳤다. 한국 천주교회 사제 문규현 신부는 국토를 남북으로 통과하는 삼보일배 행사의 출범식을 하는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에서, 산신령 화상을 향하여 불교 승려와 함께 큰절(사제서품 때처럼 바닥에 완전히 엎드리는 형식)을 하고 제물과 술잔을 바쳤다.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은 불교 사찰의 템플스테이 행사에 참여하고, 불교의 108 참회기도문을 외우며, 불상을 향하여 절을 하기도 한다. 십계명에서 제2계명을 빼버린 결과는 다양한 형태의 우상숭배 활동으로 나타난다.
6. 이교 배경과 관련성
마리아 교리와 행습의 배후에 있는 이교 배경과 관련성은 성모에 대한 공경, 상경, 흠숭 또는 숭배 행위가 우상숭배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 마리아론이 로마가톨릭교회 안에서 그토록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마리아가 ‘하늘의 여왕’으로까지 숭상되는 까닭은 이교 풍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마리아에 대한 성경의 언급은 사도행전 1장 14절에서 끝난다. 기독교회가 박해를 받고 있는 기간과 그 뒤 얼마 동안, 마리아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없었다. 4-5세기까지도 마리아 축제라는 것이 없었다. 마리아에 대한 기도가 없었다. 마리아를 칭송하는 신학 이론도 없었다.
핍박기가 끝나고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391 AD)되면서, 기독인들 사이에 마리아 숭배 행습이 나타났다. 창검의 힘과 위협에 눌려 형식적으로 기독교로 개종한 이교도들, 중생 체험이 없는 자들, 그리스도의 복음을 바르게 알지 못하는 자들은 옛 종교의 여신들(female deities)을 예배하는 자신들의 풍속을 기독교 안으로 가져왔다. 마리아를 ‘항구적 동정녀’로 생각한 암브로시우스, 제롬, 어거스틴도 마리아에 대한 공경심이 자칫 이교의 모신(母神) 숭배 신앙과 동일시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모신숭배 행위는 고대 근동의 여러 종교들에서 나타난다. 아르테미스(Artemis), 더메터(Demeter), 아프로디테(Aphrodite), 로마와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다이아나(Diana), 세레스(Ceres), 비너스(Venus) 등 여성 신 개념은 바벨론에서 왔다. 바벨론은 이 땅 ‘최초의 왕’의 아내인 이스타르(Istar)를 ‘위대한 어머니’로 숭배했다. 서양 세계에 기독교가 번영하면서 바벨론의 여신 숭배 사상은 마리아 공경과 숭배로 대체되었다. 선지자 예레미야가 경고한 바벨론의 ‘하늘의 여왕(Queen of Heaven, 렘 7:18; 44:17)’이 기독교의 ‘여신 마리아’로 바뀌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신으로 섬기던 여신 아스다롯 숭배(삼상 7:3, 4; 왕상 11:5, 33; 삿 2:13, 10:6)가 기독교 형태로 옷을 갈아입었다.
어느 로마가톨릭교회 학자는 마리아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이 에베소라고 주장한다. 에베소는 마리아에게 아주 특별한 도시이다. 에베소공의회(431)는 예수의 신성과 인성 교리를 다루었고,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규정했다. 이는 신학적인 동시에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에베소는 여신 아데미(행 19:27, 35)에 대한 우상숭배가 성행하던 곳이었다.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예수의 위격(位格) 특성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러나 당시 에베소에 번창하던 헬라주의 여신 개념이 반영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에베소공의회가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을 부여하자마자, 열성적인 이교 출신 기독교 신자들은 당장 “위대한 하나님의 어머니, 찬송받을지어다” 하는 송영을 올렸다. 그들은 정치적 동기 또는 형식상 기독교로 전향한 자들이었다. 송영 형식은 에베소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에 대한 칭송과 같았다. 이스다롯(Ishtar, Ishtarot), 퀴벨레(Cybele) 여신 숭배 개념과 이교 여신숭배 신앙 행습이 곧장 ‘하나님의 어머니’에게 적용되었다.
