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3:19~21
구약성경의 사사기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의 이스라엘 백성의 삶이 여호수아가 죽은 이후로는 갈수록 어둡고 불안한 방향으로 흘러갔음을 보여줍니다.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땅에서 우상숭배에 절어있던 가나안 족속들을 완전히 내쫓고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의 나라를 세워야 했던 사명을 이스라엘 백성은 점차로 잊어버렸습니다. 오히려 그 땅의 이방족속들의 온갖 우상숭배의 관행을 따라감으로써 그들과 별 차이가 없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로 이스라엘에 의해 가나안 땅에서 사라질 뻔했던 족속들이 되살아났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징치하시는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어 이스라엘 백성의 영토를 침략하고 그들을 지배하다가 다시 물러서고 또 다시 침략과 통치를 반복하는 가운데 자기들의 영토와 세력을 확장하고 공고히 하기까지 했습니다. 가나안 땅의 새 주인으로 들어섰던 이스라엘이 세월이 갈수록 그 한 귀퉁이의 변두리 소수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주기적으로 우상숭배에 빠짐으로써 영적으로 쇠약해지고 도덕적으로 부패해갔으며 종국에는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21:25) 할 만큼 무질서하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과 그의 말씀에서 떠난 이스라엘, 그리고 이스라엘을 떠난 하나님의 영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언약궤를 적에게 빼앗긴 사건입니다(삼상4:5-11). 이러한 이스라엘의 영적, 도덕적 퇴락은 일반백성에게서나 그들을 다스리던 사사들에게 있어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이 쇠락현상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사람이 사사시대 말기의 엘리입니다.
엘리는 사무엘이 태어날 때 사사로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제사장이었습니다. 사무엘이 아직 태어나기 전 자식이 없음으로 인해서 원통함과 괴로움이 심했던 그의 어머니 한나가 성전에 가서 하나님께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 하며 통곡과 서원의 기도를 마음 속으로 오래 드리고 있을 때에 제사장이고 사사였던 엘리는 그녀가 취한 줄로 생각하고 말하기를 "네가 언제까지 취하여 있겠느냐? 포도주를 끊으라" 했습니다(삼상1:10-14). 그는 간절히 기도하는 것과 술 취한 것을 분별하지 못할 만큼 영적인 눈이 흐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삼상3:1에 보면 "아이 사무엘이 엘리 앞에서 여호와를 섬길 때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더라"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과의 소통이 거의 단절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제사장이며 사사인 사람이 영적으로 눈이 흐려져 있었고 하나님과의 소통이 끊어졌다는 것은 그 개인뿐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의 영적인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말없이 보여주는 일입니다.
엘리 시대의 영적 쇠락은 그의 아들들의 행실을 통해서 더욱 여실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그들의 아버지처럼 제사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을 알지 못했고 행실이 나빴습니다(삼상2:12). 그들의 행실이 어떻게 나빴는지를 삼상2:13-17의 기록을 통해 봅니다: "그 제사장들이 백성에게 행하는 관습은 이러하니 곧 어떤 사람이 제사를 드리고 그 고기를 삶을 때에 제사장의 사환이 손에 세 살 갈고리를 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냄비에나 솥에나 큰 솥에나 가마에 찔러 넣어 갈고리에 걸려 나오는 것은 제사장이 자기 것으로 가지되 실로에서 그 곳에 온 모든 이스라엘 사람에게 이같이 할 뿐 아니라 기름을 태우기 전에도 제사장의 사환이 와서 제사 드리는 사람에게 이르기를 "제사장에게 구워 드릴 고기를 내라. 그가 네게 삶은 고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날 것을 원하신다" 하다가 그 사람이 이르기를 "반드시 먼저 기름을 태운 후에 네 마음에 원하는 대로 가지라" 하면 그가 말하기를 "아니라. 지금 내게 내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억지로 빼앗으리라" 하였으니 이 소년들의 죄가 여호와 앞에 심히 큼은 그들이 여호와의 제사를 멸시함이었더라."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사가 제사장들에 의해 멸시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엘리의 아들들은 회막 문에서 수종 드는 여인들과 동침하기도 했으며 그들의 온갖 악행의 소문이 온 이스라엘에 널리 퍼져있었습니다. 엘리는 그 아들들에게 꾸중을 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행실을 바로잡을 만큼 강한 교육을 아들들에게 행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그들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삼상2:22-25). 엘리는 자기의 아들들을 하나님보다 더 중히 여겼으며(삼상2:29), 자기의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함에도 불구하고 금하지 않는 죄를 범했다는 심판을 하나님으로부터 받게 되었습니다(삼상3:13).
