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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 신약 해석방법론" / 송영목 목사 (고신대학 교회 담임)

by 【고동엽】 202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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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 신약 해석방법론"

 

송영목 목사 (고신대학 교회 담임)

 

들어가면서

 

성경해석은 '해석하는 인간' (homo interpretans)의 단순한 지적인 작업을 넘어 '생사의 문제'이다. 한 예로, 예수님 당시의 많은 유대인들은 구원의 수납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으면서도 (롬 9:4-5), 구약의 메시아 예언의 성취자로 오신 예수님을 알지도 믿지도 않았기에 그들에게는 구원에 이르는 믿음과 생명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경을 올바로 해석할 수 있는가?"라는 실제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하여 수 천 년 동안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이 글에서는 성경적 신약해석의 방법과 타당성을 탐구해 볼 것인데 다음의 순서를 따라 진행될 것이다: (1) 성경 해석 방법론의 역사, (2) 양식비평과 편집비평을 중심으로 한 역사비평에 대한 개혁주의 입장에서의 비판, (3) 개혁주의 신약 해석의 특징인 문법적 해석과 역사적 해석에 기초한 구원계시사적 해석, 그리고 (4) 전체 논의를 맺는 말. 이를 위해서 주로 개혁주의 입장에 서 있는 학자들의 글을 참고하면서 필자 나름대로 논의를 전개해 갈 것이다.

 

1. 성경 해석 방법론의 역사

 

신약 해석의 역사를 위해서는 F.F. 브루스 (1994:27-86)의 '신약연구의 역사'를 참고하면 간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약 각 권과 주요 주제 그리고 해석학에 관한 최근의 발전된 연구 경향을 보려면 McKnight와 Osborne (2004)의 책을 참고하면 유익하다. 신약 해석의 초기 단계에서는 '글자를 통해서 바라보기'를 시도한 시리아의 안디옥 학파의 문자적 해석 (예. Theodore of Mopsuestia)과 '글자 너머를 바라보려던'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영적 해석 사이 (예. Origen)의 '진자 (振子) 운동'이 있었다.1) 그 후 중세에는 '도덕적, 풍유적 (allegorical), 신비적 (혹은 영적, 유비적), 그리고 문자적 해석'이 유행했다. 이 넷 중 3개가 비 (非) 문자적 의미이기에 오리겐의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영향이 안디옥 학파의 영향보다 중세에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교회 개혁가들 중 다수는 정당한 문법-역사적 해석에 근거한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을 추구했다. 하지만 초월성의 여지가 전혀 없는 일련의 원인과 결과로서 본문을 이해하려는 합리주의와 역사비평의 발흥으로 성경의 영감성과 권위가 도전을 받았다 (참고. 하젤, 1982:146). 그 후 역사비평의 맥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포스트모던 사조와 맞물려 본문에 나타난 저자의 의도보다는2) 독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상대주의적 해석과 다양한 해석 방법론이 학제간의 연구로 통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3) 여전히 의사소통의 세 축인 저자-본문-독자 사이의 진자 운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때로는 이 세 지평 사이에 활발한 융합이 시도되기도 한다.

 

2. 역사비평에 대한 개혁주의 입장에서의 비판

 

17세기 계몽주의 시대는 영국의 이신론과 독일의 경건주의와 더불어 현대 성경 비평학을 태동시킨 모체이다. 여기서 지면 관계상 계몽주의 이후 지난 수 세기 동안 성경 해석에 큰 영향을 미쳐 온 역사비평 중에서 양식비평과 편집비평만 간략히 소개하고 평가해 보려고 한다.4) 현대 성경 해석에 있어서 대세를 이루는 공시적 접근과는 달리, 역사비평은 '본문 뒤의 세계' 즉 본문의 기원과 삶의 자리 (Sitz im Leben), 그리고 본문의 전승 역사 등에 초점을 맞추는 통시적인 해석 방법이다.5)

 

2.1. 양식비평

 

