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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주의 신앙고백서들 (Confessions of Calvinism) / 김재성 교수

by 【고동엽】 2021. 11. 11.

칼빈주의 신앙고백서들 (Confessions of Calvinism)

 

김재성 교수

 

 

개혁주의는 기독교의 참된 본질을 그들이 고백하는 신조(creeds) 혹은 신앙고백 (confession) 혹은 요리문답(catechism)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핵심사항을 정리하였다. 오늘의 한국 교회가 의존하고 있는 그 뿌리에 선진들의 신앙이 자리하고 있다면, 가장 많은 영향을 입고있는 젖줄과 같은 흐름이 16세기 유럽의 신앙고백 속에서 발견되는 칼빈주의 신학과 신앙이다. 과거의 역사에 담겨있는 선진들의 신앙을 잊어버리는 것만큼 큰 불행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당대에 고민하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성경에서 발견하여 문서로 다듬고, 고백적인 선언으로 문서화했던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 한국 기독교 교회, 특히 장로교회의 자기 정체성을 명쾌하게 규정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규칙으로 받아들인 신앙고백에서 찾아야만 한다. 우리가 어디에 속한 신앙적인 단체이며, 어떤 내용을 믿는 신앙을 가졌는가를 밝히려면, “역사적 신앙고백적 칼빈주의” (historical confessional calvinism)라는 말보다 더 좋은 단어가 없다. 종교개혁 시대의 신학자들 사이에서 선포되고, 후대에 내려오면서 공식적으로 토론하고 심사숙고하여 교회의 문서로 채택한 것들이야말로 칼빈주의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핵심이다. 이것을 보면 칼빈주의 신앙이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으므로 칼빈주의가 무엇을 믿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살펴보려면 반드시 다음의 신앙고백서들의 내용을 찾아서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신앙고백적 칼빈주의는 성경에서 주장하는 복음을 그대로 요약하고 전수하고자 노력해왔다.

 

 

A. 고전적인 신앙고백서들

 

기독교 신앙을 규정하는 초대 교회 시대의 간략한 신앙조항들을 적어놓은 문서들은 네 가지가 있다. 이 조항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 기독교 신자들이 귀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여러 개신 교회들이 채택하고 있고, 로마 카톨릭이나, 동방정교회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구체적으로 나열한 것들 가운데 개혁주의 신조로 인정할만한 것들은 대략 60개에 달하고 있다. Sara Little, The Language of the Christian Community (Richmond: The CLC Press, 1965). John H. Leith, Creeds of the Churches (New York: Doubleday and Co., 1963). Phillip Schaff, Creeds of Christiandom (Grand Rapids: Baker, 1966).

 

가. 사도신경 (The Apostles' Creed).

전설에 의하면 원래 사도들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당시의 문헌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고, 6세기와 7세기의 문헌에서 과거에 관한 언급과 함께 발견된다. 주후 2백년 경 초대 교회시대에 세례받을 사람들이 고백하던 신앙내용이라고 추측된다. 대부분의 서양교회들이 채택하고 있다.

 

나. 니케야 신경 (Nicene Creed, 325).

네케야 종교회의에서 채택한 신앙조항으로 삼위 일체되신 하나님에 관하여 규정한 것이다. 성부, 성자, 성령의 관계를 규정하였고, 381년 콘스탄티노플 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완전한 문서가 만들어졌다. 특히 성자는 성부와 동일한 본질을 가진 분으로 모든 면에서 완전한 하나님 되심을 강조한 신조이다. 주로 동방정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다.

 

다. 칼세돈 신경 (Creed of Chalcedon, 451).

그리스도의 인격에 관해서 아폴리나리우스, 네스토리우스, 유티케스 등이 주장한 잘못된 설명을 배격하고, 신성이 인성 (몸) 안에 혼합되거나, 혼란을 일으키거나, 분리가 되지 않은 채 온전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규정한 신조다. 극단적인 단성론을 배격하고, 극단적인 양성론도 역시 배격하는 조화를 꾀하고자 하였다.

