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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

by 【고동엽】 2021. 10. 27.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지만 말솜씨 없는 위인도 많다. 성경에서 출애굽의 주인공 모세는 말더듬이다. 스스로 “말에 능하지 못한…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출애굽기 4:10)”라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달변(達辯)의 아론 대신 눌변(訥辯)의 모세를 택한다. 신학자 마틴 부버는 ‘타고난 계시의 비극’이라 했다. 모세는 파라오 앞에서 더듬거리는 말로 “ㄴㄴ내 ㅂ백성을 ㄱㄱ가게 하라”고 한다.

 웅변의 달인 데모스테네스도 말더듬이였다. 발음이 부정확하고 호흡도 짧아 긴 음절은 한꺼번에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입에 작은 돌멩이를 넣고, 가파른 언덕을 뛰어오르며 발성을 연습했다. 무엇보다 독서에 매진한다. 말보다 갈무리된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말더듬이였다.

 영국 총리 처칠도 말더듬이였다. ‘에스(S)’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술에 취했기 때문”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러나 2차대전이 발발하자 하원에서 “나는 피, 수고, 눈물과 땀밖에 드릴 게 없다”는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다.

 

동시대 국왕 조지 6세도 심한 말더듬이였다. 현 엘리자베스 2세의 부친이다. 형 에드워드 8세가 심프슨 부인과 ‘세기의 스캔들’로 하야하면서 얼떨결에 왕위를 계승한다. 호주 출신 언어치료사의 도움으로 말더듬증을 고친 그는 훗날 라디오를 통해 독일에 선전포고 연설을 한다.

 

능변(能辯)의 히틀러와 달리 그는 ‘공감의 힘’이다. 국민은 감동하고, 끝까지 영국을 지켜 마침내 승리한다. 이를 그린 영화 ‘킹스 스피치(King’s Speech)’가 제83회 아카데미상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박종권 논설위원·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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