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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한 권 더 구입하기 / 오광만의 성경해석 1

by 【고동엽】 202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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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만 교수/ 장신 신학원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는 것은 성경을 읽는 사람이나 성경을 가르치는 사람 모두의 바람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성경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기가 잘못 이해하면서도 그것이 바른 것인 양 주장함으로써 자신과 많은 사람을 오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이번 호부터 계속해서 성경 해석을 바르게 하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잘 인도만 받는다면 성경을 해석하는 일은 하나님의 백성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필자 주>

 

성경을 잘 해석하는 것과 성경 한 권 더 구입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의아해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분명 이 둘은 상관이 있고, 그것도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알고 계시다시피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성경은 성경의 원저자들이 쓴 것이 아니라 한국어로 번역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국어 번역 성경을 가지고 원저자가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아는 것과, 저자가 한 말의 뜻을 찾는 것 등 이중 작업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성경에 어떤 내용의 글이 적혀있는지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무슨 뜻인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아는 데 있습니다. 옛날에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하지 못하게 해서 사람들이 자기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말로 성경을 읽지 못하던 것에 비하면야 현재의 상황은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자국어인 우리 한글로 성경을 읽게 된 마당에 좀더 욕심을 부려 우리가 편하게 읽는 성경을 보다 정확히 해석하는 데 관심을 가지자는 것이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성경은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기록되었습니다. 그것이 성경을 기록하기에 가장 적합한 언어이거나 거룩한 언어이어서가 아니라 당시에 성경을 받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언어가 이들 언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이들 언어가 사용되지 않는 시대가 찾아오자 사람들은 즉각 그들이 사용하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번역 성경의 필요를 절감한 것이지요. 바벨론 포로 후 이스라엘 사람들은, 히브리어와 동족어이지만 상당히 다른, 아람어를 사용하게 되어 그들이 히브리어로 된 율법을 읽거나 들어도 무슨 뜻인지를 모르게 되었습니다.

 

포로 후 시대의 민족의 지도자들은 수고를 무릅쓰고 백성의 언어인 아람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글로 남기지는 않고 말로 행하는 것에 그치긴 했지만 말입니다. 느헤미야 8:8, 9에 그 단면이 나타나 있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율법 책을 낭독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백성으로 그 낭독하는 것을 다 깨닫게 하매 백성이 율법의 말씀을 듣고 다 우는 지라" 에스라는 히브리어로 된 율법 책을 읽었고, 백성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언어인 아람어로 번역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의미가 통한 백성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후대 사람들이 말로 행하던 성경 번역을 문자화 시켜 만든 최초의 번역 성경이 아람어 번역 성경인 탈굼역 성경입니다.

 

두번째 중요한 고대 번역 성경은 주전 3세기에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70인경이라는 성경입니다. 세계가 헬라 문화권에 접어들면서 이집트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은 자기네 나라 말인 히브리어보다는 헬라어에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이들의 필요를 위해 최초로 히브리어로 된 모세오경을 헬라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효시가 되어 그 외에 구약 전체에 대한 헬라어 번역 성경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구약 성경의 헬라어 번역 성경을 통칭하여 70인역이라고 부릅니다.

 

세번째 고대 번역 성경은 로마의 문화권 속에서 유럽에 있는 교회에 영향을 준 라틴어 성경입니다. 주후 384년에 제롬이라는 사람이 만든 이래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전까지 유럽의 전체 교회가 이 라틴어 번역 성경을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라틴어를 사용하던 교회를 위해 만든 이 성경이 그후 이미 라틴어를 잊은 지 오래 되었지만 서방 교회는 의미가 통하지 않는 라틴어 성경만 교회에서 사용할 것을 고집하였습니다. 라틴어가 거룩한 언어이고, 제롬의 라틴어 성경이 교회의 공인된 표준 성경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것이 종교 개혁 당시 개혁자들이 성경을 각 나라 말로 번역하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당대 상황에서 보자면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나타나게 된 것이 영어와 독일어 성경 번역입니다. 성직자만이 아니라 교인 누구에게나 성경이 읽혀져야 한다는 종교 개혁자들의 정신이 기존 교회 체제의 입장을 누르게 되었을 때 고대어 성경(히브리어, 헬라어, 심지어 라틴어 성경)은 당시 통용되던 소위 민중의 언어로 번역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루터의 독일어 성경, (종교 개혁 이전에 있었던 것이지만) 틴데일 영어 성경 등이 그것입니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현대 영어로 번역된 수십 종의 번역 성경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는데, 이야기의 요점은 성경은 누구나 알 수 있게 자국어로, 그것도 의미가 통할 수 있게 번역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국어로 읽을 수 있는 성경 한두 가지면 충분할 터인데 왜 수십 종이나 되는 성경이 필요한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 혹시 한글개역성경으로 히브리서 2:10의 말씀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만물이 인하고 만물이 말미암은 자에게는 많은 아들을 이끌어 영광에 들어가게 하시는 일에 저희 구원의 주를 고난으로 말미암아 온전케 하심이 합당하도다." 읽어가면서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바로 의미 파악이 되십니까? 우선, 이 말씀에는 한글과 한자어가 그리고 현대어와 고대어가 적당히 섞여 있어 의미 파악이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인하고" "말미암는다"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그것이 정말 헬라어 본문을 잘 옮긴 것인지, 그것을 요즘 우리 N세대의 용어로 고친다면 어떻게 고쳐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궁금할 것입니다. 또한 이 구절은 한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문장이 복잡하여 저자의 강조점이 어디에 있는지 모호합니다.

