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존스 박사를 추모하면서
마틴 로이드존스 박사의 죽음과 더불어, 약 30년 동안 영국에서 가장 강력했던, 그리고 가장 설득력 있었던 그의 복음주의 목소리는 이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는 주로 성경 강해자로서 세인의 뇌리에 기억될 것이다. 버킹엄게이트(Buckingham Gate), 웨스트민스터 채플에서 시무하던 50년대와 60년대의 전성기에 그는 2천명의 회중을 1시간, 혹은 1시간 15분 동안 마법에 매혹된 듯 꼼짝 못하게 만들곤 했다.
그는 과학적으로 훈련된 지성이 가질 수 있는 분석적 솜씨와 웨일즈인의 정열을 겸비하고 있었다. "설교란 무엇인가?" 그는 이에 대해 감동적인 그의 저서 '설교와 설교자'(Preaching and Preachers)에서 "불타는 논리! 웅변적 이성!"이라고 답변했다. 이 양자 겸전(불타는 웅변과 논리적 이성)의 힘을 실감하기 위해서는 그의 설교를 직접 들어보아야 하겠지만 여러 권으로 나온 그의 '로마서 강해'와 '에베소서 강해'를 통해서도 이런 힘은 지금도 계속 전달되고 있다.
로이드존스 박사는, 강단에서는 준엄한 인상을 주었지만 서신에서는 수줍어하는듯한 인상을 풍겼다. 친구들에게 보낸 서신에서조차 그는 첫머리에 "My dear Sir"(나의 친애하는 분께)라고 썼다. 그리고 자신의 세례명 (David Martyn)으로 서명한 적도 별로 없었다. 또한 교회 집무실이나 서재에서 내담자들과 상담을 할 때는 그보다 더 동정적이고 자애로울 수가 없었다. 의사로서 호더경(Lord Horder)의 조수로 일하던 초년 시절 이후 줄곧 그는 의학 서적 읽는 일을 계속하였다. 그러므로 인간들의 약점과 단점에 대해 의사와 목사의 통찰력으로 직시할 수 있었다. 그의 가장 인기 있는 저서 가운데 하나인 '영적 침체'(Spiritual Depression, its Causes and Cure)는 실제적인 성경적 지혜로 가득 차 있다.
교회관에 있어서 로이드존스 박사는 강력한 독립교회주의자였다. 그리고 복음주의자가 어떻게 영국국교회와 같은 "혼합된 교파"의 신도로 남아 있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러 해 동안 계속하여 그는 지조있는 복음주의자들이 자교단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6년 웨스트민스터, 센트럴 홀에서 열린 전국 복음주의자 대회(National Assembly of Evangelicals)에서 그는 우리에게 교단을 탈퇴하여 신실한 복음주의적 "남은 자"를 결성하자며 감동적인 호소를 하였다. 나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가 강연을 마쳤을 때 나 자신은 그와 입장을 달리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부터 며칠 동안 이 문제를 다루게 되어 있었으므로 문제가 논의되기도 전에 일부 목사들이 경솔하게 사직서를 제출할까 하는 염려도 들어, 나는 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로이드존스 박사를 찾아가 사과를 드렸다. 물론 내가 말한 내용 때문은 아니다. (나는 아직도 나의 견해가 옳다고 믿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모임을(로이드 존스 박사의 표현대로) '논쟁장'으로 만들뻔했기 때문에 사과를 한 것이다. 로이드 존스 박사는 그때 나의 이의에 반론을 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려 논쟁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그 후에도 계속하여 따스한 인격적 관계를 유지했다. 나는 로이드 존스 박사에 대해 애정과 감탄어린 존경심을 늘 품고 있다. 신학적으로 혼란스런 시대에 그는 역사적, 성경적 기독교 신앙을 굳게 고수했다. 그는 논쟁적인 연설가였으나 언제나 원리 원칙과 인신 공격을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알았으며, 가슴이 따스한, 사랑과 평화의 사람이었다. '박사님'은 많은 사람들의 영적인 아버지 같은 인물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신학적, 영적으로 가히 심각한 공백이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존 스토트(John W. Stott) / 올 소울스 교회의 교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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