저자가 사용했을 법한 기록된 자료의 추적에만 치중했던 자료 비평의6)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1920년대에 시작된 신약 양식비평 (Formgeschichte)은 독일의 K.L. Schmidt, M. Dibelius, R. Bultmann, 그리고 영국의 V. Taylor에 의해 제 1차 대전 이후에 본격적으로 발전되었다 (보라. Catchpole, 1997:169). 양식비평의 출발 가정은, 예를 들어, 복음서가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다양한 전승 단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양식사 비평가들은 이 전승이 구전으로 별개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전수되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 (보라. 콘첼만 & 린데만, 2001:139). 신약 양식비평의 목적은 구약의 경우처럼 본문의 개별 단위의 기원과 역사를 재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이 주창자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기록된 글의 이전에 있는 전승 역사에 관해 빛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들은 신약 본문의 다양한 단위들이 예수님 혹은 초대교회 공동체, 혹은 편집자 누구에게로 소급되는가를 탐구한다. 이들에 의하면 자료는 문학 양식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많은 경우 이들은 복음서의 어떤 양식도 확실성을 가지고 예수님에게서 기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편집자나 초대교회의 산물로 본다. 따라서 신약은 예수님의 생애를 재구축하기 위한 역사적 자료로서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여기서 양식비평의 한계와 약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양식비평가 사이에 전승의 양식들에 대한 통일된 용어가 없다. 신약 성경을 단지 전승단위들의 수집물로 봄으로써, 예수님의 목격자들은 성경 기록과 자료의 보존에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구전 기간에 목격자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양식비평의 가설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리고 양식비평은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복음서 자료의 내용이 지닌 독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설이나 신화와 같은 비기독교적인 양식의 연구를 통해서 복음서 자료와 병행되는 충분한 증거를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계시로서의 성경을 다루는 기본적인 태도에 있어서 잘못된 것이다. 즉 그들은 계시의 주체이신 하나님을 무시하고 하나님의 계시도 인정하지 않는 일반 비기독교 학자들의 방법을 수용하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또한 예수님은 여러 상황 속에서 여러 양식으로 자신의 가르침을 반복하실 수 있기에, 양식비평가들이 잘못 주장하는 것처럼 전승 속에 상이한 표현이 나타날 때 비역사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보라. 거스리, 2002:195-198). 그리고 신약에 대한 이들의 '단편적인' 접근은 복음서 기자의 전체적 사고와 의도를 이해하는데 부족하다. 그리고 현대인은 2000년 전에 신약 본문과 그 전승을 등장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삶의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양식비평은 성경의 최종 본문이 가지고 있는 문맥은 무시하고 구전 단계에서 말해질 때의 상황만을 중시하기에 결국 최종본문을 무시하고 만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종 본문으로서의 성경은 그 자체로서 이미 완결된 책이며, 그 완성된 구조 안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런 양식비평의 단점이 편집비평의 출현을 초래했다.7)

 

2.2. 편집비평

 

양식비평에서 신약의 기록자는 단순히 전승을 모은 자에 불과하고 아주 제한된 의미에서 저자로 여겨졌기에, 저자의 자료 '사용'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본문의 양식을 발생시킨 신약 초대교회의 삶의 정황 안에서의 상황을 발견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반대로 편집비평 (Redaktionsgeschichte)에서는 전승이 놓인 편집의 틀을 긍정적으로 다룬다. 편집비평가들은 성경 기자가 접근 가능했던 자료의 사용, 불사용, 그리고 변경에 관심을 둔다. 편집비평가들은 신약 기자들을 초대교회의 신학자로 복원시킨다. 환언하면, 편집비평가에 의하면 신약 기자들은 전승에 대한 단순한 편집자가 아니라 기독교 전승의 가장 이른 석의가들이다. 양식비평에서 기자들은 전승 자료를 가위와 풀로 붙인 사람들이지만, 편집비평가는 그 가위를 사용한 손이 이미 신학의 손이며, 그들이 사용한 풀이 이미 신학으로 쑤어진 풀이라고 본다 (보라. Tuckett, 1996:580; 주창자들로는 G. Bornkamm, G. Barth, H.J. Held, H. Conzelmann, W. Marxsen 등).8) 편집비평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성경 기자의 자료의 선택을 고려함, (2) 첨가와 삽입, (3) 생략과 수정, (4) 신학이 깃든 어휘, (5) 전승 자료를 편집시킨 문맥, (6) 저자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서론과 결론 등에 주의하며 살펴보는 것 (참고. Tendenzkritik). 예를 들면, 마가복음과 Q라는 두 자료 가설에 근거하여 마태와 누가가 자신들의 변화된 상황을 고려하여 보이는 수정, 첨가, 삭제에 주목하는 동시에, 사용한 전승 자료 사이를 연결하는 신학적 동기를 밝히는 것이다 (보라. Soulen & Soulen, 2001:159).