이렇게 제사장이며 사사인 엘리의 영적 권위와 능력이 쇠잔해진 것은 곧 이스라엘 나라의 기운이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상황에 종지부를 찍고자 하셨습니다. 엘리를 찾아간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질책하시기를 "너희는 어찌하여 내가 내 처소에서 명령한 내 제물과 예물을 밟으며 네 아들들을 나보다 더 중히 여겨 내 백성 이스라엘이 드리는 가장 좋은 것으로 너희들을 살지게 하느냐?"(삼상2:29) 하셨고, 엘리에게 예고하시기를 그의 집의 모든 자가 젊어서 죽을 것이며 그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한 날에 죽으리라 하셨습니다(삼상2:30-34). 이 하나님의 예고는 그대로 다 이루어졌습니다. 블레셋의 침공으로 전쟁이 일어났고 이스라엘 군사 수만 명이 죽었으며 하나님의 궤는 빼앗겼고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한 날에 죽임을 당하였습니다(삼상4:2, 10-11). 그날로 그 소식을 전해들은 엘리는 98세의 나이에 자기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문 곁에서 목이 부러져 죽었습니다(삼상4:12-18). 그뿐 아니라 그의 며느리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삼상4:19-22에서 봅니다: "그의 며느리인 비느하스의 아내가 임신하여 해산 때가 가까웠더니 하나님의 궤를 빼앗긴 것과 그의 시아버지와 남편이 죽은 소식을 듣고 갑자기 아파서 몸을 구푸려 해산하고 죽어갈 때에 곁에 서 있던 여인들이 그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아들을 낳았다 하되 그가 대답하지도 아니하며 관념하지도 아니하고 이르기를 "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났다" 하고 아이 이름을 이가봇이라 하였으니 하나님의 궤가 빼앗겼고 그의 시아버지와 남편이 죽었기 때문이며 또 이르기를 "하나님의 궤를 빼앗겼으므로 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났다" 하였더라."
사사 엘리와 그 가문의 이 비극적 종말은 곧 이스라엘 역사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죽음은 새 한 시대가 열림을 뜻하기도 합니다. 사사기는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는 말로 어두워진 이스라엘의 영적 상태를 그리며 끝났습니다. 그런데 사사기에 이은 룻기는 이스라엘 역사의 황금기를 예견하게 하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시어머니와 하나님께 충절을 지킨 한 여인 룻이 낳은 아들의 아들에게서 후대의 위대한 왕 다윗이 태어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입니다. 그리고 룻기에 이어지는 사무엘서는 이스라엘 역사에 찬란히 빛나는 다윗왕조를 여는 일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이름인 다윗을 왕으로 기름 부어 세우시는 하나님의 사역의 도구로 쓰임 받은 인물 사무엘을 오늘 우리는 주목하려는 것입니다.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사사시대를 마감하고 왕정시대를 연 장본인입니다. 그는 사사시대와 왕정시대라는 이스라엘의 두 시대의 교차점에 서서 쇠락과 절망의 시대를 융성과 영광의 시대로 전환시키시는 하나님의 역사의 손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사무엘은 그가 젖을 떼기까지만 그의 어머니가 양육하고 젖을 뗀 후에는 어린 나이에 실로에 있던 하나님의 전에 맡겨져 자랐습니다(삼상1:22-25). 그는 그의 어머니 한나가 "이 아이를 위하여 내가 기도하였더니 내가 구하여 기도한 바를 여호와께서 내게 허락하신지라. 그러므로 나도 그를 여호와께 드리되 그의 평생을 여호와께 드리나이다" 하며 하나님께 온전히 바친 사람이었습니다(삼상1:27-28). 사무엘은 그때부터 제사장 엘리 앞에서 하나님을 섬겼습니다(삼상2:11, 18).
