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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 840회] - 쌀(米)

by 【고동엽】 2023. 1. 14.
[오늘의 묵상 - 840회] - 쌀(米)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마태복음 14:16)
필자는 쌀(쌀밥)에 한(恨)이 많습니다. 6.25 사변 때, 피난 가서 우리 가족은 몹시 어렵고 힘들게 살았습니다. 선친은 군속(軍屬)으로 계셨기에 군부대와 함께 먼저 남하 하셨고, 모친과 우리 4남매는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어려운 피난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선친의 친구 되시는 분이 보리쌀을 한 가마 갖다 주어서 우리는 그것으로 세끼를 100% 꽁보리밥만 먹고 살았습니다.
밥을 하면 온통 꽁보리인데, 모친께서 쌀 한 숫갈을 보리쌀 가운데 놓고 밥을 지으신 후, 쌀밥 한 숫갈을 살짝 떠서 세 살 막내 동생에게 주고, 누님과 필자 그리고 누이동생에게는 쌀 한 톨 섞이지 않은 완전 보리밥만 주셨습니다. 그 때 막내 동생이 먹는 쌀밥이 그렇게 먹고 싶었지만, 먹을 길은 없었습니다. 지금도 이북에서는 ‘이팝(쌀밥)에 고깃국’ 먹는 것이 소원이라지요.
우리 민족은 4,000년 동안 쌀과 보리농사를 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하여, 가난한 집에서는 쌀밥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꽁보리밥이나 잡곡밥, 감자나 고구마 그리고 강냉이를 삶아 먹었습니다.
쌀밥은 부자들이나 먹을 수 있는 특권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바뀌면서 이제 쌀밥은 탄수화물이 많아서 살이 찌고 또 당분이 많아, 당뇨병 환자에게 좋지 않다며, 현미 쌀을 먹으라고 권합니다.
이제 한국 사람들의 식성이 서구화되어, 쌀밥을 먹지 않고, 서양 음식을 선호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쌀을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쌀 소비가 줄어 매년 약 10여만 톤의 쌀이 남아, 남는 쌀을 동물 사료용으로 또는 술을 만드는 주정용(酒酲用) 즉 술을 만드는데 쓰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1인당 쌀 소비량이 지난 20년 동안 약 40%가 감소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쌀 생산을 40% 줄여야 될 텐데, 농민들은 여전히 쌀농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쌀농사는 다른 작물에 비해서, 비교적 기계화가 잘되어 있어 경작이 쉬운데다가 쌀 가격이나 판매도 정부가 보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05년 이후 매년 약 3,700만 석(약 298만 톤)의 쌀을 농민들로부터 사서 쌓아 놓은데, 보관비용으로 국민들의 혈세 약 5조원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아 놓은 쌀은 90%가 동물 사료로, 또 주정용으로 쓴다고 하니 참 한심한 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탈북자 모녀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었고, 또 다른 일가족이 굶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있는데 이게 정상적인 나라입니까? 쌀이 남아돌아 동물들에게 먹이고, 술을 만들어 마시면서, 한 쪽에서는 바로 그 쌀이 없어 굶어 죽어 가고 있다니.....
6.25 사변 때, 그렇게 먹고 싶었던 쌀밥을 건강에 안 좋다고 안 먹고 있으니, 요즘 세상 사람들 시쳇말로 참 ‘배부르고, 등 따스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단군 할아버지 이래, 이렇게 배부르고, 행복하게 살던 때가 있었던가요? 이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 인구가 차고 넘치며, 소아 비만까지 겹쳐 diet하는 일이 온 국민의 일상이 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이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남한에도 있고, 이 지구상에 너무 많다는 현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굶주린 사람들을 보고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마 14:16)고 명령하셨습니다.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줄 소명이 우리에게 지워져 있습니다. 배부르게 먹는 사람들이 해야 할 소명은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주는 일입니다. 국가도 남아도는 쌀을 동물 사료, 주정용으로 쓸 게 아니고, 굶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분배가 고르게 이루어지는 사회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세상입니다.
분배의 정의, 참 실현하기 어려운 명제지만, 반드시 실현해야 할 풀기 어려운 우리들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솔선수범 하면서 같이 기도해야겠습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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