 

그렇다면 편집비평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가? 편집비평에서 최종 본문이 존중되므로 교회가 정경으로 고백한 성경의 권위가 어느 정도 존중된다. 그리고 최종 본문을 강조하므로 성경 각 권이 가진 독특하고 다양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약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약점도 있다:

 

(1) 전승 자료와 편집 작업 간의 구별이 모든 경우에 분명한 것은 아니다. 즉 이들은 자료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저자의 편집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보기에, 자료비평에 의존하는 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자료비평이 잘못 수행될 경우 편집비평도 틀릴 수밖에 없다.

(2) 편집 이전의 자료는 저자의 의도를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3) 편집비평가가 가지고 있던 의도를 원래 저자의 의도라고 단정 지을 위험이 있다.

(4) 편집비평에서는 주로 자료가 변경된 것을 보고 저자의 편집의도를 찾아내지만, 변경 없이도 저자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기에 종합적으로 이 둘 모두에서 저자의 의도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 약점 때문에 편집비평학자들 중에는 변경된 부분뿐 아니라 변경되지 않은 부분을 포함한 책 전체의 구성을 살펴보면서 저자의 의도를 찾으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E. Haenchen은 '구성비평' (composition criticism)이라 불렀다 (보라. Soulen & Soulen, 2001:160).

(5) 인간 저자나 공동체의 신학적 의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그 결과 AD 30년경의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 대한 강조는 약화된다.9) 그리고 오순절 성령님의 오심으로 변혁된 교회의 모습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말았다.

(6) 편집비평도 다른 역사 비평이 가지는 약점 즉 'What the text means'를 무시한다. 즉 편집비평 역시 해석의 전체 단계에서 전 (前) 단계로만 제한적으로 역할 할 뿐이다 (참고. 게르하르트 마이어, 1986:15-30).10)

 

역사비평의 기본 전제는 성경은 단지 하나의 고대의 문헌으로서 인간의 이성과 방법에 의해 분석되고 비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성은 죄성으로 인해 불완전함을 기억해야, 해석가가 성경 해석에서 겸허할 수 있다. 양식비평과 편집비평과 같은 잘못된 전제에 기초한 파괴적인 비평은 어떤 것도 진실이라고 밝혀지기 전에는 타당하지 않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건설적인 비평은 신약 성경의 주장들이 거짓으로 판명될 때까지 타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양식-편집비평의 긍정적인 면은 비판적으로 수용하되 (참고. 거스리, 2002:198-199), 성경을 단지 이성의 잣대로 비판만 하지 말고 성경의 메시지를 생명력 있게 선포하는데 까지 나아가야 한다 (참고. 헤리슨, 월키 & 거쓰리, 1993:107). 여기서 '반면교사' 차원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 그리고 성령님의 오심으로 인해 변혁된 성경 저자가 성령님의 역사 속에서 받은 하나님의 계시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면을 무시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3. 개혁주의 신약 해석의 특징: 문법-역사적 해석에 기초한 구원계시사

 

개혁주의 성경해석의 장점 혹은 독특성은 철저한 문법-역사적 해석에 기초하여 삼위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계시사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3.1. 전제주의적 해석

 

