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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1)세기 교회의 예배모습

by 【고동엽】 2021. 10. 7.


1세기 교회의 예배모습

내 이름은 푸블리우스다. 더 정확하게 말하길 원한다면, 푸블리우스 와레리우스 아미키우스 루후스다. 나는 마케도니아의 비교적 신식민지인 빌립보 출신이다. 그곳은 마케도니아 땅에 있을지라도 철두철미 로마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곳이다. 현재 나는 오랜 친구인 글레멘드와 유오디아와 함께 로마에 잠시 머물고 있는 중이다. 오늘 우리는 함께 근처에 있는 한 가정의 저녁식사에 다녀왔는데 그것이 아주 신기한 경험이어서 그것에 대해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다. 실은 나의 친구들은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라고 불리는 유대인 부부로부터 매 7일마다 한 번씩 함께 식사하자는 변함없는 초청을 받고 있다. 이 초청은 방문객들에게도 역시 유효하여서 내가 거기에 참석하는데 또 다른 초청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집을 나선 것은 낮의 제9시 (오후 3시)가 시작되려는 이른 오후였다. 일반적으로 로마에서는 주요한 식사를 여름에는 좀 늦게 먹는데 손님이 있을 경우에는 특별히 더 그렇다. 거리에 나서자 좁은 거리들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떤 곳은 폭이 채 3미터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거리는 말할 수 없이 진창이어서 발밑이 불안하였다. 벌써 대부분 일이 끝나 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걷기가 종종 힘이 들었다. 골목이 많기 때문에 원래 방향감각이 없는 나는 곧 방향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가는 곳을 나 혼자 찾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번지도 없고, 거리 표시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길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로마는 매우 커졌다. 이제 인구가 백만을 넘어섰다. 이 도시는 그간 쑥 팽창해 왔다. 나는 여러 종족이 섞여 사는 곳으로 세계에서 이곳보다도 큰 도시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대인만 치더라도 일만 오천 명은 된다고들 한다. 로마는 마치 언어, 관습 및 직업이 다른 여러 도시들의 집합체와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곳의 경제는, 주민의 대다수가 로마 주위에 사는 사람으로 로마에서 부족한 기술들을 가지고 들어와서 이루어져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노예와 해방 노예들이 유입되어서 고용문제를 완화시켰지만 이제는 이 노예문제가 짐으로 여겨지고 있다. 식량사정도 향상되어 요즈음은 매우 다양해졌다. 그러나 문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모든 것이 수라장이 되었다. 나는 그전의 상황을 더 좋아한다. 옛 시절이 참으로 가장 좋았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가 살고 있는 거리는 로마의 다른 거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형태의 집들로 섞여 있었다. 한때는 이곳이 잡화상 가게로 가득 차 있었고 주인은 가게 뒷편이나 이층의 비좁은 다락방에서 살았다. 그런데 티베리우스 때에 화재가 나서 대부분의 집들을 모두 태워 버렸다. 불이 일단 나무와 잡석으로 지은 집들에 옮겨 붙자 불길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후 화재에서 살아 남은 건물들은 오륙 층이나 되는 높은 불록으로 된 건물과 나란히 서 있다. 많은 건물이 조악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붕괴의 위험 말고도 더 큰 화재의 위험이 있었다.


이런 고층 건물들은 수십 년 전부터 로마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이런 유의 건물에 살고 있다. 벽돌과 큰크리트로 지은 더 고급스런 건물들이 화재로 전소된 바로 그 자리에 새로 유행하는 상점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구역의 한 모퉁이에 자유롭게 서 있는 두 집이 있었다. 도시 주변 언덕에 있는 웅장한 저택들 같지는 않아도 안락하게 보이는 곳이었다. 글레멘드의 설명에 의하면 이 두 건물은 여전히 개인의 소유로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대대로 같은 가문에 속해 있었다. 지금의 주인들은 아파트나 하숙집을 짓기 위해 팔라고 하는 수지맞는 흥정을 계속 거절하고 있다. 이런 일이 로마의 도처에서 점점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외국인들이 유입해 오고 부유한 사람들이 해변의 사치스러운 별장을 더 좋아해서 이와 같은 변화는 더욱 촉진되고 있다. 이들 중 두 번째 집은 사실상 세 개의 아파트로 나뉘어져 있었다.



중앙에 있는 하나는 뒤편에 헬라식 정원이 있고, 나머지 둘 중 하나는 직사각형이고 다른 하나는 ㄴ자 모양이었는데 이 둘에는 로마식 정사각형 정원이 앞편에 있었다. 이 셋 중 두 번째에서 거리를 향한 방을 가게로 전용했다. 이곳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가 구입한 아파트였다. 위에 말한 것처럼 꾸며져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부가 그들의 일을 하면서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처소도 되었다. 그들의 말처럼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곳을 얻고 있었다. 우리가 집으로 올라가면서 보니 가게는 나무로 만든 네모진 셔터들로 닫혀 있어서 행인들이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 상점 옆으로 조그마한 통로가 있어서 길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으로 몇 발자국 들어서자 열어 놓은 아파트 문이 있었다. 거기에 아굴라의 이름과 조그마한 간판이 있었다. 그곳에 아무도 보이지 않자 글레멘드가 사람이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문을 몇 번 두드렸다. 거기에는 문 두드리는 것이나 종이 없었다.
글레멘드는 ꡒ우리가 너무 일찍 왔나?ꡓ 하고 유오디아에게 물었다.


ꡒ그렇지는 않을 텐데요. 아마 우리가 제일 먼저 온 사람들일거예요.ꡓ라고 그녀가 대답했다.
곧 바로 누가 나타났는데 좀 호리호리한 보통 키의 남자였다. 나는 미리 그가 유대인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별로 염려되는 것은 없었다. 우리 로마 사람들은 이러한 일에 관대한 편이고 나는 또 유대인의 가정에서 식사를 한끼도 같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유대인과는 꽤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었다. 유대인들은 외국인들을 유쾌하게 대해주지는 않는다. 이는 그들의 종교에 관계된 어떤 것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듣기로 그들은 매우 자기보호가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밤에 글레멘드가 해 준 이야기에서 오늘 방문하는 이 사람은 여러 면에서 인습에 매여 있는 유대인이 아니며 더욱이 그의 가치관은 매우 자유롭다고 했다. 나는 ꡒ그가 로마 제국의 여러 곳을 돌아다녀서 그럴까?ꡓ 라고 물었다. 그러자 글레멘드는 ꡒ그렇지는 않아. 여러 곳을 돌아다닌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긴 했겠지만 더 큰 이유는 그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지ꡓ라고 대답해 주었다.


