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들으면 언제나 가슴이 찡하다. ‘운명’이 사랑받는 다른 이유는 작품에 배어든 인간 베토벤의 처절한 외침 때문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간신히 음악계에서 인정받게 되자마자 찾아온 난청!
얼마나 절망했으면 죽으려고 유서까지 작성했을까. 참으로 무섭고 가혹한 운명이다.
“따따따 딴” 하고 울리는 시련은 쉬지 않고 집요하게 우리의 귀를 두드린다.
운명을 상대로 벌이는 격렬한 투쟁과 숨막히는 긴장. 그리고 마침내 승리와 환희의 노래다.
베토벤을 떠올린 것은 철저하게 불행했던 그의 가정사 때문이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그를 제2의 모차르트로 만들기 위해 어려서부터 잔인할 정도로 혹독한 음악 훈련을 시켰다.
거의 매일 폭력을 동원하면서 말이다. 어머니는 그나마 선했지만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기에 자식에게 사랑을 베풀 처지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사망하자 17세의 베토벤은 두 명의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소년 가장이 되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와의 갈등과 애정 결핍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그 후에도 평생 그를 괴롭히는 멍에가 되었다.
베토벤이 인간관계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러 여인을 사랑했지만 모두 실패한 채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야 했고,
하이든을 사사했으나 사람 좋기로 유명한 이 스승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빈에 사는 동안 그는 이웃 및 집주인과의 불화로 인해 무려 70번이나 이사를 다녀야 했다.
혹자는 말하리라. 그토록 많은 고통이 있었기에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예술은 인생의 깊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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