계몽주의 시대 이후에 성경 주석은 과거의 의미에 대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서술이 바람직하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본문뿐 아니라 독자의 인식과 상황도 고려하는 현대 해석학의 대두와 더불어 이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해석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제가 없는 해석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전제를 가지고 주석하는 것이 반드시 해로운 것은 아니다. 건전한 전제는 건전한 주석을 위한 첫걸음이 된다. 개혁주의 성경해석의 궁극적 목적은 한 본문 안에 있는 의미의11) 신적 저자인 성령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다 (참고. Beale, 2001:23-34). 어느 시대이건 성경 해석자의12) 책임성 있는 목적은 '기도와 전도'로 경건하게 수행하는 '송영'이다 (참고. 유해무, 1997:641). 이 말은 해석이 해석자의 삶에 실존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함도 함의한다. 이를 위해서 성경의 유기적 영감은 모든 석의의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아래는 필자가 동의하는 남아공 개혁교단의 포쳅스트룸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신약학 스터디 가이드' (1999:8)에 수록된 근본적인 전제들이다 (참고. De Klerk & Van Rensburg, 1999):

 

(1) 성경관에 관하여

 

구약과 신약은 정경으로서의 성경 전체를 구성하고 있으므로 성도의 전체 삶에 권위를 가지고 있다 (참고. 벨직신앙고백, 제 2-7조).13) 특별히 성경은 성도가 가지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권위를 가지며, 이웃과 피조 세계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성경 66권은 사회적 산물 그 이상이며 사회에 기여하는 그 이상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66권을 유기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통하여 존재하도록 하셨기에 그 분이 참 저자이시다. 우리는 성경의 영감자이시며 원저자이신 성령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종료되고 완성된 기록된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이 어떠한 것인지 믿음으로 발견해야 한다.14) 많은 것들 가운데서, 특히 하나님은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사회적 환경, 언어 그리고 문학적 장치를 사용하셔서 자신의 뜻의 특정한 면들을 계시하셨다. 이 사실은 다음의 두 가지를 의미한다: (1) 성경의 신적 특성과 관련하여, 포쳅스트룸대학교 신대원에서의 성경 연구는 학문적으로 냉랭하고 비인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강의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르쳐지는 내용의 실제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학생들로 하여금 주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도록 준비시킨다. (2) 성경의 인간적인 특성과 관련하여, 신대원의 성경 연구에 있어서 학생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은 모든 면에 있어서 포쳅스트룸대학교의 다른 학과의 학생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야 한다 (참고. Coetzee, 1995:31-35).

 

(2) 성경 본문에 관하여

 

성경 본문은 단순히 그 자체로 이해되거나,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독립된 산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경 본문은 단지 독자들에 의해서 실제화 되는 기호들의 체계도 아니다. 오히려 성경 본문 자체는 의도된 의미를 가지기에, 독자는 합당한 과학적 방법들을 사용하고 전제들을 명료하게 함으로써 타당한 해석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노력 자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타락한 죄성 때문에 이런 노력은 결코 완전한 결실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언어에 관하여

 

의사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언어는 동등하다. 그러므로 만약 첫 독자들이 본문의 저자가 제시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하나의 언어로 말해지는 것은 (신약의 경우 헬라어) 원칙적으로 다른 언어 (예를 들어, 한글)에 있어서 상당히 명료하게 된다.15)

 

3.2. 문법적 해석

 