 

라. 아다나시우스 신경 (The Athanasian Creed).

어거스틴의 삼위일체론을 계승하여 아다나시우스가 만들었다고 전해오는 문서인데, 실제로는 알려지지 않은 저자가 5세기경에 삼위일체와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대해서 설명한 것이다. 성부도 하나님이시오, 성자도 하나님이며, 성령도 하나님이시지만, 세 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분 하나님만이 존재한다. 성자는 성부로부터 영원한 나오는 분이시므로 완전한 신성과 완전한 인성을 가지신 분이시며, 죄인을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고, 재림하시며, 최후 심판을 하실 것이다. 동방교회에서는 아다나시우스 신경을 인정하지 않는다.

 

 

 

B. 개혁주의 신앙고백서들

 

신앙고백 문서의 내용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며, 이를 취급한 교회의 총회가 국가적으로 받아들인 매우 중요한 신앙문서들로서 칼빈주의를 웅변적으로 드러낸 고백서들은 다음과 같다.

 

가. 제네바 요리문답 (The Geneva Catechism, 1541).

칼빈이 제네바에 부름을 받아서 성도들을 교육하기 위해 1537년 작성한 신앙교육용 요리문답을 수정 증보된 것으로, 그의 책「기독교강요」를 요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문서는 1559년 프랑스 신앙고백서의 기초가 되었으며, 핵심주제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특징이다.

 

나. 제 2 헬베틱(스위스) 신앙고백 (The Second Helvetic Confession, 1566).

1562년 하인리히 불링거는 개인적인 신앙고백을 작성하였다가, 1564년 다시 개정하여 자신의 유언을 덧붙였다. 쮜리히에 전염병이 휩쓸면서 부인을 잃어버렸고, 자신도 죽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살아남게 되고 1565년 12월 팔라틴의 선제후 프레데릭 3세의 요청이 오자, 정통신앙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문서로 이를 작성하여 베자의 추인을 받고자 제네바로 우송하였다. 이 고백서는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다음으로 스위스 개혁파 교회들의 지지를 얻었고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제네바에서도 채택하였으나, 바젤에서만 거부당하였다. 심지어 헝가리 개혁교회에서도 채택하였다. 가장 성숙하고 세련된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서로 볼 수 있다. 이 고백서의 특징은 초대교회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음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1조에서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는 곧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강조하여 개혁교회가 얼마나 설교를 중시하는가를 표명하였다. 그리고 성만찬 교리에 있어서는 칼빈과 파렐이 대표가 된 제네바 교회와 불링거가 대표가 된 쮜리히 교회 사이에 1549년에 맺어진 합의안 (Consensus Tigurinus, 1549)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다.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The Heidelberg Catechism, 1563).

우르시누스 (Zacharias Ursinus, 1534-83)와 캬스파르 올레비아누스(Caspar Olevianus, 1536-87)에 의해서 작성된 이 문서는 독일 남부 팔라티네 지방의 군주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성찬에 관한 교리는 분명히 개혁주의를 따르고 있지만, 몇 가지 교리는 루터파와 개혁주의의 중간노선을 취하는 것도 있다. 칼빈이 이 문서를 검토한 후 극찬할 만큼, 아주 명료하고, 간단하고, 경건한 내용이 특징이다. 이 문서는 독일 칼빈주의 신앙고백으로 가장 탁월한 문서로 손꼽히고 있고, 오늘날에도 개혁주의 교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라. 프랑스 갈리칸 신앙고백 (Gallican Confession, 1559).

박해받는 프랑스 위그노들이 칼빈의 제네바 신앙고백을 기초로 하여 약간 수정한 신앙고백서이다. 오래 지속된 박해로 인해서 프랑스 위그노들의 힘이 크지 못하였으나, 그러한 악조건 가운데서도 순수하고 깨끗한 신앙의 정신을 따라 가기로 결의한 놀라운 의지가 담겨있다.