일은 이렇게 된 것이다. 클레멘드와 유오디아가 고린도에서 처음 이 새로운 가치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를 통해서였다. 글레멘드는 자기와 유오디아가 고린도를 거의 떠나려고 할 무렵에 그것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로마로 건너 오기로 결정한 연후에도 그것에 착념하였다. 로마에 종교적인 무리들이 적은 것도 아니고 각각 나름의 사당이나 사원이 있다. 철학의 학파들도 많다. 그러나 글레멘드와 유오디아의 견해와 맞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가 로마에 다시 나타나자 그들에게 만사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은 고린도와 에베소에서 이미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집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시작했다. 나는 한 번도 참석해 본 적은 없지만 사적인 종교 조직이나 철학적인 만찬모임이 있다고는 들어왔다. 그러나 글레멘드는 말하기를 이 모임은 아주 다르다고 했고 유오디아도 내가 어색하게 생각할까봐 열을 내어 안심시켰다. 그래서 나는 ꡒ당신의 말을 믿겠소ꡓ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가자 신경은 조금 쓰였지만 동시에 호기심도 생겼다. 우리를 맞는 집주인은 아주 분별 있는 사람이어서 어떤 일이든지 상식에 벗어나게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우리 로마가 종교나 문화적인 면에 있어서 좋은 배경을 가지고 있지 못하여 최근에 더 많이 생겨난 동방 사교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는 헬라인들을 상상해 보라. 아니면 격식에 매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세세한 자기민족의 도덕적인 규율과 유일신에 대한 고집스런 집착에만 잡혀 있는 유대인을 상상해 보라.


아굴라, 브리스길라 부부와의 상면


아굴라가 나타나자 나의 친구들은 그가 문까지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대신에 그를 만나려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관습적인 것보다는 다정하지만 통상적인 포옹과 남자들 사이의 입맞춤이 있었다.
ꡒ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당신에게 있기를 원합니다.ꡓ라고 아굴라가 충심으로 인사했다. ꡒ당신에게도ꡓ라고 글레멘드가 대답하면서 ꡒ여기에 다시 오게 되어 좋습니다.ꡓ라고 말했다.

그때 아주 비정상적인 일이 있었는데, 아굴라가 유오디아도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였다. 아마 당신이라면 그들은 남매간이나 다른 어떤 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시인 마르티알이 그렇게 했어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로마인들이 서로 입맞추는 것을 몹시 싫어했으며 나도 그와 동감하는 편이었다. 그때 브리스길라가 응접실로 들어왔는데 색상은 화려하지만 장식이 단순한 모직 가운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에게 조금 전처럼 똑같이 인사를 하였으며, 이제는 나를 소개하였고 인사도 하였다. 나는 아주 정중하게 감사한 뜻을 빨리 덧붙였다. 브리스길라는 ꡒ푸블리우스 씨, 오셔서 우린 매우 기뻐요. 글레멘드와 유오디아가 당신이 오실거라고 말했어요.ꡓ라고 인사했다.

우리는 외투를 그들에게 맡기고, 신을 벗은 다음 그들이 주는 슬리퍼를 신었다. 글레멘드 부부는 그들이 준비한 꽃다발과 음식물을 건네주었다. 곧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아굴라는 유창한 헬라어로 나의 최근 여정, 아가야에서 바다를 건너올 때의 날씨 및 로마에서는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물으며 대화를 이끌어 갔다. 대화를 하면서 나는 아굴라가 젊었을 때 본도에서 로마로 이사왔으며, 최근 수십 년 사이 제국의 동부지역에서 로마로 유입해 온 수천 명의 이민들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동안 그는 장막 만드는 사업이 잘되어서 그 덕분에 알킬리아 가문 출신인 브리스길라와 결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글라우디오가 유대인들이 정치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는 혐의를 두어 로마에서 그들을 추방시켜 버렸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는 고린도에 정착하게 되었고, 바로 그때 직업이 같은 연고로 나의 친구와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 후에 에베소 등 여러 곳으로 옮겨다니다가 결국은 로마에서의 위험이 감소되자 이곳으로 돌아와서 그들이 남겨 놓고 간 곳을 찾기로 결정하였다. 일이 상당히 잘 풀려서 이전 친구들과 몇 구역 떨어지지 않고 가죽상 구역과 가까운 이 아파트를 매입하게 되었다.


내가 아굴라에게 그가 본도에서 보낸 시절에 대해 질문을 막 시작하려고 할 때에 다른 손님들이 도착하여 대화는 중단되고 말았다. 온 사람들은 네 명의 어린이들과 남편이 죽은 후 아들 부부와 함께 사는 나이 많은 할머니 등으로 구성된 대가족이었다. 나는 그들과 인사했지만 모두의 이름을 알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으며 부친 필로로 구스는 서적상과 가죽상을 겸하여 경영하였다. 인사가 계속되고 있는 사이에 나의 지나친 사고 습관 때문에 우리가 서 있는 네모진 널따란 응접실을 자세히 뜯어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이 지역의 물사정이 현저하게 좋아져서 이전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던 응접실 중앙의 우물은 이제 장식용이 되어버렸다. 그 옆으로 돌아가면서 분재들이 놓여 있어서 응접실이 쾌적한 실내 정원처럼 되었다. 커튼이 젖혀진 채로 열려 있는 침실이 두 개 있었다. 집주인의 자녀들은 결혼하여 집을 나가 살기 때문에 아마도 침실 하나는 손님 방인 것 같았다. 내가 유오디아에게 듣기로는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손대접 잘 하기로 소문이 나서 어떤 때는 방문객들을 수개월 동안 자기집에 투숙시킬 때도 있다고 했다. 홀 안은 기분좋게 서늘해서 한낮의 밖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또한 우리가 올 때 거리의 혼잡함과 대조를 이루며 집안에는 행복에 찬 고요함이 있었다.


나는 지금 들어온 가족들과 함께하는 대화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화가 왜 진행될 때 두 명의 손님이 더 왔다. 한 사람은 비싸게 보이는 가벼운 긴 겉옷을 입은 출중하게 보이는 신사이고, 함께 온 다른 사람은 수수한 짧은 옷을 걸친 그 신사의 종이 분명했다. 그 두 사람의 명백한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굴라 부부가 그들에게 인사하는데 거의 차이가 없음에 나는 놀랐고,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들어서자 갑자기 아이들이 쫓아 나가더니 그 종을 둘러 싸고는, ꡒ루시아, 루시아ꡓ하고 불렀다. 그러자 그는 짐짓 겁을 주며, ꡒ그래, 그래. 야만인들이 로마에 쳐들어왔다고 나에게 말하지 말아라!ꡓ라고 말했다.
그는 필경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그도 어린이들을 보는 것이 기쁜 모양이었다. 그는 다정스레 사내 아이들의 머리를 만지며 소녀들에게는 옷을 칭찬해 주었다(소녀들은 발목까지 오는 길고 헐렁한 흰옷을 입었고, 남자 아이들은 나이에 맞게 짧은 옷을 입고 허리띠를 차고 있었다), 나는 곧 그 종의 주인을 소개받았다. 그의 이름은 아리스도브루스이었고 상당한 위치에 있는 공무원이었다. 우리는 잠시 그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아굴라가 손뼉을 치면서 우리의 주의를 끌었다. 그는 몇 가지 훌륭한 농담을 하였다. 아굴라는 계속해서 말하기를 다른 손님들이 오고 있는 중이라는 전갈을 방금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식당으로 가서 식사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응접실을 나오면서 글레멘드와 유오디아와 다시 만날 기회가 있어서, ꡒ이제 예배가 시작되는 시간인가?ꡓ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를 놀리듯이 쳐다보면서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는, ꡒ우리가 집안에 들어오면서 실제로 시작했어.ꡓ 하면서 내 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성만찬에 참여함