문법-문학적 해석과 관련하여, 신약 성경의 장르를 위해서는 장르비평이, 파룰 (parole)의 분석을 위해서는 화행론과 담론분석이, 그리고 랑그 (langue)의 분석을 위해서는 언어 기호학과 구문론이 사용될 수 있다 (밴후저, 2003:543). 하지만 여기서는 헬라어 본문을 실제적으로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에 초점을 모아본다. 두 말할 것 없이, 신약의 문법-문학적 해석을 위해서 헬라어 문법 지식이 기초이다.16) 이 문법적 지식 위에 문맥과 다수사본과 비평사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시행되는 본문비평 (보라. Petzer & Jordaan, 1987:43-47)과 번역이 필요하다. 문자적 번역 (formal correspondence)과 역동적 번역 (dynamic equivalence)이 조화를 이루어야 할 번역은 무엇보다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 시켜야 '번역자는 반역자' (traduttore, traditore)라는 비판을 받지 않는다: (1) 저자의 의도와 문체를 따라야 할 것, 그리고 (2)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것 (참고. Hwang, 1999:46-62). 그 후, 문장 구성 요소들 간의 관련성을 매우 세밀하게 밝히는 '직접 구성 성분 분석' (immediate constituent analysis)으로 저자의 사고를 추적하는 헬라어 구문 분석 (참고. Van Rensburg, 1979:92)과 의미가 담겨져 있는 큰 틀을 밝히는 구조 분석이 수행되어야 한다. 표층구조 분석 (surface structure analysis)을 위해서는 콜론 나누기, 수직-수평적 표지 마크하기, 관련 콜론 묶기, 소제목 달리, 그리고 콜론 (colon) 묶음간의 관련성 설명이라는 단계를 거치는 담론분석이 유용하다 (참고. Snyman, 1991:83-99). 본문의 심층구조 분석 (deep structural analysis)을 위해서는 구조주의의 6가지 행역자 모델이 유용하다 (참고. 팟테, 1987:80). 이런 분석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내용과 구조 모두 영감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요 어휘의 의미 분석을 통하여 저자의 의도를 찾을 수 있다. 어휘 분석은 어원 연구, 분석되는 단어의 구약 히브리어 상응어 연구, 그 단어의 신약에서의 용례, 마지막으로 그 단어의 다루고자하는 본문 안에서의 공시적인 의미 결정이라는 단계를 따른다 (참고. Louw, 1982:1, 21). 그 후 본문의 문학적 기교나 스타일 (예. 두운법, 과장법, 중언법, 반어법, 곡언법, 은유법, 완서법, 환유법, 수미쌍관법 등)을 분석해야 한다 (참고. 데이빗 앨런 블랙, 1998:215-222).

 

3.3. 역사적 해석

 

본문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수행할 때 신약 본문의 첫 저자와 독자가 처한 상황을 6하 원칙에 따라 묘사하는 '사회적 묘사'가 기초이다. 그 위에 신약의 경우 AD 1세기 상황을 특별히 문화인류학적인 입장에서 '분석'하는 작업이 보조적으로 필요하다. 1999년에 조직되어 AD 1세기 지중해 연안의 그레코-로마 세계의 빛 속에서 신약을 연구하는 'Context Group'에 의하면 다음의 5가지 문화인류학적 모델이 성경 본문 이해를 위해 유용하다: (1) 명예와 수치, (2) 그룹-오리엔테이션, (3) 제한된 제화, (4) 친족과 결혼, (5) 정결과 부정결. 이 외에도 '후견인-단골손님'이라는 모델도 중요하다. 이런 모델들은 상호 보충적으로 사용된다 (참고. Malina, 1993:28-183). 본문의 역사적 해석을 위해서 사회적 묘사와 사회적 분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3.4. 구원계시사적 해석

 

