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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는 교회 (엡4:11-16)

by 【고동엽】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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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는 교회  (엡4:11-16)

   오늘 본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성장을 많이 말하고 있습니다.  12절에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며 ...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3절에서는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라고 했습니다.  14절에서는 "우리가 이제부터 어린 아이가 되지 아니하여"라는 말을 봅니다.  15절에서는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했습니다.  16절에서는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하는 말을 봅니다.  이 말들은 다 성장에 관한 언급들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특히 11-12절 말씀에 주목하게 됩니다.  11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 안에 두신 여러 가지 직분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다"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직분을 두신 목적을 12절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여기서 우리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는 것"과 "봉사의 일을 하게 하는 것"과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이 교회에 다양한 직분이 세워진 목적이라 말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그저 나란히 나열할 세 가지 목적이라기보다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는 두 가지 목적, 즉 궁극적인 목적과 일차적인 목적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궁극적 목적은 오늘 본문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바 있는 입니다.  그리스도인 개인이나 교회라는 공동체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외적인 성장이 아니라 내적인 성장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입니다.  13절 하반절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 한 것이나, 15절 중간에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한 것이나, 16절의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받음으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한 것은 12절의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한 말씀으로 요약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교회라는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온전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교회의 참된 성장은 교인수가 많아지고 교회건물이 커지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리킵니다.  교회의 참된 성장은 13절이 말하는 대로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됨"에 있는 것입니다.  또 교회의 참된 성장은 14절에서 가르치는 것과 같이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에 빠져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하지 않게 됨"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의 참된 성장은 15절에서 보듯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함"에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참된 성장은 16절이 결론짓는 것처럼 "온 몸이 연결되고 결합되어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사랑 안에 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온 교인이 하나 되어 주의 몸 된 교회로서 성장하는 것이 주님께서 교회에 다양한 직분을 세우신 궁극목적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교회에 다양한 직분이 세워진 일차적 목적으로 제시된 것이 또한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성도가 "봉사의 일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일차적 목적은 바로 교회성장이라는 궁극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며 필수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온 성도가 다 함께 봉사하지 않고서는 교회의 참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봉사의 일"을 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교회를 섬기는 일"을 가리킵니다.  넓은 의미로 교역은 교역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성도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온 성도가 각자 주님으로부터 받은 달란트와 믿음의 분량을 따라 교회를 섬기게 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는 모든 지체들이 서로 잘 연결되고 결합될 뿐 아니라 균형 있게 발달하고 전체적으로 건강한 교회로서 그리스도의 몸답게 설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교회 안에서의 봉사의 일은 사람의 몸으로 말하면 운동과도 같은 것입니다.  사람이 운동을 해야 몸이 잘 발육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영양섭취는 많이 하면서 운동은 안 하면 몸이 건강하게 자라거나 유지될 수 없습니다.  비만에 걸리거나 온갖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생활도 봉사의 일을 열심히 해야 바르게 성장하며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이 없는 교회는 비만아 같은 교회이거나 성인병에 걸린 교회라 할 수 있습니다.

   "봉사의 일"을 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교회를 섬기는 일"이라 했지만,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이 교회 안팎으로 있고 그 중의 하나가 사회를 향한 봉사활동이라고 할 때에 온 성도들이 해야 하는 봉사의 일은 외적인 봉사활동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제직으로서 이런 저런 제직부서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봉사의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제직이든 아니든 누구나 주차봉사대원으로서 또는 주일학교교사로서 아니면 찬양대원으로서 교회 안의 일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위해서나 보다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나 정의롭고 복된 나라 되게 하기 위한 일에 참여하는 것 또한 마땅하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 교회가 이렇게 봉사하는 일에 눈을 뜬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1교인 1봉사직 갖기 운동을 전개했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이러한 봉사의 의지에 응답하셔서 그간 이미 해오던 여러 가지 공식, 비공식의 봉사활동에 추가해서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을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게 해주셨으며, 우리 교회는 또한 이 은혜에 응답하여 6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이 일에 기쁨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열심히 봉사하면서도 새문안교회에서 나왔다는 말을 일체 입 밖에 내지도 말자 다짐하며 해왔는데도 이미 새문안교회가 사회봉사활동을 모범적으로 하고 있다는 소문이 널리 났습니다.  이로 인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봉사주일로 지키는  오늘 이 주일을 맞아 그동안 시간을 쪼개어 힘껏 봉사활동에 임해주신 모든 자원봉사자 교우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 깊은 감사와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나 우쭐해하고 교만해지며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지 하는 안이한 사고에 빠지지 않고 보다 더 많이 보다 더 효율적으로 섬길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원봉사활동이 더 바르게 방향 잡히고 더 효과적으로 행해지기 위해서 자원봉사의 원칙 몇 가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유익하리라 봅니다.  자원봉사는 우선 그 말 그대로 자원해서 하는 것입니다.  자원해서 봉사한다는 것은 억지로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고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쁨으로 봉사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바랍니다.  자원해서 봉사한다는 것은 또한 그 일을 하고나서 어떤 보상을 요구하거나 기대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남을 위해서 무언가 했다는 뿌듯함을 스스로 느끼는 것 외에 다른 어떤 칭찬이나 명예나 물질이나 권리상의 대가를 얻으려고 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그 어떤 계산 없이 순수하게 봉사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원해서 봉사한다는 것은 사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하는 것이어야 가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나 단체 또는 사회의 공동선이나 국가의 정의로운 이익이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무보수로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가 세운 회사나 자기 가족이나 친척이 하는 이익사업을 위해 일해 주는 것은 아무리 돈을 안 받아도 자원봉사가 아닙니다.  