웅장한 교회당 모자이크는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으로 묘사했다. 로마의 산타마리아 마기오레대교회당 벽화는 마리아를 이교 여성 모신(母神) 형태로 표현한다. 마리아상에는 이교 여신들의 옷과 장식이 달렸다. 바벨론 여신과 동일한 모습의 하늘의 여왕으로 묘사되었다. 바벨론 어머니와 아기에 대한 예배 형태가 기독교 안에서도 나타났다. 마리아와 어린 예수를 함께 묘사한 그림들은 모자(母子)를 그린 이시스와 호루스, 퀴벨레와 아티스 그림과 동일한 형태였다(Erich Bruning, Project Einheit, 2004, 40-41). 여신을 숭배하던 종교 건축물들이 우뚝 솟은 것처럼, 큼직큼직한 마리아교회당, 마리아 기념 채플이 건축되었다.
주후 5-6세기에 이르러 서방교회는 마리아에게 특별한 중요성을 부여했다. 마리아를 계시록 12장 1절의 ‘열두 별의 관을 쓴 여자’로 해석했다. 마리아를 성부, 성자, 성령과 동격으로 간주할 정도로 높은 공경을 바쳤다. 마리아에 대한 공경 의식은 5세기에 나타났다. 마리아 축제는 7세기, 마리아 무흠(無欠) 잉태설, 곧 원죄가 없다는 사상은 12세기에 각각 등장했다. 마리아 승천교리는 15세기 신학논쟁의 주제였다. 동정녀 마리아의 우주적 권위는 그가 지상의 생을 마칠 때 몸과 영혼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신앙에서 극대화되었다. 그 무렵 마리아에 대한 기도가 등장했다. 서양 중세인들은 사실상 마리아를 포함한 ‘성사위일체(聖四位一體)’를 믿었다. 마리아는 존경, 흠숭, 공경의 차원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서양 중세인들은 그리스도의 인성(人性)을 강조했다. 십자군 원정을 치를 서방세계의 신앙은 더욱 감정적으로 변하여, 인간 예수의 삶과 죽음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 구원 드라마의 실제 주인공은 예수가 아니라 마리아였다. 어머니와 그 아들의 이야기는 대단한 호소력을 지녔다. 죄인을 위해 마리아가 아들에게 동정적 탄원을 하면, 그 어떤 무서운 죄와 비열한 허물도 모두 용서한다고 믿었다. 아들이 어머니의 청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까닭으로 성직자와 수도사만이 아니라 왕, 기사, 농부도 마리아의 도움을 간청했다. 성모는 낭만적 망상과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웅장한 고딕 양식의 건물들은 그리스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리아를 위한 전승 기념물로 건축되기도 했다. 그 시대 농부들은 그리스도의 피가 섞인 땀방울 뿐 아니라 동정녀 마리아의 유방에서 짜냈다는 젖을 지역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시대와 그 이후, 마리아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19세기에 105차례, 20세기 430차례 나타났는데, 모두 여성의 환영(phantom)으로, 광명―빛 또는 그와 유사한 형태였다고 한다. 성경은 사탄이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고 나타난다고 한다(고후 11:14). 유럽연합 기(旗)에 새겨진 12별의 왕관은 열두 별이 달린 왕관을 쓴 ‘하늘의 여왕(계 12:1)’, 곧 국가와 종교와 세상의 통합을 상징하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다.
유럽연합 기(旗) 초안에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초안이 거절되자, 유럽위원회 문화성 수장 폴 레비가 현재의 것을 만들어 승인을 받았다. 벨기에인 레비는 유태교에서 로마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어느 날, 마리아 상에 비치는 햇빛에 반사된 푸른 하늘에 나타난 장엄한 황금 왕관에서 유럽연합 기 모양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유럽연합이 ‘하나님의 어머니’, ‘하늘 여황’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그녀를 지극히 공경함을 상장한다.
마리아 신앙은 이처럼 이교의 텃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일부 로마가톨릭 신학자들은 로마교회가 마리아를 ‘하늘의 여왕(Regina coeli)’, ‘공동 구속자(Coredemtrix)’, ‘은총의 중재자(Mediatrix gratiarum)’ 같은 칭호들로 치장하는 행위를, 그릇된 신앙심의 결과이며 궤도를 이탈한 무절제한 짓이라고 본다(Rene Laurentin, Kurzer Traktat der Marianischen Theologie, 1959, 101).
