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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설교자에게 듣는다―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사역 중독에 빠지지 말아야

by 【고동엽】 2021. 10. 19.
서울 일원동 남서울은혜교회 담임 홍정길 목사는 선이 굵은 목회자다. 그는 한국 복음주의권의 대표적인 목회자로 교회와 사회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통일운동과 국내외 선교사역, 젊은이 운동, 장애우 사역 등 홍 목사는 교회 울타리를 뛰어넘는 활동을 했다. 사람들은 그에서 푸른 청년의 이미지를 연상한다. 젊은이들과 늘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의 나이 66세. 세월은 홍 목사를 비켜가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왕성한 사역을 펼친 그가 요즘 후배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사역 중독에 빠지지 말라는 말이다. 그에게 진정한 성공은 그리스도 안에서 장성한 분량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목회자로서 성공은 사역에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주님 앞에 올바로 서는 것이다. 목회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목사 역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주님 앞에 서야 할 사람이라는 것이 홍 목사의 지론이다.

그는 목회를 "목자가 양을 알고 양들은 목자의 음성을 듣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무와 건국대 교목을 거쳐 1975년 서울 반포동에 남서울교회를 개척한 홍 목사는 교인들이 500가정이 될 때까지 매일 새벽 4시부터 성도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중보기도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도저히 양들의 이름을 모두 부르면서 기도할 수 없게 됐지만 양들과 깊은 교제를 가져야 한다는 정신은 유지하고 있다. 96년에 전격적으로 남서울교회를 떠나 서울 일원동에 남서울은혜교회를 개척한 것도 따지고 보면 양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홍 목사에게 설교란 설교자가 하나님 말씀을 청중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행위다. 설교자로서 목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른 말씀의 선포다. 바른 말씀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말씀을 주신 분의 의도를 잘 알고, 그 의도대로 전해야 한다. 그러나 홍 목사가 보기에 요즘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말씀 수탁자로서의 의식이 부족하다. 말씀을 주신 분보다는 받는 사람(청중)의 기호에 너무 맞추는데 한국교회 강단 위기의 본질이 있다고 강조한다.

"목회자들은 말씀의 수탁자들입니다. 수탁자들은 그대로 전하는 행위 외에 다른 것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말씀을 자의로 해석하거나 청중들의 요구에 걸맞지도 않은 콘텍스트를 들이대며 아부하면 안 됩니다. 물론 하나님이 주신 말씀 안에서 현장성을 강조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조금 인기가 있다는 목회자들에게 말씀이 보이지 않아요. 안타깝습니다."

그같은 지적이 요즘과 같은 감성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나친 아날로그적인 패러다임이 아닌가 물었다. "물론 시대에 맞는 감성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설교자는 시대를 이해해야 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설교자 자신이 정말 말씀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감성적이냐, 설득적이냐는 모두 부차적인 것입니다. 문제는 자신이 지금 전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 정말로 영혼이 변화되고 있느냐에 있습니다. 청중이 말씀을 듣고 회개하고 변화에 대한 결심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홍 목사는 국내 목회 현장에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넘치고 있다고 개탄한다. "요즘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에 영적인 뿌리가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선포되는 말씀이 너무나 가벼워요. 청중들은 가벼운 것을 감성적이라고 하면서 좋아하고 있어요. 이것이 위기입니다."

'소비자 중심 사고'의 맹점도 지적했다. "사회 각 방면과 마찬가지로 목회에서도 소비자 중심적인 사고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소위 청중의 펠트 니드(felt need)를 알아야 한다고 하지요. 맞는 말인 것 같은데 틀렸어요. 설교자는 소비자 중심으로 사고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 중심으로 생각해야 해요. 설교자들이 하나님을 먼저 보아야 하는데, 하나님은 보지 않고 청중만 쳐다봅니다. 그러니 올바른 설교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설교자들은 청중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중이 필요한 것을 말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해요. 그러나 요즘 한국의 목회자들에게는 그 용기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목회는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졌습니다. 목회가 청중을 만족시키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홍 목사는 설교 형태적으로 강해설교를 하고 있다. 일단 본문이 잡히면 그 본문을 묵상하고, 또 묵상한다. 처음 성경 본문을 읽고 묵상한 뒤에는 깨달은 내용을 기록한다. 원고는 되도록 많은 분량으로 만든다. 그 다음에는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주석을 본다. 원고를 만들면서 주관성과 객관성을 융합하려 한다. 주관성은 주님이 '홍정길'이란 목사를 통해서 이 시대의 청중에게 말씀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객관성은 주님이 그 동안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설교문을 만들 때는 이 주관성과 객관성의 조화를 늘 생각한다.

홍 목사는 좋은 설교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목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는 이 시대에 자신이 왜 굳이 목사가 되었는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님 앞에서 솔직히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나갈 때에만 좋은 설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설교는 화려한 말이 아니라 삶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목회 초기 영국의 대 설교자인 마틴 로이드 존스의 '산상수훈'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책을 읽다 보니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의 본질이 어떠한지를 말하는 책이었어요. 좋은 말씀을 들으면 가슴이 아파옵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어요. 저는 그래요. 그러니 저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아픈 감동을 줄 수 있는 말씀을 전해야 하지 않겠어요. 청중들은 싫어할지 모르지만…."

홍 목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교회 설교자들의 가벼움을 질타했다. "가벼운 것이 요청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풍조에 역류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이 시대가 가벼운 것을 필요로 하더라도 우리가 오직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가져야 할 삶의 무게는 따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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