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터키 영토인 아나톨리아(소아시아) 반도는 성경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홍수 이후 노아의 방주가 멈춘 아라랏 산, 욥과 아브라함이 살았던 우르, 한때 아브라함이 기거했던 하란이 모두 아나톨리아에 있습니다. 사도 바울, 그리고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한 누가의 출생지도 아나톨리아입니다.
선교여행에 나선 바울이 목숨을 걸고 세 번씩이나 찾은 곳도 아나톨리아였고, 사도 요한이 세운 아시아의 7교회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위대한 선교사 바울을 배출, 세계사의 물줄기를 뒤바꾼 안디옥교회 소재지 역시 아나톨리아였습니다.
이처럼 아나톨리아는 신구약성경의 집약지요 보고(寶庫)입니다. 더욱이 1453년 오스만제국에 의해 정복당하기 전까지 그 땅은 기독교가 국교였던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의 영토였습니다. 그렇다면 성경 유적지마다 얼마나 아름다운 예배당들이 많이 세워졌겠습니까?
하지만 오늘날 그 모든 건물들은 회교사원으로 변했거나 황량한 폐허로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터키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보이는 것을 세우려는 인간과, 인간이 지은 것을 부단히 허무시는 하나님을 대비해서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신앙교육장입니다.
하나님께서 바벨탑만 허무신 것이 아닙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허무셨고, 십계명이 든 법궤와 신구약성경 원본도 없애 버리셨습니다. 한마디로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우상으로 삼으려는 모든 것들을 일소(一掃)하셨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뛰어넘을 때에만 진리와 영원을 볼 수 있음을 인간에게 일깨워 주시기 위함입니다.
인간의 종교심은 늘 하나님의 이름으로 무엇인가 만들고 그 자체를 하나님과 동일시하려 하지만, 하나님의 방식은 언제나 그것을 허무시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간은 자신이 만든 것을 하나님으로 섬기고 경배하느라 실제로는 하나님과 무관한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터키를 찾을 때마다 기독교 유적지의 폐허 속에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그곳에서는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인간을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확연히 뵐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재철 목사 / 쿰회보 6-7월호에서
출처 : 주사랑 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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