7. 마리아 교리와 교회일치운동
한국 천주교 교의학자 심상태 교수(수원가톨릭대)는 에큐메니칼 운동 맥락에서 마리아 교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마리아 숭배 또는 공경의 타당성을 ‘하나님의 어머니’로서, 온 인류와 세계를 위한 구원사적 기능을 수행한 데서 찾는다. 마리아는 그리스도 성육신 사건에 어머니로 참여했고, 하나님의 구원 사업에 자의적으로 적극 협력했으며, 자유로운 신앙과 순명(順命)으로 인류 구원에 협력했다. 따라서 교회가 만물의 창조주인 하나님께 바치는 공경인 흠숭지례(欽崇之禮)보다 낮으나 일반 성인들에게 바치는 공경지례(恭敬之禮)보다 한층 높은 상경지례(上敬之禮)로 마리아를 각별히 공경함이 지당하다고 주장한다(심상태, 가톨릭의 교회 일치적 마리아론, <사목> 244, 1999.5., 21-55).
심상태는 마리아가 원죄 없이 그리스도를 잉태했으며, 사망 즉시 승천했다고 하는 로마가톨릭교회 교리는 공의회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교황이 ‘특수 교도권’으로 일방적으로 선포했다고 말한다. 이 지적은 마리아 교리에 대한 심상태의 부정적 관점을 암시한다. 그는 마리아에 대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비판적인 아래 글을 자기 주장의 근거로 인용한다.
“하나님의 모친 마리아가 교회를 위해서 전구한다 할지라도 죽음을 물리쳐야 하고, 사탄의 어마어마한 힘과 대항하여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엄청난 일이다. 마리아가 이를 행할 수 있다면 그리스도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마리아는 온갖 최고의 찬미를 받기에 합당한 분이기는 하나 그리스도와 똑같이 간주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그분의 신앙과 겸손의 모범을 따를 것을 원한다. 그런데 마리아에 대한 과장된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가 서야 할 자리에 마리아가 대신 들어서게 된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마리아 교리를 문제 삼지 않은 채 사실상 인정하는 형태로, 로마가톨릭교회와 가시적 교회일치를 추구해 왔다. WCC 역사에서 마리아론이 쟁점으로 전면에 부각된 적이 없다. 마리아론을 부정적으로 다룬 문서도 없다. 더구나 마리아 교리에 우호적이다. WCC의 ‘하나의 신앙고백(1990)’은 에베소공의회(431)가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칭한 것과 관련해 “마리아는 하나님에 대한 그녀의 완전한 의탁, 그녀의 활동적 신앙의 반응, 그리고 그녀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대가 교회의 유형(typos)과 모범으로 여겨져 왔다”고 말한다.
WCC는 개종전도금지주의와 관련하여 회원교회들에게 로마가톨릭교회의 마리아 숭배 행위를 비판하지 말라고 한다. WCC는 로마가톨릭교회의 마리아론을 옹호한다. 고대 교회가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규정했고, 개신교회, 정교회, 로마가톨릭교회가 모두 성육신의 신비에 신앙을 두고 강조하므로 “마리아 숭배가 미신이 아니냐고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다(Rita Turner, Mary in the Ecumenical Movement, 1991, 668)”고 한다.
WCC 관련 문서 ‘에큐메니칼 운동에서의 마리아론’은, 마리아 교리에 대한 이 단체의 우호적인 태도와 신념이 “로마가톨릭교회와 대화를 한 결과”라고 한다.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마리아가 유용한 촉매 역할을 하며”, 이로써 “상호 두려움이 잠재워졌고, 공동의 광장이 움터 나왔다”고 말한다. 동방정교회가 나름의 마리아 전통을 주장하지만, 서방교회 경우처럼 교리적 공방의 대상이 되지 않는 바 마리아론을 특별히 공식적으로 교리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실제로 에큐메니칼 토론에서 제기되는 논쟁점은 마리아론 자체의 내용보다, 오히려 그와 관련된 계시의 정통성 문제, 그리고 교황의 절대 무류성에 관한 교회의 권위 문제”라고 지적한다.
