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회·목사는 왜 세금 내나>
미국 목회자는 소득세는 물론이고 자영세까지 낸다. 미국 교회는 ‘정치 활동’ 등을 하면 면세 특권이 박탈된다. 기독교 정당 탄생을 앞두고 한국의 ‘교회·목회자 면세’가 정당한지 따져보았다.
‘입 보수’가 너무 많다. 유달리 안보를 강조하던 정치인이 알고 보니 ‘수상쩍은 군역 미필이더라’는 사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너무 흔했다. 그러나 유달리 ‘무상’을 혐오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대형 교회와 소속 목회자들이 ‘무상’의 최대 수혜자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예컨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무상급식·무상의료 같은 복지정책 때문에 우리 경제가 몰락 위기에 직면했다”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소득세 한 푼 내지 않고 ‘무상’으로 공공 서비스(국방·치안·교통·전기·수도)를 누린다. 그 경비는 다른 납세자들이 사실상 강제로 부담한다. 한국은 교회뿐 아니라 목회자들까지 세금을 면제받는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한 국가다.
미국 최대 교회로 선정된 텍사스 주 휴스턴의 레이크우드 교회 예배 모습.
다만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의 재산세(그리고 취득세·등록세) 면제는 ‘정교분리 수호’ 등 나름의 사회적 정당성을 지닌다. 실제로 선진국들도 교회 재산에는 면세 특혜를 준다. 그러나 종교단체라고 해서 무조건 재산세를 안 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교회 시스템의 원형적 모델이라 할 미국도 ‘정치 활동 금지’ 등 ‘면세 조건’을 위반하면 해당 교회는 면세 특혜를 박탈당한다. 목회자들의 ‘기독교 정당’ 창당은 고사하고 단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만으로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정교분리 원칙 위해 ‘교회 면세’
미국 교회가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교분리 원칙이다. 여기에는 국가가 과세를 통해 교회를 압박할 수 있다는 염려가 깔려 있다. ‘국가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취지다. 신도들도 교회에 낸 헌금에 대해 세금 공제를 요청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이 명시되어 있고, 종교단체의 재산세 면세와 헌금에 대한 세금 공제가 시행 중이다.
이와 동시에 ‘교회 면세’는 ‘종교로부터 국가 운영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기도 하다. 세금을 내지 않는 만큼 국가 운영에 개입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정교분리 원칙이, 성직자가 정치 문제로 발언하면 안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미국 성직자들은 낙태·안락사·전쟁·환경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사를 표명할 수 있으며, 심지어 교회에 정치인을 초청해서 연설을 부탁할 수도 있다. 다만 직접적 정치 개입은 용납되지 않는다. 특정 정치인을 공개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없다. 특정 법안(예컨대 낙태 관련)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거나 저지할 목적으로 캠페인을 벌여서도 안 된다. 그리고 이런 원칙을 어기면 해당 교회의 면세 혜택이 박탈된다.
방송 설교로 큰 인기를 얻은 미국의 팻 로버트슨 목사는 극우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왔다.
이와 관련된 가장 전형적 사례가 있다. 1993년 뉴욕의 한 교회 목사 대니얼 리틀은 <USA 투데이> <워싱턴 타임스> 등 유수 언론에 클린턴을 반대하는 전면 광고를 실었다. 광고 제목은 “성도들이여, 경계하라!”였다. “(클린턴은) 하나님 나라의 법률에 반역한 정치인인데 그래도 찍을 것인가”라고 독자를 윽박질렀다. 더욱이 “앞으로 같은 내용의 광고를 계속할 테니 ‘세금 공제 헌금’을 부탁한다”라고도 했다. 이는 미국의 정교분리 원칙과 이에 기반한 교회 면세 제도를 노골적으로 비웃는 행위였고, 미국 국세청은 해당 교회의 면세 혜택을 박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리틀 목사는 텔레비전 복음 설교자로 인기를 누리던 팻 로버트슨 목사를 업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미국 국세청의 손을 들어 정교분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교회가 공공성을 침해한다면?
참고로 로버트슨 목사는 방송 설교를 통해 전 세계에 수천만 신도를 거느린 스타다. 비즈니스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서 2억~1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반인륜 전쟁범죄로 유엔 재판에 회부된 라이베리아 독재자 찰스 테일러와의 수상한 거래로 이 나라 광산 채굴권을 손에 넣었다. 하나님에게 계시를 받았다며 ‘1982년 지구 멸망’ ‘2006년 미국 쓰나미’ 등을 예언(?)했고, “아이티 지진은 악마 신봉으로 인한 천벌” “힌두교는 사탄의 종교” “페미니즘 때문에 여성들이 자본주의(경제)를 망치고 있다” 따위 극우 발언으로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돈’ ‘권력’ ‘극우 이데올로기’의 삼위일체. 이런 로버트슨도 1988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 지명전에 예비 후보로 참가했다가 실패한 이후 교회에서 공식 자리를 맡지 못했다.