식당은 우리가 서 있었던 응접실에 딸려 있었는데 제법 컸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여기서도 훌륭하게 행동했으며 나는 모임이 이 집에서 있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린이들과 글레멘드의 식구를 포함하여 아홉 명의 손님을 대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굴라의 아파트의 원 주인은 확실히 비트루비스의 잘 알려진 격언에 동감하고 있었음이 분명하였다. 즉 식당은 길이가 폭의 두 배이어야만 한다는 격언 말이다. 식탁 하나에 세 개의 소파를 놓은 두 세트를 놓을 수 있어서 성인은 열여덟 명 이상이 앉을 수 있고 필요하면 식탁 앞의 빈 공간에 긴의자나 등 없는 의자를 놓아 여섯 명 정도의 어린이가 앉을 수 있었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브리스가(혹은 모든 사람이 더 부르기를 좋아하는 이름인 브리스길라)가 우리의 자리를 지정해 주었다. ꡒ푸블리우스 씨는 첫 번째 식탁의 가운데 소파 맨 위편에 앉으시겠어요?ꡓ하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실수한 줄 알았다. 왜냐하면 그 자리는 정상적으로 하면 가장 중요한 손님에게 권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ꡒ여기요?ꡓ하고 나는 그 자리에 가서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충실하게 나의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내 옆에 글레멘드와 유오디아를 앉혔다. 지위로 말하면 아리스도부르스가 나의 자리에 앉아야 마땅한데 유오디아 왼편의 좀 덜 중요한 손님용의 소파에 그의 종과 나란히 앉혔다. 나는 그가 이 예의에 어긋난 두 가지 처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나를 살펴 보았으나 그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만약 그가 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확실히 분노를 속으로 잘 숨기고 있는 것일 것이다. 내가 여러 식사 초대에 가 본 경험에 의하면, 이런 경우는 그가 항의하고 이 자리를 나가버릴 만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의 반대편 주된 소파에 나의 오른편쪽으로 그의 적당한 자리에 아굴라가 브리스길라와 나란히 앉았다. 응접실의 다른 쪽에는 식탁과 소파 세 개가 놓여 있는데 우리 편으로 마주 보게 놓여 있어서 비록 가운데에 어린이 셋이 의자에 앉아 있을지라도 모두가 서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 세 개의 소파 중 왼편의 것에 아이들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가장 나이 많은 남자 아이가 앉고, 그 반대편 소파에 그 할머니와 나이가 가장 어린 여자 아이가 소파의 머리 쪽으로 앉았다. 이렇게 하자 오직 오는 중에 있는 손님들을 위해서 양쪽 식탁에 자리들이 남겨 있게 되었다.


이제 오고 있다던 몇몇 사람들이 도착했다. 유대인 직물공이 그의 아내와 예쁘게 생긴 두 딸과 함께 한 사람씩 인사를 하고는 반대편 식탁에 합석하였다. 이들 바로 다음에 해방된 노예 두 사람이 와서 우리가 앉은 식탁의 빈자리를 모두 채웠다. 모든 사람들은 이미 집주인이 그들을 위해 차려 놓은 것들 옆에 그들이 가지고 온 선물들을 나란히 놓았다. 해방 노예 중 한 사람인 가이오는 이름난 로마인 가정 자녀들의 가정교사로 일했었다. 그는 사실 그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근래에 자주 볼 수 있듯이, 그의 충성스런 봉사가 인정이 되어서 해방된 사람이다. 현재는 자기 자신의 희망이기도 했지만, 그는 전 주인의 요청에 따라 그가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허마라는 다른 해방 노예는 그의 전주인이 놓아 주어서 지금은 자기 스스로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었다. 그는 수개월 동안 일자리가 없어서 정부의 실업 수당과 이 작은 그룹의 도움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 아굴라가 이들을 나에게 소개하고 그들의 형편을 설명한 연후에 일어서서 조용히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말하기를, ꡒ좀 늦어졌습니다. 벌써 제 십시도 30분이나 지났군요, 이제 식사를 시작해야 될 것 같습니다. 펠릭스가 주인에 제 다시 잡혀서 아직 못 오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필로로구스, 그의 음식이 좀 남아 있는지 확인해 주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그는 아주 저녁을 굶게 될 겁니다. 그의 주인이 어떤지 우리가 알잖아요.ꡓ하였다.

필로로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장남에게 식사가 남겨져 있는지를 보고 오라고 시키는 것이었다.
아리스도부르스의 종과 나이 어린 남자 아이는 우리가 식당에 들어오자 곧 바로 나가서 브리스길라를 수종들다가 이 첫 순서를 위해 다시 들어왔다. 그 유대인 직물공의 두 딸도 부엌에서 브리스길라를 돕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아굴라는 그의 아내가 자기 앞 식탁에 가져다 놓은 둥근 빵덩이를 들더니 - 보기에 그 빵은 빵집에서 사온 것이 아니고 집에서 만든 것 같았다- 축사하겠다고 하였다. 아마 그들의 신에게 올리는 일종의 제사인 것 같았다. 우리 로마 사람들은 가족이 먹는 음식과 음료를 조금 남겨 두었다가 식사를 다한 다음 그것을 받아 달라고 신들에게 바친다. 유대인들은 이를 달리하여 빵을 떼고 어떤 기도를 한 다음에 식사를 시작한다고 나는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이보다 더한 것이다. 빵의 일부를 그들의 신에게 바치는 것이 아니라, 참석한 사람들에게 아굴라가 그들의 하나님이 그들을 대신해서 어떤 것을 제공해 주셨다고 상기시키고 있었다. 즉 그들의 하나님의 독생자가 그들이 살도록 하기 위하여 죽으셨다는 것이다. 그는 계속하여 ꡒ그는 우리 위해 자신을 희생 제물로 드리시기 직전에 그를 따르던 자들과 함께 우리가 지금 하는 것처럼 식사에 참석하셨습니다. 식사 중에 그 분은 빵을 그들에게 돌려 나뉘주며 그건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들의 육체가 살려면 빵이 필요하듯이 우리가 참 생명을 경험하려면 더욱더 그 분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이를 행합니다. 이는 그 분이 우리가 함께 먹는 것을 계속 바라시기 때문이요, 또한 오늘 우리가 함께 모인 이유인 것입니다ꡓ라고 말했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하고 있는지가 나에게 명확하지 않았다. 아굴라는 이 사람이 처형을 받은 후에 실제적으로 다시 살아났다고 계속하여 말해 주었다.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이것은 바로 아굴라의 말이었다. 그는 죽은 후에 살아나서 그의 아버지에게로 갔고 이러므로 말미암아 그를 따르는 자는 누구에게든지 그의 생명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자리에 있게 된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들이 어디에 있든지 또는 그들이 얼마나 수가 많든지 상관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일부가 그를 따르는 자들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해하기론 그러했다.