WCC는 마리아 교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해방신학과 여성신학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숭배는 강렬하다고 말한다. 여관 주인에게 거부당한 임산부 마리아의 모습, 폭력에서 도피하는 장면, 자신의 아들을 조용히 어른으로 키우는 여인, 그의 학대와 고난을 증거하고 그의 승리에 동참하는 모습 등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WCC의 교회 일치 패러다임을 대변하는 위 글은 이밖에 여러 이유들을 제시하면서 “믿음과 일치의 표본인 마리아는 그래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희망”이라고 한다. 마리아론이 WCC가 추구하는 세계교회 일치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교리를 계급화한다. ‘더 중요한 교리’와 ‘덜 중요한 교리’로 나눈다. “가톨릭 교리의 여러 진리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와 이루는 관계는 서로 다르므로, 교리를 비교할 때에는 진리의 서열 또는 ‘위계’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일치교령 제11항;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90조)”고 한다.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는 높고, 연옥설이나 마리아론은 낮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이형기 교수는 로마가톨릭교회와 WCC의 외형적 교회일치를 긍정적으로 본다. 가톨릭대(가톨릭신학회)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쓴 논문(2009)에서 로마가톨릭교회가 말하는 ‘진리들의 위계’를 근거로, 로마가 개신교회와의 일치를 위해 계급이 낮은 일부 교리들을 포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를 가장 높은 꼭지점에 두고, 비(非)로마가톨릭 교회들과 교회 공동체들(개신교회)이 고백하는 교리와 불일치하는 연옥설, 마리아론 같은 위계가 낮은 자리에 있는 교리들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라고 말한다(이형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로마가톨릭교회의 에큐메니즘과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연구: 종교다원주의 맥락에서 WCC의 ‘신앙과 직제운동’에 비추어서, <신학사상> 64, 2009 겨울, 236).
로마가톨릭교회는 개신교회와의 일치를 위해 낮은 계급에 해당하는 교리라도 이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진리들의 위계’에 대하여, “모든 계시된 교의는 같은 신적 신앙으로 믿어야 할 것이다(교회에 대한 오류를 반박하는 가톨릭 교리 선언, <사목> 34, 1974.7., 125)”라고 못 박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일치교령’은 진리들의 위계질서에 대한 배타적 원칙을 담고 있다. 진리들의 “서열은 어떤 교의가 다른 교의에 의거하거나 다른 교의에 의해 설명된다”고 한다(일치교령 제11항; 앞의 글 125). 마리아에 대한 흠숭, 상경, 공경이라는 위계로 구분되는 교리들 가운데 그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로마는 WCC 에큐메니칼 운동과 관련하여,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의 순수성을 손상시키거나 흐리게 하는 ‘거짓 평화주의 일치운동’을 경계하라고 명한다. 에큐메니칼 운동 파트너에게 모든 가톨릭 교리를 명확하게 온전하게 제시하라고 한다. 개신교 신자들에게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를 설득시킬 표현과 방법을 찾으라고 한다. 바티칸은 진리들의 “서열은 어떤 교의가 다른 교의에 의거하거나 다른 교의에 의해 설명한다(앞의 글, 125)”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가 표방하는 교리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장로교 에큐메니스트 이형기와 그가 이끌어 온 자유주의 에큐메니칼 신학의 지나친 순진함과 오판이 드러난다.
맺음말과 질문
마리아는 마리아 교리에 크게 진노하리라. 그 교리는 그리스도의 독보적인 구속사역을 격하시키며, 그러한 오류를 범하는 방식으로 마리아를 모독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신격화하고 숭배하는 행위, 곧 우상숭배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가장 미워하는 죄는 우상숭배이다.
마리아 교리는 성경적 근거가 없다. 마리아 교리와 숭배는 로마가 세속적 권력을 장악하려고 묵인, 수용, 교리화한 이교 사상이며 미신적 행습이다. 화체설, 희생제사 이론, 연옥설, 죽은 자를 위한 기도, 성인숭배 등과 더불어 하나님의 분노를 자아내는 교리이며 종교행위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께 묻는다. 마리아 교리를 폐기하고 그를 숭배하는 종교행위를 금지하노라 선언할 용기가 없는가? 미신적인 이단 사설(邪說) 마리아 교리를 버리고 로마가톨릭교회를 하나님이 기뻐하는 그리스도의 교회로 개혁하지 않겠는가? 성경과 사도들이 가르친 복음에 충실한 역사적 기독교와 일치를 도모하지 않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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