 

마. 벨직 신앙고백서 (Belgic Confession, 1561).

홀란드에서 가이 드 브레 (Guido de Bres, 1522-67)가 작성한 것으로, 그 내용은 프랑스에서 나온 갈리칸 신앙고백과 매우 유사하며, 유럽 북서부의 저지대 국가들에서 박해받던 성도들을 위해서 쓴 변증서이다. 이 문서는 1619년 돌트 총회에서 네덜란드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이기로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

 

바. 스코틀랜드 신앙고백 (The Scots Confession, 1560).

스코틀랜드 최초의 신앙고백으로 요한 낙스와 다섯 명의 목사들에 의해서 작성되었다. 낙스가 유럽에서 경험한 것들이 반영되었고, 하나님과 창조, 성육신과 예정과 십자가, 불가시적인 교회관, 참된 교회의 세 가지 표지로서 말씀의 선포, 성례의 시행, 권징의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사. 돌트 신경 (Canon of Dort, 1618-9).

홀란드 지역에서 발전된 정통개혁신앙의 절정기에 작성된 교리의 압권으로 알미니우스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신조이다. 예정론을 근간으로 한 칼빈주의 5대 교리라고 알려진 구원론에 관련된 다섯 가지 핵심 사항을 채택한 것이다. 논쟁을 거쳐서 나온 문서인 만큼, 16세기에 나온 신조에 비하면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이며 논증적이다. 종교개혁시대에 새롭게 복음을 발견한 통찰력이 필요하였던 것이 아니고, 보다 정확하고 명쾌하게 규정하고 종교개혁자들의 신앙을 옹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개신교 정통신학 혹은 개신교 스콜라주의라고 불리워지고 있다.

 

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1647).

칼빈주의 정통신학의 최고봉에 위치하는 가장 체계적인 문서이다. 한국 장로교회에 이 문서를 성경 다음에 표준 신앙고백서로 채택한 바 있다. 청교도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모여 작성한 이 문서의 특징은 스코틀랜드 언약신약이 반영되고, 성화와 주일성수에 대한 엄격성이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이중 예정, 자유의지, 아담의 행위언약 등도 계속해서 중요한 교리로 인식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The Westminster Larger Catechism, 1648). 개혁주의 요리문답 가운데서 가장 긴 문서로, 자녀들을 위해서는 소요리문답이 나와있다. 거의 모든 개혁주의 교리를 다루고 있다. 주기도문과 십계명 해석도 포함되어 있다.

 

 

 

C. 신앙고백서 이후의 발전

 

개혁주의 교회역사들 돌아볼 때, 16세기와 17세기가 지나고 나면, 별로 중요한 신앙고백서들이 채택되지 않았다. 특히, 루터교는 ‘콘코드의 신앙고백’(the Formula of Concord, 1577)과 ‘콩코드의 책’ (the Book of Concord, 1580)이 작성된 다음에 더 이상 신앙고백이 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주의 진영에서는 지속적으로 신앙고백서가 작성되어 왔다. 이 말은 칼빈주의자들 사이에 하나의 고백을 향한 노력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개혁주의자들은 신조들을 기초로 하여 종교개혁 이후에도 다양한 조류가 형성하였고 발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같은 신앙고백적 칼빈주의자들이지만 그 안에서 몇 가지로 나뉘어질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그룹은 다음 장에서 고찰하게될 칼빈의 신학을 어떻게 이해했느냐에 따라서 각각 다른 분위기의 신학사조가 형성되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Dionysius Kempff, A bibliography of Calviniana 1959-1974 (Potchefstroom : Institute for Reformational Studies, 1983). Henry Van der Goot, "A typology of 'Schools' of Calvin interpretation in 19th and 20th Century," (paper for the University of Toronto, 1975). cf. Heiko A. Oberman, The Dawn of the Reformation, ch. xi: "Calvin's Critique of Calvinism," 259-268.