하나님의 전에서 하나님을 섬기며 자라던 사무엘은 엘리의 눈이 점점 어두워져서 잘 보지 못하게 된 어느 날 하나님께서 자기를 부르시는 음성을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사장과 사사로서의 엘리의 가문을 폐하실 뜻을 밝히시고 사무엘이 그를 대신할 때가 되었음을 암시하시며 사무엘로 하여금 준비하게 하신 것입니다(삼상3:2-18). 오늘 본문은 그 후 사무엘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19절에 보면 "사무엘이 자라매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셔서 그의 말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니" 했습니다. 사무엘이 하나님의 말씀을 충실하게 듣고 받아 전하였으며 하나님께서 사무엘의 말이 백성 앞에서 권위 있게 하셨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절에서는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의 온 이스라엘이 사무엘은 여호와의 선지자로 세우심을 입은 줄을 알았더라" 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선지자로서의 사무엘의 위상이 온 이스라엘 백성에게서 확고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21절은 "여호와께서 실로에서 다시 나타나시되 여호와께서 실로에서 여호와의 말씀으로 사무엘에게 자기를 나타내시니라" 전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던 시대(삼상3:1), 즉 하나님과의 소통이 단절되었던 엘리의 시대와 달리 하나님께서 자신을 나타내시며 친히 말씀하시는 새 시대가 사무엘과 함께 열렸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이 찾아와 엘리에게 대언한 하나님의 마지막 선언 곧 "내가 나를 위하여 충실한 제사장을 일으키리니 그 사람은 내 마음, 내 뜻대로 행할 것이라"(삼상2:35)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무엘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엘리에게 예언하셨던 대로 하나님을 위하여 충실한 제사장이 되었고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 그의 뜻대로 행하였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이 모든 우상들을 제거하고 오직 하나님만 섬기게 했습니다(삼상7:3-4). 그는 온 이스라엘을 모이게 하고 백성을 위하여 회개와 금식의 기도를 하나님께 드렸습니다(삼상7:5-6). 그는 블레셋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그의 응답에 힘입어 블레셋 사람들을 굴복시켜 다시는 이스라엘 지역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그가 사는 날 동안에는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에게서 빼앗았던 모든 성읍을 그들의 손에서 도로 찾았으며 평화를 누리게 했습니다(삼상7:7-14). 사무엘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사울을 이스라엘의 첫 왕으로 세우기도 했고(삼상10:1), 그가 망령되이 행하며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지 않자 그를 폐하고 죽는 날까지 그를 다시 가서 보지도 않았으며(15:13-14, 35) 다윗을 새 왕으로 기름 붓기도 했습니다(삼상16:1-13). 그는 이스라엘 백성 위에 왕을 세우며 정치적, 군사적 지도자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하지 아니하고 선하고 의로운 길을 너희에게 가르칠 것이라"(삼상16:23) 하며 영적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수행했습니다. 삼상2:26에 보면 "아이 사무엘이 점점 자라매 여호와와 사람들에게 은총을 더욱 받더라" 했습니다. 그는 자라날 때뿐 아니라 일생 하나님과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선지자였습니다.
사무엘서의 기자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영광을 잃은지 100년도 안되어 다윗과 더불어 다시 근동 지역의 최강자로 떠오르게 되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잃고 가나안의 변두리 소수집단으로 전락했던 이스라엘이 다시 근동 지역의 최강자로 재기하는 결코 길다 할 수 없는 기간의 앞부분에는 룻이 있었고 그 뒷부분에는 사무엘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다윗과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선지자가 먼저 있어야 함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제사장이며 선지자이며 사사였던 사무엘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하나님 편으로부터 말씀을 받아 왕이나 백성에게 전달하고 선포하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왕과 백성을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사무엘은 그 두 가지 사명을 모두 충실하게 수행한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선지자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한 참된 지도자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다윗과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무엘 같은 선지자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가 그런 선지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교회가 이 백성을 향해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선포하고 이 나라를 위해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할 때에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윗과 같은 지도자를 반드시 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나라가 비록 영토상으로 작고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약한 극동지역 변두리의 한 나라라 할지라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사무엘과 같이 이 민족을 위한 제사장의 역할과 선지자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단기간에 아시아를 움직이고 세계를 이끌어갈 강성한 나라 되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먼저 사무엘과 같이 하나님과 이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선지자들이 되기를 힘써야 할 것입니다.
출처/이수영목사 설교자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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