 

방금 인용한 이 구절은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읽고 있는 [한글개역성경]에서 인용한 것인데, 이 성경은 가장 최신 것이 1956년에 대한성서공회에서 만든 것입니다. 2, 3년 전에 개정판이 나왔지만 단어 몇 천 개 고친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틀과 느낌은 그 전의 것과 똑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근래에 들어 우리에게 소개된 다른 한국어 성경에는 이 구절이 어떻게 번역이 되었는지를 보겠습니다. 1993년에 처음으로 한국교회에 소개된 성서공회 번역팀이 만든 [표준개역성경]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시고 만물을 보존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많은 자녀를 영광에 이끌어 들이실 때에 그들의 구원의 창시자를 고난으로써 완전하게 하신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떻습니까? 이해하기가 훨씬 쉽지요?

 

우선, 한글개역성경에 처음 등장한 "인하고" "말미암은"이라는 단어를 "창조하시고" "보존하시는"이라고 설명적으로 번역해놓았습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둘로 나누어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문장 구조를 간단히 정리하여 둘째 문장의 의미를 분명하게 해서 하나님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분이 과거에 예수님에게 하신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표준개역성경]이 옮긴 "창조하시고"와 "보존하시는"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헬라어 성경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한글개역성경]에 있는 "인하고" "말미암은"을 그렇게 옮긴 것인지 문제입니다. 만일 후자라면 [표준개역성경]이 잘 옮긴 것인지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번역 성경을 또 참조해 보겠습니다. 좀더 쉬운 번역 성경으로서 [표준개역성경]보다 이른 시기에 출판이 되어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현대인을 위한 성경]과 [공동번역] 성경을 비교해보겠습니다.

 

[현대인을 위한 성경]은 영어의 Living Bible의 번역 원칙을 따라 거의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번역 성경입니다. 거기에는 이 구절을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영광을 위해 만물을 만드셨고 만물은 그분을 위해 있습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수많은 하나님의 백성을 하늘로 인도하시려고 예수께 고난 받게 하신 것은 지극히 옳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이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시기에 합당한 완전한 지도자가 되셨습니다"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어때요 문장이 더 길어졌고, 한 문장이 세 문장으로 더 세분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좀더 쉬워졌나요? 말은 달라도 본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좀더 도움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다음은 [공동번역] 성경입니다. [공동번역] 성경이란 구교와 신교가 합동으로 성경을 현대어의 표현법에 맞게 번역한 성경입니다. 거기에는 "하나님은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시고 만물은 그분을 위해서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당신의 많은 자녀들이 영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많은 자녀들이 영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구원의 창시자로 하여금 고난을 겪게 해서 완전하게 하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성경도 이 번역 성경 나름대로 본문의 메시지를 잘 전하려고 애를 쓴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이 항시 사용하던 성경과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까? 두어 개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번역 성경의 진가를 알 수 있겠지요? 위에 언급한 번역 성경들은 성경을 그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둔 번역들입니다. 보통 의역이라고 하는 번역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개역성경이 원본의 형식이나 문자적인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둔 것과는 사뭇 다른 번역 철학을 가지고 번역을 한 것입니다. [표준새번역]은 소위 역동적인 번역 원칙을 살려 문자적인 것과 의역번역의 중용을 지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어쨌든 성경은 어느 하나만을 읽을 때보다는 서로 상호 보완하면서 읽을 때 성경의 의미를 밝히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사실 번역 성경이란 단순히 히브리어나 헬라어로 된 성경을 우리 나라 말로 옮기는 문제만이 아니라 성경 해석을 전문으로 하는 학자들이 그들이 이해하고 해석한 내용을 본문에 많이 투여한 성경입니다. 그래서 어느 번역 성경이나 그것을 만든 사람이나 번역진들의 신학과 성경 이해가 반영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번역 성경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하여 읽고 있다면, 사실 성경 해석학의 문제에 첫 발을 내디딘 것입니다. 어차피 원문 성경을 읽지 않을 바에는 한 종류의 번역 성경의 영향을 받기보다는 가급적이면 몇 가지를 비교하여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도록 할 뿐만 아니라, 본문에 대한 풍성한 이해를 가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보편적으로 많이 읽는 한글개역성경 이외에 번역 성경을 한두 권 더 구입하여 읽자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N 세대에 맞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 사이버 번역 성경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성서유니온에서 만든 '매일 성경 2000'을 제 컴퓨터에 설치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한국말 성경 여섯 종류, 영어 성경 아홉 종류가 들어있습니다. 서로 비교해 볼 수 있어 여간 편한 것이 아닙니다(연락처 한국성서유니온선교회. 전화 서울. 2202-0091~4). 또 다른 하나는 번역 성경의 종류가 매일 성경 2000보다 많은 [베들레헴]이라는 프로그램 성경입니다. 공개 프로그램이므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http://my.dreamwiz.com/jongsori/ (또는
http://kwangjuchristian.net/jayro.htm)로 들어가셔서 자료창으로 가시면 성경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들고 다니며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은 한글개역성경 이외에 한두 권 정도 다른 번역 성경을 구입하여 읽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여기서 욕심을 좀더 부린다면, 국제화 시대에 맞게 영어 번역 성경 하나쯤 더 비교해서 보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NIV 성경을 추천합니다. 영어를 공부하고 싶으신 분이나, 어느 정도 영어 해독이 가능하신 분은 한글-영어 병행 성경을 구입하시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한글개역성경과 NIV 영어 성경이 나란히 있는 성경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합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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