아굴라는 계속 말했다. ꡒ그분이 육체적으로 이방에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을지라도 그는 분명히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십니다. 우리가 이 빵을 먹으며 식사를 함께 할 때(그는 빵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서 손님들에게 돌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분을 우리 안에서 직접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을 때 또한 서로 사귐을 통해서 그분을 경험합니다.ꡓ 그는 이 모든 순서를 짧은 기도로 마무리지었다. 그것은 즉석에서 보통의 목소리로 진행되었다. 그는 기도에서 그의 신에게 이 모든 것을 감사하고 우리가 얼마나 이 만찬을 고대해 왔는지를 고했다. 그리고는 ꡐ예ꡑ, ꡐ참으로ꡑ, ꡐ아멘ꡑ등의 제창으로 끝낸 뒤 먹 기 시작하였다.
어쨌든 내가 기대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고 얘기할 수 있다. 점잖은 의식주의도 아니고 이국적으로 신비적인 것도 아니었다. 아주 단순하고 실제적이었다. 나는 그들의 신은 이렇게 되는 대로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드는가 하고 의아해 했다. 이 일은 그 신을 좀 무의식적으로 별 생각없이 취급하는 것 같았다. 내가 신을 생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함께 교제를 나눔

우리가 조금 먹고 있을 때 아굴라가 할머니를 향해, ꡒ마리아, 요즘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연초에 유별나게 덥군요.ꡓ하고 말을 건냈다. 글레멘드가 ꡒ그녀는 로마에서 북쪽으로 많이 떨어져 있는, 온 가족이 함께 살던 고향인 산골에서 이곳으로 온 지 얼마 안됐거든. 나이가 쉰인데도 변화에 잘 적응해 왔지. 그렇지만 일종의 피부질환이 번져서 자주 불편하거든...ꡓ하고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두드러진 사투리로 대답했다. ꡒ매우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아굴라. 특별히 지난 주에 우리 모두가 나를 위해 기도한 후부터 더 좋아졌어요.

이러자 화제는 연고제를 쓸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혹은 의사의 도움이라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쪽으로 향했다. 이런 이야기가 되면서 첫 과정을 시작했다. 주식은 우리가 주로 먹는 통째로 빵은 밀가루 죽이었다. 그런데 맛이 나게 보통 때보다 야채를 곁들였다. 버섯, 올리브 및 향기나는 채소 등이 들어간 것같고, 꿀을 넣어 달게 한 것이었다. 나는 유오디아에게, ꡒ이 앙트레는 아주 맛이 있는데요.ꡓ라고 말하자 그녀는, ꡒ브리스길라 고유의 요리비법이예요, 정확하게 무엇을 어떻게 섞는지를 아무에게도 알려주질 않아요.ꡓ 라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제 화제가 더 넓어졌고 내가 여행 중에 들은 매우 많은 이적이 일어났다는 큰 치유가 일어나고 있는 동방의 사원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나는 ꡒ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나 대부분이 나에게는 억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들은 그런 유의 일들은 눈으로 직접 보면은 믿을 수 있겠습니다.ꡓ라고 말했다.


병의 치유에 대해서 의학적인 도움과 공동체에서 기도하는 것과의 관계를 놓고 활발히 의견이 오고 갔다. 이 건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감정이 격해져서 한두 순간은 진짜 말다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아굴라가 나서서 약간 돕자 잠시 후에 진정이 되었는데 나로서는 함께 따라가기 힘든 일이었다. 나의 주의는 아리스도부르스가 부으려고 하는 포도주에로 끌리고 있었다.


우리가 먹고 있던 접시와 마찬가지로 잔들도 질그릇이었고, 아주 상류 집안에서 볼 수 있는 구리나 은 그릇은 아니었다. 손으로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도록 큰 수저들이 놓여 있었다. 또한 식사 전이나 도중 혹은 식후에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물대접들과 손수건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종종 종들이 스픈지를 가지고 오고 포도주를 따르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모두 각각 자기 스스로 하도록 되어 있었다. 파리를 쫓는 일도 역시 각자가 해야만 했다. 포도주 자체는 꿀보다는 물을 타서 상당한 품질이었고 입속에 기분좋게 시원했다. 어린이들은 자기 부모들만큼 부으라고 아리스도부르스의 종에게 압력을 가했다. 그들은, ꡒ루디아, 알았지ꡓ하고 졸랐고 그는, ꡒ그래, 알았어ꡓ라고 대답하면서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하는 척만 했다.


병에 대한 토론이 식어져 가면서 첫 번째 과정은 끝이 나고, 브리스길라는 다음 과정을 준비하기 위해 일어났고, 잠시 전에 그녀를 돕던 사람들도 뒤를 따랐다. 이 일이 일어나고 있는 사이에 유오디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ꡒ이번 주에 포르투나투스한테서 편지를 받았는데 모든 분들께 안부를 전해 달라고 했어요.ꡓ라고 말했다.
포르투나투스는 수개월 전 나의 친구 집에서 잠깐 머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때에 그도 이 모임에 참석하였던 모양이었다. 지금은 밀레도에 다시 돌아가서 그곳의 신자들과 깊이 사귀고 있었다. 유오디 아는 그의 편지 중에서 최근의 일들을 말하고 있는 몇 문단을 읽었다. ꡒ우리의 다정한 인사도 전해 주시고, 그가 강건하도록 우리가 기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해 주시오.ꡓ하고 아굴라가 말했다. 다른 여러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고 있었다.


브리스길라가 조금 후에 돌아왔을 때는 나의 행운을 좀처럼 믿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거의 고기를 먹은 적이 없기 때문에 고기를 좀 먹고 싶은 차였다. 고기는 항상 공급이 달렸고, 상태가 가장 좋은 때는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그런데 여기에 여러 가지 고기가 큰 접시에 담겨서 각 식탁에 나오고 또한 구색을 맞춘 야채 접시도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생각컨대 아마 그들은 일 주일 내내 오늘을 위해서 이것들을 아껴 두었던 것 같았다. 내가 놀란 것은 또 나에게 제일 먼저 그 고기 접시가 오는 것이었다. 나는 작은 생선 한 마리와 순무와 콩을 조금 덜고 그 위에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소금 쏘스를 얹었다. 내 맞은 편에 있는 아리스도부르스가 자기 종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 주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랐다. 음식을 덜어 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것과 정확히 똑같은 종류를 똑같은 분량으로 덜어 놓는 것이었다. 나는 해방 노예일지라도 특별한 손님보다는 덜 좋은 음식과 술 그리고 그릇까지도 다른 종류의 것에 주는 것을 보면서 자라왔다. 더구나 노예들은 일반적으로 식당 밖에서 식사를 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이런 일은 아직 흔한 것이 아니었다.


