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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파

by 【고동엽】 2021.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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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파

 

 

▶목사님 중에 직접 수도원을 창설하고, 그 속에서 수도자로 살아오는 분으로

엄ㄷㅅ 목사님이란 분이 있습니다.

그 노 목사님이 교회를 목회 하는 목회자의 삶으로부터,

한평생 수도원 운동에 앞장서는 수도자로 돌아서게 된 데에는

그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30세 되던 해에 목사 안수를 받고 처음 부임한 곳은,

전라남도 광주 인근의 남평에 있는 교회였습니다.

막상 그 곳에 당도하고 보니 교회의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하였습니다.

 

까닭을 알아보았더니, 그 교회에서 신앙적으로 가장 모범적이었던 집사님 한 분이

얼마 전에 교회를 떠나 `산중파'를 따라 가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위 `산중파'의 지도자는 이현필이란 사람이었는데,

그 무리들은 산 속에서 기거하면서 기성교회에는 다니지 않고

그들 나름대로 성경을 공부하며 신앙생활 하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곳 교인들과 목회자들은 그들을 `산중파'라 부르면서

아예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부임한 엄목사님 역시 그렇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전라도에는 공산당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었는데,

엄목사님이 목회 하는 교회에도

공산당원임을 자처하는 자들이 5명이나 될 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6.25 전쟁이 터졌습니다.

인민군들에 의해 서울이 점령되었다는 정보를 제일 먼저 입수한 사람들은

광주를 비롯한 도시 큰 교회 목사들과 힘 있는 교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연줄을 대어 상무대 장교들의 군 트럭을 타고

서둘러 부산으로 도망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인민군들이 전라도까지 쳐들어 왔을 때 곤욕을 치루어야 했던 사람들은,

시골 작은 교회 목사들과 힘없는 교인들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는 미국 여인으로 한국명이 유화례라는 선교사가 있었습니다.

불쌍한 사람들을 끝까지 돕다가 그만 피난 시기를 놓쳐 버린 채,

인민군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국적상 만약 인민군에게 붙잡히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를 도와 줄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미국 여선교사의 생명보다는 각자 자기의 생명이 더 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목숨을 걸고 미국 여선교사를 구출해 낸 사람들이

바로 `산중파'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헌신하던 미국 여선교사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된 자의 의무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큰 궤짝을 만들어 여선교사를 그 속에 들어가게 한 뒤 번갈아 지게에 지고,

도중에 사람들이 물으면 짐짝이라 대답하면서 70리나 떨어진 화순 화학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산중턱에 있는 동굴에 선교사님을 숨겨놓고,

인민군들이 해를 넘겨 물러갈 때까지,

산중파 사람들이 먹을 것을 구해 그녀를 지켰습니다.

 

그 와중에서 산중파 사람 두 명이 빨치산에 발각되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산중파 사람들의 이와 같은, 생명을 건 헌신과 사랑에 의해

미국 여선교사는 끝내 무사히 구출될 수가 있었습니다.

 

▶엄목사님은 그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으면서

과연 누가 진정한 크리스천인지, 누가 참으로 주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인지,

어느 쪽이 정말 교회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엄 목사님은, 옛날 산중파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도시 목회를 관두고 수도원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교회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크리스천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참다운 크리스천이란 그 심중에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큰 교회 목사들과 힘있는 교인들이 관심도 없이 내팽개쳐두고 가버린

미국 여선교사님을, 그들로 부터 이단시 당하던 산중파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건 채 지게에 지고 70리나 떨어진 산 속으로 들어가

동굴에 숨겨놓고 해가 바뀔 때까지 먹을 것을 구해 공궤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들이 여선교사님을 극진히 모셨음을 의미합니다.

 

모두 자기 살 궁리만 하는 그 살벌한 전쟁판에서

어찌 산중파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아니 두 사람의 생명을 잃으면서까지

미국 여선교사님을 끝까지 모실 수 있었겠습니까?

 

그들이야말로 진정 그 심중에 주님을 모신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심중에 계시는 주님 때문에, 주님의 사랑으로 인해,

그 사랑을 힘입어 그들은 그녀를 모시고 섬기고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산중파의 지도자였던 이현필은,

추운 겨울 신발도 없이 선교사를 위해 먹을 것을 구하러 산속을 헤매고 다니면서도

주님을 향해 이런 사랑의 시를 남겼습니다.

 

주님 가신 길이라면, 태산준령 험치않소

방울방울 땀방울만 보고 따라 가오리다.

 

주님 가신 길이라면, 가시밭도 싫지 않소

방울방울 피방울만 보고 따라가오리다.

 

주님 계신 곳이라면, 바다끝도 멀지 않소.

물결물결 헤엄쳐서 건너가서 뵈오리다.

 

주님계신 곳이라면, 하늘 끝도 높지 않소.

믿음 날개 훨훨 쳐서 올라가서 뵈오리다.

 

오, 주예수, 주님이여, 이 천한 맘에 계시오니

밝히 인도하여 주옵시기

꿇어 엎드려 비나이다.

<97.06.22. 이재철 목사님 설교문에서 발췌

 

출처 : 냉수한그릇 창고
글쓴이 : 작은 천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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