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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은 칼빈주의자인가? / 이상규교수

by 【고동엽】 2021. 11. 4.

이상규 교수 / 고신대학교 역사신학

오늘의 칼빈연구가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한 가지 논쟁은 16세기 칼빈과 후기, 특히 17세기 이후의

칼빈주의 신학 사이에는 연속성이 있는가, 아니면 연속성이 없는가 하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한
논쟁이다. 이 논쟁은 최근에 와서 비로소 야기된 문제는 아니지만, 1981년 켄달(R. T. Kendall)이
<칼빈과 1649년까지 영국의 칼빈주의>라는 책을 출판한 이후 칼빈과 칼빈주의와의 관계는 격한
논쟁의 주제가 되었다.
이런 논쟁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위대한 칼빈주의 신학자 벤자민 워필드(B. B. Warfield)는 1932년에 출판한 <신학연구>에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평가하면서 “이 신앙고백서에 포함된 것 중에서
칼빈의 작품에서 선명하게 제시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며 칼빈 사상이 그 이후의
칼빈주의의 역사와 사상 속에 드러난다는 소위 ‘연속설’을 주장했다.
이런 입장을 견지하는 후대의 학자들로는 고매즈(L. Goumaz), 밀러(Perry Miller), 존 머리(J. Murry) 패커(J. I. Packer), 맥피(I. McPee), 레인 보우(J. H. Rainbow), 멀러(R. A. Muller), 폴 헬름(Paul Helm) 등이다.

반대로 17세기 이후의 칼빈주의 사상은 칼빈의 그것으로부터 이탈하여 역사적 발전과 다양성을
지니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칼 바르트(K. Barth)를 비롯하여 존과 도날드 베일리(John and Donald Baillie), 웨버(H. E. Weber), 스타인메쯔(D. Steinmetz), 암스트롱(B. Amstrong) 등인데,
다수의 학자들이 이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학자들은 17세기 돌트신경(1619)과
웨스트민스트신앙고백서(1647) 속에 요약된 후대의 개혁주의 신학은 칼빈 자신의 사상과는 다른
다양한 측면들이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변화는 이미 베자(Theodore Beza)의 사상 속에 뚜렷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신학적 다양성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는 학자들 간의 합의가 없다. 연속설과 불연속설을 말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예정설, 신앙론 등이 양 입장의 쟁점이 되고 있지만, 문제는 16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오는 역사신학적 배경과 발전, 신앙고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해석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논쟁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이가 앞서 언급한 켄달인데, 그는 1976년 옥스퍼드대학교에 제출한
박사학위청구논문 “윌리엄 퍼킨스에서 웨스트민스터대회까지의 구원받는 믿음의 본질”에서 토론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의 논문은 약간의 첨삭과 수정을 거쳐 1981년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에서 <칼빈과 1649년까지
영국의 칼빈주의>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돌트신경과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서 표명된 관점들은 많은 점에서 칼빈의 사상과는 다른 다양성이 나타남으로 그것을 ‘칼빈적’(Calvinist)
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윌리엄 퍼킨스(William Perkins), 윌리엄 에임스(William Ames) 같은
청교도운동의 중심인물들이 그들의 신학을 칼빈이 아닌 베자에게서 전수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칼빈과 베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의 동일한 주장이 그의
논문 “칼빈신학의 청교도적 변형” 속에 표명되었다. 그는 결국 “청교도신학은 칼빈주의적이라고
부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켄달의 주장에 반기를 들고 나온 인물이 폴 헬름이다. 그는 1982년 출판한 그의
<칼빈과 칼빈주의자들>(Calvin and Calvinists)이라는 책에서 칼빈과 청교도들은 신학적으로
동일한 노선을 견지하고 있고, 따라서 칼빈은 칼빈주의자였다고 주장했다.
이런 양 견해에 대한 검토는 사실상 용이하지 않다. 16세기 칼빈의 작품은 고사하고라도
17세기 개신교 정통주의 혹은 칼빈주의와 관련된 문헌만 하더라도 실로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이 모든 문서를 섭렵하고 칼빈의 사상이 후대 칼빈주의 속에 어떻게, 그리고 어떤 양상으로 계승
혹은 변모 발전해 왔는가를 파악하는 일은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토론은 우리 시대 신학읽기의 한 좌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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