만약 문법-역사적 해석에서 멈춘다면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불완전한 해석이다. 신학적 해석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성경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며, 본문 자체가 갖고 있는 관심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Rosner, 2004:30). 현대의 성경 연구 경향은 너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학자들이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경신학의 일부로서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자기 계시 과정을 고찰하는 학문인 성경신학은 창조 이래로 인간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구원 사건을 역사적 배경과 문법-문학적 분석을 통해서 밝혀야 하고, 전체 성경을 아우르면서 작업을 해야 하기에 종합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17) 따라서 19세의 현대적 의미에서 '구속사적 해석의 아버지'로 불리는 Konrad von Hofmann과 20세기 초의 G. Vos와 중순의 O. Cullmann으로 이어진 구원계시사 (Offenbarungsgeschichte)적 이해를 발전시킨 성경신학은 단편화된 신학을 통전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뿐 아니라, 자신의 믿음과 삶 그리고 예배와 섬김을 성경에 맞추고자 하는 성도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그 속에 담긴 성경신학적 메시지를 교회에 전달할 수 있을까? 문법적-역사적 주석 위에 수행되어야 할 신약 본문의 구원계시사적 해석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관주 성경을 사용하여 다루고자 하는 신약의 구약관련 구절을 다 살펴보라.18) 이를 위해서 중요한 자료는 Beale과 Carson (2007)이 편집한 'Commentary on the New Testament use of the Old Testament'인데, 마 1:1절부터 계 22:19절까지 구약의 사용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2) 예수님의 인격과 사역과 관련된 언약의 성취의 사항을 살펴보라. 예수님은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원형적 렌즈' (antitypical lens)를 통해서 구약의 모든 구원사를 탁월한 방식으로 재해석하신다.19) 이 때 특별히 예수님의 다양한 이름들이나 은유를 잘 살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적 예수님'과 (예수님의 승천 후 교회에 의해 고백되고 선포된) '신앙의 그리스도'를 철저히 구분하지 않아야 한다.20) 그렇다고 부자연스러운 문맥에서조차 억지로 그리스도를 찾아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

(3) 성경의 큰 주제인 '창조-타락-구속 (재창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살펴라.

(4) 하나님 나라, 언약의 성취, 심판과 구원 등 성경의 전체를 엮을 수 있는 주제가 본문 속에 나타나 있는지를 살펴라. 이것을 위해 본문에 등장하는 중요 단어들의 어휘에 담긴 구원계시사적 중요성을 살피는 것이 유익하다.

(5) 신약의 종말론의 틀인 '이미와 아직 아니'를 잘 고려하라. 하지만 계시의 전진을 고려해 볼 때,21) 만유이신 예수님의 온 교회적 인격에 기초하여 '이미'의 측면을 더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22) 신약 안에도 언약의 중첩 및 계시의 전진이 나타난다.

(6) 신약의 구원계시사적인 주석의 결론이 교의학적 틀에서 벗어나면 일단 유보하는 게 좋다. 우리가 구원계시사적으로 성경을 읽기 위해서 한 가지 요령은 표준적인 성경신학 책들 뒤에 나오는 성경 색인을 통해서 그 구절의 구원계시사적 의미를 역 추적하는 것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구원계시를 다루기에, 우리는 구원계시사적으로 성경을 읽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바로 그 때 성경의 구원의 하나님은 오늘날 우리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역사하실 것이다.

 

나오면서

 

다음과 같이 요약함으로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1) 교회 개혁가들이 이룩해 놓은 문법적-역사적 해석에 근거한 예수 그리스도 중심적이고완결적인 구원계시사적 해석의 관점에서 성경의 큰 그림을 가지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그들을 도약판 삼아, 이제는 문법적, 역사적, 신학적 해석을 할 때, 본문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의 주도면밀하면서도 적극적인 접근 방법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23)

 

(3) 그러나 이런 작업의 전제는 성경의 유기적 영감이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종 형태의 본문 이전의 자료 전승과 같은 가설적인 작업에 집중하지 않도록 하며, 오히려 최종 본문을 통해서 원저자가 첫 독자에게 의사소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모으도록 한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점진적인 구원 계시의 절정이신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신약 이해는 교회에 생명력을 넣어 줄 것이다.24)

 

(4) 물론 개혁주의 성경 해석은 원저자이신 성령님의 손아래 겸허한 자세로, '오직 성경' (Sola Scriptura)과 '전체 성경' (Tota Scriptura)의 원칙에 입각하여 '항상 개혁되어야' (Semper reformanda) 신학이 발전한다. 바로 그 때 '겸손한 확신'을 가진 해석 공동체인 교회는 성령님의 인침과 말씀에 사로잡힌 양심을 가지고, 자유롭되 책임감을 가지고, 말씀 곁에서 또한 말씀과 더불어 점차적으로 성경의 목표지향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변혁될 것으로 소망한다.

 

참고문헌

 

게르하르트 마이어. 1986. 역사 비평학의 종말. 여수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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