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성 속으로 〓/영성 교회 성장 10대 지침등(가나다순)

'목사=세금탈루자'...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by 【고동엽】 2012. 3. 23.
 

'목사=세금탈루자'...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나는 지난해 교회를 개척하면서 지역 세무서를 찾아가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등록하고 '법인으로 보는 단체 고유번호'를 받았다. 그리고 고유번호를 은행에 제시해 교회 명의의 통장과 단체 카드를 개설했다. 이렇게 하니 목사 명의의 통장을 사용할 때 오는 불편함이 줄고 신뢰성도 높아졌다.

또 이를 근거로 '국민보험공단'에 4대 보험(국민·고용·건강·산재)을 신청하니 바로 승인되었다. 대표자인 목사는 2대 보험(국민·건강)만 들 수 있다. 그리고 세무서에 '소득신고'를 했다. 지난해 소득신고 결과가 면세점(세금을 면제하는 기준이 되는 한도) 이하라 실제 납부한 세금은 없다.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소득신고를 한 결과, 뜻하지 않은 혜택을 받게 되었다. 교회 직원이 출산을 한 뒤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는데 공단에서 3개월은 월급의 100%, 1년간은 40%(최소 50만 원 이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 일은 아직 없었지만 대출 등 제도권에서 금융거래를 할 때 '소득증명서'를 요구하는데 이는 '소득신고'를 해야 세무서에서 발급을 해주는 것이다.


나는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혜택이 별로 없지만 '소득신고'를 하면 소득에 따라서는 자녀들 학비, 급식비 등 다양한 사회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목사들이 객관적인 소득 증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사회복지 혜택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다.


박재완 장관의 종교인 과세 방침, 목사로서 환영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19일 <MTN>(머니투데이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종교인에게도 원칙적으로 과세가 돼야 한다"며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목사로서 적극 환영한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사실 정부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2006년 한 시민단체가 국세청에 종교인 과세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국세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도 했는데 6년간이나 답변을 미루다 이제야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모든 국민에게 과세하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와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을'이라는 조세 원칙이 있고, 법에 열거된 것만 예외로 인정하는 '열거주의'에 의해 종교인도 예외가 아님에도 시민단체가 별도로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데는 배경이 있다.

내가 일했던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에서는 이미 90년 대 중반부터 조세 형평성과 투명사회 구축 등을 위해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납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감하는 목사들이 자발적으로 소득신고를 했다. 그런데 막상 목사들이 뜻과 내용에 동의해 지역 세무서를 찾아가 소득 신고를 하겠다고 하면 세무 공무원들이 '뭣하러 하냐?, 관련 규정이나 서류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이하 한기총) 등 기독교 기구나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목회자는 노동자가 아니라거나, 이중과세, 정교분리 등을 주장하며 소득신고를 거부하는 데는 '정부도 받지 않는 세금을 굳이 왜 내려는가'라는 설득력도 한몫했다.

엄밀히 말해 박재완 장관의 발언은 2006년 시민단체의 유권해석 요청에 대해 그동안 정부 관련부처가 직무유기를 한 것에 대한 답변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건국 이래 헌법이 정한 "국민 평등과 특수계급 불인정"(제11조)과 "모든 국민의 납세 의무 조항"(제38조)을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종교인들에 대해 예외로 인정하며 직무유기한 것에 대한 답변인 것이다.

실제 박 장관도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관행과 예우 등에 의해 사실상 과세를 엄격하게 해 오지 않았던 것이 관습이라고 본다면 갑자기 현행법에 의해 세금을 거두자는 것은 신뢰나 기대의 측면에서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종교인 과세의 관행적인 예외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기독교 편향 정책으로부터 기인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 혜택은 엉뚱하게도 10만 명에 이른다는 무속인들에게 돌아가 무속인들이 벌어들이는 엄청난 소득이 '검은 돈'(소득 파악이 안 되는 지하자금)이 되도록 하고 있다. 또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과도한 생활비 지급의 노출을 막아 부패를 유발시키고 있다. 반면 면세점 이하의 생활비를 받으면서 묵묵히 목회자로서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대부분 목회자들이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할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고,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막고 있다.


종교의 국가 종속, 다종교 국가인 한국에선 '기우'

나는 목사로서 한기총 등 기독교 기구나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소득신고' 반대 논리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몇 가지 지적한다.

첫째, 먼저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종교인 세금 납부' 또는 '성직자 세금 납부'라고 표현하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념상 불필요한 오해와 저항의 소지를 만들고 있다. '세금 납부'라고 할 때 실제 세금을 낼 수 없는 목사들은 없는 재정에 무슨 세금까지 내라고 하느냐 의아해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금 납부'가 아니라 '소득 신고'다. 소득이 있는 사람 모두가 소득을 신고하고, 소득이 많으면 '납부'가 되고, 소득이 적으면 '면제'가 된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종교인 소득신고'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정교분리에 대한 오해다. 이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정치가 종교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특정 종교를 국교화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을 의미한다. 실제 정치는 모든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것으로 법 제정 등 정치적 결정에 종교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또 종교는 단지 종교적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양태로 종교적 가르침은 정치적 의사 표시나 법과 제도로 반영되는 것이다.