 

첫째로, 높은 칼빈주의(Higher Calvinism)라는 그룹이 칼빈 사후에 얼마 되지 않아서 출현하였다.

극렬-칼빈주의(Hyper Calvinism)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칼빈의 신학 중에서도 특정한 주제들을 집착하여 강조하는 바, 특히 ‘타락전 선택설’과 ‘반율법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이요, 주로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강조하여 인간의 책임에 대해서 약화시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일반은총을 완전히 부정하고, 철저히 선택자들만의 세계를 고집하여 극단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띄고 있다. 칼빈의 신학을 교조화(dogma)시켰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둘째로, 칼빈주의 주류(Mainstream Calvinism)를 형성하는 그룹이 있다.

이 흐름은 칼빈의 신학을 가능한 한 따르고자 노력하면서, 다른 개혁신학자들도 우호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언약신학을 주장하고, 온건한 칼빈주의 노선을 견지하려 한다.

 

셋째로, 낮은 칼빈주의자들(Lower Calvinism)자들이라고 불리는 그룹이 있는데, 개혁신학을 지지하되 어떤 특정한 교리에 있어서는 누락을 시키거나 약화시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속죄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교리와 선택의 조건에 관한 교훈들을 열렬히 지지하지 않는다. 칼빈 사후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아미랄디언주의자들과 신율법주의자들이 여기에 속하는 바, 돌트 신경을 다 믿지 않고 오직 네 가지만을 믿는 사람들이다.

 

넷째로, 교회정치 제도상의 차이가 나타난다.

칼빈주의자들은 장로교회, 회중교회, 영국 성공회, 침례교회, 감리교회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교회를 실제적으로 운영하는 방법과 제도는 모두 다르다. 칼빈주의자들은 오직 한가지 정치제도에서만 찾아질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로마 가톨릭에서도 칼빈주의와 가까운 주장이 나왔는데, 17세기에 나타난 잔세이즘이다. 어거스틴을 따르던 네덜란드 신학자, 잔센(Cornelius Jansen, 1585-1638)은 주로 예수회의 신학을 공격목표로 삼았다. 결국 교황 인노센트 10세로부터 정죄를 받았다. 잔센의 주장에서 다음 다섯 가지가 정죄를 받은 핵심내용이다. 첫째 하나님의 명령은 은혜 없이는 수행되어질 수 없다. 둘째 은혜는 거부할 수 없다. 셋째 타락한 인간은 강요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필연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넷째 반펠라기우스주의자들의 오류는 은혜의 불가항력적인 성격을 부인하는 점이다. 다섯째 그리스도가 모든 인류를 위해서 죽으셨다는 말을 하는 것은 반펠라기우스주의자들의 주장이다.

 

다섯째로, 칼빈주의자들 가운데서 자라온 이단들과 불건전한 신학이 있다.

알미니우스의 신학은 개혁신학의 요람에서 자라났지만, 가장 큰 해악을 끼친 독버섯이었다. 20세기에는 자유주의 신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개혁신학을 거부하였고, 20세기 신정통주의 신학 역시 일부에서는 개혁주의로 취급하고 있지만, 16세기부터 내려온 정통 칼빈주의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세계에 흩어져서 발전된 개혁신학은 너무나 다양한 양상을 띄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여러 문서들에 담겨있는 공통분모를 무시할 수 없고, 그 기초에는 역사적 신앙고백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거듭해서 필자는 개혁주의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규명할 때에 ‘신앙고백적 칼빈주의’(Confessional Calvinism)라고 부르면 틀림이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개혁신학’이라는 용어도 역시 이 신앙고백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발전하여 내려온 칼빈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 토대 위에서 신앙을 정립할 때 가장 순수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리라 믿는다.

 

 

출처: 비교적 젊은 개혁지들의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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