펠릭스와 두로

우리가 먹기 시작하자 잠깐 조용해졌는데 그 틈을 타서 아리스도부르스가 말을 꺼냈다. 그것은 루시아가 저녁에 모임에서 제기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굴라는 손짓으로 그가 원하면 지금 계속 말할 수 있다고 표시했다. 그가 그렇게 하려는 순간에 밖의 큰 응접실에서 신발 소리가 났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 소리가 나더니 한 젊은이가 문간에 나타났다. 우리들 대부분은 면도를 말끔히 하고 있었는데 그는 긴 수염 그대로였다.

ꡒ어서 와, 펠릭스ꡓ하고 아굴라가 그의 소파에서 몸짓을 하며 말했다. 그는 왜 늦었는지를 설명했다. ꡒ주인이 야외로 야생 거위 사냥을 보내잖아요. 그 일이 오후 내내 걸렸어요.ꡓ라고 그는 말하였다. ꡒ그래, 그래. 자네 없이 우리가 시작해서 미안하네. 밤이 다가오니 할 수 없었지.ꡓ하고 아굴라가 말해 주었다. 펠릭스는 아직도 문간에서 주저하고 있었다. ꡒ아굴라, 실례지만 한 사람 더 만찬에 함께 할 자리가 남아있습니까?ꡓ라고 그가 말하자, 좀더 나이가 어리고 역시 수염이 긴 젊은이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펠릭스는 계속해서, ꡒ두로라고 해요.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제 친구입니다. 그에게 주님에 대해서 여러번 말했어요. 그런데 어젯밤 이곳에 잠깐 머물고 있는 전도자, 안드로니고의 말을 듣게 되었어요,



그때 갑자기 이 친구가 자주 들었던 것들이 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는 곧바로 티베르 강으로 나가 침례를 받았습니다(나는 그 이야기 내용을 생각하면서 몸이 떨렸다). 그는 일이 끝나자 저에게 와서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말했습니다. 제가 그를 이곳으로 함께 데리고 와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ꡓ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굴라가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곧장 그에게로 가서 그를 안았다. ꡒ당신이 여기 오신 것을 환영하다 뿐입니까. 환영하고 말고요. 당신의 자리를 저쪽에 만들겠습니다. 약간 비좁긴 하지만 괜찮으시겠지요?ꡓ하고 아굴라가 인사했다. 브리스길라는 벌써 부엌에서 남아 있는 음식을 날라오고 있었다. 그들이 앉을 때 브리스길라는 ꡒ당신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ꡓ하고 말하면서, 얼마간 질문들로 시간을 보낸 후에 ꡒ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을 소개할테니 음식을 들기 시작해요.ꡓ했다.

루시아의 해방에 대한 논의

ꡒ자, 이제 루시아, 말하려고 했던 것을 계속해 보게ꡓ하고 아굴라가 말하자, 그 종이 이렇게 말했다.
ꡒ예, 사실은 조금 어색하긴 한데, 아리스도부르스님이 관계되어 있는 일이라서..., 제의할 문제라는 것은 아리스도부르스님이 저를 해방시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진정으로 그분의 제의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어쩐지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하나님께서 그를 섬기라고 저를 부르신 줄로 저는 확신하며 현재대로의 상태에서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인님은 제가 해방되는 것이 좋을 뿐 아니라, 그 일이 삶에 영향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아리스도부르스는 그의 이유들을 강조하면서 동의했다. 그런데 주인과 종에게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지면서 그 일이 커져 버렸다. 해방상태와 노예상태 사이의 일반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들이 개진된 후에 해방 노예 두 명이 해방상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각각 많은 이야기를 했다. 분명히 이것은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노예로부터 해방되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인 이점들은 좀 있지만 실제적인 물질의 손해가 있게 되었다. 허마의 주인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지만, 너무 많은 주인들이 종들에 대한 그들의 의무를 지지않으려고 그들의 종들을 해방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주인들은 노예를 해방시키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그전과 같은 자리에서 일은 하되 종이었을 때 주던 집과 음식은 주지 않는 사례들도 있었다. 어떤 해방 노예들은 헛간에서 살아야만 했기에 창피할 뿐만 아니라 임금이 박하기 때문에 그들의 가족들은 파탄에 이르기도 했다. 어떤 해방 노예는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품팔이 노동자들보다 더 형편이 나쁜 경우도 있었다.


점점 토론이 본 문제로 돌아오자 자주 양쪽 의견에 대한 목소리들이 높아졌고,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었다.
ꡒ바울이 이 문제에 대해 좀 말하지 않았어요?ꡓ하고 브리스길라가 아굴라에게 묻자, ꡒ아, 맞아. 그가 우리의 지난 번 교회인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들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어.ꡓ라고 대답했다. 브리스길라가 ꡒ어느 편진지 기억나요?ꡓ하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ꡒ내 생각에는 첫 번째였어. 결혼과 독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부분이었어. 우리 침실에 있는 상자 속에 다른 문서들과 함께 있을텐데, 괜찮으면 당신이 좀 가져 오겠소?ꡓ하였다. 브리스길라가 그 편지를 가지러 간 사이에 아굴라는 나에게, 바울은 그들의 오랜 친구이며 온 제국에 걸쳐 모임들을 시작한 사람인데 지금은 로마의 어떤 집에 체포되어 있다고 말해주었다. 유대에서 그를 향해 제기된 날조된 고소 사건에 대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하였다. 아굴라는, 바울은 자기들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별한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에 대해 그와 개인적으로 상담을 하거나 그의 글을 살펴보면 자주 도움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브리스길라가 돌아오자, 아굴라는 두루마리에서 금방 그곳을 찾아서 읽어주었다.
읽는 부분의 대부분에서 바울은 충고하기를, 자기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서 만족하고 그 환경을 바꾸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종으로 있는 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기회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의 상태가 어떠하든지 모두의 기본적인 의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유하게 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자유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이 새로운 위치를 잘 활용하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실제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인들은 자기들도 그리스도에게 종이며, 종들도 사실상 가장 중요한 영역에서는 자유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조언이 그 토론을 확실히 더 유익한 방향으로 돌려주었고 나에게도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을 던져 주었다. 이제는 이야기가 바울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결정되고 있었다. 루시아가 자유해지면 아리스도부르스를 더 만족스럽게 섬길 수 있는 길이 어떤 것일까 혹은 전술한 원칙에 예외적인 특별한 상황은 없는가 하는 것들이 논의되어졌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루시아 자신과 그의 의견을 동조하던 다른 사람들도 아리스도부르스의 제안에 더 적극적인 태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분명히 루시아가 생각해 보기 원하는 것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브리스길라를 도와 다음 순서를 준비해야겠다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교적인 형식에 있어서 자유로움