셋째, '소득 신고'를 하는 것이 국가로부터 종교가 종속되고 제한 받는 것이라고 하는 건 오해다. 실제 우리는 종교인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세금은 크게 '국세'와 '지방세'로 구분하는데 국세는 직접세(소득세·법인세·증여세 등)와 간접세(부가가치세·특별소비세)와 목적세(교육세·교통세)로 구분되고, 지방세는 보통세(취득세·등록면허세·주민세·재산세·자동차세)와 목적세(지역자원시설세·지방교육세 등)로 구분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종교법인'으로서 법이 정해 예외로 인정받는 몇 가지 세금을 빼고 대부분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굳이 '소득세'를 위해 '소득신고'하는 것을 들어 국가적 종속이나 제한을 이야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유럽 국가들 중 국가가 목회자를 임명하거나, 생활비를 지급하는 사례를 이야기하지만 정교분리가 분명하고 다종교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기우일 뿐이다.


넷째, 현대 국가의 세금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과거 세금은 국가가 국민에 대해 현물이나 재화를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나, 현대 국가에서는 국가 운영과 국민 상호간 부조(후생관점)의 관점에서 비용을 분담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즉 우리가 내는 세금이 질서유지, 치안·국방, 교육 등의 국가 운영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사회복지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 국민은 국가를 인정하지 않아 기본적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 세금을 내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인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행동이 된다. 다만 국가가 세금을 바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신에서 거부하는 것은 사회운동의 한 방편으로 다른 문제다.

다섯째, '소득 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가의 건강한 재정 편성을 방해한다. 국가가 연간 예산을 편성할 때는 지난해 신고된 소득세·법인세 등 국민 경제 성과를 가지고 한다. 소득을 정확히 신고하지 않고 발생한 소득들은 지하자금이 되어 국가 재정 규모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렇게 재정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재정 계획을 수립하면, 사회복지비나 교육비 지원을 정상 재정보다 적게 하게 됨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사람들이 받게 된다. 그래서 조세회피 범죄를 사회적 중범죄로 생각하는 것이다.


목사들이여, '세금탈루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자

 
추천 블로그 자세히 보기
▲ 십자가
ⓒ 조호진
 십자가

여섯째, 목사는 성직자로 봉사직이지 직업인(노동자)이 아니라는 주장은 소득신고와 관계없는 것이다. 민법상 직업분류에서 종교인들은 '종교전문가'(17310번)로 분류하고 있다. 종교인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민법, 형법적인 사항에 대해 국민으로서 의무와 권리가 존재하기에 직업분류를 하는 것이다. 또 세법상 소득세는 봉사직이냐, 직업인이냐의 기준에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명칭이나 종류와 상관없이 개인의 소득이 생활비로 사용된다면 이는 과세 대상이다.


목사들도 가정이 있고 경제활동을 한다. 재정을 받지 않고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교회로부터 재정을 받고 봉사하는 것이라면 이 재정은 개인의 소득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며 따라서 소득 신고를 내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또 신학적으로도 우리 개신교에선 목사직을 포함해 하나님 앞에서 불의하지 않은 모든 직업을 성직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목사직만 성직이고, 그렇기 때문에 봉사직이고, 비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개신교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다.


일곱째, 이중과세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목사가 받는 생활비가 이미 세금을 낸 성도들이 낸 헌금이기에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영리단체(복지·교육 등의 모든 공익법인을 의미함)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세금을 낸 시민들의 기부금에서 월급을 받지만 모두 소득신고 대상이다. '이중과세'는 동일한 과세 대상에 대하여 동일한 성격의 조세를 두 번 이상 부과하는 것으로, 주장과 같은 의미도 아니다. 개인(성도)이 소득세를 내는 것과, 개인이 낸 기부금이 모인 재정(헌금, 후원금 등)에서 특정인에게 지불한 재정에서 소득세를 내는 것은 다른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부가가치세나 거래세 등 모든 세금을 거부해야지 소득세만 거부하는 것은 일관성도 없다.


여덟째,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소득을 신고하면 소득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져 금융거래(은행 대출, 신용카드 만들기 등)도 원활해지고, 4대 보험 가입 때도 소득증명이 용이하다. 소득에 따라서는 자녀 교육비 등 사회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혜택이라기보다 국민으로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가가치세 등 알면서 혹은 모르면서 낸 모든 세금 납부 의무에 대한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마지막으로 기독교가 조세회피 등을 주장하는 파렴치한 곳이고, 목사가 세금 탈루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예외 없이 시행하는 소득신고를 회피하는 특권을 요구하면서 비신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는 어렵다. 연말정산 등에서 교회에 헌금한 재정에 대해 신자들의 기부금 공제 혜택은 받으면서 목사 생활비에 대한 소득 신고는 하지 않으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소득신고 안 할 권리를 항변하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선도하는 것이 신자들이 국민으로 살아가며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사회적으로 본이 되며 살라고 권면하는데도 권위가 있을 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 가을 세제 개편 시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천명하였으니, 정부 관련 부처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절차를 분명히 정해서 관련 공무원조차 '규정이나 서류가 없다'고 난색을 표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출처 : '목사=세금탈루자'...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 오마이뉴스


click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