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의 신학과 신앙에 근본적으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앞 글에서도 이미 밝힌 바 있듯이 창세기는
1.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읽어야 하고
2. 하나님의 약속/예언-성취의 관점에서 읽어야 하고
3.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읽어야 합니다.
위의 관점에서 창세기를 읽게 될 때 가장 중요한 구절은
창세기 1장 27-28절이 됩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화란 개혁주의에 영향을 받은 신학자들은 창 1:28절을 문화명령 (cultural mandate)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입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창 1:28절은 문화와 관련된 명령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복과 관련된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을 생육/번성케 하시고, 그들이 땅을 정복하게 하시고, 그들이 온 만물들을 다스리도록 허락하심으로써 큰 나라를 이루도록 복주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라를 구성하는 세가지 요소는 국민, 국토, 국권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와 그 후손들에게 국민, 국토, 국권을 복으로 주심으로 큰 나라를 이루라고 위임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국민, 국토, 국권이 나라의 형식적/구조적 원리라면, 그 나라의 내용적 원리는
창 2:16-17의 말씀 속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 하시니라"
이 선악과 금명은 나라의 내용적 원리를 규정하는 헌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에게 복으로 주셔서 이루게 하시는 나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에서 나타나는 자유의 원리와 "먹지 말라" 에서 나타나는 하나님께 대한 순종의 책임과 "정녕 죽으리라"에서 나타나는 불순종에 대한 형벌의 원리에 기초한 나라여야 함을 헌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순종하며 순종의 한계내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성격인 것이죠.
이 원리는 사도 바울이 로마서 14장17절에서 밝힌 하나님 나라의 성격과 일치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자유롭게 순종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누리는 '의'가 되며,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자유롭게 순종할 때에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평강이 유지되며,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자유롭게 순종할 때에 희락이 넘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마귀의 유혹으로 말미암아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이 세우신 하나님의 권위에 반역하고, 무상으로 모든 것을 주시고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배은망덕하여 하나님 나라의 헌법을 위반함으로써 죄와 불의와 원수관계와 슬픔과 저주가 사람에게 임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죄와 사망의 저주가운데 사람을 그대로 내어 버려두지 아니하시고,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를 구원할 구원자로 보내어 주시겠다는 약속이 바로 창 3장 15절의 말씀인 것입니다.
4장부터 11장까지는 죄로 인한 비극적인 결과들이 인류에게 번져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12장 1-3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불러 아담에게 주셨던 복과 같은 내용의 복인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는 나라 건설의 약속을 주시고, 또 그 나라를 통해서 타락된 인류에게 하나님 나라와 구원의 복이 전달되게 하시겠다는 약속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을 주시고 계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복과 약속이 이삭과 야곱의 삶을 통해서 부분적으로 성취되고, 또 계승되어지는 내용이 창세기 전체의 내용인 것입니다.
특히 창세기 12장 이후에는 나라를 이루게 하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혹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약속인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는 약속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창 18:18; 창 22:18; 창 26:4; 창 28:14)
여기서 "땅의 모든 족속이 복을 얻을 것이라는" 말은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상실하게된 하나님 나라의 복 즉 하나님의 통치에 자유롭게 순종함으로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을 누리게 되는 복을 얻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하나님의 나라에는 자기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거듭나고 중생함으로써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이러한 성경 전체의 얽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도행전 3장 25-26절에서 다음과 같이 선포합니다.
"너희는 선지자들의 자손이요 또 하나님이 너희 조상으로 더불어 세우신 언약의 자손이라 아브라함에게 이르시기를 땅 위의 모든 족속이 너의 씨를 인하여 복을 받으리라 하셨으니 하나님이 그 종을 세워 복주시려고 너희에게 먼저 보내사 너희로 하여금 돌이켜 각가 그 악함을 버리게 하셨느리라"
바울 역시 갈라디아서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내용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또 하나님이 이방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로 정하실 것을 성경이 미리 알고 먼저 아브라함에게 복음을 전하되 모든 이방이 너를 인하여 복을 받으리라 하였으니 그러므로 믿음으로 말미암은 자는 믿음이 있는 아브라함과 함께 복을 받느니라 ....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아브라함의 복이 이방인에게 미치게 하고 또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하려 함이니라" (갈 3:8-9, 14)
창세기는 성경 전체를 여는 열쇠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창세기를 바르게 읽기 시작할 때 우리는 성경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장엄한 경륜과 지혜를 체험하며 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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