잠시 휴식이 있는 동안에 필로로구스가 모인 이들에게 그의 장녀가 모임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는데 지금 그것을 내놓기 원한다고 귀뜸을 했다. 만찬 석상에서 막간에 종종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제안에 전혀 놀라지는 않았다. 온 방안의 구석구석에서 격려의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그 작은 소녀는 일어나서 모든 사람을 볼 수 있는 벽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ꡒ노랜데요. 제가 지었어요. 하나님께서 만드신 만물에 관한 것이예요.ꡓ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주 자신있게 분명하고 진지한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우리 모두는 노래를 마치자 손뼉을 쳤는데, 물론 다른 어린이들이 가장 크게 쳤다. 아리스도부르스는, ꡒ브라보!ꡓ하고 크게 소리쳤다. 방해되지 않도록 문간에서 기다리고 서 있던 브리스길라와 다른 몇 사람이 이제 후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후식은 정성들여 고른 사과, 포도, 배 및 무화과였다. 우리들은 대접의 물로 손을 씻고 내프킨으로 닦고서 과일을 골라 잡았다.


대화가 작은 단위로 이루어져서,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은 원형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전차경기의 윤리성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었다) 참석해 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임의 참여도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참석해 본 만찬에서 종종 손님들은 만찬 중에 자신들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편지를 쓴다든지 옆에 있는 사람과 장사를 하는 일도 있고 어떤 때는 순서가 바뀌는 사이에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이 모임의 사람들은 예의바르게도 음식이나 포도주 남은 것을 바닥에다 버리는 것을 삼가는 것도 관찰할 수 있었다. 조금은 흘어져 있었으나 단정하고 받을 만한 한도 내에서 그러했으며 우리가 흔히보듯 무례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 모임이 바람직한 것을 많이 남겨 주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때까지 일어난 일 중에서 종교적이라는 것은 거의 없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의식적인 예식은 차치하고서라도, 제사장도 한 사람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종교적인 것보다 더한 진정한 어떤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이 마지막 순서 동안에 나는 아굴라와 다시 이야기할 수가 있어서, 그의 본도 시절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는 그곳에서의 지난 경험들과 그곳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의 여러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다른 사람이 그를 찾아서 나는 몸을 앞으로 굽혀서 아리스도부르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이 모임에 참여하는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전통적인 종교의 능력에 대해서 종종 의문을 가졌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유일신을 강조하는 유대인들과 그들의 도덕적인 모습에 오랫동안 감명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유대인의 회당에 찾아 들어가게 되었고 진실한 대안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유대교로 개종하지는 아니했다. 그곳의 어떤 의식에 대한 규정이나 - 내 생각에는 아주 야만적으로 들렸다-할례의 실행 등은 그가 그곳에 계속 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자기가 유대인의 회당에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친구들에게는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그의 아내는 매우 못마땅해 했지만 그녀의 사회적인 지위와 정치적인 충성심에 의심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가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를 만난 후에 그는 유대인 회당 대신에 이 모임과 연결되게 되었다. 그의 종에게는 이 신앙을 전하여 함께하게 되었지만 그의 아내에게는 아직 이곳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


만찬 후의 여가
이때쯤 되어서 아굴라가 손짓을 하자 루시아가 식탁 위에 있는 잔들을 다시 채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대화가 중지되고 말았다. 펠릭스도 다른 식탁에서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아굴라가 자신의 잔을 두 손으로 잡고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ꡒ우리가 마셔 온 포도주는 우리의 식사의 한 부분이었으며 주님 안에서 우리의 사귐에 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포도주는 이것들보다 더한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설명하셨듯이 이것은 우리에게, 그분이 자신의 죽으심을 통하여 이 교제의 끈을 창조하신 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어느 날 주님의 상에서 그분과 함께 앉아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함께 먹을 사귐의 약속을 우리들에게 나타내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잔을 함께 마실 때 이 두 사실을 마음에 두고, 감사합시다. 즉 전에 해주신 일을 감사함으로 돌이켜보고, 앞으로 하실 일을 고대하며 기다립시다. 그리하여 우리의 만남이 그분과 함께하는 그 하나 됨을 더욱 깊이 표현해 냄으로 말 그대로 이 땅 위에서 하늘의 맛을 누리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심령으로 잔을 마셨다.
만찬이 사실상 끝이 났으므로 여러 손님들이 만찬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정성어린 말들로 나타내고 있었다. 무례하게 보이기 원치 않아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하는 대로 하였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는 우리가 즐거웠다는 이 표현에 적당하게 기뻐하는 것같이 보였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응답하였다.
아이들과 종들이 다른 곳으로 나가 버리자 손님들은 다리를 뻗기 위해 일어났고, 브리스길라는 식탁위에 놓여 있는 받침접시 모양의 질그릇 등잔에 기름이 있는가 확인했다. 심지의 길이도 충분한가 살폈다. 이제 좀 어두워지고 있는데도 그녀는 바로 불을 켜지는 않았다. 기름이 너무 비싸기때문에 낭비할 수 없다는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어디선가 서양장기 놀이기구를 가지고 온 루시아 옆에 다 모여서 방 저쪽 한 구석에 앉아 있었다. 나이든 소녀 하나는 오목놀이 기구를 가지고 왔고, 남자아이들은 공기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방안을 돌아다니다가, 이 아이들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이기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애를 쓰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게임에 져주는 루시아의 재주가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서 한동안 몰두하여 쳐다보기도 하였다. 루시아가 져주자 라우쿠스는 신이 나서 소리치다가 그의 부모가 조용히 하라는 말에 다소 진정되었다.


손님들이 다시 소파에 모여 앉기도 하고, 아마 화장실을 가는지 한두 사람은 방을 나가기도 하였다. 이 장소는 다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마당을 같이 쓸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나도 소파로 돌아가 앉아서는 이제 만찬도 끝났으니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만찬 모임의 경우 이 시간에는 보통 자유롭게 술 시중을 받으면서, 농담이나 이야기를 주고 받든지 혹은 윤리 문제나 책에 대한 토론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런데 우리 잔들은 깨끗이 비워졌기 때문에 그러한 시간도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나는 소파 위의 쿠션 하나에 몸을 편하게 기대고 슬리퍼를 벗고 발을 모자이크 무늬가 새겨진 시원한 마루 바닥에 내놓았다. 보통 생각하기론 아굴라와 브리스가 부부의 집도 여느 집과 같이 바닥이 테라코타나 시멘트로 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집은 원래 귀족의 집이었던 까닭에 이런 면에서도 그들에게 행운이었다. 방은 말할 나위 없이 쾌적했다. 커튼이 붙어 있는 창살 달린 창문으로 방의 한쪽 벽으로는 적당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여러 무늬가 있는 두꺼운 융단과 벽걸이들이 하얀 회반죽 칠을 한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장식품들의 주제도 아주 수준급이었으며 꾸민 솜씨도 대단하였다. 소파와 식탁들은 얌전한 물건들이었다. 상류층의 집에서 볼 수 있는 결을 따라 아름답게 칠한 목재에다 공들여 무늬를 새긴 목각품 같은 것들이 아니라, 수수한 나무를 쓰고 요즘 아주 유행하는 적당한 금속제 다리를 붙인 식탁이었고 소파의 머리판의 디자인도 단순한 것이었다. 사용된 천도 아주 좋은 것이 아닌 수수한 종류이고 놓인 수도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집에서 놓은 것 같았다.