이처럼 미국 교회와 성직자들은 양자택일을 강요받는다. 종교 활동을 하고 교회 면세를 받든가, 아니면 정치 활동을 하는 대신 교회 면세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교회의 면세 혜택이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교회의 공공성’이다. 시민들은 ‘교회 면세 때문에 납부해야 하는 더 많은 세금’과 ‘교회가 공동체에 주는 공적 이익’을 맞바꾼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교회가 공공에 어떤 혜택도 제공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공공성을 짓밟는다면 ‘교회 면세’ 역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교회가 제공하는 공익은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일단 교회의 자선사업이다.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어려운 시민에게 교회의 손이 미치기를 기대한다. 물론 교회 측에서는 ‘시민들의 영혼 구원’을 공익으로 내세우고 싶겠지만, 일반 시민도 이를 공익으로 간주할지는 의문이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맨 왼쪽)이 3월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한국 교회 부동산 가치 80조원”
이런 면에서 한국 교회는 면세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 가장 간단한 답변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 중 절대다수는 세금을 내지 않고 따라서 재산을 신고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헌금 중 어느 정도를 자선사업에 사용하는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 목사에게 어느 정도의 보수를 주는지도 사실상 비밀이다. 다만 종교단체의 재산과 유동자산을 간접 추정해볼 자료가 있기는 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낸 ‘2006년 종교단체 운영자금’에 따르면, 개신교·불교·천주교의 2006년 운영자금은 3조1760억원(개신교), 4610억원(불교), 3390억원(천주교)이다. 개신교의 운영자금이 불교와 천주교의 10배 정도에 이르는 것은 십일조 덕분이다. 그런데 이는 운영자금에 불과하니 실제 수입은 훨씬 많을 것이다. 기독교은행 설립을 추진하다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새소망교회 강보영 목사는 지난해 11월 ‘발기인 대회’에서 “한국 교회의 부동산 가치만 해도 80조원이 되고 연간 헌금 총액만도 4조8000억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기 피의자의 주장이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개신교계에서 특별한 반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교회는 이런 돈을 어디에 사용할까.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교회가 자선 활동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돈의 규모가 정작 얼마나 클지는 의문이다. 교회가 정말 큰돈을 사용하는 부문은 예배당 건축이다”라고 말한다. 김상구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의 저서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에 따르면, 일부 대형 교회는 수백억원을 대출해서 건축에 투자한다. 예컨대 경기도 성남시 ㅎ교회는 120억원, ㅇ교회는 149억원에 이르는 은행 채무를 갖고 있다. 금리를 6% 정도로 가정할 때 연이자만 7억~9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교회가 시민의 헌법적 기본권이나 국체(민주공화국)를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 기독자유민주당 창당을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는 지난 8월 말 기독교지도자포럼에서 “이혼하면 벌금 1억원, 이혼한 뒤 계속 혼자 살면 벌금 3000만원을 내는 특별법 제정” “아이를 다섯 명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 따위 언급을 한 바 있다. 황당한 이야기이고 본인도 “농담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기독자유민주당의 전신인 기독사랑실천당은 강령으로 ‘신본주의와 신정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을 명시해 대한민국 국체에 정면으로 도전한 바 있다. 사실 웃을 일이 아니다. 정말 오싹한 이야기다.
‘교회 면세’는 차치하고 소속 목회자들까지 소득세를 내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국 목회자들은 소득세는 물론 자영세(self-employment tax:연금 및 의료보험료)까지 낸다. 소속 교회에서 받는 보수 이외에 다른 교회에서 설교하거나, 결혼·장례 등 의식 집전에서 받은 사례비에도 과세된다.
미국에서 성직자로 받을 수 있는 세금 특혜는 주택수당(소속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주택 혹은 거주비용)을 공제받을 수 있다는 정도다. 목회자의 수입이 10만 달러인데 이 중 교회에서 지급되는 주거비용이 2만 달러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연방 소득세는 주거비용을 뺀 8만 달러에 대해서만 과세된다. 주택수당을 실제보다 크게 신고해서 세금을 줄이려는 목사는 적발되면 처벌된다. 그러나 자영세에는 주택수당이 포함된다. 앞의 경우, 해당 목회자는 주택수당이 포함된 총수입 10만 달러에 대해 1만5300달러를 자영세로 내야 한다(자영세율은 15.3%).
국내에서 종교인 세금 문제가 여론화될 때마다 보수 개신교계는 ‘반복음적 현상’ ‘종교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개신교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상당히 엄격한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고 있다.
‘교회 면세’는 정교분리 원칙의 준수, 그리고 이로 인해 재산상 피해가 불가피한 일반 납세자들을 설득할 정도의 공공성을 교회가 보장할 때 사회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에서만 관행적으로 시행되는 ‘종교인 면세’에는 어떤 사회적 정당성도 없다. 보수 개신교계 목회자들이 정당을 만들어 시민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는 해당 목회자들이 개인 소득세를 기꺼이 납부하고 소속 교회의 면세 특권을 포기할 때 진정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양’의 ‘무상’을 그토록 혐오하면서, ‘목자’만 ‘무상’을 누리겠다면 누가 ‘기독교 정당’을 기꺼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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