   자원봉사는 원래 이타성을 그 본질로 삼는 것입니다.  자원봉사가 이타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자원봉사는 기쁨으로 섬기는 일이어야 한다고 했지만, 남의 기쁨을 무시하고 자기의 기쁨 위주로 하면 그것은 자원하는 것은 될 수 있어도 봉사가 될 수는 없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내가 좀 힘들고 불편하고 번거로워도 봉사의 대상에게 편하고 즐겁고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섬기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원봉사는 공익성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자원봉사는 남의 기쁨과 유익을 추구하기를 본질로 하는 일이지만 그 기쁨과 유익이 소수의 가치관에만 적합하고 보다 많은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는 대립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내가 섬기는 분들이 좋아하고 원한다고 해도 사회적 윤리와 질서나 국가적 공익에 위배되는 일을 해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섬기는 이들이 누구이고 그들의 수가 얼마가 되든지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 건강한 나라 되는 일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봉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자원봉사가 진정으로 남을 위한 일이 되기 위해서는 또한 지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기분 날 때는 하고 내가 기분 안 나면 언제라도 그만둬버리는 봉사는 봉사가 아닙니다.  일단 시작한 일은 봉사의 대상이 싫어하거나 그에게 기쁨과 유익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까지는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즉 지속성이 자원봉사의 가치를 보증하는 것입니다.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우리의 이 봉사활동이 계속되며 더 활발해지도록 다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래 이타성을 추구하는 자원봉사라면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도록 하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즉 자원봉사에는 계획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원봉사라는 말은 결코 즉흥적이고 무원칙하다는 뜻과 가깝게 여겨져서는 안 됩니다.  계획적이고 잘 이루어진 훈련이 뒷받침되며 조직적으로 실행되는 봉사이어야 합니다.  즉 정성과 열심이 있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자원해서 하는 봉사가 최선의 봉사가 되게 하기 위해서 정성을 기울이고 열심히 훈련을 받아 준비된 봉사를 제공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빕니다.

   끝으로, 자원봉사가 나보다는 남, 개인보다는 전체의 유익을 추구하는 봉사라면 자기중심주의나 지역이기주의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것입니다.  즉 연대성이 요구됩니다.  같은 뜻을 가진 모든 개인이나 기관이나 단체와 협력하고 유기적인 연대 속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자원봉사의 열심은 있으나 부서이기주의나 지역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자원봉사의 근본정신을 희석시키고 그 가치를 퇴색시키며 그 목적하는 바를 온전히 이루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타적 협력정신은 불필요한 경쟁이나 소모적인 중복투자 등을 피함으로써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는 봉사하는 개인이나 기관과 지역 사이에서 긴밀한 유대와 최대한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질 때에 그 빛을 더하게 될 것이며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활짝 열린 마음으로 자원봉사의 열매를 풍성하게 거두는 지혜로운 일꾼들이 모두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이 사회와 나라를 위하여 우리를 날로 더욱 크게 사용하여 주시기를 기도하며 또 언제나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모양대로 쓰임 받을 수 있게 해주시기를 간구하는 우리 교회와 모든 성도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나와서, 아니 온 교우들이 크든 작든 어떤 일의 자원봉사자들이 되어서 건강한 신앙의 소유자들이 되며 건강한 교회를 이루는 행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출처/이수영목사 설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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