찬양과 기도

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고 루시아가 놀이 기구를 챙기자, 아굴라가 머리를 약간 숙이고 그의 하나님의 영께 지금 일어날 모든 일을 인도해 주시도록 구했다. 전처럼 이번에도 그는 아주 간단히 그리고 실제적으로 기도했다. 잠깐 멈춘 후에 그는 특별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이 제안에 전반적으로 동의했다. 훌륭한 바리톤 음성을 가진 가이오가 선창을 하자 모든 이들이 따라했고, 어린이들은 손벽을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나도 잠시 후에 따라하게 되었다. 나는 노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없으면서도 만족스럽게 불러 볼 기회는 좀처럼 갖지 못했었다. 마지막 합창 부분에서는 지붕이 들썩거릴 정도로 크게 불렀고 이웃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아랑곳하지 아니했다.

노래는 글레멘드가 눈을 감고 그의 하나님께 말하기 시작하자마자 끝이 났다. 그도 아굴라처럼 아주 일상적인 어조로, 마치 그의 하나님이 아주 가까운 친구로 그 방에 와 있는 것처럼 말했다. 글레멘드가 하나님과 대화할 때, 노래에서 여러 번 나온 어떤 부분을 반복해서 말했다. ꡒ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ꡓ 그는 조금 길게 연장하여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보고, 듣고, 냄새맡는 아주 당연한 것들을 그의 하나님의 손길에서 온 것으로 자세하게 말했다. 그가 기도하는 동안 방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는 중얼거림을 자주 하였다. 기도를 마칠 때는 모든 사람의 큰 소리의 동의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말(기도)할 때도 이와 같은 형태는 반복되었다.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든, 심지어 어린이 중의 하나가 하여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님과의 대화 중에 어떤 것은 글레멘드와 같이 긴 것도 있었고, 어떤 것은 몇 마디 되지 아니하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단계에는 그 유대인 직물공은 그의 조상들에게 베풀어준 그의 하나님의 관대하심에 감사했다. 즉 자기 민족을 타민족과 구별하신 여러 일들을 열거하면서 감사했다. 또한 조상들이 끊임없이 그에 보답하지 못한 일을 사죄하는 일도 곁들였다. 두로라는 사람은 매우 머뭇거리는 한두 문장의 말로 그가 이제는 이해하는 하나님께 그가 베풀어주신 많은 일, 특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선물로 주신 것을 감사했다. 그의 이 기도가 끝나자 좌중의 각 가족들을 필두로 두세 사람씩 방을 가로질러 그에게로 가서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앉고서, 그들의 공동체에 온 것을 환영하며 앞으로 그를 돌볼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자 그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그들에게 감사의 뜻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했다. 이런 것이 생소한 나에게도, 조금 감동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다들 자리에 앉자 허마가 이 경우에 특별히 적절하다고 느끼는 성경의 시한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암송하여 낭독하는 데 수분이 걸리는 것을 보아 그는 이런 유를 암송하는 데에 훌륭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암송을 마치고 두로에게 ꡒ하나 써 드릴까요? 쉽게 써드릴 수 있습니다.ꡓ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내 생각에는 두로가 아직도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과 사람들의 관심에 압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은사에 대한 가르침

잠깐의 휴식이 있는 동안에 브리스길라가 일어나서 등에 불을 켰다. 이제는 밖이 거의 완전히 어두워져서 방안에 있는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녀가 불을 켜고 있는 동안에 허마가 유대인의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하기 시작했다. 다윗이라 불리는 옛날 위대한 영웅들 중의 한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보아 그들이 만날 때마다 이 다윗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들어 오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히 그는 이야기를 훌륭하게 하는 것이 확실했다. 왜냐하면 어른이나 어린이나 그가 말하는 동안 한 사람도 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리스도부르스가 제안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시 앉자 아굴라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하나님의 영이 오늘날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은사들을 주셔서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이상은 다 받도록 하셨다는 말을 꺼냈다. 이 은사들은 서로에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서로를 위해서 행하는 것도 있다고 하였다. 어떤 것은 하나님이나 각 사람들, 그리고 우리 밖에 있는 의무들과 우리 주위에 되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더 잘 깨닫게 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어떤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개인적으로 도와주게도 하고 그들을 함께 조화 있고 응집력 있는 모임으로 결합시킨다고 했다. 어떤 은사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돕거나 병과 같은 육체적인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다루는 것도 있다 했다. 어떤 은사는 자기들이 너무 깊은 것이라고 느껴서 일반적인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께 말하게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설명해준다고 했다. 이모든 은사들은 서로 다른 이들과 나누어야 하고 이기적으로 저장해 두거나 자기만 즐겨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그들은삶의 모든 분야에서 함께하는 모든 이와 모임 전체의 성장을 위해 자원들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므로 각 사람이 자기에게 주어진 재능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과, 언제 그리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분별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은사들이 사용될 때 얼마나 참인가 혹은 단순한 개인 의견인가를 주의 깊게 재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


그는 이렇게 말했다. ꡒ무엇보다도 우리는 모든 은사 중 가장 중요한 은사인, 하나님의 말씀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말하는 은사를 사모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질로 나타내기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 그것은 바로 서로를 진정한 사랑으로 돌보는 것입니다.ꡓ
그는 함께한 모든 이에게 이것을 행하라는 직접적인 도전으로 끝을 맺었다. 그는 ꡒ우리 모두의 유익은, 개인적으로나 모임 전체적으로나 이것에 달려 있다.ꡓ라고 엄숙히 지적하였다.
그가 말을 마친 후 잠깐의 침묵이 있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가 우리의 인기 있는 도덕가들이 과시하듯이 사용하는 상투적인 꾸밈이 없이 말하였는데도, 그의 말 속에는 독특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것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나 자신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침묵이 있는 동안 필로로구스의 막내는 어머니의 품에서 잠이 들어 버렸고 다른 딸 아이는 한 오빠에게 기대어 반쯤 잠들어 있었다. 커튼 뒤로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 등잔불이 팔랑거리고 연기가 날아올라 공기 중에 곱슬머리 모양으로 천천히 퍼졌다. 온 벽에는 우리들의 거대한 그림자가 불빛이 움직이는 리듬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하였다. 밖에서는 통행금지 이후에 들어오는 많은 인파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증가되고 있었다. 이 방의 창문들이 거리 쪽으로 나지 않고 안쪽으로 난 것은 잘된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자주 서로 말하는 것을 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모임을 마침

그 직물공의 아내가 말을 시작했다. ꡒ제가 여기 앉아 있으면서 아굴라가 말한 것을 생각할 때 나는 하나님이 내가 좀 말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선은 우리 모두에게 하고, 그 다음에는 특정한 한 사람에게 하라고 하셨어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서로 나눌 것을 더 많이 주실 것이라는 것과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통해 더욱 유익을 주실 것임을 우리가 알기를 원하십니다. 만약 우리가 은사 자체만을 구하는 일에 집중하고, 다만 서로 섬기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루시아, 만약 우리가 기꺼이 이 일을 하고자 한다면 우리 모임 밖에서 우리가 주님을 위해 영향을 주기를 원하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은사들 중 어떤 것을 사용할 더 넓은 영역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루시아, 특별히 이것이 아리스도부르소가 당신에게 주기 원하는 자유의 결과라는 것을 확신하기를 원합니다. 자유하게 되면 당신은 아리스도부르스를 더 다양한 방법으로 섬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당신과 가까이 참석해 있는 다른 사람들도 여러 모로 섬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확신을 가지고 이 일을 계속 추진해 나가야만 합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당신도 짐작하겠지만, 토론이 있은 다음에 이 이야기에 대한 일반적인 반웅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약간의 휴식이 있은 후, 가이오가 일어나더니 그 할머니 마리아에게로 걸어갔다. 그녀의 곁에 서더니, 자신의 손을 그녀의 머리에 앉고는 다른 사람을 불러 그녀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그녀를 치유해 주시도록 그녀를 대신하여 요청하였다. 지난 주간 동안 많이 낫게 해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며 완전히 나을 수 있도록 구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모임의 다른 지체들의 삶의 여러 부분을 위한 각종 기도를 시작하는 신호가 되었다. 이 일이 계속되는 동안에 나는 조금씩 졸렸던 것을 고백한다. 아마도 등잔에서 나오는 연기나 다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내가 자기들의 너무 긴 기도에 내가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글레멘드도 여러 시점에서 이렇게 느끼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 그는 다소 못 참겠다는 듯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이리 저리 다니면서 기도에서 물러난 듯이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러자 드디어 아굴라가 모두가 다 아는 짧은 작별의 노래를 하자고 제안함으로써 그 일을 마무리지었다. 무리는 노래를 불렀고 모임은 끝이 났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끝이 난 것은 아닌 것같았다.


필로로구스 부부는 바로 아굴라 부부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고, 브리스길라가.그들을 따라 나갔다. 두 번째 가족도 시간이 늦어서 돌아가야만 되어 미안하다고 하면서 작별 인사를 하였다. 이 두 가족은 모두 나가는 길에 나에게 와서 로마에 머무는 동안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란다고 말하고 그 중의 한 사람은 다음 주의 만찬에 초대하기도 하였다. 나는 그 초청을 수락하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남아서 몇 사람씩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브리스길라가 돌아와서 포도주를 대접하였다. 아리스도부르스가 방 한구석에서 허마와 뭘 상의하는 것 같더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고 은밀하게 약간의 돈을 주는 것을 보았다. 두 명의 노예도 작별 인사를 하자 아굴라가 방을 나가 현관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우리도 떠날 것을 결정하고 그들을 따라 홀을 나왔다. 브리스길라가 우리 앞에서 막 떠나려고 하는 두 노예를 멈추게 하더니 남은 음식물을 내프킨에 가득 싸서 그들의 손에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들이 떠나자 우리는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집주인에게 그들의 초대한 손님들과 나를 함께하게 해준 것을 정중하게 감사했고, 그들은 내가 로마에 머무르는 동안 언제라도 글레멘드와 유오디아가 올 때면 항상 함께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신발을 건네 받고 나서 그들에게 입을 맞춰 작별 인사를 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이때 하나님의 은혜에 우리 모두를 의탁하였다.우리는 외투를 집어 들어 어깨에 걸치고 밤길을 나셨다.


귀가길

밖은 칠혹같이 어두웠다. 간선도로에도 아주 드물게 불빛이 있을 뿐이어서 이 길을 뚫고 나간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달이 상당히 차서 하늘 높이 뜰 때는 가능했다. 우리 앞에 가고 있는 두 노예를 제외하고는 한 사람도 거리에 있지 않았고, 그 노예들의 소리는 들려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로마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서 낮 시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지금 시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리에든지 이미 여러 시간이 지난 후다. 등잔불은 나풀거리고 연기가 방에 차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있기가 어려웠다.

글레멘드가 앞에 가는 노예 중 하나를 불러, ꡒ펠릭스, 같이 갈 수 있는 데까지 같이 가는 게 어때. 그 편이 더 안전할텐데.ꡓ라고 했다. 다른 이도 동의했고 그래서 우리가 뒤따라 가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아리스도부르스가 문을 나와 우리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ꡒ너무 멀리 가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루시아가 횃불을 들고 있으니 우리가 함께 가면 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횃불이 충분히 길지는 않지만 문제 없을 것입니다. 횃불이 다 타버린 후 우리는 잘 살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루시아?ꡓ하고 말하였다.


나는 이 제안이 싫지는 않았다. 로마는 밤에 도둑과 노상 강도가 설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들개는 물론이고 돼지까지도 사방에 설치고 다녔다. 길이 좁고 골목이 많아 길을 찾는 데 힘이 들고, 통금이 해제되면 짐을 실은 커다란 마차가 도시로 들락거려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위험도 있었다. 이것만이 조심할 일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부엌의 구정물통이나 변기통을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 창 너머로 길바닥에 비우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들을 달리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실제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시간에 밖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행운을 빌고 운이 좋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걸어갈 때, 다른 사람들은 그 날밤의 일들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도 우리가 그날 점심 때 집을 나온 후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보았다. 내가 예상하고 있던 것과는 매우 다른 일들이 일어났지만, 대체로 그날 저녁이 즐거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했던 사람들 자체가 나에게 인상적이었다. 그것이 한 가지였다. 또 그들이 예의 범절을 무시한다든지, 어떤 신조를 고수한다든지 혹은 어떤 것에 지나친 열심을 가지고 있다든지 하는 것에서 나는 염려를 많이 하였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찬 도중에도 그 후에도 이 변화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에는 틀림없이 실제적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모임은 종교의식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적합하지 않았고, 그들이 하고 있는 어떤 것은 아주 색다른 것이어서 당황케하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다음 주에 아굴라와 브리스 길라의 초청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말하기 힘들다. 전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아마 응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출처 : 하얀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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